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雀東南飛(공작동남비)

작자미상

원제(原題)는「고시위초중경처작(古詩爲焦仲卿妻作)」다. 남북조 때 남진(南陳)의 시인 서릉(徐陵)1)이 편찬한 <옥대신영(玉臺新詠)>이란 책에 올라 처음으로 소개된 시다. 이 시는 중국 시가 중 민간에 전승된 가장 긴 오언시로 된 서사시로, 전부 357 구(句), 1785 자로 되어있다. 중국 고대문학 발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의 연대는 건안(建安)2)연간에서 서릉(徐陵)이 활동하던 시기 사이에서 지어진 것으로 본다. <옥대신영>에 이 시에 대한 서(序)가 있어 함께 소개한다.

서(序)

한나라 말엽, 건안(建安) 연간에 여강부(廬江府)3)소리(小吏) 초중경(焦仲卿)의 처 유(劉)씨는 시어머니에 의해서 쫓겨났다. 그녀는 재혼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친정에서 재혼을 강요하자 마침내 물에 빠져 죽었다. 초중경(焦仲卿)이 이를 듣고 그 역시 마당의 나무 가지에 스스로 목을 매달았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를 애처롭게 여겨 이 시를 지었다.

一.

孔雀東南飛(공작동남비)

공작(孔雀)이 동남으로 날아가다가4)

五里一徘徊(오리일배회)

5리쯤에서 한 바퀴 배회한다.

十三能織素(심삼능직소)

‘열 세 살에 생견(生絹)을 짜고

十四學裁衣(십사학재의)

열 네 살에는 옷 짓는 걸 배우고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열다섯 살에는 공후(箜篌)를 타고5)

十六誦詩書(십육송시서)

시서(詩書)를 낭송하고

十七爲君婦(십철위군부)

열일곱 살에 당신의 처가 되었다. .

心中常苦悲(심중상고비)

마음속이 늘 괴롭고 슬픈 것은

君旣爲府吏(군기위부리)

부리(府吏)5)가 된 당신은

守節情不移(수절정불이)

절조가 있어 정(情)은 옮기지 않지만6)

賤妾留空房(천첩유공방)

천첩(賤妾)은 빈방에 남아

相見常日稀(상견상일희)

서로 보는 날이 늘 드물었다.

鷄鳴入機織(계명입기직)

닭이 울면 베틀에 올라

夜夜不得息(야야부득식)

밤늦도록 쉬지도 않고

三日斷五匹(삼일단오필)

사흘에 다섯 필을 끊어내도7)

大人故嫌遲(대인고렵지)

시부모님은 굼뜨다 탓했다.

非爲織作遲(비위직작지)

베짜는 게 굼뜬 것이 아니고

君家婦難爲(군가부난위)

당신 집 며느리 노릇이 어려운 것이다.

妾不堪驅使(첩불감구사)

첩을 부리기 힘들다면

徒留無所施(도류무소시)

둬 두어봐야 소용이 없으니

便可白公姥(편가백송모)

바로 시부모님께 고하시고

及時相遣歸(급시상견귀)

일찌감치 돌려보내 주세요.’

二.

府吏得聞之(부리득문지)

부리가 이 말을 듣고서

堂上啓阿母(당상계아모)

안방으로 들어가 시어머니께 말했다.

兒已薄祿相(아이박록상)

‘저는 본래 못난 놈인데8)

幸復得此婦(행복득차부)

요행히 제 부인을 얻었습니다.

結髮同枕席(결발동침석)

머리를 올리고 부부가 된 것은9)

黃泉共爲友(황천공위우)

황천(黃泉)까지 같이 가려한 것입니다.

共事二三年(공사이삼년)

함께 산지 두세 해,

始爾未爲久(시이미위구)

그리 오랜 것도 아닙니다.

女行無偏斜(여행무편사)

여자의 행실에 그릇된 것도 없는데

何意致不厚(하의치불후)

어찌하여 그리도 너그럽지 못하십니까?’

阿母謂府吏(아무위부리)

시어머니가 부리에게 일렀다.

何乃太區區(하내태구구)

‘어찌 그리 용렬하냐?

此婦無禮節(차부무예절)

네 처는 예절도 없고

擧動自專由(거동자전유)

거동이 제 멋 대로다.

