擬古八首(의고팔수)

鲍照

一　

魯客事楚王(노객사초왕)

초왕을 섬겼던 타국의 나그네



懷金襲丹素(회금습단소)

금인을 품고 붉은 수를 놓은 흰 옷을 입었다.



既荷主人恩(기하주인은)

주군의 은혜를 입고 나서



又蒙令尹顧(우몽령영고)

다시 영윤의 돌봄이 있었다.



日晏罷朝歸(일안파조귀)

조정의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輿馬塞衢路(여마색구로)

안장 얹은 말들이 들어차 길을 막았다.



宗黨生光輝(종당생광휘)

친척들은 모두 광채가 나고



賓仆遠傾慕(빈복원경모)

빈객과 노복들은 멀리서 앙모한다.



富貴人所欲(부귀인소욕)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바라



道得亦何懼(도득역하구)

법도에 맞으니 무엇을 두려워할까?



南國有儒生(남국유유생)

남국에 유생이 있는데



迷方獨淪誤(미방독윤오)

갈 길을 잃어 혼자서 잘못 빠져있다.



伐木清江湄(휴목청강미)

맑은 강가에서 나무를 베고



設罝守毚兔(설저수참토)

그물을 쳐서 토끼를 기다린다.　





二　

十五諷詩書(십오풍시서)

내 나이 열다섯에 시서를 외우고



篇翰靡不通(편한미볼통)

통달하지 못한 문장이 없었다.



弱冠參多士(약관참다사)

약관의 나이에 백관의 자리에 끼어



飛步遊秦宮(비보유진궁)

나는 듯이 진나라 궁전에서 노닐었다.



側覩君子論(측도군자론)

군자의 도리를 옆에서 지켜보며



預見古人風(예견고인풍)

고인의 풍도를 얻어 볼 수 있었으니



兩說窮舌端(양설궁설단)

훌륭한 변설도 변사들을 곤궁케 하고



五車摧筆鋒(오거최필봉)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 문사들의 필봉을 꺾었다.



羞當白璧貺(수당백벽황)

백벽을 하사받은 일을 부끄러워하며



恥受聊城功(치수요성공)

요성을 깨뜨린 공에 대한 포상을 수치로 여겼다.



晚節從世務(만절종세무)

만년에 세무를 따르게 되어



乘障遠和戎(승장원화융)

보루에 올라 멀리 오랑캐를 위무했다.



解佩襲犀渠(해패습서거)

패옥을 벗어두고 갑옷을 입고



卷袠奉盧弓(권질봉노궁)

책을 덮고 노궁을 잡았으나



始願力不及(시원력불급)

애초의 소망 이루기엔 힘이 부쳤으니



安知今所終(안지금소종)

지금은 어디서 생을 마칠지 알 수가 없다.

　



三　

幽幷重騎射(유병중기사)

유주와 병주에서는 기사(騎射)를 중시하여



少年好馳逐(소년호치축)

젊은이들은 말 달리며 쫓는 일을 좋아한다.



氈帶佩雙鞬(전대패쌍건)

모직 요대와 쌍 활집을 차고



象弧插雕服(상호삽조복)

상아 활과 문양 새긴 활을 뒤에 찼다.



獸肥春草短(수비춘초단)

짐승들은 살쪘는데 봄풀은 미처 자라기 전에



飛鞚越平陸(비공월평륙)]

나는 듯한 말은 평원을 내 달린다.



朝遊鴈門上(조유안문상)

아침 나절에는 안문의 성루에서 놀고



暮還樓煩宿(모환누번숙)

저녁 나절에는 누번에서 묵는다.



石梁有餘勁(석량유여경)

돌다리를 뚫는 화살 남은 힘이 있는데



驚雀無全目(경작무전목)

놀란 참새는 온전한 논동자가 없다.



漢虜方未和(한로방미화)

한나라 때의 오랑캐들 화평하지 못해



邊城屢翻覆(변성누번복)

변방에서는 여러 번 전쟁이 반복되었다.



留我一白羽(유아일백우)

나에게 백우 한 개를 남겨준다면



將以分虎竹(장이분호죽)

장차 호죽으로 나누어 변방을 지키리라!。

　



四

鑿井北陵隈(착정불릉외)

북릉 한 쪽에 우물을 팠으나



百丈不及泉(백장불급천)

백장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生事本瀾漫(생사본란만)

사람의 삶이란 원래 번잡하니



何用獨精堅(하용독정견)

어찌 자기 혼자만 견실하고 잘 살 수 있겠는가?



幼壯重寸陰(유장중촌음)

젊고 건장한 땐 짧은 시간도 아껴 노력헸으나



衰暮反輕年(쇠모반경년)

늙은 만년에는 일년도 가벼이 여기게 되었다.



放駕息朝歌(방가식조가)

말의 멍애를 풀어 조가에서 쉬고



提爵止中山(제작지중산)

중산에 멈추고는 술잔을 든다.



日夕登城隅(일석등성우)

해지는 저녁무렵에 산모퉁이에 올라



周回視洛川(주회시낙천)

두루 돌면서 낙수강변을 바라보니.



街衢積凍草(가구적동초)

네거리는 얼어붙은 풀더미 쌓여있고



城郭宿寒煙(성곽숙한연)

성곽에는 겨울 서리만 가득하다.



繁華悉何在(번화슬하재)

옛날의 번화함은 다 어디로 가고



宮闕久崩填(궁궐구붕전)

오래 전에 허물어진 궁궐터만 보인다.



