백설가(白雪歌 )

送武判官歸京(백설가송무판관귀경)

-경사로 올라가는 무판관을 송별하며①-

잠삼(岑參)

北風卷地白草折(북풍권지백초절)②

대지를 몰아치는 삭풍은 온 천지의 풀들은 쓸어뜨리고

胡天八月即飛雪(호천팔월즉비설)

팔월의 오랑캐 땅에 눈발이 휘날린다.

忽如一夜春風來(홀여일춘풍래)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봄바람이 불어온 것처럼

千樹萬樹梨花開(천수만수이화개)

천만 나무의 가지에는 새하얀 배꽃이 피고

散入珠簾濕羅幕(산입주렴습나막)

구슬주렴을 통해 날라 들어온 눈발에 비단장막은 축축하고

狐裘不暖錦衾薄(호구부란금금박)

여우갖옷도 따뜻하지 않고 비단이불은 얇기만 한데

將軍角弓不得控(장군각궁부득공)

장군의 각궁은 얼어붙어 당겨지지 않고

都護鐵衣冷難著(도호철의랭난착)

도호의 철갑은 차가워 입기에도 어렵다.

瀚海闌幹百丈冰(한해란간백장빙)

저 넓은 사막에 백길 깊이의 얼음이 얼고

愁雲慘淡萬裏凝(수춘참담만리응)

저 하늘의 시커먼 구름도 만리까지 엉겼다.

中軍置酒飲歸客(중군치주음귀객)

귀국하는 사람 접대하기 위해 벌인 술자리에

胡琴琵琶與羌笛(호금비파여강적)

호금과, 비파 그리고 강적 소리 요란하고

紛紛暮雪下轅門(분분모설하원문)

분분한 저녁녘에 원문 위로 내리는 눈발에

風掣紅旗凍不翻(풍체홍기동부번)

붉은 깃발은 얼어붙어 바람에 펄럭이지 못한다.

輪臺東門送君去(윤대동문송군거)③

윤대의 동문에서 그대 전송하니

去時雪滿天山路(거시설만천산로)

가는 길 천산에는 온통 눈으로 가득하고

山回路轉不見君(산회로전불견군)

산을 돌고 길을 꺾으니 그대 보이지 않는데

雪上空留馬行處(설상공유마생처)

눈위에는 공연히 말발굽 자국만 남았다.

1)무판관(武判官) : 누구인지 불상이다. 장참이 안서북정절도판관(安西北庭節度判官)으로 재직할 때 동료로 여겨진다. 판관은 당나라 때 절도사의 막부에서 정무를 처리하고 공문을 작성하고 담당했다.

2)백초(白草) : 중국 서북 변경지역에 나는 풀이름이다. 《한서(漢書)·서역전(西域傳)》에 “鄯善國多白草(선선국다백초)”이라는 기사에 안사고(顏師古)의 주에 “백초는 강아지풀과 같은 모습에 가늘고 털이 없으며 다 자라면 흰색이 된다.”라고 했다. 선선국은 루란(樓蘭)으로 지금의 신강성 위구르자치구에 있었던 고대왕국으로 한문제(漢文帝) 전원( 前元 ) 4년인 기원전 176년부터 당태종 정관 4년인 기원 639년까지 존속했다.

3)윤대(輪臺) : 한나라 때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군대가 주둔하던 요새였다. 당대에는 북정도호부(北庭都護府)의 관할이었다. 유적이 지금의 신강위구르자치구 미천현(米泉縣)에 남아있다.

주마천행(走馬川行)

奉送封大夫出師西征(주마천행봉송출사서정)①

　　- 서쪽으로 출정하는 봉상청(封常淸) 장군과 그의 군대를 전송하다 -②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走馬川行雪海邊(주마천행설해변)③

내가 사는 변경은 주마천의 설해(雪海)

平沙莽莽黃入天(평사망망황입천)

아득한 사막 모래파도 솟구쳐 하늘에 닿고

輪臺九月風夜吼(윤대구월풍야후)

구월의 윤대에 부는 세찬 강바람에

一川碎石大如鬥(일천쇄석대여투)

강바닥에 부서진 한 아름의 돌돌이

隨風滿地石亂走(수풍만지석란주)

바람 따라 제멋대로 여기저기 구른다.

　匈奴草黃馬正肥(흉노초황마정파)

흉노 땅의 풀이 노래지고 말이 살이 찌니

金山西見煙塵飛(금산서견연진비)④

금산의 서쪽에서 횃불과 흙먼지 말아 올라

漢家大將西出師(한가대장서출사)

한나라 대장군 서쪽으로 출정한다.

將軍金甲夜不脫(장군급갑야불탈)

장군은 금빛 나는 갑옷을 밤에도 못 벗고

半夜軍行戈相撥(야반군행과상발)

병장기는 야간 행군 중에 쩔렁쩔렁인다.

