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자사설(捕蛇者說)

- 땅꾼이야기 -

유종원(柳宗元)

永州之野產異蛇(영주지야산이사)

영주의 들에는 특이한 뱀이 산다.

黑質而白章(흑질이백장)

검은 바탕에 흰 무니의 모습인데

觸草木盡死(촉초목진사)

접촉하는 초목은 모조리 죽는다.

以齧人(이설인)

한 번 물리면

無禦之者(무어지자)

번지는 독을 그치게 할 방법이 없다.

然得而腊之以爲餌(연득이석지이위이)

그러나 이 뱀을 잡아 말려서 포로 만들어 약으로 쓰면

可以已大風(가이이대풍)

심한 중풍이나

攣踠(연원)

손발이 안으로 구부러지는 연원병(攣踠病)

瘻癘(누려)

목이 부어오르는 누(瘻)나
악성 피부명인 려(癘)를 치료할 수 있으며

去死肌(거사기)

죽은 피부를 제거할 수 있으며

殺三蟲(살삼충)

사람의 배 속에 서식하는 삼충(三蟲)을
죽일 수 있다.

其始太醫以王命聚之(기시태의이왕명취지)

원래 태의가 왕명으로 그 뱀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歲賦其二(세부기이)

일년에 두 마리 씩을 바치게 했다.

募有能捕之者(모유능포지자)

능히 그 뱀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當其租入(당기조입)

그 사람에게는 세금을 대신 하게 했다.

永之人爭奔走焉(영지인쟁분주언)

그러자 영주 사람들은 그 뱀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有蔣氏者(유장씨자)

그 중에 장씨라는 사람이 있어

專其利三世矣(전기리삼세의)

그 이익을 누리기를 삼대 째였다.

問之則曰(문지즉왈)

내가 불러 묻자 대답했다.

“吾祖死於是(오조사어시)

우리 할아버지는 그 뱀을 잡다가 돌아가셨고

吾父死於是(오부사어시)

우리 아버지 역시 돌아가셨습니다.

今吾嗣爲之十二年(금오사위지십이년)

그리고 저는 아버지의 업을 이어 받아 지금 12년 째 되는데

幾死者數矣(기사자수의)“

뱀을 잡다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言之貌若甚戚者(언지모약심척자)

그의 말하는 모습이 매우 슬퍼보였다.

余悲之且曰(여비지차왈)

내 마음도 슬퍼져서 다시 물었다.

“若毒之乎(약독지호)？

그대는 그 일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는가?

余將告於位事者(여장고어위사자)

내가 장차 윗사람에게 고하여

更若役(경고역)

그대의 힘든 일을 바꾸어

復若賦(부약부)

다시 옛날처럼 세금으로 대신 하도록 하겠다.

則何如(즉여하)“

어떻게 생각하는가？

蔣氏大戚(장씨대척)

장씨가 크게 슬퍼하며

汪然出涕曰(왕연출제왈)

울컥 눈물을 흘리더니 말했다.

“君將哀而生之乎(군장애이생지호)？

나리께서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살려주시려고 합니까?

則吾斯役之不幸(즉오사역지불행)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불행함은

未若復吾賦不幸之甚也(미약부오부불행지심야)

내가 다시 세금을 다시 바치게 되어서 생기는 불행함보다야 심하지는 않습니다.

向吾不爲斯役(향오불위사역)

제가 일찍이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則久已病矣(즉구이병의)

저는 오래 전에 이미 병이 났을 겁니다.

自吾氏三世居是鄉(자오씨삼세거시향)

우리 장씨 3대가 이 고을에 살기 시작해서

積於今六十歲矣(적어금육십세의)

지금까지 어언 60년이 되었습니다.

而鄉鄰之生日蹙(이향린지생일축)

그런데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절박해져서

殫其地之出(탄기지지출)

그 땅의 소출은 다 떨어지고

竭其廬之入(갈기려지입)

집으로 들어오는 수확물은 모두 고갈되었습니다.

號呼而轉徙(호호이전사)

그래서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飢渴而頓踣(기갈이돈배)

기갈이 들어 지쳐서 쓰러졌습니다.

觸風雨(촉풍우)

비바람에 시달리고

犯寒暑(범한서)

추위와 더위를 못 견디다가

呼噓毒癘(호허독려)

독한 전염볌에 걸려 신음하며

往往而死者(와왕이사자)

죽어가는 사람이

相藉也(상자야)

즐비했습니다.

