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이문(北山移文)

공치규(孔稚圭 : 447—501)

남북조시대 남조의 남제(南齊) 왕조의 병려문(騈驪文) 작가다. 자는 덕장(德璋)이고 공규(孔圭)라고도 부른다.

회계(會稽) 산음(山阴)인 지금의 절강성 소흥(紹興) 출신이다. 유송(劉宋) 조정에서 상서전중랑(尚书殿中郎)을 지냈고 제무제(齐武帝) 영명(永明) 연간에 어사중승(御史中丞)을 역임했다. 제명제(齐明帝) 건무(建武) 초기에 북정(北征)을 상소했다. 동혼후(東昏侯) 즉 남제의 마지막 황제 蕭寶卷 영원(永元) 원년(499년)，태자첨사(太子詹事)가 되었다. 사후에 금자광록대부(金紫光禄大夫)에 추증되었다.

문장으로 명성이 있었던 공치규는 일찍이 강엄(江淹)과 함께 소도성(萧道成) 막부에서 문서를 담당했다. 예장왕(豫章王) 소억(萧嶷)이 죽자 후，그이 아들이 심약(沈约)과 공치규에게 비문을 지어달라고 청해 당시 귀족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사서에는 그를 “ 세상의 일을 좋아하지 않고 집에 들어 앉아 산수를 즐겼다. ” 했으며 또한 집안의 뜰에는 풀과 채소가 자라 무성했다. “라고 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그의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가 되었기 때문에 그가 쓴 탄핵이나 표장은 일세를 풍미하게 되었다.

주옹(周颙)이라는 사람은 자(字)는 언륜(彦倫)이고 남북조시대의 유송(劉宋) 때 사람이다. 일찍이 강소성(江蘇城) 강녕부(康寧府) 소재의 종산(鐘山)에서 은거하다가 남제(南齊) 조정에 출사하여 회계군의 해염(海鹽) 현령을 지냈다. 해염 현령의 임기를 마치고 도성으로 가는 길에 주옹은 다시 종산을 들르려고 했다. 공치규는 주옹이 뜻을 바꾸어 은자의 생활을 버리고 조정에 출사한 행위를 미워했다. 그래서 종산이 신령의 뜻이라고 칭탁하여 관청의 통문 형식 즉 이문(移文)의 표현을 빌려 주옹이 두 번 다시 종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종산은 일명 북산이라고도 하고 정부의 회장(廻狀)을 이문 혹은 이서(移書)라고 함으로 이 글에 북산이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鍾山之英(종산지영)

종산의 정령과

草堂之靈(초당지영)

초당①의 신령이

馳煙驛路(치연역로)

안개 속을 헤쳐 역로로 달려가

勒移山庭(륵이산정)

이문을 북산의 등성이에 새기게 하였다

夫以耿介拔俗之標(부이경개발속지표)

무릇 세속에서 빼어나는 풍모를 갖춘 지조와 절개,

蕭洒出塵之想(소쇄출진지상)

홍진을 뛰어넘는 기상과 씻은 듯이 맑고 깨끗한 마음,

度白雪以方潔(도백설이방결)

눈을 갓 건너서 온 결백한 몸,

干靑雲而直上(간청운이직상)

청운을 뚫고 곧바로 하늘 위에 다다를 듯한 지조가

吾方知之矣(오방지지의)

은자의 모습임을 나는 지금까지 알아왔다.

若其亭亭物表(약기정정물표)

은자란 만물 표면에 우뚝 솟아

皎皎霞外(교교하외)

속세 밖의 노을처럼 빛나고 있는 존재다.

芥千金而不眄(개천금이불면)

천금을 초개같이 여겨 돌아보지 않고,

屣萬乘其如脫(사만승기여탈)

만승의 천자자리라도 신발짝을 버리듯 하는 사람이다.

聞鳳吹於洛浦(문봉취어락포)

태자 진(晉)이 낙수의 포구에서 생황(笙簧)을 불어 봉황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일이나②

値薪歌於延瀨(치신가어연뢰)

소문(蘇門) 선생이 연뢰에서 나뭇꾼의 노래를 들었던 일은③

固亦有焉(고역유언)

세상에 진실로 있었던 일이었다.

