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06-20 06:17:00 281
|
| 감우시십이수(感遇詩十二首) -장구령 |
 |
운영자
|
|
 | 일반 | |
|
.jpg) .jpg)
감우시(感遇詩)
장구령(張九齡)
당고종(唐高宗) 24년인 함녕(鹹寧) 4년(서기 673년)에 태어나서 당현종(唐玄宗) 개원(開元) 28년(서기 740년)에 죽은 당현종 때 재상을 지낸 문인이다. 자는 자수(子壽)이고 지금의 광동성 곡강현(曲江縣)인 소주(韶州) 곡강(曲江) 출신이다. 경룡(景龍 : 707-710) 초에 진사에 합격하고 개원 22년(737년)에 재상 격인 중서령(中書令)이 되었다. 이림보(李林甫)의 시기를 받아 상서우승상(尙書右丞相)으로 옮겼다가 형주장사(荊州長史)로 폄적되었다.
명쾌한 논변과 직언으로 현상(賢相)으로 이름 높았다. 조선의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시관소전(詩觀小傳)》에서 장구령의 시품을 “고상하고 침착한 시풍은 장구령의 사람됨과 같다.”라고 평했다. 원나라의 호진형(胡震亨)은 《당음계참(唐音癸讖)》에서 “당나라 초에는 양(梁)나라와 수(隋)나라의 시풍을 이어받았는데, 진자앙(陳子昂)이 홀로 고아(古雅)한 근원을 열었고, 장자수가 앞장서서 청담파를 창건했다. 성당(盛唐)이 이어서 일어나자, 맹호연(孟浩然), 왕유(王維), 저광희(儲光羲), 상건(常建), 위응물(韋應物)은 곡강의 장구령의 청담에 근본을 두고 풍신(風神)을 다한 시인들이고 고적(高適), 잠참(岑參), 왕창령(王昌齡), 이기(李頎), 맹운경(孟雲卿)은 진자앙의 고아함에 근본을 두고 기골을 더한 시인들이다.”라고 했다.
其一
蘭葉春葳蕤(난엽춘위유)
난초잎은 봄에 무성하고
桂華秋皎潔(계화추교결)
계수나무 꽃은 가을에 새하얗다.
欣欣此生意(흔흔차생의)
흔흔하게 생기가 있어서
自爾爲佳節(자이위가절)
저절로 좋은 시절이 되는구나.
誰知林棲者(수지림서자)
누가 알아주랴? 숲속에서 사는 자는
聞風坐相悅(문풍좌상열)
바람 소리 들으며 모여 앉아 즐기고
草木有本心(초목유본심)
초목에도 본 마음 있거늘
何求美人折(하구미인절)
어찌 꼭 미인에게만 꺾이려 하리?
其二
幽人歸獨臥(유인귀독와)
숨어 살았던 사람 돌아와 홀로 누워
滯慮洗孤淸(체려세고청)
막혀있던 근심 씻었더니 마음이 맑아진다.
持此謝高鳥(지차사고조)
이런 마음으로 높이 나는 새에게 감사하고
因之傳遠情(인지전원정)
이 때문에 멀리 사는 분에게 마음 전한다.
日夕懷空意(일석회공의)
밤낮으로 든 공연한 생각은
人誰感至精(인수감지정)
누가 나의 지성을 알아줄까?
飛沈理自隔(비심리자격)
날아오르거나 내려앉는 이치는 서로 다른데
何所慰吾誠(하소위오성)
나의 진심을 위로 받을 곳은 어디메뇨?
其三
魚遊樂深池(어유락심지)，
물고기는 깊은 연못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鳥棲欲高枝(조서욕고지)。
나는 새는 둥지를 높은 가지에 틀고 싶어한다.
嗟爾蜉蝣羽(차이부유우)，
아아! 하루살이 떼 몰려다니며
薨薨亦何爲(훙훙역하위)。
또 무엇을 하려는가?
有生豈不化(유생기불화)，
생명이 있는 것이 어찌 변하지 않으며,
所感奚若斯(소감해약사)。
감응하는 것이 어찌 이와 같으랴
神理日微滅(신리일미멸)，
신묘한 이치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없어지니
吾心安得知(오심안득지)。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浩歎楊朱子(호탄양주자)
양주(楊朱)를 크게 탄식하나니 ①
徒然泣路岐(도연읍로기)。
공연히 갈림길에서 울었도다.