曩與吾祖居者(낭여오조거자)

일찍이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사람들은

今其室十無一焉(금기실십부일언)

지금은 열 가구 중 한 가구 밖에 남아있지 않고

與吾父居者(여오부거자)

우리 아버지와 함께 살던 사람들은

今其室十無二三焉(금기실십무이삼언)

10가구 중 두셋 밖에 없습니다.

與吾居十二年者(여오거심이년자)

나와 함께 12년을 함께 산 사람들은

今其室十無四五焉(금기실십무사오언)

열에 네다섯에 불과합니다.

非死即徙爾(비사즉사이)

그 사람들은 모두 죽었거나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而吾以捕蛇獨存(이오이포사독존)

그러나 독사를 잡아 세금을 대신한 저만은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悍吏之來吾鄉(한리지래오향)

사나운 관리가 우리 마을에 한 번 방문하면

叫囂乎東西(규효호동서)

동서로 왁자지껄 소리지르고

隳突乎南北(휴돌호남북)

남북으로 뛰어다녀

譁然而駭者(화연이해자)

그 소란에 놀라

雖雞狗不得寧焉(수계구부득영언)

개나 닭조차도 편안하지 못합니다.

吾恂恂而起(오순순이기)

그러나 저는 조심조심 일어나

視其缶(시기부)

항아리를 열어 살펴보고

而吾蛇尚存(이오사상존)

뱀이 그대로 안에 있으면

則弛然而臥(즉이연이와)

마음을 놓고 자리에 다시 돌아가 눕습니다.

謹食之(근식지)

정성들여 뱀을 잘 길러서

時而獻焉(시이헌언)

때가 되면 관가에 바칩니다.

退而甘食其土之有(티이감식기토지유)

그리고 관가에서 물러나와 제 땅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으면서

以盡吾齒(이진오치)

제 수명을 다할 수 있습니다.

蓋一歲之犯死者二焉(개일세지범사자이언)

대저 한 해에 넘겨야 할 죽을고비가 두 번이고

其餘則熙熙而樂(기여즉희희이락)

그 나머지 날들은 즐거운 마음을 지낼 수 있습니다.

豈若吾鄉鄰之旦旦有是哉(기약오향린지단단유시재)

그런데 어찌 내 이웃 사람들처럼 매일 당하는 것과 같겠습니까?

今雖死乎此(금수사호차)

오늘 제가 비록 죽는다해도

比吾鄉鄰之死則已後矣(비오향린지사즉이후의)

이미 죽은 내 이웃 사람들 보다야 오래 살았으니

又安敢毒耶(우안감독야)？”

어찌 제가 감히 뱀을 잡는 일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겠습니까?

余聞而愈悲(여문이유비)

나는 그 말은 듣고 더욱 슬픈 마음이 되었다.

孔子曰(공자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苛政猛於虎也(가정맹어호야)！”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라고 했는데

吾嘗疑乎是(오상의호시)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今以蔣氏觀之(금이장씨관지)

그런데 지금 장씨의 말을 듣고 보니

猶信(유신)

오히려 믿을 수 있게 되었다.

嗚呼(명호)！

오호라!

孰知賦斂之毒(숙지부렴지독)

누가 알리오! 세금으로 인한 고통이

有甚於是蛇者乎(유심어시사자호)

뱀을 잡다가 물려죽는 고통보다 심하다는 것을！

故爲之說(고위지설)，

그래서 내가 이 말을 전하는 것은

以俟夫觀人風者得焉(이의부관이눙자득언)

백성들의 풍속을 위정자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다.

苛政猛於虎也(가정맹어호야)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제자들과 태산의 옆을 지나가다가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노파를 목도한 공자가 자로(子路)를 시켜 그 까닭을 묻게 했다.

자로가 노파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인은 어찌하여 그렇게 슬피 울고 계십니까?」

노파가 대답했다.

「일찍이 시아버님께서 호랑이에게 물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남편마저 호랑이에게 잡혀먹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자식마저 죽어 이렇게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어째서 다른 데로 옮겨가 살지 않습니까?」

「이 곳에 살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자로의 말을 전해들은 공자가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명심하라!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