風頭如刀面如割(풍두여도면여할)

몰아치는 칼바람 얼굴을 에이고

馬毛帶雪汗氣蒸(마모대설한기증)

말잔등에 쌓인 눈으로 김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五花連錢旋作冰(오화연전선작빙)

갑자기 오화(五花) 연전(連錢)의 무늬가 얼음범벅되고⑤

幕中草檄硯水凝(막중초격연수응)

군막에서 쓴 격문의 먹물이 얼어붙는다.

虜騎聞之應膽懾(로기문지응담섭)

적병에게 소식가면 간담이 서늘해져

料知短兵不敢接(요지단병불산접)

백병전이 두려워 피해 도망치려다가

車師西門佇獻捷(거사서문저헌첩)

차사 서문 밖에서 첩보를 기다린다.⑥

주석

1)주마천행(走馬川行)) : 고악부(古樂府)의 주마인(走馬引)이라는 제목을 본떴다. 시제가 《주마천행》으로 되어있고 나머지는 부제로 된 판본도 있다. 주마천은 옛 하천의 이름이다. 당나라 때 윤대현(輪臺縣) 경내를 흘렀다. 윤대현은 지금의 신강위구르자치구 미천시(米泉市)다. 옛날 차사국(车师国) 고지다. 당나라 정주(庭州) 서쪽 경계로 지금의 마납사하(玛纳斯河) 혹은 호도벽하(呼图壁河)이다. 원래 고악부(古樂府)에 주마인의 제목이다.

2)봉상청(封常淸) : 태어난 해는 모르고 당현종 43년인 천보(天寶) 14년에 죽은 당나라의 무장이다. 당나라 포주(浦州) 의지(猗氏) 출신이다. 의지는 지금의 산서성 임의현(臨猗縣)이다. 부모를 일찍 잃은 봉상청은 외조부 밑에서 자랐다. 고향에서 죄를 짓고 도망치던 외조부를 따라 봉상청도 함께 안서(安西)로 흘러 들어갔다. 독서를 좋아했으며 재주와 식견이 있었다. 개원(開元) 말 안서사진도지병마사(安西四鎭都知兵馬使) 고선지(高仙芝)의 시종으로 종군하여 많은 전공을 세웠다. 천보 6년 서기 747년, 고선지가 소발율국(小勃律國)을 정벌할 때 종군했다. 이어서 고선지가 절도사로 승진하자 절도판관(節度判官)에 임명되어 고선지가 출정할 때면 언제나 뒤에 남아서 진영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성격이 엄정하고 과단성이 있었으며 일찍이 고선지의 유모 아들을 장살하여 군기를 잡자 장사들이 두려워하며 복종했다. 고선지는 유모의 아들을 친형제처럼 각별히 지내는 사이였다. 안서부대도호(安西副大都護)로 승진하여 이서절도사(伊西節度使) 직무를 대행했다. 직무에 근검하고 상벌이 분명했다. 이때가 잠삼이 봉상청 군영에 종군한 시기다.

천보 14년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모병(募兵)으로 반군을 무찌르겠다고 출정을 자청했다. 황제는 봉상청을 범양절도사(范陽節度使)에 임명하고 출전을 허락했다. 봉상청은 낙양으로 부임하여 열흘만에 모은 6만의 군사로 안록산의 반군과 싸웠으나 새로 모은 군사들은 훈련이 되지 않은 오합지졸이라 싸움에서 대패하고 고선지와 함께 동관(潼關_으로 후퇴하여 반군의 진격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감군으로 나온 환관 변령성(邊令誠)의 모함으로 받아 고선지와 함께 살해되었다.

3)설해(雪海) : 《신당서·서역전(西域傳)》에 발달령(勃達嶺)과 홀령(忽嶺) 사이의 계곡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강물이 오랑캐땅을 거쳐 바다로 들어간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눈으로 뒤 덮인 그 강 유역의 설원을 지칭한 것 같다.

4)금산(金山) : 알타이산맥이다. 몽고말로 금(金)은 알타이다. 신강자치구와 몽골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알타이산맥은 윤대로부터 직선거리 800키로다. 가을이 되면 살찐 말을 타고 변경을 침입하는 흉노와의 전쟁이 발발했다는 의미다.

5)오화연전(五花連錢) : 오화와 연전은 모두 말 이름이다. 오화마(五花馬)는 검고 흰 반점이 있는 말이고, 연전마(連錢馬)는 동전을 이어놓는 듯한 반점이 있는 말이다. 다른 설에는 당나라 사람들이 말을 치장할 때 갈기를 땋는데, 다섯 개를 땋으면 오화, 세 개를 땋으면 삼화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6)차사(車師) : 한나라 때 서역에 있었던 나라 이름이었으나 후에 중국의 영토가 되어 당나라 때는 북정도호부의 치소를 두었다. 신강성 성도 우루무치[烏魯木齊] 동북이다.

