擬行路難十八首(의행로란십팔수)

포조(鮑照:415-470）

남북조시대 송나라 문인이다. 안연(顏延)과 사영운(謝靈運)과 함께 원가삼대가(元嘉三大家)로 불려진다. 자는 명원(明遠)，조상은 원래 지금의 산동성 담성시(郯城市)인 동해(東海)에 살았으나 후에 지금의 남경(南京)인 건강(建康)으로 이주했다. 가세가 빈한했다. 임해왕(臨海王) 유자욱(劉子頊)이 형주(荊州)에 진(鎭)을 세웠을 때 그의 전군참군(前軍參軍)이 되었다. 후에 유자욱이 란을 일으키자 포조는 란군 중에 살해되었다. 악부시에 능했고 그의 칠언시는 당시가 흥성하게 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유집에 포참군집(參軍集)이 있다.

포조는 청소년 시절을 지금의 강소성 진강시(鎭江市)인 경구(京口) 일대에서 지냈다. 원가(元嘉:424—453）연간에 송문제(宋文帝) 유의륭(劉義隆)에 의해 초빙되어 국시랑(國侍郎)이 되었다. 효무제(孝武帝)가 즉위하자 그는 대학박사(大學博士) 겸 중서사인(中書舍人)이 되고 다시 지방관으로 나가 위릉(魏陵 : 今南京）의 령(令)에 이어 영가(永嘉: 溫州市）령이 되었다. 후에 다시 임해왕 유자욱의 전군참군이 되었다가 자리를 군형옥참군(軍刑獄參軍)이 되었음으로 사람들은 그를 포참군(鮑參軍)이 되었다. 송문제 원가 16년(439），26세의 포조는 역사적인 고사를 본떠 임천왕(臨川王) 유의경(劉義慶)을 면담하고 스스로 모수자천(毛遂自薦)으로 빗댔으나 결국 중용되지 못했다. 그는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그의 포부를 시로 써서 바치려고 했다. 어떤 사람이 그런 그를 보고 말리면서 말했다. “ 그대의 직책이 낮은 랑(郞)의 신분이라 대왕을 깨우칠 수 없을 것이오. ” 포조가 듣고 크게 노해 말했다. “ 천 년만에 태어난 재사가 흙속에 묻혀 세상사람들이 알고 있지 못한데 어찌 그런 것들을 구구하게 따지고 있을 겨를이 있겠소? 또한 대장부가 어찌 지혜와 재능을 지녔음에도 난초와 잡초 속에 끼어 구분이 안 되어 평생을 평범하게 참새들 뒤를 따라 살 수만 있겠소? ”

그리고 결국은 임천왕의 인정을 받아 임천국의 시랑(侍郞)이 되었다. 원가(元嘉) 21년(444), 유의경이 병으로 죽자 그는 직위를 잃고 집에서 은거하며 한가한 생활을 한 때나마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일시적으로 시흥왕(始興王) 유준(劉浚) 밑에서 시랑을 지내기도 했다. 송효무제(宋孝武帝) 유준(劉駿)이 군사를 일으켜 유소(劉劭)의 란을 평정한 후 그는 해우령(海虞令)에 임명되었고 다시 태학박사(太學博士) 겸 중서사인(中書舍人)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외직으로 나가 말릉령(秣陵令)과 영가령(永嘉令)을 지냈다. 효무제 대명(大明) 5년(461年），임해왕(臨海王) 유자욱(劉子頊)의 막료가 되고 다음해 유자욱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임명되었을 때 그 역시 치소인 강릉(江陵)으로 따라가 전군참군(前軍參軍)과 형옥참군(刑獄參軍) 등의 직책과 서기(書記)의 일을 관장했다. 효무제가 죽자 태시(太始) 2년(466年），강주자사(江州刺史) 유자훈(劉子勳)이 반란을 일으켜 칭제하자 유자욱이 호응했으나 유자훈이 싸움에서 패하고 반란은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 유자욱은 사사되고 포조는 형주에서 란군 중에 살해되고 말았다.

