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강(涉江)》과 함께 굴원이 장강 남쪽으로 재차 추방되었을 때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창작 연대를 두고 여러 학설이 있다. 우선 작품의 내용 중 ‘지금까지 9년이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즉 ‘至今九年而不復(지금구년이불복)‘의 구절을 근거로 강남에 도착하여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왕명을 기다리다가 영도(郢都)를 그리워하며 창작했다는 설이 첫째다. 초경양왕(楚頃襄王) 21년 기원전 278년, 진나라 장군 백기(白起)가 영도를 공격하여 함락시킨 직후에 지은 작품이라는 근래에 제기된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그러나 전자의 9년은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부정지수로 보아야 할 듯하고, 후자는 작품 내용 중 전쟁의 참담함이나 진병(秦兵)의 강포한 침략행위에 대해 증오하는 구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으로 보아 이는 영도 함락사건과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왕일(王逸)의《초사장구(楚辭章句)》에서는 이 작품을 ‘굴원이 비록 추방되었지만 마음은 초나라에 머물면서 배회하며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으나 참소(讒訴)와 아첨(阿諂)하는 무리들에 가려 임금을 보고파도 볼 수 없었음으로,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애영(哀郢)》을 읽고 그 뜻을 슬퍼했다.’고 했다. 강남으로 추방되어 처음 유랑의 길을 떠날 때의 정경과 당시의 경로, 그리고 오랜 유배 끝에 나라를 걱정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려져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장기(蔣驥)의 《山帶閣註楚辭(산대각주초사)》에서 ‘굴원의 작품《애영(哀郢)》의 내용은 영도(郢都)를 떠나 능양(陵陽)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쪽에서 동쪽으로 갔고, 《섭강(涉江)》은 악저(鄂渚)에서 서포(漵浦)로 간 여정을 보여 준다. 모두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간 거슬로 올라간 여정을 기린 작품으로 능양에 이미 추방된 후의 일이다.’라고 했듯이 섭강(涉江)》과 함께 굴원의 강남 유배 시의 여정을 살피는 데 귀중한 문헌이기도 하다.
2020-02-09 23: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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