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당(中唐) 시기에 활약한 시인 유우석(劉禹錫 : 772~842)의 작품이다. 죽지사는 원래 사천성 일대의 파투(巴渝) 지방에서 불리던 민가(民歌)였다. 투(渝)는 파(巴)의 다른 이름이고 지금의 중경(重慶)이다. 유우석이 기주자사(夔州刺史)로 재직할 때 당지에서 유행하던 민가 곡조에 새로운 가사를 지어 붙이기 시작하자 다른 문인들도 따라서 가사를 지어 사패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천성과 중경시 일대의 인정, 남녀애정 등의 내용을 담은 민요다. 기주의 치소는 지금의 중경시 봉절현(峰節縣)으로 백제성(白帝城)이다.
병인(幷引)
사방(四方)의 노래는 음률은 다르지만 즐거움은 같다. 새해 정월에 나는 건평리(建平里)에 부임해 왔는데 아이들이 나란히 죽지(竹枝)의 노래에 소리에 따라 단적(短笛)을 불고 북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었다. 노래하는 자가 소매를 날리며 춤을 우러러보면서 곡족이 많음을 훌륭하게 여겼다. 그 음률이 황종(黃鍾)의 우조(羽調)에 맞음을 깨달았는데, 졸장(卒章)을 격알(激訐)하여 오성(吳聲)과 같았다. 비록 창녕(倡儜)하여 구별할 수 없었으나 정을 머금고 완전(宛轉)하여 기오(淇澳)의 염음(豔音)이 있었다. 옛날 굴원이 원수(沅水)와 상수(湘水) 사이의 땅을 배회했는데 그 백성들의 영신(迎神)하는 가사에 비루함이 많아서 구가(九歌)를 지었다고 했다. 지금도 형초(荊楚)에서는 그 굿을 노래하고 춤춘다. 그래서 나 또한 죽지(竹枝) 9편을 지어서 노래 잘하는 자를 시켜 전파하려고 한다. 끝에다 붙어두고 훗날 파투(巴渝)의 노래를 듣고 변풍(變風)의 유래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其一】
白帝城頭春草生(백제성두춘초생)
백제성 성루에는 봄풀이 자라고
白鹽山下蜀江淸(백염산하촉강청)
백염산 밑을 흐르는 촉강은 맑구나!
南人上來歌一曲(남인상래가일곡)
남쪽 사람 올라와 노래 한 곡조 부르는데
北人莫上動鄕情(북인막상동향정)을
성위로 오르지 못한 북쪽 사람은 고향 정을 느낀다.
백염산(白鹽山)은 백제성 동쪽 17리에 있는 산이다. 《수경주(水經注)》에 “광계협(廣谿峽)은 삽협의 초입인데 산 위에 신비한 연못이 있다. 연못의 북쪽에는 백염애(白鹽崖)가 있는데 높이가 천여 길이나 된다. 이곳에서 신비스런 연못을 굽어볼 수 있다. 토착민들이 높은 꼭대기에 흰 색을 보고 그렇게 이름지었다.”라고 했다.
【其二】
山桃紅花滿上頭(산도홍화만상두)
붉은 산복사꽃 산머리에 가득하고
蜀江春水拍山流(촉강춘수박산류)
촉강의 봄물은 물결소리에 박자를 맞춘다.
花紅易衰似郞意(화홍이쇠사랑의)
쉽게 시드는 붉은 꽃은 낭군의 마음과 같고
水流無限似儂愁(수류무한사농수)
끝없이 흐르는 물결은 나의 근심이구나!
【其三】
江上朱楼新雨晴(강상주루신우청)
비 개인 강가의 붉은 누각은 새롭고
瀼西春水縠紋生(낭서춘수곡문생)
낭서 봄 강물의 맑디 맑은 잔물결
橋東橋西好楊柳(교동교서호양류)
다리의 동서 양쪽 버들은 늘어졌는데
人來人去唱歌行(인래인거창가행)
오고가는 사람이 노래 부르며 지난다.
《水經注》에 “ 백제성(白帝城)의 성 동쪽 곁에 낭계(灢溪)가 있으니 그것으로 해자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입촉기(入蜀記)》에서 “기주(夔州) 사람들은 산의 계곡에서 흘러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낭(灢)’이라고 한다. 거주민들이 좌우를 나눠 낭동(灢東), 낭서(灢西)라고 했다.”라고 했다.
【其四】
日出三竿春霧消(일출삼간춘무소)
해가 높이 떠올라 봄 안개 사라지니
江頭蜀客駐蘭橈(강두촉객주난요)
촉의 나그네 강머리에서 목란나무 노를 멈춘다.
