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

阿母謂阿女(아모위아녀)

어머니가 딸에게 이르기를,

適得府君書(적득부군서)

‘방금 태수의 혼서(婚書)를 받았더니

明日來迎汝(명일래영여)

내일 와서 너를 마지 하겠단다.

何不作衣裳(하불작의상)

어찌 의복을 짓지 않느냐?

莫令事不擧(막령사불거)

일이 어긋나지 않게 해야지.’

阿女黙無聲(아녀묵무성)

딸은 잠자코 아무 말이 없더니

手巾掩口啼(수건엄구제)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울어

淚落便如瀉(누락편여사)

흐르는 눈물은 쏟아지는 듯 했소.

移我琉璃榻(이아유리탑)

유리를 밖은31)평상을 옮겨서

出置前窗下(출치전창하)

앞쪽 창문 아래에다 내어놓고

左手指刀尺(좌수지도척)

왼손에는 가위와 자를 들고

右手執綾羅(우수집능라)

오른 손으로는 능라(綾羅)를 집어

朝成繡裌裙(조성수겹군)

아침에는 수놓은 겹치마 만들고

晩成單羅衫(만성단라삼)

저녁에는 비단 홑저고리 만들었다.

晻晻日欲暝(엄엄일욕명)

어둑어둑 날이 저무는데

愁思出門啼(수사출문제)

서글픈 생각이나 대문 나가 울었다.

府吏聞此變(부리문차변)

부리가 변고를 듣고

因求假暫歸(인구가잠귀)

이내 말미를 받아 잠깐 돌아와

未至二三里(미지이삼리)

이삼 리도 채 이르지 않았는데

摧藏馬悲哀(최장마비애)

애 끓는 말 울음소리도 애달팠다.

新婦識馬聲(신부식마성)

신부도 말의 울음소리 알아보고

躡履相奉迎(섭이상봉영)

신을 신고 마중 나갔다.

悵然遙相望(창연요상망)

창연히 저 멀리 바라다보니

知是故人來(지시고인래)

옛 사람이 오는 것이 분명했다.

擧手拍馬鞍(거수박마안)

손을 들어 말의 안장 토닥이며

嗟歎使心傷(차탄사심상)

한숨을 내어 쉬니 마음은 쓰라렸다오.

自君別我後(자군별아후)

‘ 당신을 떠나온 후

人事不可量(인사불가량)

사람의 일은 헤아릴 수 없었어요.

果不如先願(과불여선원)

먼저 바라던 대로 되지 않은 것을

又非君所詳(우비군소상)

또한 당신도 소상(所詳)치 않겠지요.

我有親父母(아유친부모)

저의 친정 부모님과

逼迫兼兄弟(핍박겸형제)

형제들이 핍박을 하여

以我應他人(이아응타인)

나를 타인에게 허락하였는데

君還何所望(군환하소망)

당신은 돌아와 무엇을 바라나요?’

府吏謂新婦(부리위신부)

부리가 신부에게 말했다.

賀卿得高遷(하경득고천)

‘ 당신이 고관댁으로 재가하는 것을 축하하려오.

磐石方且厚(반석방차후)

반석(磐石)은 번듯하고 두터워서

可以卒千年(가이졸천년)

천 년이라도 가겠지만

蒲葦一時紉(포위일시인)

갈대는 한 때에는 질길 것이나

便作且夕間(편작차석간)

조만간에 바로 변할 것이요.

卿當日勝貴(경당일승귀)

당신은 날로 귀하게 될 것이고

吾獨向黃泉(오독향황천)

나는 홀로 황천으로 향하려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신부가 부리에게 일렀다.

何意出此言(하의출차언)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同是被逼迫(동시피핍박)

똑 같이 핍박받아 한 일

君爾妾亦然(군이첩역연)

당신도 그렇고 나도 역시 그런 것이니

黃泉下相見(황천하상견)

황천 아래에서 서로 만납시다.

勿違今日言(물위금일언)

오늘 하신 말씀 어기지 마셔요.’

執手分道去(집수분도거)

손을 잡았다가 길을 갈라서

各各還家門(각각환가문)

각각 집으로 돌아가니

生人作死別(생인작사별)

산 사람끼리 영결을 고한 것이다.

恨恨那可論(한한나가론)

원한이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만

念與世間辭(염여세간사)

세상을 하직할 생각에

千萬不復全(천만부복전)

결단코 그렇게는 살지 않으리라!

十.

府吏還家去(부리환가거)

부리는 집으로 돌아와

上堂拜阿母(상당배아모)

안방에 들어가서 어머님께 절하고,

今日大風寒(금일대풍한)

‘ 오늘 큰 바람이 불어서 매우 춥습니다.

寒風摧樹木(한풍최수목)

찬바람에 나무가 꺾어지니

嚴霜結庭蘭(엄상결정난)

서릿발이 마당의 난초에 엉깁니다.

兒今日冥冥(아금일명명)

저는 오늘 어두운 나라로 갑니다.

令母在後單(영모재후단)

어머니를 뒤에 외롭게 남겨두고

故作不良計(고작불량계)

일부러 궂은 길을 택한 것이니

勿復怨鬼神(물복원귀신)

귀신일랑 원망치 마시옵고

命如南山石(명여남산석)

남산 위의 저 바윗돌처럼

四體康且直(사체강차직)

오래도록 만수무강하옵소서.’

