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강(涉江)

섭강의 강은 장강(長江) 즉 대강(大江)이다. 초회왕은 진(秦)나라에 속아 회맹에 참석했다가 포로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진나라에서 분사했다. 제나라에 인질로 가 있던 태자 웅횡(熊橫)이 귀국하여 초왕(楚王)의 자리에 올랐다. 태자 웅횡이 초경양왕(楚頃襄王)이다. 굴원이 부친의 원수를 갚을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진나라와 우호를 맺은 경양왕을 비난하자 영도에서 추방되어 장강과 한수 강변을 유랑하면서 이 시를 지어 불렀다. 굴원은 장강을 건너 원수(沅水) 서쪽의 상류로 들어가 홀로 은거하면서 억울한 심경을 노래했다. 이 작품에 보이는 굴원의 여정을 보아 《애영(哀郢)》의 속편에 해당한다.

왕일(王逸)은《초사장구(楚辭章句)》에서 “자신의 복장이 다른 사람과 다르고 뜻이 높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장강 위를 배회하며, 소인이 등용되고 군자가 해를 당하는 세태를 한단했다.”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기복(奇服)을 좋아하는 성품은 이미 늙은 후에도 변함이 없이 세월을 초월한 고귀한 정신을 품고 멀리 신유(神遊)하는 낭만적인 상념을 노래했으며 산중의 우울하고 고독한 생활을 슬퍼하고 소인배들 때문에 현인이 해를 당한 것을 탄식하며 드디어 은사(隱士)로써 멀리 떠나려고 결심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一

余幼好此奇服兮(여유호차기복혜)

어려서부터 기이한 옷을 좋아했던 나는

※기복(奇服) : 희귀하고 좋은 복장. 지행(志行)이 고결함을 상징한다.

年旣老而不衰(연기노이불쇠)

늙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아

帶長鋏之陸離兮(대장협지육리혜)

긴 검을 허리에 늘어지게 차고

※장협(長鋏) : 초나라는 검(劍)을 협(鋏)이라고 했다.

※육리(陸離) : 허리에 찬 긴 칼이 늘어져 흔들리는 모습

冠切雲之崔嵬(관절운지최외)

우뚝 솟은 절운관을 썼도다.

※절운(切雲) : 초나라 사람들이 쓰고 다녔던 관 이름으로 관이 높아 구름까지 닿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被明月兮珮寶璐(피명월혜패보로)

등에 명월주를 달고 허리에 보옥 찼으나

※피(被) : 피(披)로 등에 걸친다는 뜻이고 로(璐)는 아름다운 옥의 이름이다.

世溷濁而莫余知兮(세혼탁이막여지혜)

세상이 혼탁하니 나를 알아주지 않고

駕靑虯兮驂白螭(가청규혜참백리)

뿔 달린 푸른 규룡(虯龍)과 뿔 없는 백룡이 끄는 수레를 타고

※규(虯) : 머리 양쪽에 뿔이 있는 어린 용, 혹은 이무기이고 리(螭)는 뿔이 없는 어린 용이다.

※참(驂)은 참마(驂馬)로 수레를 끄는 네 마리 중 바깥쪽의 말이다. 왼쪽 말을 좌참마, 오른쪽의 말을 우참라고 하고 가운데 말은 복마(服馬)다.

吾方高馳而不顧(오방고치이불고)

나는 먼 곳으로 달려가 되돌아보지 않으련다.

吾與重華遊兮瑤之圃(오여중화유혜요지포)

나는 순임금과 함께 요지포로 달려가 놀다가

※요지포(瑤之圃) : 상제가 사는 하늘나라에서 옥나무[옥수(玉樹)]가 자라는 밭이다. 요(瑤)는 아름다운 옥이다.

登崑崙食玉英(등곤륜식옥영)

곤륜산에 올라 옥화(玉花)를 따먹으며

※곤륜(崑崙) : 신선이 산다는 전설상의 산이름으로 상제가 일구는 현포(顯圃)가 있다. 고대 중국인들이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겼다.

與天地兮同壽(여천지혜동수)

천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살고

與日月兮同光(여일월혜동광)

일월(日月)과 함께 빛나리다.

哀南夷之莫吾知兮(애남이지마오지혜)

남방의 오랑캐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서러우나

旦余濟乎江湘(단여제호강상)

아침에 나는 강수와 상수를 건너노라.

二

乘鄂渚而反顧兮(승악저이반고혜)

악저(鄂渚)에 올라서 되돌아보니,

※악저(鄂渚) : 지금의 호북성(湖北省)의 악수(鄂水) 강심 있는 섬 이름이다.

欸秋冬之緖風(애추동지서풍)

아! 슬픈 겨울바람 부는구나

※서풍(緖風) : 한풍의 뜻으로 찬기운이 남아 있는 바람

步余馬兮山皐(보여마혜산고)

내 말을 산기슭 물가에 거닐게 하고

邸余車兮方林(저여거혜방림)

수레를 멈추어 방림에서 묵노라!

乘舲船余上沅兮(승령선여상원혜)

창 달린 작은 배를 타고 원수(沅水)를 거슬러 올라

※령(舲) : 창 있는 작은 배.

齊吳榜以擊汰(제오방이격태)

오나라 노를 가지런히 하여 물살을 헤치는데

船容與而不進兮(선용여이부진혜),

배는 느릿느릿 나아가지 않고

※용여(容與) : 유예(猶豫)로 주저주저 멈칫 하는모양.

淹回水而疑滯(암회수이의체).

소용돌이 물에 걸려 머물러 있네.

