估客樂(고객락)

《고객락(估客樂)》은 악부시의 제목으로, 원작은 남북조 시대 남조의 제무제(齊武帝) 소색(蕭賾)이 포의(布衣) 시절에 번성(樊城)과 등성(鄧城) 일대에서 머물다가 겪었던 일을 추억하여 지은 노래다. 그 내용은 사람이 한번 간 뒤로 아주 소식이 없다[一去無消息]라는 뜻이다. 이백(李白)은 같은 제목의 작품 고객락에는 “뱃사람이 거센 바람을 타고, 배를 갖고 멀리 행역을 갔는데, 마치 구름 속의 새와 같아, 한번 가서는 종적이 없네.”라고 했다.

釋寶月

【其一】

郎作十里行(랑작십리행)

낭군께서 십리 길을 가신다기에

儂作九里送(농작구리송)

저는 전송하기 위해 구리까지 따라갔다가

拔儂頭上釵(발농두상차)

저의 머리 위의 비녀를 뽑아

與郎資路用(여랑자로용)

노자에 보태 쓰라고 낭군에게 드렸지요.

【其二】

有信數寄書(유신수기서)

소식 전할 사람 있으면 편지 많이 쓰시고

無信心相憶(무신심상억)

전할 사람 없으면 서로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莫作瓶落井(막작병락정)

그렇다고 우물에 병은 던지지 마세요.

一去無消息(일거무소식)

한번 가시니 무소식이네요

【其三】

大艑珂峨頭(대편가아두)

거대한 배의 뱃머리에 우뚝 솟은 옥장식

何處發揚州(하처발양주)

양주에서 온 배는 어디 있나요?

借問艑上郎(차문편상랑)

배에 올라 낭군의 소식을 물었으나

見儂所歡不(견농소환불)

사랑하는 님은 내 눈에 띄지 않네요.

【其四】

初發揚州時(초발양주시)

처음 양주로 출발할 때

船出平津泊(선출평진박)

배는 순풍을 타고 나룻터에 정박했었지요

五兩如竹林(오양여죽림)

선상의 돛대는 대나무 숲 같아

何處相尋博(하처상심박)

이 넓은 천지 어디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겠어요?

위의 고객락 네 수는 남제(南齊) 영명(永明: 483—493）연간에 쓰여졌다. 영명은 남제 무제(武帝) 소색(蕭賾)의 연호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번성(樊城)과 등현(鄧縣) 지방으로 원정을 나갔다가 백성들이 부르는 고객락(估客樂) 노래 소리를 듣고 숙지하게 된 소색이 후에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옛날 일을 회상하고이 한 편의 노래를 지었다고 했다. 고객(估客)은 고객(賈客)과 같은 말로 행상(行商)이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무제가 “옛날 번성과 등의 땅으로 전역을 나갔을 때 매근하(梅根河)의 강심주에서 파도같은 적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들은 노래소리다.”라고 말했다. 태시(太始) 2년 서기466년 남조 송나라의 안왕(安王)이며 강주자사(江州刺史)를 겸하고 있던 유자훈(劉子勋)이 기병하여 송명제(宋明帝) 유욱(劉彧)과 황제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소색은 당시19살의 청년으로 지금의 강서성 공현(贛縣)의 현령으로 있었다. 매근하의의 강심주에서 물길이 막혔다는 말은 그가 매근하의 강심주에서 주둔하고 있을 때 적군의 공격이 마치 파도가 몰려오는 모습처럼 격렬했다는 뜻이다. 매근하는 구화산(九华山)에서 발원하여 지금의 안휘성 지주시(池州市)인 석성(石城)을 경유하여 장강으로 흐르는 강이다. 번(樊)과 등(鄧)은 모두 양양군의 관할로 당시 북위정권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최전선이다. 원래 소색이 기억해 낸 고객락 시는 두 수로 악부(樂府)의 관리를 시켜 악기로 연주하게 연습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노래의 가사가 연주하기에는 맞지 않아 원래의 노래와 조화를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승려 석보월을 불러 두 수를 지어 더하게 했다. 석보월의 작품은 원래의 곡조와 잘 어울렸다. 악부의 가수를 선발하여 그 당시 노래를 듣고 젖었던 감상과 송별의 정을 표현하도록 해서 그 노래가 세상에 크게 유행하도록 했다. 후에 석보월은 다시 두 수의 시를 더 지어 악공으로 하여금 제무제 소색이 용주(龍舟)를 타고 다섯 성으로 유람 나갈 때 노래로 부르도록 했다. 그 몇 수의 가사는 또한 무도곡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남제 시대 무용곡으로 사용된 고객락은16명이 춤을 추었으나 뒤를 이은 양(梁)나라 때는8명으로 되었다. 당나라 무측천 치세까지도 궁정의 악사들은 고객락을 불렀음으로 인구에 회자된 악부가사가 되었다.