①楊朱 : 전국 시대에 양주(楊朱)가 갈림길에 서서 어느 길로 한 발을 들여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엄청난 차이가 빚어지게 될 것을 생각하고 슬프게 통곡했다는 고사가 전한다[楊朱岐路, 楊朱泣路歧]
其四
孤鴻海上來(고홍해상내)
외로운 기러기 바다에서 날아와,
池潢不敢顧(지황부감고)
연못은 감히 내려보지 못했소.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쌍쌍이 나는 물총새를 곁눈질해 바라보니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둥지는 삼주수 나무에 있다.①
矯矯珍木巓(교교진목전)
높고 높은 진귀한 나무 꼭대기에 있지만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어찌 탄환의 두려움 없앨 수 있겠는가?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아름다운 옷은 남의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고
高明逼神惡(고명핍신악)
높은 벼슬은 신의 질투 부르는 법.
今我遊冥冥(금아유명명)
나는 지금 넓디넓은 하늘을 훨훨 날고 있으니
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②
주살 따위가 어찌 나를 노릴 수 있겠나?
①삼주수(三珠樹) : 중국 신화에 나오는 진기한 나무다. 《산해경(山海經·해외남경(海外南經))》에 “삼주수는 염화(厭火) 북쪽의 적수(赤水)에서 자란다. 측백나무와 같은 모습의 그 나무는 잎은 모두 구슬이다.”라고 했다.
②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 : 《장자(莊子)·응제왕(應帝王)》에 “새가 높이 나는 이유는 주살의 해를 피하기 위해서이고, 들쥐가 신단(神壇)아래에 깊은 굴을 파는 이유는 불길을 피하거나 파내버리는 우환을 피하기 위해서이다.[且鳥高飛, 以避矰弋之害, 鼷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鑿之患.]”라고 했다.
其五
吳越數千里(오월수천리)
오와 월은 수천 리 떨어저 있지만
夢寐今夕見(몽매금석견)。
꿈속에서라면 오늘 밤에도 볼 수 있으니
形骸非我親(형해비아친)
육신이 친히 가지 않아도
衾枕即鄕縣(금침즉향현)。
잠들면 바로 고향땅이라네.
化蝶猶不識(화접유부지)
나비가 된다면 모를까
川魚安可羨(천어안가선)。
개천의 물고기를 어찌 부러워할 수 있겠는가?
海上有仙山(해상유선산)
바다 위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는데
歸期覺神變(귀기각신변)。
가서 깨달음을 얻어 신선이나 될까나.
其六
西日下山隱(서일하산은)，
해가 서산에 지니
北風乘夕流(북풍승석류)。
석양을 틈타 북풍이 불어온다.
燕雀感昏旦(연작감혼단)，
제비와 참새도 황혼과 아침을 느끼는가?
簷楹呼匹儔(첨영호필주)。
처마와 기둥에서 짝을 부른다.
鴻鵠雖自遠(홍혹수자원)，
홍곡은 멀리서 왔어도
哀音非所求(애음비소구)。
슬픈 소리로 쉴 곳을 구하지 않는데,
貴人棄疵賤(귀인기자천)
귀인이 미천한 사람들을 버릴까
下士嘗殷憂(하사상은우)。
선비들은 늘 근심 속에 산다.
衆情累外物(중정누외물)
모두 마음이 외물에 매어
恕己忘內修(서기망내수)。
스스로 용서하고 마음 닦는 것을 잊는다.
感歎長如此(감탄장여차)
아아, 이처럼 길게 탄식하니
使我心悠悠(사아심유유)。
내 마음 아득하고 안타깝구나.
其七
江南有丹橘(강남유단귤)
강남의 붉은 귤나무
經冬猶綠林(경동유녹림)
겨울이 지나도 푸른 숲이다.
豈伊地氣暖(개이지기난)
어찌 그 땅의 기후가 따뜻하기 때문이겠는가?
自有歲寒心(자유세한심)
스스로 추위를 이기려는 마음이 있어서지.
可以薦嘉客(가이천가객)
반가운 손님에게 올릴만 하지만
奈何阻重深(나하조중심)①
어찌하여 길이 막히고 험한가?