豈期始終參差(기기시종삼차)

어찌 기약했으리오? 주옹의 마음이 처음과 끝이 달라

蒼黃反覆(창황반복)

파랗다가 다시 노랗게 변하기를 반복하니

淚翟子之悲(루적자지비)

묵적(墨翟)은 흰 실이 여러 염료에 물들어질 운명에 눈물 흘렸고④

慟朱公之哭(통주공지곡)

양주(楊朱)는 길을 가다가 선악의 갈림길에서 통곡했었다.⑤

乍廻迹以心染(사회적이심염)

잠깐 발걸음을 돌렸으나 마음은 속세에 물들고

或先貞而後黷(혹선정이후독)

혹은 처음에는 지조가 곧았으나 후에는 더러워졌으니

何其謬哉(하기류재)

어찌하다가 그는 잘못되었는가!

嗚呼(오호)

아아!

尙生不存(상생불존)

상생⑥은 이 세상에 있지 않고

仲氏旣往(중씨기왕)

중장통(仲長統)⑦은 이미 가버렸으니

山阿寂寥(산아적요)

산과 언덕은 고요하고 적막해지고

千載誰賞(천재수상)

천년을 두고 누가 산과 언덕의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리오?

世有周子(세유주자)

세상에 주옹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雋屬之士(준속지사)

아주 뛰어난 선비였다

旣文旣博(기문기박)

문장을 잘 짓고 박식하였고

亦玄亦史(역현역사)⑧

현묘한 철학에 통달하고 역사에도 밝았다

然而學遁東魯⑨(연이학둔동로)

학문은 동로에 사는 안합(晏闔)의 은일(隱逸) 사상을 따르고

習隱南郭⑩(습은남곽)

관습은 남곽자기의 무아경을 익혔다

竊吹草堂(절취초당)⑪

그러나 그는 은자가 아니면서 거짓 초당에서 살았고

濫巾北岳(남건북악)

북악에서 함부로 은자들이 쓰는 두건을 쓰고 다녔다

誘我松桂(유아송계)

내가 사랑하는 북산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를 유혹하였고

欺我雲壑(기아운학)

내가 사랑하는 북산의 구름과 골짜기를 속였다.

雖假容於江皐(수가용어강고)

비록 그가 강호에서 은자를 흉내냈다고 하나

乃纓情於好爵(내영정어호작)

마음은 좋은 작록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其始至也(기시지야)

그가 이 산에 들어왔을 때에는

將欲排巢父拉許由(장욕배소보랍허유)

소보를 밀어낼 듯, 허유의 기세를 끌어내릴 듯 했고⑫

傲百世蔑王侯(오백세멸왕후)

백세를 두고 오만하였으며 왕과 제후도 멸시하였다

風情張日(풍정장일)

그의 풍류스런 마음은 햇살처럼 널리 퍼지고

霜氣橫秋(상기횡추)

서릿발 같은 기상은 가을하늘을 가로질렀었다

或歎幽人長往(혹탄유인장왕)

때로는 오래 전에 가버린 은자들을 탄식하기도 하였으며

或怨王孫不游(혹원왕손불유)

때로는 왕손⑬이 이곳에 노닐지 않았음을 원망하기도 했다,

談空空於釋部(담공공어석부)

불교의 일체개공의 논리를 담론하고

覈玄玄於道流(핵현현어도유)

도가의 현묘한 진리를 탐구하기도 했다.

務光何足比(무광하족비)

그런 주옹을 무광⑭인들 어찌 족히 비견될 수 있었겠는가?

涓子不能儔(연자불능주)

제나라의 약초 캐는 은자였던 연자⑮도 짝할 수 없음이다.

及其鳴騶入谷(급기명추입곡)⑯

그러나 사자를 태운 말이 울음소리를 내니 골짜기에 들어오고

鶴書赴隴(학서부롱)⑰

은자를 부르는 학두서가 산언덕을 넘어오자

形馳魄散(형치백산)

그는 정신없이 뛰어나가더니 넋은 흩어져 달아나고

志變神動(지변신동)

지조는 변하고 정신은 동요되었다

爾乃眉軒席次(이내미헌석차)

그리고는 너무 기뻐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자리에 나란히 앉아

袂聳筵上(몌용연상)

소매자락을 펄럭이며 춤추었다

焚芰製而製荷衣(분기제이제하의)⑱

그는 은자의 지제옷을 불사르고, 연닢옷을 찢어버리며

抗塵容而走俗狀(항진용이주속상)

먼지 낀 얼굴을 뻣뻣이 들고 속된 모습으로 마구 달려갔다.