阿母得聞之(마모득문지)

그 말을 들은 어머님은

零淚應聲落(영루응성락)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이르기를,

汝是大家子(여시대가자)

‘너는 행세하는 집안의 자식이다.

仕宦於臺閣(사환어대각)

관아에서 벼슬을 하는 몸

愼勿爲婦死(신물위부사)

제발 계집 때문에 죽지는 말아라.

貴賤情何薄(귀천정하박)

귀천이 있는데 어찌 나보고 박정하다 하느냐?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동쪽 집에 참한 색시가 있는데

窈窕豔城郭(요조염성곽)

아름다운 자태가 성 안팎으로 소문이 나있다.

阿母爲汝求(아모위여구)

어미가 너를 위해 얻어 주려 하는데

便復在旦夕(편복재단석)

조만간에 이루어질게다.’

府吏再拜還(부리재배환)

부리가 두 번 절하고 돌아와

長歎空房中(장탄공방중)

빈방에서 길게 탄식했다.

作計乃爾立(작계내이립)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轉頭向戶裏(전두향호리)

고개를 돌려 방안을 둘러보니

漸見愁煎迫(점견수전박)

점점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其日牛馬嘶(기일우마시)

그 날 소와 말이 울적에

新婦入靑廬(신부입청려)

신부는 청려(靑廬)로 들어갔다.32)

奄奄黃昏後(엄엄황혼후)

어둑어둑 황혼이 지난 후

寂寂人定初(적적인정초)

조용히 사람이 잠든 다음

我命絶今日(아명절금일)

‘내 목숨은 오늘로 끊어지려니

魂去尸長留(혼거시장류)

혼은 떠나고 주검만 길이 남으리.’

攬裙脫絲履(남군탈사이)

치마를 잡고 신발을 벗고서

擧身赴淸池(거신부청지)

몸을 일으켜 맑은 못에 몸을 던졌다.

府吏聞此事(부리문차사)

부리가 소식을 듣고,

心知長別離(심지장별리)

영원한 이별임을 알아차리고

徘徊庭樹下(배회정수하)

정원수 아래에서 배회하다가

自卦東南枝(자괘동남지)

동남쪽 나무의 가지에 스스로 목을 걸었다.

兩家求合葬(양가구합장)

두 집안에서 합장(合葬)을 하자기에

合葬華山傍(합장화산방)

화산(華山)옆에 합장을 했다.33)

東西植松柏(동서식송백)

동서로는 소나무 측백나무 심고

左右種梧桐(좌우종오동)

좌우로는 오동나무 심었다.

枝枝相覆蓋(지지상복개)

가지와 가지가 서로 덮어 있고

葉葉相交通(엽엽상교통)

잎과 잎이 서로 교통하는 데

中有雙飛鳥(중유쌍비조)

그 가운데에 한 쌍의 새가 날아

自名爲鴛鴦(자명위원앙)

사람들은 원앙(鴛鴦)이라 불렀다.34)

仰頭相向鳴(앙두상향명)

고개 올려 서로 보며 우는 데,

夜夜達五更(야야달오경)

밤마다 오경(五更)에 이르러

行人駐足聽(행인주족청)

행인(行人)들은 걸음을 멈추고 듣고

寡婦起彷徨(과부기방황)

과부는 일어나 방황 했다.

多謝後世人(다사후세인)

고마울손 후세의 사람들

戒之愼勿忘(계지신물망)

이를 경계 삼아 부디 잊지를 마소.

< 공작동남비 끝 >

31)이아유리탑(移我琉璃榻) : 유리(琉璃)는 옥(玉)같이 푸른 아름다운 돌의 이름이다. 편청석(扁靑石)에 약품을 넣어 태워서 인공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 의 유리와는 다르다.

32)청려(靑廬) : 남북조시대의 북조(北朝)에서는 혼례식(婚禮式)을 할 때, 문 밖에 푸른 장막을 쳐서 방을 만들어 신부(新婦)를 맞이했다. 그 장막을 청려(靑廬)라 한다.

33)화산(華山) : 원래 화산(華山)은 섬서성 동쪽의 황하 부근의 해발 3천 미터의 산을 말하나 이 시의 무대가 되는 안휘성(安徽省)의 여강(廬江)과는 그 거리가 약 1천 키로 떨어져 있어 그 산을 지칭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화산은 중국의 대표적인 명산인 오악(五岳)의 하나로 서악(西嶽)에 해당한다.

34) 이와 비슷한 전국시대 송나라 때 한빙(韓凭)과 그의 처 식씨(息氏)의 이야기가 있다. 송나라의 폭군 강왕(康王:재위 기원전 329-282년)이 성밖에 나왔다가 뽕을 따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 식씨를 보고 사람을 시켜 궁 안으로 데려갔다.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가 송왕에게 끌려가는 것을 본 한빙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식씨는 성루에서 몸을 던져 죽으면서 자기의 시신을 남편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강왕은 식씨가 자기를 거부하고 죽은 것에 대해 노하여 그 식씨의 주검을 한빙의 곁에 묻지 않고 멀리 떨어져 묻게 했다. 이윽고 한빙과 식씨의 무덤에서 가래나무가 자라더니 그 가지들이 서로 만나 엉키고 이어서 원앙(鴛鴦) 한 쌍이 날아와 그 나무와 나무 사이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울었다. 사람들은 그것은 한빙 부부의 혼이 변하여 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나무를 상사수(想思樹)라 이름지었다. 연리지(連理枝), 정향지지(丁香之枝) 등도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