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행(長歌行)

(樂府詩𐩑相和歌辭𐩑平調曲)

其一

靑靑園中葵(청청원중규)

푸르고 푸른 채마밭의 아욱

朝露待日晞(조로대일희)

아침 해에 이슬 스러진다.

陽春布德澤(양춘포덕택)

따뜻한 봄의 은택을 입어

萬物生光暉(만물생광휘)

만물은 생기가 넘치고

常恐秋節至(상공추절지)

늘상 걱정하는 가을이 되면

焜黃華葉衰(혼황화엽쇠)①

빛나는 국화잎도 시든다.

百川東到海 백천동도해(백천동도해)

백천도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는데

何時復西歸(하시부서귀)

나는 언제나 다시 서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少壯不勞力(소장불노력)

젊고 혈기 왕성할 때 힘써 일하지 않으면

老大徒傷悲(노대도상비)

늙어서는 헛된 삶을 슬퍼하리라!

其二

仙人騎白鹿(선인기백록)

흰 사슴을 타고 가는 신선

髮短耳何長(발단이하장)

머리는 짧지만 귀는 어찌 그렇게 긴가?

導我上太華(도아상태화)②

우리를 인도하여 태화산으로 올라

攬芝獲赤幢(람지획적동)③

영지버섯을 꺾고 적동을 얻었다.

來到主人門(래도주인문)

주인집 대문에 당도해서

奉藥一玉箱(봉약일옥상)

선약이 든 옥상자를 바쳤다.

主人服此藥(주인복차약)

주인께서 이 선약을 복용하면

身體日康彊(신체일강강)

신체는 날로 강건해지며

髮白復更黑(발백부갱흑)

흰머리는 다시 검게 변하여

延年壽命長(연년수명장)

만수무강 하시리

岧岧山上亭(초초산상정)④

높디 높은 산꼭대기의 정자에

皎皎雲間星(교교운간성)

구름 사이로 빛나는 별들

遠望使心思(원망사심사)

멀리서 바라보니 마음이 슬퍼진다.

遊子戀所生(유자연소생)。

나그네가 되어 부모님 생각에

驅車出北門(구거출북문)

수레를 몰고 북문을 나가

遙觀洛陽城(요관낙양성)。

멀리서 낙양성을 바라본다.

凱風吹長棘(개풍취장랄)⑤

남풍은 가시나무를 흔들고

夭夭枝葉傾(요요지엽경)。⑥

어린 나뭇가지의 이파리가 흩날린다.

黃鳥飛相追(황조비상추)

꾀꼬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다가

咬咬弄音聲(교교농음성)。

꾀꼴 꾀꼴 희롱하면서 울어대고

佇立望西河(저입망서하)

서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망연히 바라보며

泣下沾羅纓(읍하점라영)

흐르는 눈물 갓끝을 적신다.

주석

1)곤황(昆熿) : 꽃잎이나 이파리가 시들어 누렇게 됨.

2)태화(太華)：섬서성 동단의 화산(華山)으로 오악 중 서악이다. 지금의 섬서성 화음현(華陰縣) 남쪽에 있는데 그 서쪽에 있는 소화산(少華山)과 구분하기 위해 태화(太華)라고 부른다.

3)람지(攬芝)는 ‘영지(靈芝)를 채취하다’는 뜻이고 적동(적동(赤幢)은배와 수레 위에 걸린 붉은 휘장으로 무지개를 비유했다.

4)초초(岧岧)：(산과 같은 것이) 높은 모양。

5)개풍(凱風)：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으로 남풍이다. 《시경·패풍(邶風)·개풍(凱風》에 「凱風自南(개풍자남)/산들바람 남쪽으로부터 불어와, 吹彼棘心(취피극심)/가시나무 새싹을 어루만지네」 라고 했다.

6)요요(夭夭)：《시경·주남(周南)·도요(桃夭)》에 「桃之夭夭(도지요요)/싱싱하고 파릇한 복숭아나무, 灼灼其華(작작기화)/그 꽃이 활짝 피었네」라고 노래했는데 요요는 나무가 어리고 싱싱함을 뜻한다. 즉 혼기가 차서 복숭아꽃처럼 활짝 핀 처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7)황조(黃鳥)：속명으로 황리류(黃離留) 혹은 박서(搏黍)라고도 하는데 황앵(黃鶯) 즉 꾀꼬리다.

8)교교(咬咬)：교교(交交)로 새가 우는 소리다. 《시경·진풍(秦風)·황조(黃鳥)》「交交黃鳥 止于棘(교교황조 지우극)/꾀꼴꾀꼴 꾀꼬리, 가시나무에 앉았네」라고 했다.

※곽무천(郭茂倩)의《악부시집(樂府詩集)》중《상화가사(相和歌辭)·상화곡(相和曲)》에 실려있는 악부고제(樂府古題)다. 고금주(古今注)에 “장가(長歌)와 단가(短歌)는 수람 수명의 길고 짧음이 각자 정해진 분수가 있어서 망령되게 구할 수 없음을 말했다.”라고 했다.

이백(李白)

桃李待日開(도리대일개)

복사꽃 오얏꽃, 햇빛 따라 피어나

榮華照當年(영화조당년)

화려한 자태 제철 만나 빛난다.

東風動百物(동풍동백물)

봄바람이 만물을 흔들어

草木盡欲言(초목진욕언)

풀과 나무 모두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枯枝無醜葉(고지무추엽)

마른 가지엔 시든 잎 없고

涸水吐淸泉(학수토청천)

마른 샘도 맑은 물 뿜어낸다.

大力運天地(대력운천지)

큰 힘이 온 천지를 움직이는 건

羲和無停鞭(희화무정편)①

희화(羲和)가 채찍질을 멈추지 않아서지.

功名不早著(공명부조저)

공명(功名)을 일찌감치 드러내지 못했으니

竹帛將何宣(죽백장하선)②

죽백(竹帛)일랑 장차 무엇에 쓰겠나.

桃李務靑春(도리무청춘)

도리(桃李)는 푸른 봄에 부지런히 꽃피우니

誰能貰白日(수능세백일)

그 누가 해의 걸음 멈출 수 있으리.

富貴與神仙(부귀여신선)

부귀와 신선

蹉跎成兩失(차타성양실)

우물쭈물하다가는 둘 다 놓치리.

金石猶銷鑠(금석유소삭)

쇠와 돌도 닳고 녹아져

風霜無久質(풍상무구질)

흐르는 세월에 견디는 것 없네.

畏落日月後(외락일월후)

해와 달의 걸음에 뒤처질세라

強歡歌與酒(강환가여주)

애써 노래하고 술을 즐기네.

秋霜不惜人(추상불석인)

가을 서리는 인정도 없이

倏忽侵蒲柳(숙흘침포류)

어느 틈에 포류(蒲柳) 같이 여린 몸에 엄습하노니.

주석

1)희화(羲和) : 해를 태운 수레를 부린다는 신화 상의 마부(馬夫).

2)죽백(竹帛) : 죽간과 비단. 종이가 나오기 전에는 죽간이나 비단 위에 썼음으로 사서(史書)를 의미한다.

이 시는 《악부시집》의 《상화가사(相和歌辭)·평조곡(平調曲)》에 실려있다. 봄에 만물이 소생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듯이 사람도 모름지기 한창 때에 즐기고 살아야 하고, 자칫 주저하다가 좋은 때가 다 가버리면 후회하게 된다고 하였다. 명성이나 부귀는 물론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것까지도 부정하며 극도의 급시행락(及時行樂)을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불우한 인생에 대한 비애를 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