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시II(11-20)

之十一

吾愛鬼谷子(오애귀곡자)

내가 존경하는 귀곡자 선생

青溪無垢氛(청계무구분)

더럽고 탁한 기운 없는 청계산에서①

囊括經世道(낭괄경세도)

세상을 구할 묘책을 품에 지녔으면서도

遺身在白雲(유신재백운)。

몸은 흰 구름 사이에 두고 있었다.

七雄方龍鬥(칠웅방용투)

일곱 나라가 바야흐로 용과 호랑이처럼 싸우니

天下久無君(천하구무군)

천하는 오랫동안 군주가 없었고

浮榮不足貴(부영부족귀)

헛된 영화는 족히 존귀하지 못하니

遵養晦時文(존양회시문)。

도를 쫓아 덕을 기르고 때를 기다렸다.

舒可彌宇宙(서가미우주)

그가 덕을 펼치면 우주에 가득차고

卷之不盈分(권지불영분)

덕을 말면 한 손아귀에 차지 않았다.

豈徒山木壽(기도산목수)

어찌 산속의 나무처럼 장수하고

空與麋鹿群(공여미록군)

부질없이 사슴과 어울리기를 꾀하랴?

①청계산 : 지금의
호북성 당양현(當陽縣) 북서쪽에 있는 산으로 옛날 도교를 믿는 사람들의 수련장이
있었다. 귀곡자가 은거하여 제자들을 길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之十二

呦呦南山鹿(유유남산록)

우우 소리내며 노니는 남산의 사슴

罹罟以媒和(이고이매화)

먹이에 유혹되어 그물에 걸려들었다.①

招搖青桂樹(초요청계수)

초요산에 자라는 푸른 청계수②

幽蠹亦成科(유두역성과)

숨어 있는 좀벌레 때문에 속이 비었다.

世情甘近習(세정감근습)\

세상 인심은 군왕의 측근을 달게 여기나

榮耀紛如何(영요분여하)

그 영화 얼마나 분분하고 덧없는가?

怨憎未相復(원증미상복)

원망과 증오는 아직 보복하지 못하고

親愛生禍羅(친애생화라)

골육의 정으로 인해 재앙의 그물이 생겼다.

瑤台傾巧笑(요대경교소)

화려한 누각은 방긋 웃는 미소에 무너지고

玉杯殞雙蛾(옥배운쌍아)

옥술잔은 아름다운 여인을 죽게 한다.

誰見枯城蘖(수견고성얼)

누가 보았는가, 옛
도성의 나무 새싹이

青青成斧柯(청청성부가)

파릇파릇 자라나 도끼자루로 쓰임을

①사슴을 사냥할 때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슴을 유록(呦鹿)이라고 한다. 시경
소아 녹명(鹿鳴)에 ‘유유녹명(呦呦鹿鳴)’이라는 구절이 있다.

② 초요산에 자라는 푸른 청계수 : 산해경(山海經)에 “초요산은 서해 가장자리에 있는 산으로
계소나무가 많다.”라고 했다.

之十三

林居病時久(임거병시구)

병들어 오랫동안 은거한 산림에

水木澹孤清(수목담고청)

물과 숲이 외로운 마음을 맑게 한다.

閑臥觀物化(한화관물화)

한가하게 누워 사물의 변화를 관찰하니

悠悠念無生(유유염무생)

끝없이 생각하는 무생(無生)①

青春始萌達(청춘시맹달)

봄에 식물이 싹터 자라기 시작하지만

朱火已滿盈(주화이만영)

여름이 되면 이미 다 자라 우거진다.

徂落方自此(조락방자차)

시들어 떨어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니

感歎何時平(감탄하시평)

나의 인생 감개는 언제나 끝날까!

①무생(無生) : 도가에서 말하는 생명이 있기 전의 혼돈 상태를
가리킨다. “그녀의 애초를
살펴보면 본래 생명이 없었고, 생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가 없었었고, 형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숨결도 없었다.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 사이에서 일변해 숨결이 되었고, 숨결이 변해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해 생명이 되었고, 지금 다시 변해 죽게 된 것이니, 이것은 춘하추동 네 계절의 운행과 같은 것이다. (장자(莊子), 지락(至樂))

之十四

臨歧泣世道(임기읍세도)

기로에 이르러 어지러운 세태에 우니

天命良悠悠(천명양유유)

천명은 참으로 심원해 알 수 없다.

昔日殷王子(석일은왕자)

지난 날 은나라의 주왕(紂王)은

玉馬遂朝周(옥마수조주)

현능한 신하들을 주(周)나라로 보냈다.

寶鼎淪伊穀(보정윤이각)

보배로운 솥이 이수(伊水)와 곡수(谷水)에 빠졌고

瑤台成古丘(요대성고구)

화려한 누대는 황폐한 언덕이 되었다.

西山傷遺老(서산상유노)

수양산에서 백이와 숙제는 상심했고

東陵有故侯(동릉유고후)

동릉에는 옛날 귀족이었던 소평(召平)이 살았다.

之十五

貴人難得意(귀인난득의)

귀한 사람은 임금의 마음 얻기 어렵고

賞愛在須臾(상수재수수)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도 잠시뿐이라

莫以心如玉(막이심여옥)

옥같이 고결한 마음을 지니고서

探他明月珠(탐타명월주)

임금의 명월주를 찾지 말아야한다.

