賊退示官吏․幷序(적퇴시관리병서)

- 도적떼가
물러간 뒤 관리에게 보이노라 -

元結(원결)

계묘년에 서원(西原)의 만족이
도주(道州)를
침공해와 민가에 불을 지르고 재산을 약탈한 후에 자기 땅으로 돌아갔다. 다음해에는 영주(永州)와 소주(邵州)를 침범했으나 이곳 도주는 변경에서 잠시 머물다 물러갔다. 이는 어찌 그들의 힘이 부족해서였겠는가? 실은 그들이 도주의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해서였다. 조정에서
파견나온 여러 사자들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고통을 받았음으로 이 시를 한 편을 지어 관리들에게 보인다.

(당대종(唐代宗) 광덕(廣德) 원년(元年 : 763년)，서원(西原)의 만족(蠻族)이 적도가
되어 도주를 침입했다. 서원은 지금의 광서성 성도 남녕시(南寧市) 서쪽
100키로의 부남현(扶南縣) 서남 일대다. 만족은 성내의 재물을 거의 모두 빼앗은 후에야 비로소 물러갔다. 다음 해 도적들은 다시 영주(永州)와 소주(邵州)를 공격하여
점령했으나 도주의 변경은 침범하지 않고 물러갔다. 그때
도주의 군사들은 능히 도적 떼를 물리칠 역량이 없었다. 도주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긴 만족들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조정의 관리들은 어찌하여 백성들의 재물을 수탈하느라 여념이 없는가? 그래서 이 시 한 수를 지어 관리들에게 보인다.)

昔歲逢太平(석세봉태평)

지난 세월 평화로워

山林二十年(산림이십년)

이십년을 산중에서 살았었다.

泉源在庭戶(천원재정호)

뜰 가에 샘물이 있었고

洞壑當門前(동학당문전)

문 앞엔 산골짜기가 펼쳐진 곳이었다.

井稅有常期(정세유상기)

세금은 납부기한이 있어도

日晏猶得眠(일안유득면)

늦도록 잠 잘 수 있었다.

忽然遭時變(홀연조시변)

홀연히 시대의 변란을 맞아

數歲親戎旃(삭세친융전)

몇 년 동안 군대에 복무하다가.

今來典斯郡(금내전사군)

금년에 이 고을로 전출되어 다스리다보니

山夷又紛然(산이우분연).

산적들이 또한 시끄럽다.

城小賊不屠(성소적부도)

작은 성이라 도적들도 양민을 죽이지 않으니

人貧傷可憐(인빈상가련)

백성들이 가난에 상처받아 불쌍히 여겨서다.

是以陷鄰境(시이함린경)

이 때문에 이웃 고을 짓밟혀도

此州獨見全(차주독견전)

이 고을만 온전할 수 있었다.

使臣將王命(사신장왕명)

왕명을 받은 조용사(租庸使)여!

豈不如賊焉(개부여적언)

어찌 도적들만도 못하다는 말인가!

令彼征斂者(령피정렴자)

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자들

迫之如火煎(박지여화전)

백성들을 압박하기를 불로 약 다리 듯

誰能絶人命(수능절인명)

누가 능히 남의 생명 끊어서

以作時世賢(이작시세현)

시대의 어진 사람 되려고 한단 말인가?

思欲委符節(사욕위부절)

벼슬자리 팽겨치고 낙싯대 들고

引竿自刺船(인간자자선)

직접 배를 젓고 싶은 굴뚝 같구나!

將家就魚麥(장가취어맥)

가족을 데리고 물고기와 곡식나는 시골로

歸老江湖邊(귀노강호변)

돌아가 강가에서 늙어보리라

- 도주(道州)：치소는
지금의 호남성 도현(道縣)이다.

- 영주(永州)의 치소는
지금의 호남성 영릉(零陵)현이고 소주(邵州)의 치소는 호남성 소양(邵陽)이다.

- 정세(井稅)：전답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고대봉건제 사회의 세금제도다. 900무(畝)의 전답을 9등분한 후에 가운데 100무를 공전(公田), 주위의
800무를 사전으로 하여 농민 8가가 각각 100무씩 소유하고 가운데 공전을 8가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산출된 곡식을 세금으로 바치는 제도다.

- 융전(戎旃)：군대
막사의 장막

이 시와 《용릉행(舂陵行)》은
모두 시인 원결(元結)이 당시 질고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동정하여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당시의 백성들 위에 군림하여
가렴주구를 일삼는 통치계급의 폭정을 비난한 시다. 시사의
의미는 매우 심오하고 감정은 대단히 상기 되었다. 본 시
앞의 병서로 시를 짓게 된 사건을 밝혔다. 계묘(癸卯) 년은
당대종(唐代宗) 광덕(廣德) 원년으로
서기 763년이다. 그 해에
광서성 경내의 소수민족 서원만(西原蠻) 족이 당왕조의 폭정에 항거하여 무장반란을 일으키고 지금의 호남성 도현을 공격할 즈음에 원결은
도주자사(道州刺史)에 임명되었다. 7월에 서원만족은 다시 도주의 이웃 고을인 영주(永州
: 지금의 호남성 영릉(零陵))과 소주(邵州:치소는
지금의 호남성 소양(南邵陽))을 공격했으나 도주만은 재차 침범하지 않았다. 시인은 관부(官府)가 적도를 제어할만한 능력이 없음을 말하는 대신 전란 중임에도 서원만의 반군은 도주의 인민들을
동정했으나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조용사(租庸使)를 파견하여 세금 걷기에 혈안이 되어 인민들의 질고를 살피지 않은 조정을 비판했다. 도주의 백성들은 《용릉행(舂陵行)》의 “ 초근(草根)으로
아침밥을 먹고 목피로 저녁을 때운다[朝餐是草根，暮食乃木皮]”의 표현처럼 굶주림에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잔혹한 방법으로 가렴주구를 행하는 행태에 분노하여 이 시를 지어 묘사했다. 당왕조에 반기를 든 소수민족을 “적(賊)”으로 표현하여 여전히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시구에 “제사(諸使)”와 “적(賊)”에 대한 묘사를 대비시켜 “적(賊)”을 긍정적으로 보고 관리들의 포악한 면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원래 관리 신분의 그가 관리들의 잔폭성을 비난한 것은 매우 행하기 어려운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한층 가치 있는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