風雲悽其帶憤(풍운처기대분)

바람과 구름은 슬퍼하며 분노를 띠었고

石泉咽而下愴(석천열이하창)

돌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은 오열하며 구슬피 흘렀다.

望林巒而有失(망림만이유실)

숲으로 우거진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실망하는 듯하였고

顧草木而如喪(고초목이여상)

초목을 돌아보니 무언가를 상실한 기색이었다.

至其紐金章綰黑綬(지기뉴금장관흑수)

마침내 주옹은 현령의 검은 인끈의 동으로 만든 인장을 몸에 꿰어 차고

跨屬城之雄(과속성지웅)

본주에 딸려있는 웅장한 성에 걸터앉아

冠百里之首(관백리지수)

사방 백리 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張英風於海甸(장영풍어해전)

바다가 가까운 해염현(海鹽懸)에 덕풍(德風)을 널리 펴고

馳妙譽於浙右(치묘예어절우)

절강의 오른쪽인 회계에서 영예를 휘날리게 되니,

道帙長擯(도질장빈)

도가의 책은 오랫동안 버리고 보지 않았고

法筵久埋(법연구매)

불법을 강론하던 대자리를 오랫동안 묻어두고 쓰지 않았다

敲扑諠囂(고복훤효)

죄인을 매질하던 시끄러운 소리에

犯其慮(범기려)

그의 배려심은 침해를 받고

牒訴倥傯(첩소공총)

공문서와 송사에 바쁘게 되어

裝其懷(장기회)

그의 마음은 얽매이게 되니

琴歌旣斷(금가기단)

가야금의 노래소리 이미 끊어져 버렸고

酒賦無續(주부무속)

술 마시며 시를 읊던 일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常綢繆於結課(상주무어결과)

항상 관리들의 업적 조사에 마음이 묶여있고

每紛綸於折獄(매분륜어절옥)

매번 옥사의 시비를 판단하는 재판에 마음이 어지럽게 되었다.

籠張趙於往圖(롱장조어왕도)⑲

명망 높은 장창(張蒼)과 조광한(趙廣漢) 같은 사람을 본보기로 삼고

架卓魯於前籙(가탁노어전록)⑳

후한의 훌륭한 관리 탁무와 노공을 닮으려고 했다.

希蹤三輔豪(희종삼보호)㉑

그는 삼보의 장관 발자취를 따르려고 했으며

馳聲九州牧(치성구주목)

온 천하의 지방 장관 중에서 이름을 떨치려고 하였다

使其高霞孤映(사기고하고영)

그가 떠난 곳은 저녁노을 높이 떠 외로운 그림자를 던졌고

明月獨擧(명월독거)

밝은 달도 홀로 떠 있었다.

靑松落陰(청송낙음)

푸른 소나무 그늘을 짓고

白雲誰侶(백운수려)

흰구름 떠 있으되 누구와 벗할까?

磵戶摧絶無與歸(간호최절무여귀)

산골짜기의 집은 부서져 더불어 돌아갈 사람 없고

石逕荒凉徒延竚(석경황량도연저)

돌 깔린 오솔길 황량하여 목을 길게 빼고 사람을 헛되이 기다린다.

至於還颷入幕(지어환표입막)

회오리바람 장막 속으로 불어들고

寫霧出楹(사무출영)

토해내는 안개는 기둥사이에서 피어나는데

蕙帳空兮夜鶴怨(혜장공혜야학원)

비어 있는 향초장막이여, 학은 밤마다 원망의 울음 울고

山人去兮曉猿驚(산인거혜효원경)

떠나고 없는 산인이여, 새벽 원숭이 놀라서 우는도다!

昔闻投簪逸海岸(석문투잠일해안)㉒

옛날 소광은 벼슬을 버리고 동해군의 향리로 돌아와 은거했다고 들었는데

今見解蘭縛塵纓(금견해란박진영)㉓

지금 보니 주옹은 난띠를 풀어 던지고 속세의 먼지 묻은 갓끈을 매었구나!

於是(어시)

이에

南獄獻嘲(남옥헌조)

남산은 북산을 조롱하고

北隴騰笑(북롱등소)

북산의 작은 언덕들도 비웃음 소리를 높였으며

列壑爭譏(열학쟁기)

줄지어 있는 골짜기들은 다투어 꾸짖고

攢峰竦誚(찬봉송초)

옹기종기 모인 봉우리들은 소리 높여 비난하였다

慨遊子之我欺(개유자지아기)

북산을 속인 주옹의 행위에 분개하고

悲無人以赴弔(비무인이부조)

위로하여 오는 사람이 없음을 슬퍼한다.

