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頭吟(백두음)

탁문군(卓文君)

한무제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성도(成都)에 살던 아내 탁문군과 이별하고 장안에 올라가 상림부(上林賦) 한 편을 지어 올려 황제의 총애를 받아 랑관(郎官)이 되었음으로 일시에 뜻을 얻어 인생의 봄을 맞게 되었다. 이에 상여가 무릉(茂陵)의 여인을 첩으로 삼으려고 하자 참을 수 없었던 탁문군이 만고에 빛나는 백두음 한 편을 지어 남겼다.

탁문군의 슬픔과 원망을 표현한 백두음(白頭吟)을 보낸 후에 다시 상처를 입어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 결별서(訣別書)를 보냈다. 상여는 탁문군의 백두음과 후에 덧 붙인 병서(竝書)인 결별서를 읽고 감동했다. 옛날에 그녀에게서 입은 은혜와 사랑을 상기한 상여는 첩을 들이는 일을 중지하고 탁문군의 편지에 다음과 같이 회답했다.

“그대의 아름다운 시를 읽으니 함께 걸어왔던 옛날을 생각하게 하오 而回予故步(이회여고보), 이후로는 백두음의 노래를 생각하여 단청과 같은 한결같은 마음을 저버리지 않겠소. ”

그리고 얼마 후 사마상여는 고향집으로 돌아와 두 사람은 숲과 샘물이 있는 집에 살면서 해로했다. 탁문군의 백두음은 마음이 돌아선 남편을 되돌아서게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천고에 전해지게 되었다.

皚如山上雪(애여산상설)

희기도 하구나, 산 위의 눈처럼!

皎若雲間月(교약운간월)

밝기도 하구나, 구름 사이의 달처럼!

聞君有兩意(문군유양의)

그대 두마음 품었단 말 듣고

故來相決絶(고래상결절)

영원히 헤어지자 일부러 갔지

今日斗酒會(금일두주회)

오늘은 술을 함께하고

明旦溝水頭(명단구수두)

날 밝으면 도랑가에 서 있으리

躞蹀御溝上(섭접어구상)

궁궐 해자변을 걷자니

溝水東西流(구수동서류)

도랑물도 동서로 나누어 흐르네

淒淒復淒淒(처처부처처)

처량하고 또 처량해라

嫁娶不須啼(가취불수제)

혼인 때 눈물 흘리지 않았고

願得一心人(원득일심인)

한사람 마음 얻고자 했지

白頭不相離(백두불상리)

흰머리 되어도 서로 헤어지지 말자 했는데

竹竿何嫋嫋(죽간하뇨뇨)

낚싯대 어찌 그리 연약할까

魚尾何簁簁(어미하사사)

고기 꼬리 어찌 그리 팔딱일까

男兒重意氣(남아중의기)

남자는 의기를 중히 여기는데

何用錢刀爲(하용전도위)

어찌 금전을 사용해서 사랑을 사려 하는가!

병부서(竝附書)

春華競芳(춘화경방)

봄날의 백화는 만개하여 그 아름다움을 다투고

五色淩素(오색능서)

현란한 색조는 희고 순결한 얼굴을 가린다.

琴尚在御(금상재어)

거문고에서는 여전히 옛 노래 소리 울리는데

而新聲代故(이신성대고)

옛사람은 이미 모두 떠나고 새사람이 대신했다.

錦水有鴛(금수유앙)

금강(錦江)에 노니는 원앙 한 쌍

漢宮有木(한궁유목)

한나라 궁궐에 우뚝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彼物而新(피물이신)

모두들 한결같이 언제나 새로운 모습인데

嗟世之人兮(차세지인혜)

아, 세상 사람들여!

瞀於淫而不悟(무어음이불오)

미색에 미혹되어 새로운 것만 찾고 옛 것을 버리는구나!

朱弦斷(주현단명결경)

거문고 줄 끊어져 사랑하는 이 발길 끊어지고

明鏡缺(명경결)

맑은 거울은 흠집이 나니 남편과 아내가 헤어진다.

朝露晞(조로희)

아침 이슬이 마르자 연분은 다 했고

芳時歇(방시헐)

여인의 향기가 사라지니 사람들은 떠나간다.

白頭吟(백두음)

이에 백두의 노래를 불러

傷離別(상이별)

이별을 슬퍼하노라!