윤대가(輪臺歌)

奉送封大夫出師西征(봉송봉대부출사서정)

- 서쪽으로 출정하는 봉대부를 전송하며 -

輪臺城頭夜吹角(윤대성두야취각)

윤대성 성두에서 밤에 호각 불자

輪臺城北旄頭落(윤대성북모두락)

윤대성 북쪽에서 묘성(昴星)이 떨어졌다.①

羽書昨夜過渠黎(우서작야과거려)

어젯밤 우서(羽書)가 거려(渠黎)를 넘어왔는데②

單于已在金山西(선우이재금산서)

선우가 이미 금산 서쪽에 있다고 했다.

戍樓西望煙塵黑(수루서망연진흑)

수루에서 서쪽 멀리 바라보니 연기와 먼지 시커멓고

漢軍屯在輪臺北(한군둔재윤대북)

우리 군대는 윤대의 북쪽에 주둔했다.

上將擁旄西出征(상장옹모서산정)

상장군 깃발 세우고 서쪽으로 출정하니

平明吹笛大軍行(평명취적대군행)

날이 밝자 피리불면서 대군이 행군을 시작했다.

四邊伐鼓雪海湧(사변벌고설해용)

사방에서 치는 북소리에 설해가 용솟음치고

三軍大呼陰山動(삼군대호음산동)

삼군이 치는 기합소리에 음산이 진동한다.

虜塞兵氣連雲屯(로새병기연운둔)

오랑캐의 요새에는 전쟁의 기운이 구름까지 잇닿아 있고

戰場白骨纏草根(전장백곡전초근)

전쟁터에는 백골이 풀뿌리와 얽혀있다.

劍河風急雲片闊(검하풍금운편활)

세찬 검하의 바람에 구름 조각도 성기니

沙口石凍馬蹄脫(사구석동마제탈)

모래언덕의 돌도 얼어 말발굽도 떨어져 나간다.

亞相勤王甘苦辛(아상근왕감고신)

아상께선 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고생을 달게 여기니③

誓將報主靜邊塵(서장보주정변진)

임금에게 보답하여 변방의 전란을 안정시켰다.

古來青史誰不見(고래청사수불견)

예로부터 청사의 인물 그 누가 로르리오마는

今見功名勝古人(금견공명승고인)

지금 보건대 그대 공명은 옛사람보다 뛰어나도다.

주석

1)모두(旄頭) : 별이름으로 28수 중의 하나인 묘성(昴星)이다. 《사기·천관서(天官書)》에 “昴曰旄頭, 胡星也”라는 기사가 있다. 모두성이 떨어졌다는 말은 오랑캐가 곧 전멸한다는 의미다. .

2)우서(羽書)는 우격(羽檄)이다. 군대에서 쓰는 문서로 긴급한 일에는 깃을 꽂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거려는 지명으로 윤대 남쪽 고을이다.

3)아상(亞相) : 상국에 버금가는 재상이라는 말로 어사대부는 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관직이었다.

※앞서의 주마천행(走馬川行)이나 본 윤대가(輪臺歌)는 천보 13년에 입조하여 어사대부(御史大夫)와 북정도호(北庭都护)，지절충이서절도사(持节充伊西节度等使)로 발령받아 정주(庭州)에 부임했을 때 군영에 있던 잠삼이 봉상청의 모습을 보고 지은 시가다.

잠삼(岑參)

호북성(湖北省) 강릉(江陵) 출생이다. 태종(太宗) 때의 재상 잠문본(岑文本)의 증손으로 744년에 진사가 되었다. 안서절도사(安西節度使)의 서기관으로서 두 번에 걸쳐 북서의 변경요새의 사막지대에 종군한 체험을 살려서 쓴 새외시(塞外詩)는 풍부한상상력과 이국정서를 생생하게 그려 당시(唐詩) 가운데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시집을《잠가주집(岑嘉州集)》이라 한 것도 마지막 벼슬이 가주(嘉州 : 현 四川省 樂山縣)의 자사(刺史)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였기 때문에 가정이 영락하여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어릴 때부터 경서와 사서를 열심히 탐독한 그는 20세에 장안에 올라가 황궁에 글을 올려 벼슬을 요구했다. 후에는 또 하삭(河朔)을 유람했다. 30세에 진사에 급제하여 병조참군의 관직을 받았다. 천보(天寶) 8년인 서기 749년 안서사군절도사(安西 四郡節度使) 고선지(高仙芝)의 막부서기로 있었고, 천보 13년에는 안서북정절도사(安西北庭節度使) 봉상청(封常淸)의 판관이 되었다. 두 번에 걸쳐 변경에 파견되어 신강, 감숙, 섬서 일대에서 6년 동안 군대에 복무했다. 안사(安史)의 란이 발발한 후 두보의 추천으로 우보궐(右輔闕) 등의 벼슬을 지냈다. 그 후 대력(大歷) 원년 서기 766년에 가주자사가 되었다가 후에 파직당하고 성도(成都)에서 객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