吾意久懷忿(오의구회분)

내 오랫동안 분을 참고 있었는데

汝豈得自由(여기득자유)

너마저 이렇게 멋대로 하는 것이냐?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동쪽 집에 참한 색시가 있는데

自名秦羅敷(자명진라부)

스스로 이름하여 진라부(秦羅敷)라 한다.10)

可憐體無比(가련예무비)

고운 몸매가 비할 데 없어

阿母爲汝求(아무위여구)

어미가 너를 위해 구해 줄 터이니,

便家速遣之(편가속견지)

네 처를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라.

遣去愼莫留(견거신막류)

보내고는 다시 들이지 마라.’

府吏長跪告(부리장궤고)

부리가 꿇어앉아 호소했다.

伏惟啓阿母(복유계아모)

‘엎드려 어머님께 여쭙니다.

今若遣此婦(금약견차부)

지금 만약 제 처를 보내시면

終老不復取(종노불복취)

늙도록 다시는 취처하지 않겠습니다.’

阿母得聞之(아모득문지)

어머니가 이 말을 듣고

椎牀便大怒(추상편대노)

마루를 치면서 크게 노했다.

小子無所畏(소자무소외)

‘자식놈이 두려운 게 없구나.

何敢助婦語(하감조부어)

어찌 감히 마누라 역성을 들다니!

吾已失恩義(오이실은의)

내 이미 은의(恩義)를 잃었으니

會不相從許(회불상종허)

결단코 허락할 수 없다.’

三.

府吏黙無聲(부리묵무성)

부리는 묵묵히 아무 소리도 없이

再拜還入戶(재배환입호)

두 번 절하고 방으로 돌아 왔다.

擧言謂新婦(거언위신부)

신부에게 말을 하려고 하나,

哽咽不能語(경인불능어)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我自不驅卿(아자불구경)

‘내 스스로 그대를 내쫓는 게 아니라

逼迫有阿母(핍박유아모)

어머님이 핍박하는 것이오.

卿但暫還家(경단잠환가)

그대는 잠깐만 친정집으로 가 계시오.

吾今且報府(오금차보부)

나는 지금 관아(官衙)로 가 봐야 하오.

不久當歸還(불구당귀환)

머지않아 돌아올 터이니

還必相迎取(환필상영취)

돌아오면 반드시 맞아 드리리다.

以此下心意(이차하심의)

이렇게 마음을 정했으니

愼勿違我語(신물위아어)

제발 내 말을 거스르지 마시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신부(新婦)가 부리(府吏)에게 이르기를,

勿復重紛紜(물복중분운)

‘ 다시 또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往昔初陽歲(왕석초양세)

그 옛날 좋은 동짓달에11)

謝家來歸門(사가래귀문)

친정집을 하직하고 당신 집에 시집와서

奉事循公姥(봉사순공모)

시부모님께 봉사(奉事)하느라

進止敢自專(진지감자전)

걸음조차 감히 제대로 못 옮겼어요.

晝夜勤作息(주야근작식)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伶俜縈苦辛(영빙영고신)

끊임없는 괴로움에 시달렸어요.

謂言無罪過(위언무죄과)

말씀드리지만 별 잘못도 없었고,

供養卒大恩(공양졸대은)

시부모님 공양으로 은혜도 갚았는데

仍更被驅遣(잉경피구견)

몰아서 쫓아내면서

何言復來還(하언복래환)

어찌하여 다시 돌아오라 하십니까?

妾有繡腰襦(첩유수요유)

첩에게는 수를 놓은 저고리가 있는데12)

葳蕤自生光(위유자생광)

푸른색으로 반짝거리고,

紅羅復斗帳(홍라복두장)

홍라(紅羅)의 겹방장도 있는데

四角垂香囊(사각수향낭)

네모진 향낭(香囊)을 드리웠고,

箱簾六七十(상렴육칠십)

고리 상자 육칠십 개는

綠碧靑絲繩(녹벽청사승)

초록실 난청실로 엮어 놓았죠.

物物各自異(물물각자이)

물건이 제각기 다르고

種種在其中(종종재기중)

내용도 여러 가지 들어있어요

人賤物亦鄙(인천물역비)

사람이 천해지면 물건도 역시 천하게 되어

不足迎後人(부족영후인)

뒷사람을 맞이할 때 쓰기에는 부족하니,

留待作遣施(유대작견시)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나 나누어 주세요.