一

奉君金巵之美酒(봉군금치지미주)

그대에게 바치노니 금 술잔에 명주와

瑇瑁玉匣之雕琴(대모옥갑지조금)

대모옥갑(瑇瑁玉匣)의 조각된 거문고

七彩芙蓉之羽帳(칠채부용지우장)

일곱 빛깔로 부용을 수 놓은 새깃 휘장

九華蒲萄之錦衾(구화포도지금금)

포도 문양의 화려한 비단 이불

紅顏零落歲將暮(홍안영락세장모)

예쁜 얼굴 시들어가고 한 해도 저문다.

寒光宛轉時欲沉(한광완전시욕침)

차거운 빛에 몸을 뒤척이며 하루도 끝나간다.

願君裁悲且減思(원군재비차멸사)

원컨대 슬픔일랑 걱정일랑은 버리고

聽我抵節行路吟(청아저절행로음)

북을 치며 행로난 곡조소리를 들어보시오

不見柏梁銅雀上(불견백량동작상)

측백나무 대들보 동작대의 성대한 잔치 보지 않고

寧聞古時清吹音(영문고시청취음)

그 옛날 맑은 노래 어찌 다 들을 수 있겠소!

二

洛陽名工鑄爲金博山(낙양명공주위금박산)

낙양 이름높은 공인 박산(博山)이라는 황금향로를 만드는데

千斵複萬鏤(천착복만루)

천번을 깎고 만 번은 다듬어

上刻秦女攜手仙(상각진녀휴수선)

위에는 진녀가 신선의 손을 잡은 모습 그렸다.

承君清夜之歡娛(승군청야지환오)

맑은 밤 그대를 모시고 사랑을 즐길 때에는

列置帳裏明燭前(열치장이명촉전)

휘장 안 밝은 촛불 앞에 놓아 두었다.

外發龍鱗之丹彩(외발용린지단채)

밖으로는 용린(龍鱗)의 붉은 광채 환히 빛나고

內含麝芬之紫煙(내함사분지자연)

안으로는 사향의 보랏빛 연기 머금었다.

如今君心一朝異(여금군심일조이)

어쩌랴! 오늘날 그대 마음 갑자기 변했으니

對此長歎終百年(대차장탄종백년)

이에 평생 동안 길게 탄식하며 살리라!

三

璿閨玉墀上椒閣(선규옥서상초각)

옥으로 장식한 규방이 있는 지대 위의 아름다운 누각

文窗繡戶垂羅幕(문창수호수라막)

화려한 장식과 문양의 창과 문에 비단 휘장 두르고

中有一人字金蘭(중유일인자금란)

그 안에 금란(金蘭)이라고 사람 사는데

被服纖羅藴芳藿(피복섬라온방곽)

비단 옷 입고 곽(藿) 향내 가득하다.

春燕差池風散梅(춘연차지풍산매)

봄 제비 어지러이 날고 매화는 바람에 날리는데

開幃對景弄春爵(개위대경농금작)

휘장 걷어내고 풍경을 마주대하고 봄 술잔 즐긴다.

含歌攬涕恒抱愁(함가람체항포수)

노래를 머금고 눈물을 훔치며 항상 괴로움에 빠져있으니

人生幾時得爲樂(인생기시득위락)

인생살이 한 평생 즐거움은 얼마인가?

寧作野中之雙鳧(녕작야중지척부)

차라리 저 들판의 오리 한 쌍이 될지언정

不願雲間之別鶴(불원운간지별학)

구름 사이의 외로운 학은 되지 않으련다.

四

瀉水置平地(살수치평지)

평지에 물을 쏟아 부으면

各自東西南北流(각자동서남북류)

각기 동서남북으로 흐른다.

