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경편(帝京篇)

낙빈왕(駱賓王 : 640?~684)

절강성 이오(義烏) 출생이다. 조숙한 천재 소리를 들었으나 출신이 낮아 불우하였고, 장안(長安)의 주부(主簿)였을 때 측천무후의 노여움을 사 절강성 임해(臨海)의 승(丞)으로 좌천되었다. 그래서 낙임해(駱臨海) 또는 낙승(駱丞)으로도 불렀다. 부당한 인사에 대해 불만을 품고 사임했다가, 서경업(徐敬業)이 양주(揚州)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이에 가담하여 측천무후의 토벌을 위한 위서경업토무조격(爲徐敬業討武曌檄)이라는 제목의 격문을 지었다.

그러나 반란이 실패하자 처형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자취를 감추었다는 설도 있다. 왕발(王勃)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鄰) 등과 함께 시문이 뛰어난 ‘초당사걸(初唐四傑)’로 일컬어지고, ‘왕양노락(王楊盧駱)’으로 병칭되기도 한다. 육조(六朝)의 시풍을 계승하면서도 격조가 청려(淸麗)하였고, 특히 노조린과 함께 칠언가행(七言歌行)에 뛰어났다. 대표작으로는 <제경편(帝京篇)>이 《당시선(唐詩選)》에 수록되어 있고, 시문집으로는 《낙빈왕 문집》 《낙임해집(駱臨海集)》 등 10권이 있다.

山河千里國(산하천리국)

산하는 천리나 되는 나라요,

城闕九重門(성궐구중문)

성궐은 아홉 겹 두터운 문이로다.

不道皇居壯(불도황거장)

황제의 사는 곳 거대하다 말 못하니

安知天子尊(안지천자존)

어찌 천자의 존엄함을 알리오.

皇居第里崤函谷(황거제리효함곡)

황제의 거처는 제리의 효함곡

鶉野龍山侯甸服(순야용산후전복)

순야는 용산의 후전복이로다.

五緯連影集星躔(오위연영집성전)

오위는 그림자를 이어 별자리 모으고

八水分流橫地軸(팔수분류횡지축)

팔 수는 흐름을 나누어 지축을 가로지른다.

秦塞重關一百二(진새중관일백이)

진나라 변방의 겹으로 된 관문 백두 개

漢家離宮三十六(한가이궁삼십육)

한나라 이궁은 36개로다.

桂殿嶔岑對玉樓(계전금잠대옥루)

계전은 높아서 옥루를 대하고

椒房窈窕連金屋(초방요조연김옥)

고요한 초방은 금옥에 잇달았다.

三條九陌連城隅(三條九陌連城우)

삼조와 구맥은 아름다운 성모통에 이어있고

萬戶千門平旦開(만호천문평단개)

만호와 천문은 새벽에 열린다.

複道斜通鳷鵲觀(복도사통지작관)

복도는 비스듬히 지작관과 통하고

交衢直指鳳凰臺(교구직지봉황대)

교구는 직접 봉황대를 가리킨다.

劍履南宮入(검리남궁입)

검리는 남궁으로 들고

簪纓北闕來(잠영북궐래)

잠영은 북궐에서 나온다.

聲名冠寰宇(성명관환우)

성명은 환우를 덥고

文物象昭回(문물상소회)

문물은 소회를 본떴다.

鉤陳蘇蘭戺(구진소난사)

구진은 난사에 기울고

壁治浮槐市(벽치부괴시)

벽치는 괴시에 뜨도다.

銅羽應風回(동우응풍회)

동우는 바람에 응하여 돌고

金莖承露起(김경승로기)

금경은 이슬을 받들어 일어난다.

校門天祿閣(교문천록각)

가르침의 문은 천록각이요

習戰昆明水(습전곤명수)

곤명수는 수전을 연습하는 곳이다.

朱邸抗平臺(주저항평대)

주저는 평대에 맞서있고

黃扉通戚里(황비통척리)

황비는 척리에 통해있다.

平台戚里帶崇墉(평태척리대숭용)

평대와 척리는 숭용을 둘렀고

炙金饌玉待鳴鐘(자김찬옥대명종)

자금 찬옥은 종치기를 기다린다.

小堂綺帳三千戶(소당기장삼천호)

소당 기장은 삼천호

大道靑樓十二重(대도청루십이중)

대도 청루는 열두겹이다.

寶蓋雕鞍金絡馬(보개조안김락마)

보개 조안은 금락마

蘭窓繡柱玉盤龍(난창수주옥반용)

난창 수주는 옥반의 용이다.

繡柱璇題紛壁映(수주선제분벽영)

수주 선제는 벽을 발라 비추고

鏘金鳴玉王侯盛(장김명옥왕후성)

장금 명옥은 왕후의 성장이로다.

王侯貴人多近臣(왕후귀인다근신)

왕수 귀인이 다수가 근신인데

朝遊北里暮南隣(조유북리모남린)

아침에 북리에서 저녁에 남린에서 논다.

陸賈分金將讌喜(육가분김장연희)

육가는 금을 나누어 잔치 하고

陳遵投轄正留賓(진준투할정유빈)

진준은 비녀장을 던져 바로 손님을 머물게 한다.

趙李經過密(조이경과밀)

조씨와 이씨는 경과하여 조밀하고

蘇朱交結親(소주교결친)

소씨와 주씨는 결고하여 친하다.

丹鳳朱城白日暮(단봉주성백일모)

단봉 주성에 백일이 어두워지고

靑牛紺幰紅塵度(청우감헌홍진도)

청우 감헌에 붉은 먼지가 건너간다.