憑寄狂夫書一紙(빙기광부서일지)
미친 지아비에게 편지 한 장을 부탁하며
住在成都萬里橋(주재성도만리교)
성도 만리교에 머물러 있다고
【其五】
兩岸山花似雪開(양안산화사설개)
양쪽 언덕에 눈꽃처럼 피어난 산꽃
家家春酒滿銀杯(가가춘주만은배)
집집마다 봄 술이 은잔에 가득하다.
昭君坊中多女伴(소군방중다여반)
소군방 속에 수 많은 여인 무리들
永安宮外踏靑來(영안궁회답청래)를
영안궁 밖에서 답청하러 왔겠지
【其六】
瞿塘嘈嘈十二灘(구당조조십이탄)
구당협 열 두개 여울의 시끄러운 물결소리
此中道路古來難(차중도로고래난)
이 속에 길은 옛날부터 험악하다.
長恨人心不如水(장한인심불여수)
한 맺힌 사람 마음은 물 같지 않으니
等閑平地起波瀾(등한평지기파란)
예사로운 평지에서도 물결을 일으킨다.
【其七】
巫峽蒼蒼煙雨時(무협창창연우시)
무협의 울창함은 안개와 비가 올 때이니
淸猿啼在最高枝(청원제재최고지)
높디높은 나무가지 위의 맑은 원숭이 울음소리
個裏愁人腸自斷(개리수인장자단)
사람마다 근심으로 창자는 스스로 끊어지니
由來不是此聲悲(유래불시차성비)
이런 연유로 원숭이 소리가 슬프지 않다.
【其八】
城西門前灩堆(성서문전염여퇴)
기주성 서문 앞 염여퇴
年年波浪不能摧(연년파랑불능최)
해마다 달려드는 물결도 부실 수 없다.
懊惱人心不如石 오뇌인심불여석하
번민하는 사람 마음은 바위 같지 않아서
少時東去復西來 소년동거부서래
젊은 날 동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오도다.
염여퇴는 촉강의 중심에 있으며 구당협의 입구다. 《수경주》에 “ 강가운데에 오롯한 바위가 있는데 음예석(淫豫石)이라고 부른다. 겨울에 물이 빠지면 20여 길 높이로 솟아나며 여름에는 물에 잠긴다.”라고 했다. 악부고시에 “음예석은 말처럼 크며 구당협은 내려갈 수 없다.[淫豫大如馬, 瞿塘不可下]”라고 했다.
【其九 】
山上層層桃李花(산상층층도리화)
산 위에 층층이 핀 복사꽃과 오얏꽃
雲間煙火是人家(운간연화시인가)
구름 사이의 굴뚝 연기는 바로 사람 사는 집이다.
銀釧金釵來負水(은천금차래부수)
장신구 찬 부녀자는 물을 이고 길러오는데
長刀短笠去燒畬(장도단립거요여)
긴 칼과 짧은 삿갓의 장정들은 화전을 일군다.
同前二首(동전이수)
楊柳靑靑江水平(양류청청강수평)
버들은 파랗고 강물은 잔잔하니
聞郎江上唱歌聲(문낭강상창가성)
낭군이 강 위에서 부르는 노래 듣는다.
東邊日出西邊雨(동변일출서변우)
동쪽에 해 뜨고 서쪽에 비 내리니,
道是無情還有晴(도시무청환유청)
맑지 않았는데도 도리어 맑다고 한다.
二
楚水巴山江雨多(초수파산강우다)
초나라도 파산의 강과 같이 비가 많으니
巴人能唱本鄕歌(파인능창본향가)
파인은 능숙하게 고향 노래 부른다.
今朝北客思歸去(금조북객사귀거)
오늘 아침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북쪽 손님
廻入紇那披綠羅(회입흘나피록나)
돌궐로 돌아가면 푸른 망토 걸치겠지!
초계어은총화(苕溪漁隱叢話)의 죽지가에 “楊柳靑靑江水平.......道是無情還有晴”이라고 했다. 내가 일찍이 초계(苕溪)에서 배를 타고 갈 때, 밤에 뱃사람이 부르는 오가(吳歌)를 들었는데 노래 속에 이 시의 후반 2구가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속어(俗語)가 섞여 있었다. 어찌 몽득의 노래가 파투(巴渝)의 유전(流傳)으로부터 이곳 까지 전해지지 않았었겠는가?” 라고 했다.
2017-06-03 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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