人生亦有命(인생역유명)

인생 역시 천명이 있거늘

安能行歎複坐愁(안능행탄복좌수)

다만 행하면서 한탄이요 앉아서 시름할 뿐이네

酌酒以自寬(작주이자관)

술 따르면서 느긋해보자

舉杯斷絕歌路難(거배단절가로난)

잔 들고 ‘갈길이 어렵다’고 그만 노래 부르자

心非木石豈無感(심비목석기무감)

사람이 목석이 아닐진대 느낌이 없으랴?

吞聲躑躅不敢言(탄성척촉불감언)

소리죽여 머뭇거리며 말도 하지 못핮다.

五

君不見河邊草(군불견하변초)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물가의 풀들이

冬時枯死春滿道(동시고사춘만도)

겨울에 말라 죽어도 봄이면 길가에 가득 피어남을

君不見城上日(군불견성상일)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성 위의 태양은

今暝沒盡去(금명몰진거)

오늘 밤에는 모두 지더라도

明朝複更出(명조복경출)

내일 아침이면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今我何時當然得(금아하시당연득)

오늘 우리는 언제나 이럴 수 있을까?

一去永滅入黃泉(일거영멸입황천)

한 번 가면 영원히 스러져 황천으로 들어가는데

人生苦多歡樂少(인생고다환락소)

인생이란 고통은 많고 즐거움은 적으니

意氣敷腴在盛年(의기부수재성년)

의기가 유쾌함은 한 창 때에 묻어두자

且願得志數相就(차원득지수상취)

뜻을 얻어 이루기를 바라나

床頭恒有沽酒錢(상두항유고주전)

머리맡에는 항상 술 살 돈이 놓여있도다.

功名竹帛非我事(공명죽백비아사)

공명을 세워 이름을 남김은 나의 일이 아니니

存亡貴賤付皇天(존망귀천부황천)

존망과 귀천은 하늘에 맡기자.

六

對案不能食(대안불능식)

밥상을 받고도 음식이 안 넘어가

拔劍擊柱長歎息(발검격주장탄식)

장검을 뽑아 기둥을 치며 장탄식한다.

丈夫生世會幾時(장부생세회기시)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서 얼마나 산다고

安能蝶躞垂羽翼(안능접섭수우익)

어찌 어깨쭉지를 늘어뜨리고만 있겠는가?

棄置罷官去(기치파관거)

그만 벼슬버리고 돌아가자.

還家自休息(환가자휴식)

집으로 돌아가 마음먹은 대로 휴식을 취하자

朝出與親辭(조출여친사)

아침에 나가서 부모님께 인사 올리고

暮還在親側(모환재친측)

저녁에는 돌아와 부모를 모시리

弄兒床前戲(농아상전희)

침상에서 장난치는 어린아이 어르며

看婦機中織(간부기중직)

베틀에서 베 짜는 아내를 바라보리

自古聖賢盡貧賤(자고성현진빈천)

자고로 성현께서는 모두 빈천하셨거늘

何況我輩孤且直(하항아배고차직)

하물며 외롭고 고지직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랴? 。

七

愁思忽而至(추사홀이지)

슬펀 생각 갑자기 일어

跨馬出北門(과마출북문)

말 타고 북문을 나선다.

舉頭四顧望(거두사고망)

고개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但見松柏園(단견송백원)。

다만 송백 우거진 숲만 보이고

荊棘鬱蹲蹲(형극울준준)

가시나무 빽빽이 우거졌다.

中有一鳥名杜鵑(중유일조명두견)

숲속의 새 한 마리 이름은 두견인데

言是古時蜀帝魂(언시고시촉제혼)

옛날 촉나라 임금의 혼백이라고 한다.

聲音哀苦鳴不息(성음애고명불식)

애달프고 구슬픈 소리로 쉴 새 없이 울어대니

羽毛憔悴似人髠(우모초초ㅔ사인곤)

깃털 초췌하기가 마치 까까머리같다.

飛走樹間啄蟲蟻(비주수간탁충의)

나무 사이로 날아다니며 벌레와 개미를 쪼니

豈憶往日天子尊(기억왕일천자존)

어찌 지난 날 천자의 존귀함을 기억하겠는가?

