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인증조패장군(丹靑引贈曹霸將軍)

- 조패장군에게 올리는 채색그림 노래-

두보(杜甫)

인(引)은 악부시(樂府詩)의 한 장르로 제목 끝에 붙인다. 명조의 오눌(吳訥)은 《문장명변(文章明辯)》에서 「일의 근본과 종말을 서술하여 앞뒤의 차례를 나열함으로 그 뜻을 끌어낸다 하여 인(引)이라 했다.」라고 했다. 남송의 강기(姜夔)도 《백석시설(白石詩說)》에서 「처음과 끝을 기록하는 하여 뜻을 드러내게 하는 문장을 인(引)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두보(杜甫)의 《단청인(丹靑引)》,《도죽장인(桃竹杖引)》과 이백(李白)의 《비룡인(飛龍引)》 등이 후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將軍魏武之子孫(장군위무지자손)

조패장군①은 위무제의 자손인데

于今爲庶爲靑門(우금위서위청문)

지금은 서민이 되어 한미한 집안이다.

英雄割據雖已矣(영웅할거수이의)

영웅할거 시대의 자태는 이미 잃었지만

文采風流今尙存(문채풍류금상존

문체와 풍류는 여전하다.②

學書初學衛夫人(학서초학위부인)

처음 위부인에게서 배운 글씨는③

但恨無過王右軍(단한무과왕우군)

단지 왕우군을 넘지 못했음이 한이었다.④

丹靑不知老將至(단청부지노장지)

채색 그림 그리느라 늙어가는 줄도 모르고⑤

富貴于我如浮雲(부귀우아여부운)

부귀는 뜬구름 같다고 했다.

開元之中常引見(개원지중상인견)

개원의 날에는 항상 불리어가⑥

承恩數上南熏殿(승은삭상남훈전)

임금의 은혜를 입어 몇 번이나 남훈전에 올랐다.⑦

凌煙功臣少顔色(능연공신소안색)

능연각(凌練閣) 공신들 낡은 화상은⑧

將軍下筆開生面(장군하필개생면)

장군의 붓질 한번으로 다시 살아났다.

良相頭上進賢冠(량상두상진현관)

훌륭한 재상의 머리에는 진현관이요⑨

猛將腰間大羽箭(맹장요간대우전)

용맹한 장군의 허리에는 대우전이다.⑩

褒公鄂公毛發動(포공악공모발동)

포공과 악공의 머리털은 일어나고⑪

英姿颯爽猶酣戰(영자삽상유감전)

영용하고 힘찬 모습은 오히려 전쟁을 즐기는 듯했다.

先帝天馬玉花驄(선제천마옥화총)

현종 황제가 타시던 천마와 옥화총은⑫

畫工如山貌不同(화공여산모부동)

수많은 화공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렸으나

是日牽來赤墀下(시일견내적지하)

이 날 이끌리어 붉은 섬돌 아래로 서자

逈立閶闔生長風(형립창합생장풍)

멀리 창합에 섰는데도 바람이 이는 듯했다.⑬

詔謂將軍拂絹素(조위장군불견소)

흰 비단에 옥화총을 그리라는 황명이 내리니

意匠慘淡經營中(의장참담경영중)

장군은 마음속 깊숙이 그림을 구상한다.

斯須九重眞龍出(사수구중진룡출)

잠깐 사이에 궁궐 깊은 곳에서 진짜 용이 나타나

一洗萬古凡馬空(일세만고범마공)

만고의 평범한 말그림 한꺼번에 씻어 없애고

玉花卻在御榻上(옥화각재어탑상)

천자의 침상에 걸려 있던 옥화총 한 마리 있어

榻上庭前屹相向(탑상정전흘상향)

뜰 앞의 옥화총과 서로 마주 대하게 되었다.

至尊含笑催賜金(지존함소최사금)

기뻐하신 황제는 황금 내리라고 재촉하시고

圉人太仆皆惆悵(어인태부개추창)

어인과 태복은 모두 실망했다.⑭

弟子韓幹早入室(제자한간조입실)

제자 한간이 일찍부터 배워⑮

亦能畫馬窮殊相(역능화마궁수상)

그 역시 말을 훌륭히 그려냈으나

干惟畫肉不畫骨(간유화육부화골)

말의 겉모습이지 내면을 그리지 못해

忍使驊騮氣凋喪(인사화류기조상)

명마 화류의 기마저 죽게 만들었다.⑯

將軍畫善蓋有神(장군화선개유신)

장군의 그림에는 신기가 깃들어 있었고

偶逢佳士亦寫眞(우봉가사역사진)

훌륭한 선비 만나면 실물처럼 그려 주었다.