於今無會因(어금무회인)

지금부턴 만날 인연 없을 것이니,

時時爲安慰(시시위안위)

가끔씩은 안부나 전하시고

久久莫相忘(구구막상망)

오래도록 서로 잊지나 말아요.’

四.

鷄鳴外欲曙(계명외욕서)

닭 울음소리에 동이 트려 하는데

新婦起嚴妝(신부기엄장)

신부는 일어나 단장을 하고

著我繡裌裙(저아수겹군)

수를 놓은 겹치마를 입으면서

事事四五通(사사사오통)

이것 저것 너 댓 번 고쳐보고는13)

足下躡絲履(죽하섭사이)

발에는 비단 신을 신고

頭上瑇瑁光(두상대모광)

반짝이는 대모(瑇瑁)14)머리에 꽂고

腰若流紈素(요약유환소)

허리에는 명주를 두르고15)

耳著明月璫(이저명월당)

귀에는 명월주를 달았다.16)

指如削葱根(지여삭총근)

손가락은 벗긴 파뿌리 같고

口如含硃丹(구여함주단)

입술은 주단(硃丹)17)을 머금은 듯 하고

纖纖作細步(섬섬작세보)

작은 발로 떼어 놓는 발 걸음새는

精妙世無雙(정묘세무쌍)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웠다.

上堂謝阿母(상당사아모)

안방으로 들어가 시어머니께 하직하니

母聽去不止(모청거부지)

시어머니는 듣고서도 말리지 않았다.

昔作女兒時(석작여아시)

‘옛날 어린 시절에

生小出野里(생소출야리)

저는 시골에서 낳아 자라

本自無敎訓(본자무교훈)

본래 배운 것이 없었기에

兼愧貴家子(겸괴귀가자)

귀한 집안 출신의 자제가 분에 넘쳤습니다.

受母錢帛多(수모전백다)

어머님의 예물은 많이 받았는데도

不堪母驅使(불감모구사)

어머님께서 부릴 만한 몸이 못 되니

今日還家去(금일환가거)

오늘 친정으로 돌아갑니다만

念母勞家裏(염모노가리)

어머님의 노고가 염려됩니다.’

却與小姑別(각여소고별)

방에서 물러나와 어린 시누이와 작별할 때에는

淚落連珠子(누락연주자)

눈물이 방울져 흘렀다.

新婦初來時(신부초래시)

‘신부로서 처음 왔을 때

小姑始扶牀(소고시부상)

시누이는 침상을 잡고 일어서기 시작했는데

今日被驅遣(금일피구견)

몰려서 쫓겨가는 오늘

小姑如我長(소고여아장)

시누이는 나만큼이나 자랐군요.18)

勤心養公姥(근심양공모)

부지런히 부모님을 받들고

好自相扶將(호자상부장)

스스로 몸조심을 하세요.

初七及下九(초칠급하구)

초이레 날과 열아흐레 날의19)

嬉戲莫相忘(희희막상망)

즐거웠던 놀이를 서로 잊지 말아요.’

出門登車去(출문등거거)

대문을 나서서 수레에 오르니

涕落百餘行(체락백여행)

흐르는 눈물은 걷잡을 수 없었다.

五.

府吏馬在前(부리마재전)

부리의 말이 앞에 나서고

新婦車在後(신부거재후)

신부의 수레가 뒤를 따랐다.

隱隱何甸甸(은은하전전)

느릿느릿 또 덜커덩거리며

俱會大道口(구회대도구)

큰 길 어귀에 다다르자

下馬入車中(하마입거중)

말에서 내려서 수레에 들어가

低頭其耳語(저두기이어)

머리를 숙이고 귀에 대고 말했다.

誓不相隔卿(서불상격경)

‘맹세코 그대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니

且暫還家去(차잠환가거)

잠시만 친정집에 돌아가 있으시오.

吾今且赴府(오금차부부)

나는 우선 관아로 가야하오.

不久當還歸(불구당환귀)

머지않아 돌아오겠소.

誓天不相負(서천불상부)

하늘에 맹세코 저버리지 않으리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신부가 부리에게 일렀다.

感君區區懷(감군구구회)

‘당신의 절실한 마음에 감읍합니다.

