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상화가사(相和歌辭)·슬조곡(瑟調曲)》에 실려있다. 장안(長安)에서 촉(蜀)으로 들어가는 길의 험난함을 읊은 작품으로 이백이 장안에서 이 시를 하지장(賀知章)에게 보여주었다. 하지장이 보고 ‘하늘에서 폄적(貶謫) 된 신선(神仙)의 작품이다.’라고 극찬했다. 촉으로 가는 길의 험준함을 빼어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시의 체계 상 잡언(雜言)은 마음대로 구사하여 기이한 표현과 그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이백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噫吁巇危乎高哉(억우회위호고재)
아아 높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하여라.
蜀道之難難於上靑天(촉도지난난어상청천)
촉(蜀)으로 가는 길은 푸른 하늘 가기보다 더 어렵다.
蠶叢及魚鳧(잠총급어부)
잠총(蠶叢)과 어부(魚鳧)가 ①
開國何茫然(개국하망연)
까마득한 옛날에 나라를 열어
爾來四萬八千歲(이래4만8천세)
그 이후로 사만 팔 천년
不與秦塞通人煙(불여진색통인연) ②
진(秦)나라 변경과는 인적이 통하지 않았지만
西當太白有鳥道(서당태백유조도)
태백산 서쪽 너머 새의 길이 있으니③
可以橫絶峨眉巓(가이횡절아미전)
아미산(峨眉山) 꼭대기를 가로질러 다녔을까? ④
地崩山摧壯士死(지붕산최장사사)
땅 꺼지고 산 무너져 장사(壯士)가 죽더니⑤
然後天梯石棧相鉤連(연후천제석잔상구연)
하늘에다 사다리 놓고 돌을 쌓아 잔도(棧道)를 놓았다.⑥
上有六龍回日之高標(상유육룡회일지고표)
위로는 육룡(六龍)이 해를 돌리는 높은 산이 있고 ⑦
下有衝波逆折之回川(하유충파역절지회천)
아래에는 역류하는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黃鶴之飛尙不得過(황학지비상부득과)
황학(黃鶴)이 날아서도 지나가지 못하고
猿猱欲度愁攀援(원노욕도수반원)
잔나비도 오르는 데에 어려워한다.
靑泥何盤盤(청니하반반)
청니(靑泥) 고개는 어찌 그리 반반(盤盤)인가?⑧
百步九折縈巖巒(백보구절영암만)
백 걸음에 아홉 굽이 바위산을 감돌아
參歷井仰脅息(분삼역정앙협식)
삼성(參星)을 밟고 정성(井星)을 지나 하늘을 쳐다보고 숨쉬고는⑨
以手撫膺坐長歎(이수무응좌장탄)
손으로 가슴 쓸고 앉아서 탄식한다.
問君西遊何時還(문군서유하시환)
그대는 서방을 다니다가 언제 돌아오려나?
畏途巉嚴不可攀(외도참엄불가반)
두렵고 가파른 길 험해서 오를 수 없네.
但見悲鳥號古木(단견비조호고목)
보이는 것이란 고목에서 슬피 우는 새
雄飛雌從繞林間(웅비자종요림간)
숫놈이 날으니 암놈도 따라 수속에서 헤맨다.
又聞子規啼夜月愁空山(우문자규제야월수공산)
달밤의 수심 어린 공산(空山)에 자규의 울음소리 들리는데⑩
蜀道之難難於上靑天(촉도지난난어상청천)
촉(蜀)으로 가는 길 어려워라 푸른 하늘 가기보다 더 힘들어
使人聽此凋朱顔(사인청자조주안)
듣기만 하게 해도 홍안(紅顔)에 주름진다.
連峰去天不盈尺(연봉거천불영척)
연이은 산봉우리 하늘에서 한자도 못 미치고
枯松倒挂倚絶壁(고송도괘의절벽)
기암절벽에는 마른 소나무 걸려있다.
飛湍瀑流爭喧豗(비단폭류쟁훤회)
비단폭류(飛湍瀑流)는 시끄럽게 다투면서
砯崖轉石萬壑雷(빙애전석만학뢰)
벼랑 치고 바위 돌아 만학(萬壑)에 우레 치네.
其險也如此(기험야여차)
그 험하기가 바로 이와 같은데
嗟爾遠道之人(차이원도지인)
먼길을 온 그대여
胡爲乎來哉(호위호래재)
어이하러 오셨는가?
劍閣崢嶸而崔嵬(검각쟁영이최외)
검각(劍閣)은 가파롭고 높디높아서⑪
一夫當關(일부당관)
관문(關門)을 지키는 이는 한 사람이나
萬夫莫開(만부막개)
만 사람이 와서도 열지 못한다.
所守或匪親(소수혹비친)
지키는 사람이 친한 이가 아니면
化爲狼與豺(화위랑여시)
이리나 승냥이로 변할지도 모른다네.
朝避猛虎(조피맹호)
아침에 맹호(猛虎)를 피하고
夕避長蛇(석피장사)
저녁에는 긴 뱀을 피해서
磨牙吮血(마아연혈)
이빨을 갈고 피를 빨고는
殺人如麻(살인여마)
삼대 줄기 자르듯 사람을 죽인다.
錦城雖云樂(금성수운락)
금성(錦城)에서는 즐겁다 하겠지만⑫
不如早還家(불여조환가)
일찌감치 집에 감만 못 하겠구나.
