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군(王昭君)
왕소군(王昭君)의 이름은 장(嬙)이고 출생지는 지금의 호북성 자귀시(秭歸市) 북쪽의 흥산현(興山縣) 보평촌(宝坪村)이다. 중경시와 접경지역에 있는 자귀시는 장강삼협 중 서릉협(西陵峽)에 위치하는 양자강 강안 도시다. 서한(西漢) 한원제(漢元帝 : 재위 기원전 48-33년)의 궁녀였다. 서진의 사마소(司马昭)를 휘하여 명군(明君)이라고 부르다가 후에 명비(明妃)라고도 칭했다. 흉노왕 호한야(呼韓邪) 선우(單于)가 한나라에 화친을 위해 한나라와 공주와 혼인을 하고 싶다고 청해왔다. 그때 한나라 궁궐로 들어온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황제를 볼 수 없었던 왕소군은 자신이 흉노에게 시집가겠다고 자원했다. 선우를 따라 한나라 궁궐을 떠나는 절세미녀 왕소군을 보게 된 한원제는 그때서야 흉노왕에게 경솔하게 허락한 것을 후회했으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 흉노 땅에 당도한 호한야는 왕소군을 자기의 왕비로 삼았다. 흉노의 왕비는 연지(閼氏)라고 부른다. 호한야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자 흉노의 왕위는 그의 전처 아들이 이어받아 왕소군도 흉노의 풍속에 따라 전처 아들의 연지가 되었다. 이어서 전처 아들이 죽자 왕소군은 다시 전처 아들의 아들의 부인이 되었다. 이에 왕소군은 비록 친자는 아니지만 손자의 부인이 되는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살했다. 왕소군은 지금의 내몽고의 성도인 호화호특에 장사지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왕소군의 무덤에서만 풀이 자라 항상 푸르름을 유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왕소군의 무덤을 청총(靑塚)이라고 불렀다.
동진(東晉)의 도사(道士) 갈홍(葛洪)은 그의 저서《서경잡기(西京雜記)》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왕소군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원제의 후궁의 수효가 매우 많았기 때문에 매일 화공이 초상화를 그려 바치면 황제는 그림을 보고 후궁들을 선택하여 자신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 그래서 후궁들은 화공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쳐 자신의 초상화를 아름답게 그리게 했다. 그러나 유독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었던 왕소군만은 뇌물을 바치지 않았음으로 화공들은 왕소군을 추녀로 그려서 바쳤기 때문에 왕소군은 오래 동안 황제를 만날 수 없었다. 흉노에게 시집갈 때야 비로소 왕소군이 천하절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원제는 모연수(毛延壽)를 비롯한 화공들을 모두 저자거리에서 참수형에 처했으나 왕소군의 결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후로 중국의 저명한 시인묵객들은 자신들이 뜻을 얻지 못한 이유는 황제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간신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시가와 그림으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왕소군의 운명에 빗대 호소했다.
秋木萋萋 (추목처처)
쓸쓸한 가을나무
其葉萎黃 (기엽위황)
그 잎이 누렇게 말랐다.
有鳥處山 (유조처산)
산에 사는 새 한 마리
集於苞桑 (집어포상)
뽕나무 그루터기에 앉았다.
養育毛羽 (양육모우)
깃털을 잘 자라
形容生光 (형용생광)
광채가 나는 모습으로
旣得升雲 (기득승운)
구름 위로 날아올라
上遊曲房 (상유곡방)
내실 상공을 배회한다.
離宮絶曠 (이궁절광)
離宮(이궁)은 너무나 넓어
身體摧藏 (신체최장)
온 몸이 망가졌네
志念抑沉 (지념억침)
마음 눌리고 가라앉아
不得頡頏 (부득힐항)
날아오를 수 없네
雖得委食 (수득위식)
비록 얻어먹기는 하나
心有徊徨 (심유회황)
마음은 항상 안절부절
我獨伊何 (아독이하)
나 홀로 어찌 하리
來往變常 (내왕변상)
평소의 삶 바꿀 수밖에
翩翩之燕 (편편지연)
훨훨 나는 제비 되어
遠集西羌 (원집서강)
멀리 西羌(서강)에 깃들고저
高山峨峨 (고산아아)
높은 산은 우뚝하고
河水泱泱 (하수앙앙)
강물은 출렁출렁
父兮母兮 (부혜모혜)
아버지여 어머니여
道里悠長 (도리유장)
길은 멀고 멀어요.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슬프다
憂心惻傷 (우심측상)
근심에 마음 상하네
自註
1 왕소군은 漢(한)나라 元帝(원제)의 후궁으로 들어갔다가 흉노왕에게 시집간 여인으로 본 시는 왕소군이 흉노로 들어가려할 때 지었다. 후대에 중국의 수많은 시인들은 자신의 재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뛰어난 미모에도 황제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흉노에게 시집가야 했던 왕소군에 비유해 시를 지어 노래했다.
2 畫工(화공) 毛延壽(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못생기게 그리게 해 뽑혀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일설에는 왕소군이 황제의 총애를 얻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흉노로 시집가겠다 먼저 自願(자원)했다는 설은 본시의 15-18句를 근거한 것이다.
3 晉(진)나라 때에는 文帝(문제) 司馬昭(사마소)의 이름자와 글자가 같아 王明君(왕명군)이라 하였고 明妃(명비)라고도 불렸다.
2020-01-21 09: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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