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園田居(귀원전거)

- 전원으로 돌아와서 살다. -

其一

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젊었을 적 속세의 삶이 어울리지 않아

性本愛丘山(성본애구산)

천성이 산을 좋아했다.

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티끌 세상에 잘못 떨어져

一去三十年(일거삼십년)

한번 떠나 삼십 년이 되었다.

羈鳥戀舊林(기조련구림)

새장에 갇힌 새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지어사고연)

연못 속 물고기는 저 살던 곳 생각한다.

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

남쪽 들녘 한 끝을 일구니

守拙歸園田(수졸귀원전)

분수를 지켜 시골로 돌아왔다.

方宅十餘畝(방댁십여무

기껏해야 십여 무(畝)의 텃밭

草屋八九間(초옥팔구간)

집은 초가집 팔구 칸이다.

榆柳蔭後簷(유류음후첨)

느릅과 버드나무 뒤편 처마에 그늘 지우고

桃李羅堂前(도리라당전)

복숭아 오얏나무 대청 앞에 늘어섰다.

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저 멀리 마을은 어렴풋이 보이고

依依墟裏煙(의의허리연)

마을에선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른다.

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깊숙한 골목에서는 개 짖는 소리

雞鳴桑樹巔(계명상수전)

뽕나무 끝에서는 닭 우는 소리 들린다.

戶庭無塵雜(호정무진잡)

집 앞의 뜰에는 잡스러운 것 하나 없고

虛室有餘閒(허실유여한)

빈 방에는 한가함이 감돈다.

久在樊籠裡(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

復得返自然(부득반자연)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노라　　

其二

野外罕人事(야외한인사)

들 밖에는 사람과의 일도 없고

窮巷寡輪鞅(궁항과륜앙)

좁은 골목엔 거마의 출입도 드물다.

白日掩荊扉(백일엄형비)

대낮에도 사립대문 닫고

虛室絕塵想(허실절진상)

빈 방에서는 세상 생각 전혀 없다

時復墟里人(시부허리인

때때로 빈 고을 사람 돌아오고

披草共來往(피초공래왕)

풀을 헤치고 서로 오고 간다.

相見無雜言(상견무잡언)

서로 만나면 잡된 말 하지 않고

但道桑麻長(단도상마장)

뽕나무나 삼나무 키우는 말만 한다

桑麻日已長(상마일이장)

뽕나무, 삼나무는 이미 자라나고

我土日已廣(아토일이광)

우리의 땅도 날마다 넓어진다.　　

其三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남산(南山) 아래에 콩을 심었더니

草盛豆苗稀(초성두묘희)

풀이 무성하여 묘종(苗種)이 성글다.

侵晨理荒穢(침신이황예)

이른 새벽에 나아가 황예(荒穢)를 손보고

帶月荷鋤歸(대월하서귀)

달빛을 받으며 괭이 메고 돌아오니

道狹草木長(도협초목장)

길은 좁은데 초목(草木)이 길게 자라

夕露霑我衣(석로점아의)

저녁 이슬이 내 옷을 적신다.

其四

久去山澤遊(구거산택유)

산과 소택(沼澤) 떠난 지 오래이지만

浪莽林野娛(낭망림야오)

우거진 숲과 들은 즐거운 곳이지.

試攜子侄輩(시휴자질배)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披榛步荒墟(피진보황허)

나무 덤불 헤쳐가며 폐허를 걷다가,

徘徊丘壟間(배회구롱간)

구롱(丘壟) 사이 배회하며 여기 저기 둘러본다.

依依昔人居(의의석인거)

예전에 사람 살던 집터에는

井竈有遺處(정조유유처)

우물과 부뚜막이 그대로 남아있고

桑竹殘朽株(상죽잔후주)

썩다 남은 뽕나무와 대나무도 있다.

借問採薪者(차문채신자)

나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를

此人皆焉如(차인개언여)

‘이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소?’

薪者向我言(신자향아언)

나무꾼이 나를 보고 하는 말이,

死沒無復餘(사몰무복여)

‘다들 죽고 남은 사람은 없소!’

一世異朝市(일세이조시)

한 세대(世代)가 지나면 세상이 바뀐다더니,

此語眞不虛(차어진불허)

이 말은 참으로 빈말이 아니었구나.

人生似幻化(인생사환화)

인생이란 환상과 같아서

終當歸空無(종당귀공무)

종래에는 빈 곳으로 간다오.

其五

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언짢은 마음으로 지팡이 홀로 집고

崎嶇歷榛曲(기고역진곡)

개암나무 헤집고 굽은 길을 나온다.

山澗淸且淺(산간청차천)

산골짝 개울물은 맑고 얕아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내 발 정도는 씻을 만하다.

漉我新熟酒(녹아신숙주)

새로이 익혀 놓은 술을 거르고

隻雞招近局(척계초근국)

닭 한 마리 잡아서 이웃을 부른다.

日入室中闇(일입실중암)

해가 지면 방안은 어둡지만

荊薪代明燭(형신대명촉)

가시나무 가지로 촛불을 대신하고,

歡來苦多短(환래고다단)

즐거울 때에는 짧은 밤이 괴롭지만

已復至天旭(이복지천욱)

아침해는 또 다시 하늘에 떠오른다.

- 귀원전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