卽今漂泊干戈際(즉금표박간과제)

지금은 전쟁 중이라 떠돌아다니면서

屢貌尋常行路人(누모심상항노인)

길가는 사람들도 자주 그린다.

途窮返遭俗眼白(도궁반조속안백)

앞길은 막히고 속인들까지 백안시 하니⑰

世上未有如公貧(세상미유여공빈)

세상엔 조공처럼 가난한 사람 아직 없다.

但看古來盛名下(단간고내성명하),

다만 옛날부터 천하에 이름 이룬 사람 살펴보면

終日坎壈纏其身(종일감람전기신)

죽을 때까지 불우함이 그의 몸을 얽맸다.

주석

①조패(曹覇) : 삼국시대 위무제(魏武帝) 조조(曹操)와 위소제(魏少帝) 조모(曹髦)의 후예로 당현종(唐玄宗)에게 출사하여 대장군으로 승차했다가 후에 죄를 짓고 서민으로 강등된 후에 그림에 정진하여 말을 잘 그렸음으로 개원(開元) 연간에 이름이 높았다.

②문채(文彩) : 문(文)은 건안 칠자로 건안문학을 주도했던 조조, 조비(曹丕), 조식(曹植) 3부자의 문재를 뜻하고 채는 학문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던 조모의 그림솜찌를 뜻한다.

③위부인(衛夫人) : 동진 왕조 때 활약했던 여성 서법가로 이름은 삭(鑠)이고, 정위(廷尉) 위전지(衛展之)의 여동생이며 여음태수(汝陰太守) 이구지(李矩之)의 처다. 예서에 능한 서예가로 왕희지에게 서법을 전했다고 했다.

④왕우군(王右軍) : 중국 역사상 제일의 서예가이며 서성(書聖)이라고 불리는 동진(東晋) 왕조 때의 왕희지(王羲之)의 별호다.

⑤不知老將至(부지노장지) : 다가오고 있는 늙음을 알지 못함. 어떤 일에 몰입하여 가는 세월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 《논어(論語)․술이편(述而篇)》에 「그의 사람됨은 학문에 열중하면 식사를 잊으며 도를 즐기면 근심을 잊어, 닥쳐오는 늙음을 느낄 새도 없다[其爲人也 發憤忘食 樂而忘憂 不知老之將之]」에서 인용한 문구

⑥개원(開元) : 당현종의 연호로713-741년 동안의 기간이다. 개원년간 당현종이 이룩한 정치적인 치적을 개원지치(開元之治)라 부른다.

⑦남훈전(南熏殿) : 중국 역대 왕조의 전각이나 성문에 남훈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건축물이 매우 많다. 그 중 당나라 때의 남훈전에 대해서 《장안지(长安志)》에 “남쪽의 흥경궁(兴庆宫) 내의 정전은 흥경전(兴庆殿)이라고 부르고 그 앞에 난 문을 영주문(瀛洲门)을 들어가면 남훈전(南薰殿)이 있고 북쪽에는 용지(龙池)”라는 기사가 있다. 순임금이 지었다는 남풍가(南風歌)의 ‘남풍지훈(南風之熏).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⑧능연각(凌練閣) : 당태종이 염립본(閻立本)을 시켜 당나라 창업공신24명의 초상화를 그려 전시하도록 한 누각의 이름이다. 24명의 공신 초상화에 당태종이 직접 찬을 지어 병서했다. 염립본은 사대부출신의 화공으로 후에 직위가 공부상서를 거쳐 재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염립본의 부친 염비(阎毗)와 형 염립덕(阎立德) 삼부자는 모두 회화, 공예, 건축 등에 조에가 깊었다.