念此死生變化非常理(염차사생변화비상리)

이 생사 변화의 덧없음을 생각해보면

中心惻愴不能言(중심측창불능언)

비통한 마음에 말조차 할 수 없다.

八

中庭五株桃(중정오주도)

뜰 안의 복숭아나무 다섯 그루

一株先作花(일주선작화)

그 중 한 그루가 먼저 꽃을 피웠다.

陽春妖冶二三月(양춘요야이삼월)

화창한 봄 이삼월 아름다운 날에

從風簸蕩落西家(종풍파탕락서가)

바람 따라 하늘하늘 서쪽 집에 흩날린다.

西家思婦見悲惋(서가사부견비완)

서쪽 집의 님 그리워하는 부인이 보고 탄식하며

零淚沾衣撫心歎(영루점의무심탄)

흘리는 눈물에 옷 적시고 가슴치며 한탄한다.

初送我君出戶時(초송아군출호시)

옛날 집 떠나시는 님 전송할 때

何言淹留節回換(하언엄유절회환)

어찌 계절이 바뀌도록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겠는가?

床席生塵明鏡垢(상석생진명경구)

침대 요는 먼지 싸이고 거울엔 떼 끼었다.

纖腰瘦削發蓬亂(섬요수삭발봉란)

가는 허리 더 여위고 머리는 쑥대처럼 헝클어졌다.

人生不得恒稱悲(인생부득항칭비)

인생은 언제나 만족할 수는 없으니

惆悵徙倚至夜半(추창사의지야반)

슬픔에 젖어 한밤중까지 배회할 뿐이다.

九

剉蘖染黃絲(좌얼염황사)

황벽나무 베어 황사를 물들이는데

黃絲曆亂不可治(황사력란불가치)

황사가 어지러히 풀어져 정리할 수 없구나

昔我與君始相值(석아여군시상치)

옛날 그대와 처음 만났을 때에

爾時自謂可君意(이시자위가군의)

그때는 그대의 뜻을 따를 수 있다고 말했지요.

結帶與我言(결대여아언)

허리 때 묶으며 그대에게 말했지요.

死生好惡不相置(사생호오불상치)

죽으나 사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서로 헤어지지 말자고

今日見我顏色衰(금일견아안색쇠)

이제 시든 내 얼굴 보고

意中索寞與先異(의중색관여선이)

마음이 쌀쌀해져 옛날과는 다르군요.

還君金釵瑇瑁簪(완군금차대모잠)

금비녀 대모비녀 그대에게 돌려드리려고 하나

不忍見之益愁思(불인견지익수사)

차마 보지 못하고 슬픔만 더할 뿐이오.

十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蕣華不終朝(군불견순화불종조)

무궁화꽃 하루도 가지 못하고

須臾淹冉零落銷(수수엄염영락소)

잠시 머물다가 곧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을

盛年妖豔浮華輩(성년요염부화배)

한창 때에 아리땁고 화려한 무리들도

不久亦當詣塚頭(불구역당예총두)

오래지 않아 무덤에 들어간다.

一去無還期(일거무환기)

한 번 가면 돌아올 날 기약 없고

千秋萬歲無音詞(천추만세무음사)

천년만년 아무 소식 없네

孤魂煢煢空隴間(고혼경경공농간)

외로운 혼은 텅빈 구릉 사이에서 떠들고

獨魄徘徊遶墳基(독백배회요분기)

고독한 넋은 무덤가를 배회할 것이다.

但聞風聲野鳥吟(단문풍성야조음)

다만 바람소리와 들새 지지귐만 들리니

豈憶平生盛年時(기억평생성년시)

어찌 평생의 한창 때를 기억하랴?