故其林慙無盡(고기림참무진)

그러니 북산 우거진 숲의 치욕은 끝이 없고

澗愧不歇(간괴불헐)

시냇물의 부끄러움은 다함이 없다

秋桂遣風春蘿擺月(추계견풍춘라파월)㉔

가을 계수나무는 바람을 버리고 봄의 담쟁이덩굴은 달을 밀쳐낸다.

騁西山之逸議(빙서산지일의)

서산의 백이숙제의 은일하던 높은 뜻을 널리 선포하고

馳東皐之素謁(치동고지소알)㉕

동고에 은거하던 완적같은 소박한 사귐에 널리 치달았다.

今乃促裝下邑(금내촉장하읍)

이제 행장을 수습한 주옹은 하읍에서 나와서

浪栧上京(랑예상경)

배를 타고 경사로 향하리라!

雖情投於魏闕(수정투어위궐)

비록 그의 마음이 벼슬을 하려 대궐에 두어져 있으나

或假步於山扃(혹가보어산경)

혹시 거짓 발걸음으로 이 북산의 입구에 발을 들여 놓을지 모른다.

豈可使芳杜厚顔(기가사방두후안)하

어찌 향기로운 두약으로 하여금 얼굴을 두껍게 하며

薜荔無耻(벽려무치)

향기로운 풀 벽려로 하여금 수치를 모르게 하며

碧嶺再辱(벽령재욕)

푸른 산마루로 하여금 다시 욕보게 하며

丹崖重滓(단애중재)

붉은 벼랑으로 하여금 다시 더러움을 입도록 하겠는가

塵遊躅於蕙路(진유촉어혜로)

속진 속에 노닐던 발길이 혜초가 나 있는 길을 더럽히고

汚淥池以洗耳(오록지이세이)㉖

주옹이 변절하였다는 말을 듣고 맑은 연못에 귀를 씻을 따름이다.

宜扃岫幌掩雲關(의경수황엄운관)

마땅히 산의 동굴에 장막을 쳐 막아버리고 구름으로 관문을 덮어버리고

斂輕霧藏鳴湍(렴경무장명단)

가벼운 안개를 거두고 소리내어 흐르는 시냇물을 감추어야 한다.

截來轅於谷口(절래원어곡구)

주옹이 타고 오는 수레의 끌채를 골짜기 입구에서 잘라버리고

杜妄轡於郊端(두망비어교단)

망령되이 들어오는 말고삐를 교외에서 막아버려야 한다.

於是(어시)

이에

叢條瞋膽(총조진담)

떨기를 이룬 나뭇가지는 놀란 듯이 눈을 부릅뜨고

疊潁怒魄(첩영노백)

수많은 풀 이삭들은 혼이 날아갈 듯이 노하여

或飛柯以折輪(혹비가이절륜)

날아오르는 가지들은 수레바퀴를 부러뜨리려 하기도 하고

乍低枝而掃迹(사저지이소적)

갑자기 가지를 낮게 드리워 발자국을 쓸어버리려고도 한다.

請廻俗士駕(청회속사가)

청컨대, 속된 선비의 수레를 돌려 보내어

爲君謝逋客(위군사포객)

산의 임금인 나를 위하여 거짓 은자를 사절해야 한다

주석

①초당(草堂)：주영(周顒)이 종산에 은둔하기 위해 지은 집 .

②태자진 : 주영왕(周靈王)의 태자로 생황을 불어 봉황을 불러와 노래부르게 하면서 이수(伊水)와 낙수(洛水) 강변을 노닐다 후에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포(浦)는 강변이다.

③연뢰(延瀨)：장하(長河)를 뜻하는 말로 뢰(瀨)는 물이 얕은 여울목의 모래다. 《문선(文選)》여향(呂向)의 주에「소문(蘇門) 선생이 연뢰에서 노니는데 나무를 하고 있던 사람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이곳에서 평생을 마치려고 하는가?” 나뭇꾼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에 ‘성인은 가슴 속에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다만 도와 덕만으로 가슴에 품는다.’라고 했습니다. 어찌하여 이상히 여겨 슬퍼하십니까?” 그리고는 두 개의 노래를 부르고는 사라졌다.」나무꾼의 말을 빌려 은사의 굳은 지조를 표현했다.