空謗齊景非(공방제경비)

헛되이 제경공의 사치를 비방하고



徒稱夷叔賢(도칭이숙현)

하릴 없이 백이숙제의 현명함을 칭송한다.　



五

伊昔不治业(이석불치업)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일 없이



倦遊觀五都(권유관오도)

그저 다섯 도성을 다니며 구경만 실컷했다.



海岱饒壯士(해대요장사)

발해와 태산에는 장사들 즐비하고



蒙泗多宿儒(몽사다숙유)

몽산과 사수 지간의 유가들 밤하늘의 별처럼 즐비하다.



結發起躍馬(결발기약마)

상투를 틀고 일약 몸을 일으켜



垂白對講書(수백대강서)

백발이 늘어지도록 시서를 강독하는데



呼我升上席(호아승상석)

나를 부르더니 상석에 앉히고는



陳鱔發瓢壺(진선발표호)

장어 안주에 술단지를 내온다.



管仲死已久(관중사이구)

죽은 지 이미 오래된 관중



墓在西北隅(묘재서북우)

그의 무덤은 서북쪽의 모퉁이에 있고



後面崔嵬者(후면최외자)

뒤쪽은 깎아 지르는 절벽



桓公舊塚廬(환공구총려)

제환공의 옛 무덤 가의 오두막으로



君來誠既晚(군래성기만)

군께서 오셨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不覩崇明初(부도숭명초)

옛날 성인들의 덕은 사라지고



玉琬徒見傳(옥완도견전)

옥홀을 허리에 찬 도배들만 보일 뿐



交友義漸疏(교우의점소)

교우의 의기는 갈수록 소원해지는 구나!

　



六　

束薪幽篁裏(속신유황리)

대밭 속에서 땔나무 하고



刈黍寒澗陰(예서한간음)

추운 계곡 그늘에서 기장 베는데



朔風傷我肌(삭풍상아기)

삭풍은 내 살갗을 애이고



號鳥驚思心(호조경사심)

새 우는 소리 내 마음 놀라게 한다.



歲暮井賦訖(세모정부흘)

세모에 농지세 다 바치고 나니



程課相追尋(정과상추심)

계속해서 호구세 독촉한다.



田租送函穀(전조송함곡)

전세로 양식 함곡관으로 보내고



獸槁輸上林(수고수상림)

짐승먹이 상림원으로 나르는데



河渭冰未開(하위빙미개)

하수와 위수의 얼음은 아직 녹기 전이라



關隴雪正深(관농설정심)

관서와 농서에는 눈이 수북히 쌓였다.



苔擊官有罰(태격관유벌)

관아에서는 세금 독촉으로 매질하고



呵辱吏見侵(가욕리견침)

관리들은 욕질하면서 몰아세운다.



不謂乘軒意(불위승헌의)

윗 분들의 뜻이라고 하지 않는가?



伏櫪還至今(복력환지금)

말구유에 엎드려 지금에 이르고 있다.

　



七　

河畔草未黃(하반초미황)

강둑의 풀은 아직 누렇지 않은데



胡雁已矯翼(호안이교익)

오랑캐 땅의 기러기는 높이 날아온다.



秋蛩挾戶吟(추공협호음)

가을 귀뚜라미는 문 앞에서 울고



寒婦成夜織(한부성야직)

추위에 떠는 아낙네는 밤세워 베를 짠다.



去歲征人還(거세증인환)

작년에 출정한 사람이 돌아와



流傳舊相識(유전구상식)

낭군과 변방에서 잘 았았던 사이라고 전하는데



聞君上隴時(문군상농시)

듣건대 낭군께서 농산에 수자리 설 때



東望久歎息(동망구탄식)

동쪽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했다고 했다.



宿昔改衣帶(숙석개의대)

나도 슬픔으로 여위어 옛날 옷도 맞지 않고



旦暮異容色(단모이용색)

아침 녁으로 얼굴색이 달라졌답니다.



念此憂如何(염차우여하)

이런 생각에 북받치는 슬픔 어찌할까요?



夜長憂向多(야장우향다)

기나긴 밤 수심은 더욱 많아지는데



明鏡塵匣中(명경진갑중)

상자 속의 밝은 거울에는 먼지만 싸이고



寶瑟生網羅(보슬생망라)

아름다운 거문고에는 거미줄만 치는군요.





八　

蜀漢多奇山(촉한다기산)

촉한에는 기이한 산이 많아



仰望與雲平(앙망여운평)

고개 들어 쳐다보니 망망한 구름뿐이다.



陰崖積夏雪(음애적하설)

북쪽 벼랑에는 여름에도 눈이 쌓여있고



陽穀散秋榮(음각산추영)

남쪽 계곡에는 가을에도 꽃이 진다.



朝朝見雲歸(조조견운귀)

아침마다 구름 돌아가는 모습 보고



夜夜聞猿鳴(야야문원명)

매일 밤 원숭이 울음소리 들려오니



憂人本自悲(우인본자비)

시름 많은 사람은 본래 슬퍼하고



孤客易傷情(고객이상정)

외로운 나그네는 마음 상하기 쉽다.



臨堂設樽酒(임당설준주)

마루에 올라 술동이와 술잔을 준비했으나



留酌思平生(유작사평생)

술마시기를 멈추고 지난날을 생각한다.



石以堅爲性(석이견위성)

돌은 굳은 것으로 성품을 삼으니



君勿慚素誠(군물점소성)

당신은 진실된 마음으로 부끄럼 없이 지내시구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