爲此令人多悲悒(위차령인다비읍)

이렇게 인생이 슬프고 불안한 것이니

君當縱意自熙怡(군당종의자회이)

그대 지금 마음껏 편히 즐기게나!。

十一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枯籜走階庭(고탁주계정)

죽순껍질 뜰에 뒹굴다가

何時複青著故莖(하시복청저고경)

언제 다시 푸르러서 옛 줄기를 붙던가를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亡靈蒙享祀(망령몽형사)

망령이 제사를 흠향하여

何時傾杯竭壺罌(하시경배알호앵)

언제 잔 기울이고 술 주전자 비우던가를

君當見此起憂思(군당견차기우사)

그대는 이것을 보면 근심 일어날 것이니

寧及得與時人爭(영급득여시인쟁)

어찌 사람들과 다툴 겨를이 있겠는가?

人生倐忽如絕電(인생숙홀여절전)

인생 덧 없기는 번갯불 사라지듯 한데

華年盛德幾時見(화년성덕기시견)

한창 때 번성함을 얼마나 보겠는가?

但令縱意存高尚(단영종의존고상)

다만 마음 내키는 대로하되 고상함을 지켜

旨酒嘉肴相胥燕(지주가효상서연)

좋은 술 맛있는 안주로 함께 즐기는 것 뿐

持此從朝竟夕暮(지차종조경석모)

이렇게 한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差得亡憂消愁怖(차득망우소수포)

그런대로 근심 잊고 두려운 마음 덜 것인데.

胡爲惆悵不得已(호위추창부득이)

왜 슬퍼하며 그치지 못하는가?

難盡此曲令君(난진차유영군)

그대 언짢아 하니 이 곡 마치기 어려워라.

十二

今年陽初花滿林(금년양초화만림)

금년 봄 숲속의 꽃망울 만개했고

明年冬末雪盈岑(명년동말설영잠)

이내 겨울 핀 설화는 피어 하늘을 가득 채웠다.

推移代謝紛交轉(추이대사분교전)

계절의 바뀜과 만물의 대사는 끊임없이 도는데

我君邊戍獨稽沉(아군변수독계심)

우리 님만 변방에 홀로 머물러 있다.

執袂分別已三載(집몌분별이삼재)

옷소매 붙잡고 이별한지 어언 3년

邇來寂淹無分音(이래적엄무분음)

그 후론 적적하게 소식조차 없네

朝悲慘慘遂成滴(조비참참수성적)

아침에는 절절한 슬픔에 끝내 눈물 방울지고

暮思遶遶最傷心(모사요요최상심)

저녁에는 아득한 그리움에 가슴 아프다.

膏沐芳餘久不禦(고목방여구불어)

머리감고 연지 바른지 오래 되었고

蓬首亂鬖不設簪(봉수란삼불설잠)

쑥대머리 헝클어진 머리엔 비녀도 꽂지 않았다.

徒飛輕埃舞空帷(도비경의무공유)

부질없이 날리는 먼지 텅빈 휘장만 춤추고

粉筐黛器靡複遺(분광대기미복유)

화장바구니 눈썹 먹 그릇도 남아있지 않다

自生留世苦不幸(자생유세고불행)

홀로 세상에 남아 괴롭고 불행하니

心中惕惕恒懷悲(심중척척항회비)

마음속에는 항상 괴로움과 슬픔뿐일세

十三

春禽喈喈旦暮鳴(춘금개개단모명)

봄 되니 새 지지배배 밤낮으로 울어

最傷君子憂思情(최상군자우사정)

군자의 괴로운 마음 더 아프게 한다.

我初辭家從軍僑(아초사가종군교)

내 처음 집을 떠나 중군할 때는

榮志溢氣幹雲霄(영지일기간운소)

왕성한 포부 넘치는 기개 구름을 뚫었다.

流浪漸冉經三齡(유랑점염경삼령)

유랑하며 어느덧 3년이 지나가니

忽有白發素髭生(홀유백발소자생)

갑자기 흰머리 흰 수염 돋아났다.

