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薛存義序(송설존의서)

- 설존의를 송별하면서 당부하는 말 -

유종원

유종원과 같은 하동 출신의 설존의가 영주(永州) 영릉(零陵)의 현령으로 있다가 임기가 차 다른 곳으로 전임되게 되자, 당시 영주에 있던 유중원이 그를 보내며 지은 서(序)이다.

이 글의 요지는 ‘개민지역(蓋民之役), 비이역민이이야(非以役民而已也)’에 있다. 즉 ‘관리의 직분은 백성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백성들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봉건왕조 시대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시대를 뛰어 넘는 대단히 진보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河東薛存義將行(하동설존의장행)

하동(河東)의 설존의가 길을 떠나려고 하매

柳子載肉于俎(유자재육우조)

나는 고기를 담은 쟁반과

崇酒于觴(숭주우상)

술을 가득 채운 술병과 술잔을 들고

追而送之江之滸(추이송지강지호)

그의 뒤를 강변까지 따라가 전송하면서

飮食之(음식지)

술과 고기를 같이 들면서

且告曰(차고왈)

그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凡吏于土者(범이우토자)

「무릇 지방정부에서 관리노릇을 하는 사람으로서

若知其職乎(약지기직호)

자네는 그 직분을 아는가?

蓋民之役(개민지역)

관리의 직분은 백성들의 심부름꾼이지

非以役民而已也(비이역민이이야)

백성을 부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세

凡民之食于土者(범민지식우토자)

무릇 땅을 갈아 생활하는 백성들은

出其十一(출기십일)

자기의 수확 중 십분의 일을 내서

傭乎吏(용호이)

관리들을 고용하여

使司平於我也(사사평어아야)

자신들의 치안을 맡기고 있네.

今受其直怠其事者(금수기직태기사자)

그런데 지금의 관리들은 봉급만 받고 할 일은 태만히 하니

天下皆然(천하개연)

천하 사람들도 모두 당연히 여기고 있네

豈惟怠之(기유태지)

어디 태만한 것뿐이겠는가?

又從而盜之(우종이도지)

한 술 더 떠서 도둑질까지 한다네.

向使傭一夫於家(향사용일부어가)

가령 자네가 집안에 고용한 일꾼이

受若直(수약직)

자네가 주는 보수를 받으면서도

怠若事(태약사)

자네가 시킨 일은 태만히 하고,

又盜若貨器(우도약화기)

또 자네의 재물이나 그릇을 훔친다면

則必甚怒(칙필심노)

자네는 반드시 크게 노하여

而黜罰之矣(이출벌지의)

그를 내쫓고 벌을 주지 않겠는가?

以今天下多類此(이금천하다류차)

지금 세상의 관리들은 이와 대단히 유사한데도,

而民莫敢肆其怒與(이민막감사기노여)

백성들이 감히 마음대로 화를 내며

黜罰何哉(출벌하재)

내쫓고 벌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勢不同也(세불동야)

바로 형세가 다르기 때문이네.

勢不同而理同(세불동이리동)

그러나 형세는 다르지만 이치는 같으니

如吾民何(여오민하)

우리 백성들을 어찌해야 하겠는가?

有達于理者(유달우리자)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면

得不恐而畏乎(득불공이외호)

두려워하며 겁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存義假令零陵二年矣(존의가영영릉이년의)

존의 자네는 영릉(零陵)의 현령 대리로 2년간 일하였네.

蚤作而夜思(조작이야사)

일찍 일어나 일하고 밤늦게 사색하면서

勤力而勞心(근력이노심)

힘써 일하며 애를 써왔네.

訟者平(송자평)

소송은 공평하게 처리하고

賦者均(부자균)

세금은 균등하게 부과했으며,

老弱無懷詐暴憎(노약무회사폭증)

노약자들까지도 거짓마음을 품거나 증오를 드러내지 않았었네.

其爲不虛取直也的矣(기위불허취직야적의)

그것은 자네가 거저 봉급을 받지 않았음이고

其知恐而畏也審矣(기지공이외야심의)

또 자네가 겁내고 두려워 할 줄 분명히 알았음이네

吾賤且辱(오천차욕)

나는 천하고 욕된 몸이라

不得與考績幽明之說(불득여고적유명지설)

관리들의 공과를 논의하는 데는 참여할 수 없으나,

於其往也(어기왕야)

자네가 떠난다고 하니,

故賞以酒肉而重之以辭(고상이주육이중지이사)」

술과 고기로써 상찬하며 글로써 거듭 말하는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