君旣若見錄(군기약견록)

당신이 저를 거느리시겠다니

不久望君來(불군망군래)

나를 데리러 오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 마tu요.

君當作磐石(군당작반석)

당신은 당연히 반석(磐石)이 되시고

妾當作蒲葦(첩당작포위)

첩은 당연히 갈대가 되겠어요.

蒲葦紉如絲(포위인여사)

갈대는 실처럼 질긴 끈이고

盤石無轉移(반석무전이)

반석은 꿈쩍도 않지요.

我有親父兄(아유친부형)

저에게는 아버님과 오라버님이 있는데

性行暴如雷(성행폭여뢰)

성격이 우레처럼 성급합니다.

恐不任我意(공불임아의)

어려운건 내 뜻대로 두지 않고

逆以煎我懷(역이전아회)

내 마음을 태울 겁니다.’

擧手長勞勞(거수낭노로)

손을 들어 오래도록 흔드니

二情同依依(이정동의의)

두 사람의 정이 같이 엉겼다.

六.

入門上家堂(입문상가당)

친정집 대문으로 들어가 안방으로 올랐지만

進退無顔儀(진퇴무안의)

나가도 들어가도 얼굴 들지 못했다.

阿母大拊掌(아무대부장)

친정어머님은 손바닥을 치면서,

不圖子自歸(불도자자귀)

‘자식이 혼자서 돌아 올 줄은 몰랐다.

十三敎汝織(십삼교여직)

열세 살에 베 짜는 법을 가르치고

十四能裁衣(십사능재의)

열네 살에 옷 짓는 걸 배워주었다.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열다섯 살에 공후(箜篌)를 익히고

十六知禮儀(십육지예의)

열여섯 살에 예절을 알려주고

十七遣汝嫁(십칠견여가)

열일곱 살에 너를 시집보낼 때,

謂言無誓違(위언무서위)

허물이 없으리라 장담했었다.

汝今何罪過(여금하죄과)

너는 지금 무슨 잘못으로

不迎而自歸(불영이자귀)

반기지도않는데 스스로 왔느냐?’

蘭芝慚阿母(난지참아모)

‘ 이 란지(蘭芝)는 어머님이 부끄러워요.

我實無罪過(아실무죄과)

나는 실로 잘못이 없어요.’

阿母大悲摧(아모대비최)

친정어머니는 매우 슬퍼했다.

七.

還家十餘日(환가십여일)

친정집에 돌아 온지10여 일 만에

縣令遣媒來(현령견매래)

현령이 매인(媒人)을20)보내

云有第三郞(운유제삼랑)

말하기를‘현령에게는 셋째 아들이 있는데

窈窕世無雙(요조세무쌍)

풍신(風神)은 세상에 둘도 없고

年始十八九(연시십팔구)

나이는 이제 십팔구 세

便言多令才(편언다영재)

말 잘하고 재주가 뛰어납니다.’

阿母謂阿女(아무위아녀)

친정어머니가 딸에게 일렀다.

汝可去應之(여가거응지)

‘너는 이 혼담에 응하는게 좋겠다.’

阿女含淚答(아녀함루답)

딸이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

蘭芝初還時(란지초환시)

‘란지가 처음에 돌아 올 때에

府吏見丁寧(부리견정녕)

부리(府吏)가 다짐하기를

結誓不別離(결서불별리)

맹세코 이별은 않겠다 했습니다.

今日違情義(금일위정의)

오늘 이 약속을 어긴다 하면

恐此事非奇(공차사비기)

어찌 옳지 않은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自可斷來信(자가단래신)

중매인이 가져온 혼담을 중단하시고

徐徐更謂之(서서경위지)

나중에 천천히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阿母白媒人(아무자매인)

친정어머니가 매인(媒人)에게 말했다.

貧賤有此女(빈찬유차녀)

‘가난한 집안의 우리 딸아이는

始適還家門(시적환가문)

방금 집으로 왔다오.

不堪吏人婦(불감리인부)

아전의 아내도 감당하지 못했는데

豈合令郞君(기합령랑군)

높은 댁 도령에게 맞을 리가 있겠소?

幸可廣問訊(행가광문신)

다른데서 널리 알아보시고

不得便相許(부득편상허)

우리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八.

