畲田行(여전행)

- 화전민의 노래 -

劉禹錫

여전(畲田)은 일종의 원시적인 경작방식으로 밭갈이나 김매기를 하지 않고 단지 종자를 뿌려 수확한다. 그래서 수확량이 높을 리가 없다. 단지 광할한 땅에 많은 종자를 뿌리지만 수확은 적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시 그 지방의 생산력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옛날 고대에는 땅은 넓고 인구는 희박하여 농지를 개간하는 일이 급하다고 말은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당시의 농지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당나라 남쪽 지방은 화전을 일구어 짓는 농작 방법이 광범위하게 행해졌다. 《여전행(畲田行)》은“파인홍수음(巴人拱手吟)”의 시귀를 보아 서기 821년부터 824년 사이에 기주자사(夔州刺史)로 재임했을 때 지은 작품이다. 지금의 중경시 만주구(万州区) 일대의 농민들이 화전을 일구는 모습을 기록하여 당시 화전민들의 생활양식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데 사료로써 가치가 있는 시가다.

其一

何處好畲田(하처호여전)

화전을 일구기가 좋은 곳은 어디인가?

團團縵山腹(단단만산복)

산을 에워싼 완만한 산중턱일세

鑽龜得雨卦(찬귀득우괘)

거북등 태워 우괘(雨卦)를 얻어

上山燒臥木(상산소와목)

산에 올라 나무들을 불태운다.

其二

驚麏走且顧(경균주차고)

놀란 노루가 도망치면서 뒤 돌아보고

群雉聲咿喔(군치성이악)

꿩들은 여기저기서 악악 소리친다.

紅焰遠成霞(홍염원성하)

높이 치솟아 무지개 이루는 붉은 화염 속에

輕煤飛入郭(경매비입곽)

가벼운 연기는 바람에 날리며 성곽으로 들어간다.

其三

風引上高岑(퐁인상고잠)

바람의 노래소리는 봉우리까지 들리고

獵獵度青林(엽렵도청림)

쏴쏴 부는 바람 청림을 넘는데

青林望靡靡(청림망미미)

청림은 스러져가는 불길을 바라보며

赤光低復起(적광저복기)

화광이 낮은 곳에서 다시 일기 시작한다.

其四

照潭出老蛟(조담출노교)

연못에 비추는 햇볕은 늙은 교룡 드러내고

爆竹驚山鬼(폭죽경산귀)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산귀신이 놀란다.

夜色不見山(야새불견산)

깊은 밤이라 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孤明星漢間(고명성한간)

은하수 사이의 외톨이 별만 빛난다.

其五

如星復如月(여성부여월)

별이 되었다가 달이 되었다가를 반복하더니

俱逐曉風滅(구축효풍멸)

새벽이 지나가고 바람이 멎었다.

本從敲石光(본종고석광)

본래 부싯돌의 빛 하나로 불을 일구더니

遂至烘天熱(수지홍천열)

결국은 화톳불을 만들어 기온을 달궜다.

其六

下種暖灰中(하종난회중)

따뜻한 온기의 잿더미 속에 씨를 뿌리니

乘陽拆牙孽(승양척아얼)

온기를 받은 수목의 그루터기에서는 새로운 가지가 뻗고

蒼蒼一雨後(창창일우후

무성한 숲에 비가 한번 적셔주니

苕穎如雲發(초영여운발)

막 돋아난 벼이삭은 구름이 일어나듯 자란다.

其七

巴人拱手吟(파인홍수음)

파 땅의 사람들은 한가한 마음으로 노래 부르며

耕耨不關心(경욕불관심)

밭매기 김매기 따위에는 별무 관심이다.

由來得地勢(유래득지세)

오로지 여전(畬田)을 일굴 수 있는 땅이라면

徑寸有餘金(경촌유여금)

한뼘 떼기 땅이라도 황금보다 귀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