④묵자(翟子)：묵적(墨翟)이다. 묵적이 장차 갖가지 색깔로 물들여 지게 되는 횐실을 보고 사람의 마음도 그것처럼 악으로 물들 수 있음을 슬퍼했다.（《회남자(淮南子)·세림훈(說林訓)》）。

⑤주공(朱公)：양주(楊朱)를 말한다. ‘ 사람들이 지켜야 도는 하나 뿐인데 갈림길에 다다르면 항상 어디로 가야할지를 망설인다.“라며 통곡했다.

⑥상생(尙生) ; 자는 자평(子平)으로 서한 말 은사다. 산으로 들어가 땔나무를 해서 지고 다니며 팔아 먹을 것을 해결했다.(《고사전(高士傳》)。

⑦중장통(仲長統 : 179—220年），자는 공리고 산양군(山陽郡) 고평(高平) 출신이다. 지금의 산동성 미산현(微山縣) 양성진(兩城鎮）이다. 동한 말 철학가, 정치가이며 이론가이다. 중장통은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하여 수많은 책을 섭렵하여 세상일에 정통하고 문장에 능했다. 나이 20여 세에 청주(靑州), 서주(徐州), 병주(幷州), 기주(冀州) 등으로 편력하며 학문을 배웠다. 중장통의 재능은 뭇사람들의 위에 있었고 성격은 괴팍했으며 호쾌했다. 세속의 일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 예절에는 꺼리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광생(狂生)이라고 불렀다. 여러 주군에서 그를 불러 관리로 삼으려고 했으나 그는 모두 병을 핑계로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한헌제(漢獻帝) 때 상서령 순욱(荀彧)이 그의 명성을 듣고 그를 성서랑에 천거했다. 후에 승상 조조의 군사 일에 참여했으나 조조로부터 중용되지 못했다. 중장통의 사상과 재능은《창언(昌言)》이라는 책에 잘 표현되어 있다.

⑧역현역사(亦玄亦史) : 현(玄)은 현묘한 진리로 노장이 말하는 도(道)에 해당하고 사(史)는 장식이 있어 화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교양미다. 《논어(論語)․옹야편(雍也篇)》애 “ 바탕이 지식을 누르면 야비해지고, 지식이 바탕을 누르면 문약해진다.”라고 했다. 타고난 바탕을 다음지 않으면 교양이 없고 비루해지며, 바탕을 무시하고 겉치레만 일삼으면 실속은 없이 겉만 화래해진다는 뜻이다.

⑨동로(東魯) : 춘추 때 노인 안합(晏闔)을 말한다. 안합이 도인이라는 소문을 들은 노나라 군주가 사자에게 예물을 들고가 불러오도록 했다. 사자가 그의 집에 당도하여 예물을 바치자 예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것 같으니 다시 군주에게 가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사자가 확인하는 사이에 안합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⑩남곽자기(南郭子綦) : 사마자기(司馬子綦)의 별호로 춘추 초장왕의 아들이라는 설과 춘추말 초소왕의 이복동생이라는 설이 있다. 장자(莊子) 제물편(齊物篇)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하늘을 우러러 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육신이 해체되어 흡사 몸이라는 짝을 버린 듯했다. 안성자유(顔成子遊)가 앞에서 모시고 있다가 물었다. "무슨 까닭입니까? 육신을 마른 장작 같게 하고 마음을 참으로 불 꺼진 재와 같게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책상에 기대어 계신 모습은 예전의 그 모습과는 아주 다릅니다." 子자기가 대답했다. "언아, 어리석구나, 그런 질문을 하다니! 지금 나는 나를 잊었는데 자네가 이를 알겠는가! 자네는 사람의 피리 소리는 들었어도 땅의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게야.설령 땅의 피리소리는 들었더라도 하늘이 내는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것이네."』

⑪절취초당(竊吹草堂) ; 주옹이 자격도 없으면서 초당에서 은사 노릇을 한 것을 가리킨다. 절취(竊吹)란 악기 부는 소리를 훔친다는 뜻으로 남우충수(濫芋充數)라고도 한다. 제선왕(齊宣王)은 큰 생황인 우(芋) 소리를 즐겨 생황을 부는 악인을 300명이나 두었다. 남곽(南郭) 선생은 생황을 전혀 불줄 모르면서 300명의 악대에 끼어 녹봉을 받았다. 선왕이 죽고 그 뒤를 이은 민왕(湣王)은 악인들을 한 명씩 불게 하여 솜씨를 확인자 남곽 선생은 도망치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해 거짓으로 남의 명의를 훔치는 일을 절취라고 했다.