媒人去數日(매인거수일)

매인이 돌아간 지 며칠 후에

尋遣丞請還(심견승천환)

군승(郡丞)21)이 찾아와 다시 청혼하며

說有蘭家女(설유란가녀)

란지에게 일렀다.

承籍有宦官(승적유환관)

‘ 벼슬하던 집안의 사람이오.’

云有第五郞(운유제오랑)

또 말하기를, ‘다섯 째 도령은

嬌逸未有婚(교일미유혼)

미남인데다가 아직 미혼입니다. ’

遣丞爲媒人(견승위매인)

태수가 군승은 중매인으로 보내고

主簿通語言(주부통어언)

주부(主簿)22)에게는 자신의 말을 전하게 했다.

直說太守家(직설태수가)

‘ 태수 댁으로 말씀 드리자면

有此令郞君(유차령랑군)

이러이러한 도령이 있소.

旣欲結大義(기욕결대의)

인륜대사를 정코자 하여

故遣來貴門(고견래귀문)

귀댁으로 저를 보내셨습니다.’

阿母謝媒人(아모사매인)

친정어머니는 매인에게 정중히 거절했다.

女子先有誓(여자선유서)

‘ 딸아이가 먼저 맹세했다고 하니

老姥豈敢言(노모기감언)

늙은 어미가 무어라 하겠습니까?’

阿兄得聞之(아형득문지)

오라버니가 이 말을 듣고

悵然心中煩(창연심중번)

안타까운 마음에 속이 타올라

擧言謂阿妹(거언위아매)

목소리를 높여 누이에게 일렀다.

作計何不量(작계하불량)

‘어찌 그리 요량이 없느냐?

先嫁得府吏(선가득부리)

먼저 번에는 부리에게 시집갔었지만

後嫁得郞君(후가득랑군)

이제 도령에게 시집을 가면

否泰如天地(부태여천지)

고생과 호강이 하늘과 땅 차이라

足以榮汝身(족이영여신)

너에게는 영광이 될 터이다.

不嫁義郞體(불가의랑체)

의로운 도령에게23)시집을 안 간다면

其往欲何云(기왕욕하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蘭芝仰頭答(란지앙두답)

란지(蘭芝)가 고개를 들고 대답하기를,

理實如兄言(이실여형언)

‘이치는 오라버니 말씀이 옳아요.

謝家事夫婿(사가사부서)

집을 하직하고 남편을 섬기다가

中道還兄門(중도환형문)

중도에 오라버니께 돌아 왔으니

處分適兄意(처분적형의)

오라버니의 처분을 바라는 신세인데

那得自任專(나득자임전)

어찌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雖與府吏要(수여부리요)

비록 부리와 약속은 했지만

渠會永無緣(거회영무연)

그이와는 영원한 인연이 없는 같군요.’

登卽相許和(등죽상허화)

란지가 즉시 좋다고 허락하여

便可作婚婣(편가작혼인)

곧 혼인하게 되었다.

媒人下牀去(매인하상거)

매인(媒人)은 마루에서 내려가면서

諾諾復爾爾(낙락복이이)

싱글벙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還部白府君(환부백부군)

관아로 돌아간 매인이 태수에게 아뢰었다.

下官奉使命(하관봉사명)

‘소인이 분부를 받들어

言談大有緣(언담대유연)

말씀을 전한즉 연분이 잘 맞았습니다.’

府君得聞之(부군득문지)

태수께서 이 말을 듣고

心中大歡喜(심중대환희)

마음이 매우 흡족하여

視曆復開書(시력복개서)

달력을 보시고 사주단자를 쓰셨다.

便利此月內(편리차월내)

‘이 달 안이 참으로 좋겠구려

六合正相應(육합정상응)

육합(六合)이 맞아24)바로 어울리니

良吉三十日(양길삼십일)

길일은30일인데

今已二十七(금이이십칠)

오늘이 벌써 스무 이레라

卿可去成婚(경가거성혼)

그대는 가서 혼약을 맺어주게.’

交語連裝束(교어연장속)

얘기가 정해지자 준비를 서두르니

洛繹如浮雲(낙역여부운)

연이어서 오는 사람이 구름 같았다.