朝發枉陼兮(조발왕저혜)

아침에 왕저(枉陼)를 떠나서

※왕저(枉陼) : 지금의 호남성 상덕시(常德市) 남쪽으로 흐르는 강으로 왕수(枉水)다. 왕수는 상덕시 남의 금하산(金霞山)에서 발원하여 동북으로 흘러 원수(沅水)로 들어간다. 저(陼)는 저(渚)와 같다..

夕宿辰陽(석숙진양).

저녁에 진양(辰陽)에서 머무노라.

※진양(辰陽) :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진주(辰州) 부근의 지명.

苟余心其端直兮(구여심기단직혜)

진실로 나의 마음이 바르고 곧으니

雖僻遠之何像(벽원지하상)

수비록 멀고 동떨어진 곳이라 해도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三

入漵浦余儃佪兮(입서포여천회혜)

서포에 들어가 배회하다가 아득하여

※서포(漵浦) : 지금의 호남성 진양시(辰陽市) 서포현(漵浦縣)으로 원수(沅水)의 상류로 심산(深山)이 있다. 현재도 묘족(苗族)의 거주지다.

※천회(儃佪): 맴돌다. 머뭇거리며 잘 나아기 않는 모양.

迷不知吾所如(미부지오소여)

길잃어 내가 갈 곳 모르겠다.

深林杳以冥冥兮(심림묘이명명혜)

아득한 깊은 숲 어두워지니

猨狖之所居(원유지소거)

원숭이들의 거처로다.

※원유(猿狖) : 긴꼬리원숭이

山峻高以蔽日兮(산준고이폐일혜)

산은 험하고 높아서 해를 가리고

下幽晦以多雨(하유회이다우)

아래는 깊고 음침해서 비가 많이 내린다.

霰雪紛其無垠兮(산설분기무은혜)

싸락눈은 아주 많이 내려 끝이 없고

雲霏霏而承宇(운비비이승우)

구름은 자욱하게 처마에 닿아 있다.

※ 비비(霏霏) : 구름이 자욱히 낀 모양

哀吾生之無樂兮(애오생지무락혜)

내 삶의 무미함을 슬퍼하며

幽獨處乎山中(유독처호산중)

홀로 이 외진 산중에 사노라

吾不能變心(오불능변심

나는 마음을 바꾸어

而從俗兮이종속혜)

속세를 따를 수 없으니

固將愁苦而終窮(고장수고이종궁)

진실로 근심 속에 평생 고생하리라.

※終窮 : 終身困窮으로 평생 곤궁하게 살다.

四

接輿髡首兮(접여곤수혜)

접여(接輿)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미친체 했고

※접여(接餘) :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초나라의 은사(隱士)로 육통(陸通)의 자다. 일부러 미친 척하여 세상을 피해 다녔으며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지어먹는 것을 해결했다.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 “楚狂接輿(초광접여)”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공자(孔子)가 그의 나이 62세 때인 초소왕(楚昭王)이 재위하던 기원전 488년에 초나라에 들렸을 때 접여는 공자가 타고 지나가던 수레 옆에서 공자를 비웃으며 노래했다

桑扈𦆁行(상호영행)

상호(桑扈)는 발가벗고 돌아다.

※『장자』의 자상호(子桑戶)와 동일인으로 접여와 같이 세상을 피해 살았다고 했다.

忠不必用兮(충불필용혜)

충신이라고 반드시 등용되는 법은 없으며,

賢不必以(현불필이)

어질다고 기용되란 법 없으니

伍子逢殃兮(오자봉앙혜)

오자서(伍子胥)는 재앙을 당했고,

比干菹醢(비간저해).

비간(比干)은 죽어서 소금에 절여졌다.

※비간(比干) : 은(殷)의 주왕(紂王)의 숙부로 주왕의 폭정을 간하다 가슴이 찢겨 죽었다.

與前世而皆然兮(여전세이개연혜)

자고로 모두 다 그러했는데,

吾又何怨乎今之人(오우하원호금지인)

내가 어찌 오늘날의 사람들을 원망하겠는가!

余將董道而不豫兮(여장동도이불예혜)

나는 바른길을 따라서 주저하지 않다가

固將重昏而終身(고장중혼이종신)

거듭 어두운 세상을 만나 이 목숨을 마치리라.

五

亂曰(란왈)

란사(亂詞)에 이르기를,

※작품의 마지막에 전편의 대의를 요약해 놓은 후렴에 해당한다. 초사체에서 끝에 덧붙여 자신의 감정을 서술하는 형식이다.

鸞鳥鳳凰(란조봉황

란새, 봉황 같은 길조들은

日以遠兮(일이원혜)

나날이 멀어져 가고

燕雀烏鵲(연작오작)

제비, 참새, 까마귀, 까치 같은 잡새들은 ,

巢堂壇兮(소당단혜)

고당과 뜰에 깃들며

露申辛夷(로신신이

신초와 신이풀이

死林薄兮(사림박혜)

무성한 숲풀 속에서 죽고

腥臊並御(성조병어

비린내 나는 악취는 잘 쓰여지는데,

芳不得薄兮(방부득박혜)

향기나는 것은 쫓겨난다.

陰陽易位(음양역위)

소인과 군자의 자리가 바뀌어져 있고

※음과 양이 자리가 바뀌다. 소인은 조정에, 군자는 재야에 있음을 비유했다.

時不當兮(시부당혜)

때가 온당치 않으니,

懷信侘儕(회신택제홀호)

진실된 마음을 품고서 실의에 젖어 있다가

忽乎吾將行兮(홀호오장행혜)

나는 장차 떠나리라.

《섭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