이 시의 특색은 일인칭 어법을 사용하여 초나라 지방의 한 여인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형상과 감정을 세밀하게 한 묘사수법이다. 시의 첫 번째 수는 이별할 때 자신의 비녀를 뽑아 노자로 쓰라고 연인에게 준 행위는 여인의 헤어질 때의 아픈 마음을 표현했다. 두 번째 수는 여인이 연인에 대해 당부했다. 비록 말로는 “소식을 전할 사람이 없으면 서로 마음으로 생각해요!”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오히려 소식을 전할 사람이 있으면 편지를 많이 써서 보내세요!“라고 했다. 그녀가 당부한 말을 지금의 백화어로 말하면 “만일 소식을 전할 사람이 있으면 편지를 많이 써서 보내세요! 그리고 소식을 전할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언제나 서로 잊지 말고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이런 표현은 여자의 깊은 정과 세세한 것까지 배려하는 마음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또한 후에 “借問艑上郎(차문편사랑)”의 구절 속에 숨겨진 복필(伏筆)이다. 세 번째 수는 그 여인의 초조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양주에서 오는 배를 볼 때마다 그 배에 올라 자기의 연인을 찾으며 사람들에게 연인에 대해 소식을 물었다. 이는 전형적인 상사(相思)를 표현하는 행동양식이다. 마지막 네 번째 수는 연인 생각에 초조해진 여인이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는 생각하기를 여객선이 처음 양주를 출발할 때 배에 꽂힌 돛대는 마치 대나무숲처럼 즐비했으며 상인들은 서로 고향소식을 묻기에 분주했다. 그녀가 마음속 깊이 지니고 있는 상념을 풍부하고 깊이가 있는 표현으로 묘사했다. 그4수의 시는 비록 두 조로 구분되었지만 저작 시기는 같지 않았다. 각 조의 전편은 모두 주인공의 동태적 형상을 묘사했고 외부적으로 나타난 세부적인 사항을 확실하게 표현했으며 후편은 모두 주인공의 정태적 형상을 묘사하여 내면의 세계를 세부적으로 표현했다. 송별할 때의 기억을 쫓아 두 조의 작품은 상호간 호응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는 전체적으로 통일된 조화를 이루어 생동감있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되었다.