靑雀白鵠舫(청작백곡방)

청작(靑雀)의 채선(彩船)과 백곡(白鵠)의 방주(舫舟)25)

四角龍子幡(사각용자번)

네 모서리엔 용의 깃발이

婀娜隨風轉(아나수풍전)

펄렁펄렁 바람에 나부끼고

金車玉作輪(금거옥작륜)

황금의 수레엔 벽옥(碧玉)의 바퀴

躑躅靑驄馬(척촉청총마)

머무적거리는 청총마(靑驄馬)26)에는

流蘇金縷鞍(유소금루안)

황금술이 안장에 늘어졌소.

齎錢三百萬(기용삼백만)

재전(齋錢)이27)3백 만 냥

皆用靑絲穿(기용청사천)

이미 파란실에 모두 꿰여있고,28)

雜綵三百疋(잡채삼백필)

채단(綵緞)이 3백 필

交廣市鮭珍(교광시해진)

또 교광(交廣)의 산해진미(山海珍味)29)에

從人四五百(종인사오백)

4-5백 인의 하인(下人)30)이

鬱鬱登郡門(울울등군문)

빽빽하게 군문(郡門)에 모였소.

(계속)

주석

1)서릉(徐陵) : 남북조 때 남조의 양(梁)과 진(陳)의 문필가로 지금의 산동성 담현(郯縣)에서 서기 507년에 태어나 583년에 죽었다. 역시 진조 때 문인이었던 서리(徐摛)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문장에 통달했다. 남조의 양나라 때 출사하여 진나라 때까지 조정의 고위직을 지냈다. 그가 편찬한 10권의 옥대신영(玉臺新詠)은 한나라부터 남조의 양(梁)나라 때까지의 시가 중 여인들의 애증에 관한 시들을 위주로 한 시가집이다.

2)건안(建安) : 한나라 말 한헌제(漢獻帝)가 사용한 연호로 서기 196-219 동안을 말한다.

3)여강부(廬江府) : 동한의 13자사 중의 하나인 양주자사부(揚州刺使部)에 속한 여강군(廬江郡)을 말한다. 지금의 안휘성 서부와 강서성 일대를 관할했으며 치소는 현 안휘성 여강현(廬江縣)에 있었다.

4)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 시 전체의 서장(序章)으로, 주인공의 처지를 상징하는 구절이다.

5)공후(箜篌) : 고대 중국․한국․일본에서 쓰던 발현악기(撥絃樂器)의 하나로 줄이 공명통(共嗚筒)과 횡가(橫架) 사이에 수직 혹은 대각선으로 이어져있다. 일본에서는 ＜백제금(百濟琴)＞이라고 한다.

5)부리(府吏) : 한나라 때의 행정구역은 전국을 13자사로 나누고 그 밑에 군(郡)을 두었다. 부(府)란 군의 태수가 집무하는 지방관청을 말한다. 군(郡)에는 장리(長吏)와 소리(小吏)가 있다. 소리(小吏)의 녹봉(祿俸)은 일백(一百) 섬(石) 이하의 하급관리이다.

6)수절(守節) : 가정의 일로 공무에 태만하지 않는 것.

7)필(匹)/ 1 필은 2자 2치의 넓이에 길이 40척을 말한다. 한 나라 때 1척은 22cm임으로 1필의 단위는 약 50cm의 폭에 9m이다. 따라서 초중경의 처는 3일 동안 모두 45m의 비단을 짰다는 말이다.

8)박록상(薄祿相) : 녹봉을 많이 받을 수 없는 관상, 즉 관리로 출세하지 못할 운명을 타고 태어난 사람.

9)결발(結髮) : 중국 고대에 남자는 20세가 되면 머리를 묶어 올린 다음 관례를 행한 다음 장가를 들 수 있었고, 여자는 15세가 되면 머리에 비녀를 꽂는 행계례(行笄禮)를 행한 후에 시집을 갔다. 즉 결발이라는 말은 성인이 되어 결혼한 것을 의미한다.

10)진나부(秦羅敷) : 한대악부(漢代樂賦) 맥상상(陌上桑)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이었으나 이후로 미인을 말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11)초양세(初陽歲) : 양기가 처음으로 움직이는 시작하는 때를 의미하는 말로 동짓달을 의미한다.