昔稱夭桃子(석칭요도자)

지난날 싱싱한 복사꽃으로 불리던 미인이

今爲舂市徒(금위용시도)

지금은 곡식을 빻는 죄수가 되었다.②

鴟鴞悲東國(치효비동국)

주공은 치효를 지어 동쪽의 봉국을 염려했고②

麋鹿泣姑蘇(미록읍고소)

크고 작은 사슴은 고소대에서 울었다.③

誰見鴟夷子(수견치이자)

누가 보았는가 치이자피(鴟夷子皮) 범려가

扁舟去五湖(편주거오호)

일엽편주를 타고 오호를 떠난 사실을!

① 이 두 구절은 한고조 말년에 총애를 받은 척(戚)부인이 고조가 죽자 여태후(呂太后)에 의해 죄수가 되어 곡식을 빻는 형벌을 받은 일을 말한다. 후에 척부인은
사지가 잘리고 코와 귀가 잘려서 우리에 갇혀있다가 살해되었다.

② 치효(鴟梟) : 《시경(詩經)·국풍(國風)·빈풍(豳風)》에
실려 있는 시가로써 주공이 성왕을 위해 섭정을 하자 은나라 유민을 다스리던 무경 녹보를 감시하기 위한 그의 동생 관숙이 주공이 반심을 품고 있다고
유언을 퍼뜨리고 녹보를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도록 했다. 주공이 직접 진압을 위해 원정을 나가 반란을 진압했으나 성왕이 여전히
의심하는 마음을 풀지 않아 주공이 이 시를 지어 자기의 심경을 노래했다.

鴟梟鴟梟 올빼미야, 올빼미야! : 旣取我子 내 아들 잡아먹었으니
: 無毁我室 내 집만은 헐지 말아다오 : 恩斯勤斯 정성으로 보살폈는데 :鬻子之閔斯 어린 자식이 불쌍하구나

迨天之未陰雨 하늘이 흐려 장마비 내리기 전에 : 徹彼桑土 저 뽕나무
뿌리 벗겨다가 : 綢繆牖戶 창문과 문을 엮었으니 : 今女下民 이제 너희들
천한 백성들이 : 或敢侮予 나를 감히 넘보지 못할 테지

予手拮据 내손이 다 닳도록 : 予所捋荼 내 갈대이삭
뽑아다가 :予所蓄租 내집을 쌓느니라 :予口卒瘏 내 부리가
병이 난 것은 : 曰予未有室家 아직 내가 살 곳이 없어서라네

予羽譙譙 내 날개는 부러지고 : 予尾翛翛 내 꼬리는
찢어졌으며 : 予室翹 翹 내 둥지는 위태로워 : 風雨所漂搖 비바람에 흔들거리니 : 予維音曉曉 나는
오로지 두려워 울 뿐이로다.

③오자서가 오왕 부차에게 간했으나 오왕이 듣지 않았음으로 오자서는
오나라의 멸망으 예언하면서 말했다. “ 저의 눈에는 지금 미록(麋鹿)이 고소대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라고 하자 부차는 오자서를 죽여
그의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부대에 넣어 전당강에 버렸다. 고소대는 지금의 절강성 소주시에 세워졌던 오나라의
궁궐로 오왕 합려가 건축을 시작해서 오왕 부차가 화려하게 증축했다.

之十六

聖人去已久(성인거이구)

성인 떠나간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公道緬良難(공도면양난)

공도는 멀어 참으로 회복하기 어렵게 되었다.

蚩蚩誇毗子(치치과비자)

소란스럽게 법석떠는 아첨꾼들은

堯禹以爲謾(요우이위만)

요임금과 우임금도 속이려했지.

驕榮貴工巧(교영귀공교)

교만에 차서 교활한 짓을 귀하게 여기고

勢利迭相干(세리질상간)

권세와 이익을 위해 다투지만

燕王尊樂毅(연왕존악의)

연소왕은 악의를 존중해

分國願同歡(분국원동환)

나라를 나누어 함께 즐기려고 했다.

魯連讓齊爵(노연양제작)

노중련은 제나라가 내린 작위를 사양했고

遺組去邯鄲(유조거한단)

조나라가 준 관직을 버리고 한단을 떠났다.

伊人信往矣(이인언왕의)

진정으로 부귀영화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이여!

感激爲誰歎(감격위수탄)

감격에 겨워 누굴 위해 탄식하랴!

之十七

幽居觀大運(유거관대운)

깊은 곳에서 대운을 살피며

悠悠念群生(유유염군생)

근심스레 백성을 생각한다.

終古代興沒(종고대흥몰)

예로부터 번갈아 흥하고 망하여

豪聖莫能爭(호성막능쟁)

뛰어난 성인은 다투지 않으리!

三季淪周赧(삼계륜주난)

삼대는 주난왕(周赧王)에서 몰락하였고

七雄滅秦嬴(칠웅멸진영)

칠웅은 진나라 영씨에게 멸망당했다.

復聞赤精子(복문적정자)

다시 듣노니 적정자는

提劍入鹹京(제검입함경)

칼을 뽑아들고 함양성으로 들어갔다네

炎光旣無象(염광기무상)

한나라 위엄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晉虜復縱橫(진로복종횡)

진나라의 포로들이 일어나 다시 횡행했다네

堯虞道已昧(요우도이매)

요임금 순임금의 도도 이미 어두워지고

昏虐勢方行(혼학세방행)

우매하고 포학한 세력이 멋대로 행패를 부리는구나!

豈無當世雄(기무당세웅)

어찌 당대에 영웅이 없어서

天道與胡乒(천도여호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