⑨進賢冠(진현관) : 옛날 황제를 조현할 때 착용한 일종의 예모. 원래는 유생들이 쓰던 모자였으나 당나라 때 관료들의 예모가 되었다. 《후산서(后汉书)·여복지(舆服志)․하편》에 “진현관은 까만 색의 천으로 만든 관으로 문인과 유생들이 복장이다. 앞면은7촌, 뒷면은3촌, 길이는8촌이다. 모자의 정수리에 난 골을 양이라고 하고 그 개수로 직급을 구분했다. 공후는3개, 중이천석 이하에서 박사는 두 개, 박사 이하 모두 이하는 모두1개 였다.

⑩대우전(大羽箭) : 당태종이 만들어 사용한 깃이4개 달린 큰 화살이다.

⑪포공(褒公)과 악공(鄂公) : 포공은 단지현(段志玄)이고 악공은 울지경덕(尉之敬德)이다.

1)단지현: 598년에 태어나서642년에 죽은 당나라의 창업공신이다. 이름은 웅이고 지현은 그의 호다. 지금의 산동 제남(濟南)인 제주(齐州) 추평(邹平) 출신이다. 일찍이 부친울 따라 태원으로 이주했다가 후에 당고조 이연이 기병했을 때 의 군문에 들어가 이세민의 부하가 되었다. 이세민을 따라 종군하여 왕세충을 평정하고 수차례 승진하여 진왕부(秦王府)의 우이호군(右二护军)이 되었다. 현무문의 정변 때 단지현은 태자 이건성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세민을 도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협조했다. 그 공으로 좌효위대장군(左骁卫大将军)이 되고 번국공(樊国公)에 책봉되었다. 정관 연간에 단지현은 서해도행군총관(西海道行军总管)이 되어 토욕혼(吐谷浑)을 원정을 행했다. 후에 우위대장군(右卫大将军)으로 승차하고 포국공(褒国公)으로 개봉되고 금주자사(金州刺史)의 직을 세습했다.

2) 울지경덕(尉遲敬德) : 경덕은 그의 자이고 이름은 공(恭)이다. 585년에 태어나서658년에 죽었다. 선비족 출신으로 지금의 산서성 삭성(朔城)인 삭주(朔州) 선양(鄯陽) 출신이다. 당나라 창업공신으로 능연각에 봉안된24명신 중의 한 명이다. 위인이 순박하고 충후한 성격에 일생을 전쟁터에 살면서 남북으로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전공을 무수히 세웠다. 현무문의 정변 때 이세민이 제위를 탈취하여 오르도록 도왔다. 후에 울지경덕은 민간에서 귀신과 사기를 쫓는 수호신으로 추앙되고 기복과 안녕을 지키는 중화문을 지키는 신으로 모셔졌다. 울지경덕과 진속보은 문을 지키는 신의 원형이 되었다.

⑫천마옥화총(天馬玉花驄) : 천마는 대완(大宛)에서 나는 명마로 피 같은 땀을 흘린다고 해서 한혈마(汗血馬)라고 했다.(사기 대원열전). 옥화총은 현종이 타던 말의 이름이다.

⑬창합(閶闔) : 하늘나라에 있는 궁전의 문으로 황궁의 문을 가리킨다.

⑭어인태복(圉人太仆) : 어인은 말을 기르는 관리이고 태복은 황제가 타고 다니는 말과 수레를 관리하는 관리의 명칭이다. 특히 태복이라는 관직은 진나라가 설치한9경 중의 하나로 역대왕조가 답습한 고위직이다.

⑮한간(韓幹) : 섬서 남전(蓝田) 출신으로 당현종 때 활약한 화가다. 어렸을 때 집안이 가난했음으로 항상 술집에서 술을 배달했다. 대시인 왕유(王維)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경비를 대어 그림을 배우게 했다. 처음에는 조패(曹覇)에게 배웠으나 후에 독자적인 화풍을 세워 결국 말그림의 대가로 성공하여 당현종 때 궁정화가가 되었다.

⑯화류(驊騮) : 주목왕(周穆王)이 타고 다녔던 팔준마(八駿馬) 중의 한 마리로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는 전설상의 명마다.

⑰途窮返(궁도반) : 궁도지곡(窮途之哭)이라고도 한다. 완적은 항상 미친 행동에 아무 것도 거리낌 없이 마음대로 행동했다. 그는 항상 혼자서 수레를 몰고 성문 밖으로 나가 말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겨 길을 가다가 마침내 길이 끊겨 수레가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면 땅에 내려 대성통곡을 한 후에 돌아오곤 했다.(진서 완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