12)요유(腰襦) : 길이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저고리

13)사사사오통(事事四五通) : 어떤 일을 하는데 정성 들여 하느라 같은 일을 모두 네 댓 번씩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14)대모(瑇瑁) :황갈색의 빛나고 아름다운 등을 갖고 있는 바다거북의 일종이다. 여기서는 그 등껍질로 만든 비녀를 말한다.

15)유환소(流紈素) : 흰 비단이 바람결에 나부끼는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옷을 입은 부인의 모습을 형용했다.

16)당(瑭) : 옥으로 만든 귀고리.

17)주단(硃丹) :은주(銀硃)와 단사(丹砂), 모두 빨간 색 물감.

18)소고여아장(小姑如我長) : 앞서의 구절에 시집 온지 두 세 해라는 어구를 생각하면 이 구절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시가(詩歌)에 흔히 나타나는 수사(修辭)상의 과장이다.

19)初七及下九(초칠급하구) : 초이렛날과 열 아흐렛날을 말한다. 7월 7석과 초이렛날 모두 부녀자들의 명절이다. 또한 매달 19일에는 부녀자들이 양회(陽會)라는 놀이를 했다. 양회(陽會)에서는 여러 사람이 허리띠에 고리(鉤)를 숨기고 이를 알아 맞추는 놀이를 하면서 늦은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데, 재미에 열중하여 밤을 새우기도 했다 .

20)현령(縣令) : 한나라 때 지방 행정조직의 맨 마지막 단위이다. 전국을 13자사(刺史)로 나누고 그 자사 밑에 군(郡)을, 군 밑에 현을 두었다. 군의 장을 태수(太守), 현의 장은 만호 이상의 고을은 현령(縣令), 그 이하의 고을은 현장(縣長)이라 했다.

21)군승(郡丞) : 태수(太守)를 보좌하는 지방 관원의 우두머리로 한국으로 말하면 이방 격에 해당한다.

22)주부(主簿) : 관아의 회계를 담당하던 부서의 장.

23)의랑(義郞) : 새 낭군은 먼젓번 낭군(焦仲卿)처럼 불의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24)육합(六合) : 음양가(陰陽家)에서는 월건(月建-북두성의 자루가 저녁에 가리키는 방위)과 월장(月將-日月이 서로 만나는 방위)이 서로 합치는 날을 길일(吉日)로 치는데, 여기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즉, 자.축(子丑), 인.해(寅亥), 묘.술(卯戌), 진.유(辰酉), 사.신(巳申), 오.미(午未). 이것이 육합(六合)이다. 월건(月建)과 월장(月將)은 다음과 같다. (月名, 月建, 月將의 순서) 正月-寅-亥, 二月-卯-戌, 三月-辰-酉, 四月-巳-申, 五月-午-未, 六月-未-午, 七月-申-巳, 八月-酉-辰, 九月-戌-卯, 十月-亥-寅, 동짓달-子-丑, 섣달-丑-子.

25) 청작백곡방(靑雀白鵠舫) : 청작(靑雀)은 익(鷁)이라는 새다. 이 새는 백로(白鷺) 비슷한데 풍파에 잘 견디므로 뱃머리에 이 새의 모양을 새기거나 그린다. 백곡(白鵠)은 고라니다. 이 구절은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 예물을 실어 나르는 배가 빈번히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26)청총마(靑驄馬) : 푸른빛과 흰빛이 섞여 있는 털을 가지고 있는 말로, 훌륭한 말을 뜻한다.

27)재전(齎錢) : 옛날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新郞)이 신부(新婦)집에 지불했던 금전을 말한다. .

28)개용청사천(皆用靑絲穿) : 한나라 때 동전은 모두 푸른 실로 천 개씩 꿰어 통용되었다. 즉 3백 만 전의 동전은 모두 푸른 실을 이용하여 천 개씩 꿰어서 신부집에 보냈다는 뜻이다.

29)교광(交廣) : 한나라 때 13자사부의 하나인 교주(交州)를 말한다. 지금의 광동성, 광서성과 베트남 북부를 관할했다. 치소는 지금의 광동성 광주시인 남해(南海)에 두었다.

30)종인사오백(從人四五百) : 신랑(新郞)집에서 신부(新婦)집으로 예물(禮物)을 나르는 인부가 4-5백이라는 뜻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신부집에 예물을 보낼 때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시가행진을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