今暮臨水拔已盡(금모임수발이진)

오늘 저녁 물가에서 흰 머리 다 뽑아도

明日對鏡復已盈(명일대경복이영)

내일 겨울 보면 다시 가득할 것을

但恐羇死爲鬼客(단공기사위귀객)

다만 두려운 건 객사하여 떠돌이 귀신되어

客思寄滅生空精(객사기멸생공정)

나그네 생각 소멸되고 텅빈 정령이 되는 것이다.

每懷舊鄉野(매회구향야)

고향의 들판 생각할 때마다

念我舊人多悲聲(념아구인다비성)

오랜 지인 그리워 슬픈 울음 많아진다.

忽見過客問何我(홀견과객문하아)

우연히 만난 과객 나에게 인사하는데

寧知我家在南城(영지아가재남성)

우리집 南城에 있는 줄 어떻게 아시오?

答雲我曾居君鄉(답운아증거군향)

답하길, 내 일찍이 그대 고향에 산 적이 있어

知君遊宦在此城(지군유환재차성)

그대가 이 성에서 벼슬하는 것도 알지요.

我行離邑已萬里(아행리음이만리)

나도 고향 떠나 벌써 만리 길인데

今方羇役去遠征(금방기역거원정)

오늘 군역으로 원정가는 중이오.

來時聞君婦(래시문군부)

올 때에 그대 부인에 관해 들었소.

閨中孀居獨宿有貞名(규중상고독숙유정명)

규중에서 홀로 지내며 정절이 굳다는 것을

亦雲悲朝泣閑房(역운비조읍한방)

또한 아침에는 슬픔에 적막한 방에서 울음 삼킨다고 하고

又聞暮思淚沾裳(우문모사루점상)

저녁에는 그리움에 눈물이 옷을 적신다고도 들었소

形容憔悴非昔悅(형용초췌비석열)

모습은 초췌하여 옛날 즐거운 모습 아니고

蓬鬢衰顏不復妝(봉빈쇠안불복장)

쑥대머리 수척한 얼굴엔 다시는 화장도 않는다오.

見此令人有餘悲(견차영인유여비)

이 모습 보면 남도 슬픔 가누지 못할텐데

當願君懷不暫(당원군회불잠)

부디 그대는 명심하여 잠시도 잊지 마오.

十四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少壯從軍去(소장종군거)

젊고 건장 할 때 종군하여

白首流離不得還(백수유리부득환)

백발이 되어도 떠돌며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故鄉窅窅日夜隔(고향요요일야격)

고향은 아득하게 밤낮으로 멀어지고

音塵斷絕阻河關(음진단절조하관)

강과 산에 가로 막혀 소식조차 끊어졌다.

朔風蕭條白雲飛(삭풍소조백운비)

삭풍은 스산하고 흰 구름 나는데

胡笳哀急邊氣寒(호가애급변기한)

오랑캐 피리소리 애절하고 변방 날씨 쌀쌀하다.

聽此愁人兮奈何(청차수인혜나하)

이 소리 들으면 시름 가눌 수 없으니

登山遠望得留顏(등산원망득유안)

산에 올라 멀리 바라보며 안색을 붙들어 볼까?

將死胡馬跡(장사호마적)

장차 오랭캐 말발굽 아래에서 죽으리니

寧見妻子難(영견처자난)

아내와 자식은 만나기 힘들겠지

男兒生世轗軻欲何道(남아생세감가욕하도)

남아로 세상에 태어나서 때를 못 만났으니 무슨 말 하겠는가?

綿憂摧抑起長歎(면우최억기장탄)

끝없는 시름을 억지로 누르니 한숨만 나온다.

十五

君不見柏梁臺(군불견백량대)

그대는 백량대를 보지 못했는가?

今日丘墟生草萊(금일구허생초래)

지금 그 터엔 잡초만 무성한 폐허인 것을

君不見阿房宮(군불견아방궁)

그대는 아방궁을 보지 못했는가?

寒雲澤雉棲其中(한운택치서기중)

찬 구름 이는데 못에는 들꿩만 서식하고

歌妓舞女今誰在(가기무녀금수재)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 지금 누가 남았는가?

