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上采蘼蕪(산상채미무)

- 산에 올라 궁궁이를 캐서 -

漢代樂賦 : 작자미상

《산상채미무(上山采蘼蕪)》는 한대악부시로 남북조시대 남조의 양(梁)나라 때 활약한 서릉(徐陵)이 편찬한 시가집《옥대신영(玉台新詠)》에 처음으로 실려있는 시다. 옥대신영은 시경이후 《초사(楚辭)》와 남조의 양나라 소명태자가 편찬한 《문선(文選)》의 뒤를 잇는 중국고대의 시가총집(詩歌總集)이다.

버림받은 아내가 산에서 궁궁이(蘼蕪) 나물을 캐 가지고 내려오다가, 옛 남편(男便)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과 그들의 성격(性格)과 가정형편이 잘 묘사(描寫)되어 있다. 남편의 가치관(價値觀)이 흥미롭다. 시의 작자는 정면으로 설명이나 비난을 하지 않고 단지 버림받았으나 열심히 생업에 힘쓰는 한 여인의 비극을 측면적으로 표현했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이 옛 남편 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의 처한 비극을 우회적으로 한탄한 시다. 이 시는 서로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서 시중 인물의 사상적 내용을 표현한 비록 길이는 짧지만 서사시 형식을 갖추고 있다. 후인들은 이 시를 《시경》의 《위풍(衛風)·맹(氓)》 《패풍(邶風)·곡풍(穀風)》과 같은 반열에 놓았고 한대 악부시가 중 탁문군의《백두음(白頭吟)》이나 반첩여의 《원가행(怨歌行)》등과 같이 명시로 인정하고 있다.

山上采蘼蕪(산상채미무)

산에 올라 궁궁이를 캐서

下山逢故人(하산봉고인)

내려오다가 전 남편을 만났다.

長跪問故夫(장궤문고부)

꿇어앉아 절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新人復何如(신인복하여)

‘새 사람은 어떠하신가요?’

新人雖言好(신수언호)

‘새 사람은 비록 좋다고는 할 수 있지만

未 若故人姝(미약고인주)

옛 사람 만큼은 곱지 아니하고

顔色類相似(안색류상사)

안색(顔色)은 비슷하나

手爪不相如(수조불상여)

손재주는 같지 않소.

新人從門入(신인종문입)

새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오니

故人從閣去(고인종각거)

옛 사람은 쪽문으로 떠나갔지.

新人工織縑(신인공직소)

새 사람은 합사 비단을 짜지만

故人工織素(고인공직소)

옛 사람은 생사 비단을 짰었소.

織縑日一匹(직겸일일필)

합사 비단은 하루에 한 필

織素五丈餘(직소오장여)

생사 비단은 다섯 길 남짓.

將縑來比素(장겸래비소)

합사 비단을 생사 비단에 비하면

新人不如故(신인불여고)

새 사람은 옛 사람만 못하다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