蜀道之難難於上靑天(촉도지난난어상청천)
촉(蜀)으로 가는 길 어려워라! 푸른 하늘 가기보다 더 어려워,
側身西望長咨嗟(측신서망장자차)
몸을 돌려 서쪽 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주석
① 잠총급어부(蠶叢及魚鳧) : 잠총(蠶叢), 어부(魚鳧)는 모두 전설적인 촉(蜀)나라의 임금 이름이다.
② 불여진새통인연(不與秦塞通人煙) : 진나라는 지금의 섬서성(陝西省)에 있었고 촉나라는 진령(秦嶺)과 대파산맥(大巴山脈)을 넘어 서남쪽에 위치했다. 촉(蜀)은 지금의 사천분지(四川盆地)를 말한다.
③태백산(太白山) : 사천성과의 경계를 이루는 섬서성 남쪽의 진령 서단에 있는 산이름으로 해발 3700미터다.
④아미산(峨眉山) : 대도하(大渡河)와 민강(岷江)이 합류하는 낙산시(樂山市) 동쪽에 있는 해발 2.150미터의 중국 불교 4대 성산(聖山) 중 하나다. 섬서성의 태백산과 사천성 중남부의 아미산 까지의 거리는 약 500키로 떨어져 있다.
⑤ 장사사(壯士死) : 진(秦)나라의 혜문왕(惠文王 BC337-311)이 촉(蜀)나라 임금이 여색(女色)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섯 명의 미녀를 촉에 보내자 촉나라 임금은 다섯 명의 장사를 보내 미녀들을 맞이하게 하였다. 이들 일행이 재동(梓潼)을 지날 때 구멍 속에 들어가 있던 큰 뱀을 발견했다. 이에 다섯 장사들이 달려들어 뱀의 꼬리를 잡아당겼더니, 땅이 무너져 남녀 열 명 모두가 생매장되고 산도 무너져 다섯 개의 언덕을 이루었다는 전설이다. 한편 금우도(金牛道)에 얽힌 전설도 있다. 촉 땅을 점령하려고 했던 혜문왕은 험한 산에 가로막혀 군사들을 보낼 수 없었다. 이에 진나라는 돌로 다섯 마리의 소를 만들어 황금 똥을 눈다고 촉나라 왕을 속여 그 소를 끌고 가도록 했다. 촉나라가 도로를 개설하면서 돌로 만든 소를 끌고 가자 그 뒤를 장의(張儀)와 사마조(司馬錯)가 진군을 이끌고 따라가 촉나라를 멸하고 진나라 땅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도로를 금우도라고 불렀다.
⑥ 잔도(棧道) : 절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 나무를 넣어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를 판자로 덮어 낸 길이 잔도(棧道)다. 대표적인 길은 포야도(褒斜道)다. 섬서성 미현(眉縣)의 위수 남안에서 출발하여 해발 3700미터의 태백산을 넘어 한중(漢中)으로 들어가는 길인데 그 길이는 300여 키로미터에 달했다. 유방이 항우에게 쫓겨 한중으로 들어간 다음 잔도를 모두 불태움으로해서 항우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관중으로 다시 나오기 위해 잔도를 건설할 경우 그 공사기간은 근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⑦육룡(六龍) : 고대 설화에 태양(太陽)의 신(神) 희화(羲和)는 여섯 마리의 용(龍)이 끄는 수레에 태양을 싣고 하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리게 했다고 했다. 이 구절(句節)은 희화의 수레도 촉(蜀)나라의 산이 하도 높아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⑧청니(靑泥) : 섬서성(陝西省) 략양현(略陽縣) 서북쪽에 있는 유명한 고개 이름이다. 섬서성(陝西省)에서 사천성(四川省)으로 넘어가는데 지나야 하는 요해처다. 섬서성 한중시(漢中市) 서쪽 50키로에 위치해 있다.
⑨삼성(參星)과 정성(井星) : 삼성(參星)과 정성(井星)은 겨울철 북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 이름이다. 삼성(參星)은 정성(井星)의 동남쪽에서 보인다. 중국 고대 천문학(天文學)에서는 성좌(星座)와 지상의 구역을 관련시켜서 생각하였는데 삼성은 사천성(四川省-蜀)을, 정성(井星)은 섬서성(陝西省-秦)을 의미했다.
⑩자규(子規) : 소쩍새로 촉(蜀) 나라에 특히 많았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망명한 촉(蜀)나라 임금 두우(斗宇)는 귀향의 염원도 헛되이 타향(他鄕)에서 원한을 품고 죽었다. 그 넋이 이 새로 변하여 해마다 늦봄이면 슬픈 소리로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不如歸去(불여귀거-돌아감만 못해요.)라고 들린다 한다.
⑪검각(劍閣) : 사천성(四川省) 검각현(劍閣縣)의 북쪽 대검산(大劍山)과 소검산(小劍山) 사이를 연결한 잔도(棧道)의 이름을 말한다. 일명 검문관(劍門關)이라고도 한다. 촉(蜀)나라의 산천은 험하기로 유명한데 검각(劍閣)은 그 중에서도 가장 험한 곳이다.
⑫금성(錦城) : 성도(成都)의 별칭이다. 옛날에 비단을 짜는 관청이 있었기 때문에 금관성(錦官城) 또는 금성(錦城)이라 불렀다.
2004-12-23 17: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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