高墳壘壘滿山隅(고분루루만산우)

높은 봉분과 첩첩한 봉우리 산을 가득 메웠다.

長袖紛紛徒競世(장수분분사경세)

긴 옷소매 펄럭이며 헛되이 세상과 다투었으나

非我昔時千金軀(비아석시천금구)

나는 옛날 귀한 몸 아니었다.

隨酒逐樂任意去(수주축락인의거)

술과 즐거움 찾아 마음대로 가려니

莫令含歎下黃壚(막영함탄하황로)

탄식을 머금고 황천으로 떨어지지 않으리!

十六

君不見冰上霜(군불견빙상상)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얼음 위의 서리를

表里陰且寒(표리음차한)

겉과 속이 어둡고 또한 차다는 사실을

雖蒙朝日照(수봉조일조)

비록 아침 햇살이 비추기는 하나

信得幾時安(인득기시안)

얼마 동안이나 편안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民生故如此(민생고여차)

백성들 삶도 이와 같으니

誰令摧折強相看(수령최절강상간)

누구로 하여금 억지로 보살피게 하겠는가?

年去年來自如削(년거년래자여삭)

세월도 이렇게 가고 또 오고 하니

白發零落不勝冠(백발영락불승관)

백발이 되어 관도 머리에 맞지 않는다.

十七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

春鳥初至時(춘조초지시)

봄이 되면 새가 지저귀고

百草含青俱作花(백초함청구작화)

온갖 풀들 청초롬을 품고 꽃을 피우는 것을

寒風蕭索一旦至(한풍소색일단지)

찬바람 소슬하게 한 번 불기만 하면

竟得幾時保光華(경득기시보광화)

언제까지 아름다운 모습 유지할 수 있을까?

日月流邁不相饒(일월유매불상요)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막을 수 없으니

令我愁思怨恨多(영아수사원한다)

내 근심걱정 갈수록 더하오.

十八

諸君莫歎貧(제군막탄빈)

여러분 가난을 한탄하지 마오.

富貴不由人(부귀불유인)

부귀는 인력으로 얻을 수 없으니

丈夫四十強而仕(장부사십강이장)

대장부 40이면 벼슬할 수 있다는데

餘當二十弱冠辰(여당이십약관진)

나는 지금 스무살 약관의 나이라오.

莫言草木委冬雪(막언초목위동설)

초목이 겨울 눈 속에 시든다 하지 마오.

會應蘇息遇陽春(회응소식우양춘)

봄 되면 틀림없이 소생한다오.

對酒敘長篇(대주서장편)

술 대하고 긴 노래하며

窮途運命委皇天(궁도운명위황천)

힘든 인생 운명은 하늘에 맡기시오.

但願樽中九醞滿(단원준중구온만)

술둥이에 좋은 술 그득하기 바라고

莫惜床頭百個錢(막석상두백개전)

침상 머리 백 개의 동전에 연연하지 마시오.

直得優遊卒一歲(직득우유졸일세)

단지 한가롭게 즐기며 한 해를 보내야지.

何勞辛苦事百年(하로신고사백년)

무엇하러 평생 일 걱정하며 고생하려 하는가?

梅花落(매화락)

中庭雜樹多(중정잡수다)

뜰 가운데 많은 잡목

偏爲梅咨嗟(편위매자차)

문득 매화 위해 탄식하노라

問君何獨然(문군하독연)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홀로인가?

念其霜中能作花(염기상중능작화)

서리 속에서도 능히 꽃망울을 맺을 수 있고

霜中能作實(상중능작실)

서리 속에서 능히 열매를 만드니

搖蕩春風媚春日(요탕춘풍미춘일)

갑작스러운 봄바람 봄날을 예쁘게 한다.

念爾零落逐寒風(염이영락축한풍)

그대 생각에 차가운 바람을 따라가니

徒有霜華無霜質(도유상화무상질)

서리는 화려하지만 본질은 없으니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