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平箭頭歌(장평전두가)

- 장평의 화살촉 노래 -

이하(李賀)

漆灰骨末丹水沙(칠회골말단수사)

옷칠 한 검은 점, 뼛가루, 단수의 모래

淒淒古血生銅花(처처고혈생동화)

홍건한 옛사람의 피흔적 쇠꽃되어 살아있다.

白翎金竿雨中盡(백령금간우중진)

흰 깃 쇠 화살대 빗속에 남아

直餘三脊殘狼牙(직여삼척잔랑아)

다만 엷어진 잔혹한 늑대 이빨 같은 세 개의 화살촉

我尋平原乘兩馬(아심평원승양마)

나는 두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평원으로 나아가

驛東石田蒿塢下(역동석전호오하)。

역 동쪽 돌밭의 쑥 흐느러진 언덕 아래

風長日短星蕭蕭(풍장일단성소소)

긴 바람에 낮 짧은 날의 쓸쓸한 별빛 아래

黑旗雲濕懸空夜(흑기운스현공야)

밤중의 허공에 걸린 검은 깃발과 젖은 구름

左魂右魄啼肌瘦(좌혼우백제기수)

좌우에 혼백은 말라빠진 살에서 통곡한다.

酪瓶倒盡將羊炙(락병도진장양자)

굴러 흩어진 병에 양 잡아 구워나 볼까

蟲棲雁病蘆筍紅(충서안병노순홍)

서식하는 벌레들, 병든 기러기에 붉게 물든 갈대잎

回風送客吹陰火(회풍송객취음화)

회오리바람은 나그네를 몰아치고 도깨비불은 불어온다.

訪古丸瀾收斷鏃(방고환란수단촉)

옛 곳을 찾아 눈물 흘리며 부서진 화살촉 주워

折鋒赤璺曾刲肉(절봉적문증규육)

부러진 화살촉 붉은 끝으로 누구의 살을 찔렀나

南陌東城馬上兒(남백동성마상아)

성 동쪽 남쪽 뜨락의 말탄 젊은이

勸我將金換簝竹(권아장금환요죽)

광주리와 쇠 화살촉 바꾸자고 조른다.

기원전 260년 진조(秦趙)의 장평대전(長平大戰)

기원전 266년 진나라의 상국이 된 범수(范睢)의 원교근공책을 채택한 진소양왕이 본격적으로 한나라 공격에 나섰다. 한나라 황하 이북의 영토인 상당군(上黨郡)을 그 유일한 통로인 태항산길을 끊어 한나라 본토와 두절시킨 다음 그 땅을 진나라 영토로 삼으려고 했다. 기원전 265년 진나라가 대군을 일으켜 한나라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여 먼저 소곡(少曲)과 고평(高平)을 점령하여 상당군의 점령을 위한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다음 해인 기원전 264년 명장 백기(白起)를 출전시켜 지금의 산서성 임분시 부근의 형성(陘城)과 그 주위의 9개 성을 점령했다. 형(陘)이라는 말의 뜻은 연이은 산맥이 끊어진 지형을 뜻한다. 형성은 원래 태항산록 주위의 한나라 성읍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써 태항산맥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해당했다. 기원전 263년 백기가 다시 태항산 동남쪽의 남양지방을 점령하고, 이어서 다음 해는 지금의 하남성 심양(沁陽)의 야왕성(野王城)을 점령했다. 이로써 드디어 한나라가 황하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두 동강이가 나 연락이 두절되었다. 다시 범수가 별도의 대군을 형양(滎陽)으로 진격시켜 황하 이남의 한나라 본토를 위협했다. 이에 한나라가 친진파인 양성군(陽成君)을 보내어 상당군을 진나라에 할양한다고 하면서 강화를 청했다. 그러나 한나라의 상당군수 근종(靳<黃+重>)이 한나라 본국의 명을 따르지 않자 한왕(韓王)은 풍정(馮亭)을 상당군수에 다시 임명하여 상당을 들어 진나라에 바치도록 했다. 현지에 부임한 풍정도 역시 진나라에 항복하지 않고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 상당군 관할의 17개 성을 조나라에 바쳤다. 이에 진나라와 조나라 사이에 상당성을 사이에 두고 전국시대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지구전으로 진나라 군사를 잘 막아내던 조나라의 명장 염파를 진나라의 이간계에 걸려 지상병담(紙上兵談)의 주인공 조괄(趙括)로 교체한 조나라는 백기가 이끄는 20만의 진군에 의해 전투에서 참패했다. 전투 과정 중 5만의 조군이 전사하고 남은 40만의 조군은 진나라에 항복했다. 포로들을 마땅히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백기는 항복한 40만의 조나라의 항졸들을 모조리 구덩이에 파묻어 죽였다. 이로써 45만에 달하는 조나라의 대군을 괴멸시킨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할 수 있는 방해물을 제거하고 전국통일은 단지 시간문제에 불과하게 되었다.

《장평전두가(長平前頭歌)》는 장평의 싸움이 일어난 1000년 후에 현장을 방문한 이하가 싸움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살촉을 보고 감회에 젖어 지은 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