⑫소보(巢父)와 허유(許由) : 모두 요임금 때의 은사로 요임금이 차례로 임금의 자리를 선양하려고 했으나 소부는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았고 허유는 기산(箕山)에 들어가 숨었다는 전설상의 인물들이다.

⑬왕손(王孫)：은자다. 《초사(楚辭)·초은사(招隱士)》에“왕손은 놀러가 돌아오지 않음이여, 봄풀은 자라나 무성함이여!(王孫遊兮不歸，春草生兮萋萋)라는 구절이 있다.”

⑭무광(務光) : 하나라 때의 은자다. 상탕(商湯)이 하나라의 폭군 걸(桀)을 토벌하기 위해 무광에게 상의했으나 무광은 자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거절했다. 후에 상탕은 천하를 무광에게 물려주려고 했으나 무광은 돌을 등에 짊어지고 관수(窾水) 속으로 몸을 숨겼다.

⑮연자(涓子)：제나라 사람으로 음식 섭취에 능하여 탕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고 했다.

⑯명추(鳴騶) : 사자가 타는 수레를 끄는 말로 울음소리가 크다.

⑰학서(鶴書)：은사를 부를 때 쓰는 서장(書狀)으로 학두서(鶴頭書)라고도 한다. 글자의 모양이 고니[곡(鵠)]의 머리 모양과 비슷했기 때문에 학서라고 불렀다.

⑱지제(芰制)는 마름의 잎을 엮어 만든 옷이고 하의(荷衣)는 연잎을 엮어 만든 옷으로 모두 은자가 입는 옷이다.

⑲장조(張趙)：서한 때의 대신 장창(張敞)과 조광한(趙廣漢)이다. 두 사람 모두 서한의 경조윤(京兆尹)을 지낸 재능있는 관리였다.

⑳탁로(卓魯)：탁무(卓茂)와 노공(魯恭)은 모두 동한의 순리(循吏)다. 탁무의 자는 자강(子康)으로 밀현(密縣)의 현령이 되어 인의(仁義)로써 정치를 행했다. 노공의 자는 중강(中康)으로 중모현(中牟縣)의 현령이 되어 치적을 이루었다.

㉑희종(希蹤)은 훌륭한 선인들의 업적을 쫓는다는 뜻이고 삼보(三輔)는 한나라 때 수도와 경기지역을 관할하는 경조윤, 좌풍익(左馮翊)、우부풍(右扶風)의 지방관청을 말한다.

㉒투잠(投簪)은 벼슬을 버리고 산촌에 숨는 행위를 말하낟. 서한 한선제(漢宣帝) 때 소광이라는 사람이 벼슬을 버리고 동해군의 향리로 돌아가 은둔생활을 한 고사에서 기인한 말이다. 후에 공성신퇴라는 성어와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㉓해란(解蘭) : 몸에 두른 란초를 풀어버린다는 뜻으로 주옹이 은사로써의 신분을 청산했음을 말한다. 옛날에는 유인(幽人)이나 은자(隱者)는 나초를 허리에 참으로써 자신의 고결한 기상을 나타냈다.

㉔秋桂遣風春蘿擺月(추계견풍춘라파월) : 라(蘿)는 담쟁이덩굴이고, 파(擺)는 거부함이다. 북산의 계수나무와 담쟁이덩굴이 한때 주옹의 놀이개감이었던 것은 부끄럽게 생각하여, 이제는 자신들이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계수나무의 향기와 봄밤에 달빛을 받아 빛나는 담쟁이덩굴의 모습은 계절의 풍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㉕馳東皐之素謁(치동고지소알) : 고(皐)는 늪이고 소(素)는 소박하고 깨끗한 사귐이다. 알(謁)을 고(告)다. 즉 옛날 동쪽 늪지에서 은거하던 은자 완적(阮籍)처럼 소박하고 맑은 사람만이 북산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㉖汚淥池以洗耳(오록지이세이) : 맑은 연못물을 귀를 씻어 더럽히는 행위. 록지(淥池)는 물이 맑은 연못이고 세이(洗耳)는 귀를 씻는다는 뜻이다.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선양하려고 하자, 허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영천(潁川)의 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소에게 영천의 물을 먹이려고 하던 소보는 허유가 귀를 씻는 연유를 듣고 영천의 물이 더럽졌다고 하면서 소에게 물을 먹이지 않고 그냥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