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京雜記(서경잡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원제(漢元帝 : 재위前 49－33年)에게는 후궁이 너무 많아 천자가 한사람 한사람 볼 수 없어 화공으로 하여금 그녀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여 그 초상화를 보고 그 가운데 예쁜 여자들만 불렀다. 이에 후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화공에게 뇌물을 바쳤다. 많이 내는 자는 10만 전, 적게 내는 자도 5만 전은 바쳐야했다. 그러나 유독 자신의 미모를 자신했던 호가 소군(昭君)인 왕장(王嬙)만은 돈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에 결코 천자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때 세력이 커진 흉노가 입조하여 한나라의 미인을 구하고자 했다. 원제는 화공이 그린 후궁들의 초상화를 보고 그 가운데 가장 밉게 그려진 왕소군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자를 따라나선 왕소군을 본 황제는 그녀가 후궁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녀라는 사실을 알았다. 원제는 후회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 번복할 수 없었다. 원제는 일이 그렇게 된 책임을 물어 화공들을 모조리 주살하고 그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했다. 그때 화공 중의 한 명이 모연수(毛延壽)라는 설도 있다. 흉노의 후궁이 된 왕소군은 겉으로는 화려한 생활을 했지만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남편이 죽으면 후궁은 아들의 차지가 된다는 흉노의 법대로 자신의 남편이 손자로까지 바뀌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그가 묻힌 무덤의 풀은 항상 푸른 색을 띄고 있어 후세 사람들은 청총(靑塚)이라고 불렀다. 빼어난 미모를 갖추었으나 화공들의 농간으로 황제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흉노에게 시집가야 했던 왕소군에 빗대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추었으나 황제의 눈을 가리는 간신들 때문에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 이백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작품이다.
一
漢家秦地月(한가진지월)
한나라 때 진(秦) 땅에 뜬 달이
流影照明妃(유영조명비)
그림자 뿌리며 명비를 비춘다!
一上玉關道(일상옥관도)
옥문관 한 번 나서니
天涯去不歸(천애거불귀)
하늘 끝으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漢月還從東海出(한월환종동해출)
한나라 달은 여전히 동해에서 뜨지만
明妃西嫁無來日(명비서가무래일)
서쪽 땅으로 시집간 명비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燕支常寒雪作花(연지상한설작화)
연지산은 늘 추워 눈을 꽃으로 삼다가
蛾眉憔悴沒胡沙(아미초췌몰호사)
곱던 눈썹 초췌해져 오랑케 땅에 묻혔다.
生乏黃金枉圖畫(생핍황금왕도화)
살아서는 황금이 없어 초상화를 잘못 그리게 하더니
死留青冢使人嗟(사유청총사인차)
죽어선 청총을 남겨 탄식케 하네
二
昭君拂玉鞍(왕군불옥안)
왕소군이 치맛자락으로 옥구슬 안장 털고
上馬啼紅頰(상마체홍번)
말 위에 오르니 붉은 두 뺨이 운다.
今日漢宮人(금일한궁인)
오늘까지 한궁의 여인이지만
2011-05-09 15: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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