努力加餐勿念妾(노력가찬물염첩)

희망하건대 맛있는 음식을 드실 때 저를 괘념치 마십시오

錦水湯湯(금수탕탕)

저 호호탕탕한 금강에 대고 맹세하건대

與君長訣(여군장결)

이후로는 당신과 영원히 만나지 않으리라!

백두음(白頭吟)

이백(李白)

錦水東北流(금수동북류)

금수는 동북으로 흘러가고

波蕩雙鴛鴦(파탕쌍원앙)

한 쌍의 원앙새가 물결을 튕긴다

雄巢漢宮樹(웅소한궁수)

숫새는 한나라 궁궐의 나무에 깃들고

雌弄秦草芳(자농진초방)

암새는 진나라 풀향기를 희롱했다.

寧同萬死碎羽翼(영동만사쇄우익)

차라리 만 번을 같이 죽어 깃과 날개가 부서져도

不爲雲間兩分張(부위운간양분장)

구름 사이에 양쪽으로 나누어 날아가지는 않으리!

此時阿矯正矯妬(차시아교정교투)

이때 아교가 애교부리고 투기하니

獨坐長門愁日暮(독좌장문수일모)

홀로 문 앞에 앉아 지는 해 보고 근심했다네

但願君恩顧妾心(단원군은고첩심)

다만 그대가 내 마음을 살펴주기만을 원하니

豈惜黃金買詞賦(기석황김매사부)

어찌 황금으로 사(詞)와 부(賦) 사는 것을 아끼리오

相如作賦得黃金(상여작부득황김)

상여는 부를 지어 황금을 얻으니

丈夫好新多異心(장부호신다이심)

사내는 새사람 좋아하여 다른 마음이 생겼다네

一朝將聘茂陵女(일조장빙무릉녀)

어느 날 아침 무릉녀를 맞이하려 하니

文君因贈白頭吟(문군인증백두음)

탁문군은 백두음을 지어 보냈다네

長旴不整綠雲鬚(장우불정녹운수)

길 게 탄식하고 구름머리를 단정히 빗지도 않았으니

仰訴靑天哀怨心(앙소청천애원심)

푸른 하늘을 우러러 호소하니 슬픔과 원망이 깊었다네

城崩杞梁妻(성붕기량처)

성이 무너진 것은 기량의 처였으니

誰道土無心(수도토무심)

누가 흙에 마음이 없다고 말하리오

東流不作西邊水(동류불작서변수)

동쪽으로 흘러들어 서쪽변의 물 되지 못했으니

落花辭條羞古林(낙화사조수고림)

낙화는 가지를 떠나 옛 수풀을 부끄러워한다.

頭上玉燕釵(두상옥연채)

머리에 꽂은 옥제비 비녀는

是妾嫁時物(시첩가시물)

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물건이라오.

贈君表相思(증군표상사)

그대에게 주어 그리움을 표하나니

羅袖幸時拂(나수행시불)

비단 소매는 좋았던 시절에 스쳤지요

莫卷龍鬚席(막권용수석)

용수석을 말지 말아요

從他生網絲(종타생망사)

그것 따라 그물 실이 생기니

且留琥珀枕(차류호박침)

또한 호박 베개를 놔두렵니다

或有夢來時(혹유몽래시)

혹시 꿈에 돌아오시는 때도 있겠지요

鷫絹裘在錦屛上(숙견구재금병상)

숙견 갓옷은 비단 병풍위에 있으니

自君一掛無由披(자군일괘무유피)

그대 때문에 걸어두기는 하겠지만 입을 일 없겠지요

妾有秦樓鏡(첩유진루경)

첩은 진루에 거울을 갖고 있으니

照心勝照井(조심승조정)

마음 비추기를 우물 비추기 보다 더 잘 한답니다

願持照新人(원지조신인)

원컨대 갖고서 새사람을 비추면

雙對可憐影(쌍대가련영)

쌍으로 마주보면 가련한 형상이리다

覆水再收豈滿杯(복수재수기만배)

엎어진 물 다시 거둔다고 어찌 잔을 다시 가득 채우며

棄妾已去難重回(기첩이거난중회)

나를 버리고 이미 갔으니 다시 돌이키기 힘드시리다

古來得意不相負(고래득의부상부)

예로부터 마음을 얻어 서로 저버리지 않는데

祗今惟見靑陵臺(지금유견청능대)

지금은 다만 청릉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 금강(錦江)은 성도(成都) 시 주위를 흐르는 민강(岷江)의 지루다. 지금도 성도시 관할 내에 금강구(錦江區)라는 지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