運命惟所遇(운명유소우)
운명이란 우연한 만남이라
循環不可尋(순환부가심)
돌고 돌아 억지로 찾지는 못하리
徒言樹桃李(도언수도리)
복숭아와 오얏만을 심는다고 부질없이 말하는데
此木豈無陰(차목개무음)
이 나무인들 어찌 쉴만한 그늘 없겠는가?
①阻重深(조중천) : 산천이 중첩하여 길이 험하고 멀어, 강남의 붉은 귤을 임금이 계신 장안까지 보내는 길이 멀고도 험함을 이르는 말이다. 深(심은) 은 원(遠)이다..
其八
永日徒離憂(영일도이우)①
온종일 부질없이 시름에 잠기다가
臨風懷蹇修(임풍회건수)。②
바람 부니 중매장이 건수가 생각난다.
美人何處所(미인하처소)
미인은 어디에 있는가?
孤客空悠悠(고객공유유)。
외로운 객은 부질없이 쓸쓸하다.
靑鳥跂不至(청조기부지)③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도 않았는데,
朱鱉誰云浮(주별수운부)④。
누가 붉은 자라가 떠올랐다고 했나?
夜分起躑躅(야분기척촉)⑤，
밤쯤이면 철쭉이 피기 시작할 것이니
時逝曷淹留(시서길암유)。
때맞춰 가서 머무는 것이 어떤가?
①徒離憂(도이우) : 초사(楚辭)의 산귀(山鬼)에 나오는 문구다.
「쌀쌀한 바람 일고 나무는 쓸쓸히 흔들려[風颯颯兮木蕭蕭(풍삽삽혜목소소)],
그대 생각하니 이별의 슬픔 하염없이 인다[思公子兮徒離憂(사공자혜도리우)].
②蹇修(건수) : 복희씨(伏犧氏)의 신하로 중매를 잘했다는 신화상의 인물이다. 후에 중매쟁이를 의미한 일반 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③青鳥(청조) : 서한(西漢)의 동방삭(東方朔)이 날아든 다리가 셋인 푸른 새를 보고 여선(女仙)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라고 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써 편지를 전달하는 사자를 뜻한다. 跂(기)는 육발 기로 벌레가 기어간다는 뜻이다. 또한 발돋움하다, 나아가다, 어긋나다 등의 뜻도 있다.
④朱鱉(주별) : 맛이 좋은 물고기로 여섯 개의 발이 달린 붉은 자라다. 주별(珠鼈)이라고도 한다.
⑤躑躅(척촉) : 철쭉 혹은 진달래.
其九
抱影吟中夜(포영음중야)，
깊은 밤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誰聞此歎息(수문차탄식)。
이를 듣고 탄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美人適異方(백운수불견)，
미인은 다른 곳으로 갔는데
庭樹含幽色(정수함유색)。
뜰의 나무는 그윽한 빛 머금었다.
白雲愁不見(백운수불견)，
흰 구름은 수심도 드러내지 않고
滄海飛無翼(창해비무익)
날개도 없이 넓은 바다로 날아간다.
鳳凰一朝來(봉황일조래)，
어느 날 아침에 날아든 봉황이
竹花斯可食(죽화사가식)。
봉대나무 꽃을 먹을 수 있을까?
①竹花(죽화) : 대나무는 60년 또는 120년 만에 꽃이 피며 꽃을 일시에 피우고 생을 마친다는 식물이다. 뿌리로 뻗어 나가 번식하는데 속성 상 꽃이 필 때는 주위의 대나무들과 한꺼번에 같이 피고는 서서히 말라 죽는다.
其十
漢上有游女(한상유유녀)①
한강에 놀러 나온 여인,
求思安可得(구사안가득)。
구하면 어찌 얻지 못하겠는가?
袖中一札書(수중일찰서)，
소매 속의 서찰을
欲寄雙飛翼(욕기쌍비익)
쌍쌍이 나는 새에게 맡겨 부치려고 하는데
冥冥愁不見(명명수불견)
먼 하늘에는 시름을 보이지 못하고,
耿耿徒緘憶(경경도함억)。②
그리워도 기억을 못할 뿐이다.
紫蘭秀空蹊(자란수공해)③
텅 빈 길에 자란이 꽃을 피웠는데
皓露奪幽色(호로탈유색)。
영롱한 이슬이 그윽한 빛을 빼앗았다.