이4수의 시의 특징으로는 일반 서민들의 언어를 사용한 점이다. 자연스럽고 질박한 개성이 풍부한 언어를 사용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바로 상호배합적인 특징과 딱 들어맞는다. 시구 중 “郎作十里行(랑작십리행)，儂作九里送(농작구리송)”의 구절은 당시 유행했던 속어를 사용했다. “십리” “구리”등의 용어는 비유하는 말로 “항상 같이 살 수 없음이 한스럽구나!”라는 뜻이다. 시어 중 儂(농)은 당시 남방의 방언으로 자기를 지칭하는 대명사다. 첫 수에 일인칭 대명사인 농(儂)자를 연속하여 사용한 점이 이 시의 특징이다. 또 자신을 첩 대신 농(儂)이라고 지칭한 점도 이 시를 질박하고 자연미를 띄게 했다. “병락적(瓶落井)”이라는 말은 고대의 민간에서 사용하던 성어로 “석침대해(石沉大海)”와 같은 뜻이다. 통상적으로 연인들이 마음을 변치 말자고 맹세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돈황곡자사(敦煌曲子辭)》에 “일지은병자(一只銀瓶子)，양수전(兩手拴)，휴송원행인(攜送遠行人)”이라는 시구가 있는데 은병(銀瓶)이라는 말은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연인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편“(艑)”이란 말은 초나라 사람들이 오나라의 대선을 호칭하는 말이다. 《형주토지기(荊州土地記)》라는 책에서 “상주칠군(湘州七郡)에 대편(大艑)이 건조되는데 모두 만곡의 곡식을 실을 수 있는 큰 배다.”라고 했다. “가아두(珂峨頭)”는 “가(珈)”는 옥으로 만든 배의 머리장식 “환(歡)”은 당시 오나라 방언으로 정랑(情郎)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자야가(子夜歌)》의 “歡愁儂亦慘(환수농역참) 즉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하여 시름에 젖어 마음을 상하게 하도다!”에서 환(歡)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 했다. “오량(五兩)”은 초어(楚語)로 선상에 풍향을 관측하기 위해 설치한 죽간(竹竿)이다.《문선(文選)·강부(江賦)》의 이선(李善)이 허신(許慎)의 설을 인용한 주석에 “환(綄)은 후풍(侯風)이다. 초나라 사람들은 이를 오량(五兩)이라고 했다. ”라고 했다. 왕주(王周)의 《선구시서(船具詩序)》에는 “장(檣)，오량(五兩), 범(帆) 등은 모두 바람을 이용하는 도구다. ”라고 했다. 돈황곡자사(敦煌曲子辭)의《완계사(浣溪沙)》중에 역시“오량간두풍욕평(五兩竿頭風欲平)”라는 시구는 현재적인 시각으로 보면 무척 생소한 표현이지만 당시로써는 사실 초나라 사람들이 구어로 사용하던 속언으로 매우 평상적인 언어였다. 생동감 있고 명쾌한 시어는 가사의 주인공 신분에 맞는 말투와 밀접하게 부합시켜 창조한 주인공의 형상을 그림으로 나타내듯이 각인시켜 예술적인 방면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위의 두 가지 특징으로 보면 석보월의《고객락(估客樂)》은 독특한 예술성을 띠고 있으며 고도의 경지에 이른 아주 훌륭한 시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남북조시대는 북방은 해를 거르지 않고 계속 전란에 휩싸인 반면 남방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륙교통과 상업 및 무역이 번성했다. 지금의 남경을 말하는 양주(揚州), 양번시(襄樊市)인 양양(襄陽)은 그 당시 상업무역의 중심지로 극도록 번성한 도시였다. 그래서《고객락(估客樂)》은 바로 그런 배경에서 행상을 나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송별하는 제제를 배경으로 전개된 노래다.

《고객락》에는 음악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하나는 초나라 지방은 오나라 지방과 함께 음악이 크게 성했다는 사실이고 둘은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음악이 이채를 띄우며 상업도시에 민요와 민가가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창상곡(清商曲) 중에서 서곡가(西曲歌) 그리고 서곡가 중 《양양락(襄陽樂)》、《석성락(石城樂)》、《강릉락(江陵樂)》、《심양락(尋陽樂)》등의 노래는 확실히 두 가지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서곡가 중 늑히《고객락(估客樂)》역시 그 당시 새로운 음악 풍조를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남방의 경제적 번영의 결과 부호나 세족들은 첩이나 시녀의 이름으로 가기를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으며 당시 풍부한 청상곡의 가사가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객락》역시 그런 영향을 받아 지어진 지극히 부드럽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실은 제무제가 지었던 시는 악기로 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석보월이 지은 작품으로 비로소 악기와 하모니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석보월의 고객락은 제제, 문학적인 품격, 음악의 특징인 어투 등으로 인해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후에 남조의 진(陳)나라 후주인 진숙보(陈叔宝), 북주의 유신(庾信)、당나라의 이백(李白)、원진(元稹)、장적(張籍)、유우석(劉禹錫)、유가(劉駕) 등의 시인들은 모두 《고객락(估客樂)》혹은《고객사(賈客詞)》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으나 그 중 어느 한 편도 석보월의 작품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석보월의 《고객락》은 역사적인 산물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百度百科 전재)

석보월(釋寶月)

남조 소제(蕭齊) 때 시승(詩僧)이다. 생졸연대와 생애는 미상이다. 속성은 강(康) 혹은 수(庾)라고 한다. 호인(胡人)의 후예로 음율에 정통하고 문명이 있었다. 《先秦漢魏晉南北朝詩(선진한위진남북조시)》시집에 그의 시 다섯 수가 올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