俠客珠彈垂楊道(협객주탄수양도)

협객과 주탄은 느러진 수양 길

倡婦銀鉤采桑路(창부은구채상로)

창부와 은구는 뽕따는 길이다.

倡家桃李自芳菲(창가도리자방비)

홍등가 도리가 스스로 향기나니

京華遊俠盛輕肥(경화유협성경비)

서울부호의 유협은 가볍고 살찜이 성하다.

延年女弟雙鳳入(연년여제쌍봉입)

이연년은 여동생을 쌍봉에 들게하고

羅敷使君千騎歸(나부사군천기귀)

나부는 사군을 일천기로 돌아가게 한다.

同心結縷帶(동심결누대)

같은 마음은 누대를 매니

連理織成衣(연리직성의)

연리지는 옷을 짠다.

春朝桂尊尊百味(춘조계존존백미)

봄 아침 높은 사람은 백가지 맛을 높이고

秋夜蘭燈燈九微(추야난등등구미)

가을 밤 난초등은 구미를 비춘다.

翠幌珠簾不獨映(취황주렴불독영)

푸른 휘장 구슬 발은 홀로 비추지 않고

淸歌寶瑟自相依(청가보슬자상의)

맑은 노래 보배로운 거문고는 서로 의지한다.

且論三萬六千是(차론삼만육천시)

또한 삼만 육천이 옳았음을 논하니

寧知四十九年非(영지사십구년비)

어찌 사십구년이 틀렸음을 알지 못하는가.

古來營利若浮雲(고래영리약부운)

고래로 영리는 뜬 구름같아

人生倚伏信難分(인생의복신난분)

인생의 기대고 엎드림은 진실로 분별하기 어렵다.

始見田竇相移奪(시견전두상이탈)

두영과 전분은 서로 헤어지고 빼앗음을 보기 시작하고

俄聞衛霍有功勛(아문위곽유공훈)

위청과 곽거병은 전공이 크다고 들었다.

未厭金陵氣(미염김능기)

금릉의 천자 기운을 싫어하지 못하여

先開石槨文(선개석곽문)

돌 외관의 글을 먼지 열었다.

朱門無復張公子(주문무복장공자)

주문에는 다시 부평후 장방이 있고

霈亭誰畏李將軍(파정수외이장군)

패릉 정자 아래서 누가 이장군을 두려워 할까.

相顧百齡皆有待(상고백령개유대)

서로 바라보기 백년에 모두 기다림이 있었으니

居然萬化咸應改(거연만화함응개)

삶에 만가지 변화는 응당 바뀌리라.

桂枝芳氣已銷亡(계지방기이소망)

계수나무 가지에 향기가 이미 사라졌으니

柏梁高宴今何在(백량고연금하재)

백량대에 연회는 지금 어디 있는가.

春去春來苦自馳(춘거춘래고자치)

봄이 오고 봄이 감에 괴롭게 스스로 달리고

爭名爭利徒爾爲(쟁명쟁리도이위)

이름을 다투고 이익을 다툼이 허망할 뿐이다.

久留郎署終難遇(구류낭서종난우)

오랫동안 낭의 관아에 있어도 만나기 어렵고

空掃相門誰見知(공소상문수견지)

공연히 승상부 문을 쓸고 있으니 누가 보고 알리오.

當時一旦擅豪華(당시일단천호화)

당시 하루 아침에 부귀영화를 마음대로 하고

自言千載長驕奢(자언천재장교사)

교만과 사치가 천년을 갈 듯이 스스로 말하였다.

倏忽搏風生羽翼(숙홀박풍생우익)

금방 바람을 처서 날개가 나오고

須臾失浪委泥沙(수유실랑위니사)

잠깐 물결을 잃으면 진흙 모래에 버려지게 된다.

黃雀徒巢桂(황작도소계)

누런 까치는 헛되이 계수에 깃들고

靑門遂種瓜(청문수종과)

푸른 문은 드디어 참외를 심었다.

黃金銷鑠素絲變(황김소삭소사변)

황금은 녹아 사라지고 흰 비단 실은 변하니

一貴一賤交情見(일귀일천교정견)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함에 사귀는 정을 보게 된다.

紅顔宿夕白頭新(홍안숙석백두신)

홍안이 하루 밤에 백발로 새로우니

脫粟布衣輕故人(탈속포의경고인)

거친 밥과 베 옷은 옛 사람을 가벼이 여겼다.

故人有湮淪(고인유인륜)

옛 사람은 파묻혀 소멸하고

新知無意氣(신지무의기)

새로 사귄 사람은 의기가 없다.

灰死韓安國(회사한안국)

불 타서 죽으니 한안국이요

羅傷翟延尉(나상적연위)

그물에 다치니 적정위이로다.

已矣哉(이의재)

그만두어라

歸去來(귀거래)

돌아가리라

馬卿辭蜀多文藻(마경사촉다문조)

사마상여는 촉을 떠나 문장을 많이 짓고

揚雄事漢乏良媒(양웅사한핍양매)

양득의는 한을 섬김에 좋은 소개자가 없었다.

三冬自肯誠足用( 삼동자긍성족용)

석달 겨울에 뽐내기를 진실로 족히 쓸만 하다 했고

十年不調幾邅回(십년불조기전회)

십 년에 뽑히지 못해 몇 번이나 머뭇거리며 돌아 섰던가.

汲黯薪逾積(급암신유적)

급암은 섶을 쌓아 넘고

孫弘閣未開(손홍각미개)

손홍은 동각을 열지 않도다.

誰惜長沙傅(수석장사부)

누가 옛날 장사왕의 태부를 아까워 했나?

獨負洛陽才(독부낙양재)

홀로 낙양의 재사들을 저 버렸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