馨香歲欲晚(형향세욕만)，
향기를 늦은 계절까지 간직하려 하니
感歎情何極(감탄정하극)。
감탄하는 정 어찌 다하겠는가.
白雲在南山(백운재남산)，
남산의 흰 구름
日暮長太息(일모장태식)。
해지자 길게 탄식한다.
①漢上有游女(한상유유녀) : 원문은 漢有游女 不可求思(한유유녀 불가구사) 즉「한수 가에 노니는 저 아가씨, 만날 수 있어야 사랑을 구하지」로 《시경(詩經)·국어(國語)·주남(周南)》의 《한광(漢廣)》이 출전이다.
②耿耿(경경) : 밝다, 충성스런 모양, 근심스러운 모양. 충직한 모양.
③紫蘭秀空蹊(자란수공해) : 자란(紫蘭)은 깊은 계곡에서 자라는 난초꽃이 그윽하다는 뜻이다. 수(秀)는 열매를 맺지 않는 꽃봉오리다. 蹊(혜)는 좁은 길 혹은 질러가는 지름길이다, 공자의 《의란조(倚蘭操)》에 「빈 골짜기의 그윽한 난초가 사람마저 향기롭게 하고 지란(芝蘭)의 방에 군자가 산다[空谷幽蘭人共馨 芝蘭之室君子居]」가 출전이다.
其十一
我有異鄕憶(아유이향억)
내 고향에 대한 추억은 기이한데
宛在雲溶溶(완재운용용)。
뭉개구름 속에 그 모습이 완연하다.
憑此目不覯(빙차목불구)
이렇게 눈으로도 보지 못하니
要之心所鍾(요지심소종)。①
주어진 마음이 필요하다.
但欲附高鳥(단욕부고조)
새에 의지해 높이 날고 싶을 뿐
安敢攀飛龍(안감반비룡)。
어찌 감히 비상하는 용에 올라타리오.
至精無感遇(지정무감우)
지극한 정성으로도 감회가 없으니
悲惋塡心胸(비완전심흉)。
슬픔에 가슴이 메인다.
歸來扣寂寞(귀래고적막)
돌아와 적막함을 깨려 해도
人願天豈從(인원천기종)。
바란다고 해서 하늘이 어찌 따라주겠는가!
①要之心所鍾(요지심소종) : 조식(曹植)의 「반석편(盤石篇)」에 ‘주어진 운명을 알지 못한다.[未知命所鍾(미지명소종)]' 라는 문구가 있다. 鍾(종)은 ’주다‘의 뜻이다.
其十二
閉門跡羣化(폐문적군화)
문 닫아걸고 만물의 변화를 살피며
憑林結所思(빙리결소사)
숲속에서 상념에 잠기노라.
嘯歎此寒木(소탄차한목)
이 겨울 나무를 나직히 탄식하나
疇昔乃芳蕤(주석내방유)。
얼마 전까지도 꽃을 피웠지.
朝陽鳳安在(조양봉안재)
아침에 왔던 봉황새는 어디 있는가?
日暮蟬獨悲(일모선독비)。
날이 저무니 매미 홀로 슬피운다.
浩思極中夜(호사극중야)
생각이 많아 한밤중에 이르러
深嗟欲待誰(침차욕대수)。
누구를 기다리나 깊이 탄식했다.
所懷誠已矣(소회성이의)
가슴에 품은 진정한 마음 이미 접었으니
旣往不可追(기왕불가추)。
이왕의 지난 일 쫒을 수 없다.
鼎食非吾事(정식비오사)①
호화로운 식사는 내 일이 아니라
雲仙嘗我期(운산상아기)。
일찌기 신선이 되기를 바랬지.
胡越方杳杳(호월방묘묘)②
호(胡)와 월(越) 땅은 서로 아득한데
車馬何遲遲(거마하지지)。
수레는 어찌 이리 더디고
天壤一何異(천양일하이)
하늘과 땅은 하나인데 어찌 다르겠는가?
幽嘿臥簾帷(유묵와염유)。
조용히 누워 주렴치고 휘장을 두르리라.
①鼎食(정식) : 솥을 쫙 벌여 놓고 먹는다는 뜻으로, 매우 귀한 사람의 식사나 진수성찬으로 비유했다.
②胡越 : 중국 북쪽의 호나라와 남쪽의 월나라라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끝】
|
|
|
|
|
14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