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子薦飢(경자천기) - 경자년에 시작된 기황 -

대복고(戴復古)
서기 1167년에 태어나서 1243년에 죽은 남송의 관료이지 문인이다. 자는 식지(式之), 호는 석병(石屛)으로 절강성 황암(黃巖) 출신이다. 강호시파(江湖詩派)에 속하는 저명한 시인으로 일찍이 육유(陸遊)에게 시를 배웠고 두보를 추숭했다. 또한 영가사령(永嘉四靈)이 제창한 만당(晩唐)의 시풍을 배웠다. 영가(永嘉)는 절강성 온주(溫州)의 옛 이름이고 사령은 남송 중엽에 활약한 서조(徐照)、서기(徐璣)、옹권(翁卷)、조사수(趙師秀)를 말한다.유집에 석병집《(石屛集)》과 석병사《(石屏詞)》가 있다.

경자년은 남송 理宗 嘉熙 4년인 1240년이다. 이 해부터 가뭄이 몇 년 동안 계속 들기 시작해서 浙東 일대의 농민들이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과 길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수 없이 많았다. 이 의 상황을 묘사한 시로써 굶주린 백성에 대한 동정과 무능하고 비정한 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其一
正月彗星出(정월혜성출)
정월에 혜성이 나타나더니

連年旱魃興(연년한발흥)
올해도 연이어 한발이 들었다.

自應多變故(자응다변고)
쉬지 않고 천재지변이 많으니

何可望豐登(하가망풍등)
어떻게 풍년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孰有回天力(수유회천력)
누가 있어 하늘이 힘을 돌려놓을 수 있겠으며

誰懷濟世能(수회제세능)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경세가는 어디에 있는가?

嫠居不卹緯(이거불휼위)
배틀 위의 과부는 비단을 짜다 날줄 없어지는 줄 모르고

憂國瘦崚嶒(우국수능증)
나라 걱정에 몸은 말라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其二
連歲遭饑饉(연세조기근)
몇 해를 거듭해서 기근을 드니

民間氣索然(민간기삭연)
민간에는 기운이라고는 모두 흩어지고

十家九不爨(십가구불찬)
열에 아홉 집은 밥 짓는 연기가 안 난다.

升米百餘錢(승미백여전)
쌀 한 되에 백전이 넘어가고

凜凜饑寒地(늠름이한지)
기아에 허덕이는 땅에 한파가 몰려와 살을 에인다.

蕭蕭風雪天(소소풍설천)
싸늘한 바람은 눈발을 하늘에 가득 날리고

人無告急處(인무고급처)
백성들은 아무데고 하소연할 데가 업으니

閉戶抱愁眠(폐호포수면)
집안에 틀어박혀 고통을 안고 잠을 잘뿐이다.


其三
餓走拋家舍(아주포가사)
굶주림에 못 이겨 자기집을 버리고 달아나다가

從橫死路岐(종횡사로기)
여기저기 죽어서 갈림길에 누워있다.

有天有雨粟(유천유우속)
하늘이 있다하나 곡식비는 안 내리고

無地可埋屍(무지가매시)
시체를 묻을 수 있는 땅 떼기도 없다.

劫數慘如此(겁수참여차)
액운이 이토록 참혹하거늘

吾曹忍見之(오조인견지)
우리가 어떻게 차마 볼 수 있겠는가?

官司行賑卹(관사행진휼)
관아에서 구휼을 한다고는 하나

不過是文移(물과시문시)
허울 좋은 공문에 지나지 않는 것을


其四
乘時皆閉糶(승시개폐적)
곡가가 오르니 시중에 쌀을 팔지 않으니

有穀貴如金(유곡귀여금)
곡식은 있다하나 금과 같이 귀하다.

寒士糟糠腹(한사조강복)
가난한 사람 술지개미로 창자를 채우나

豪民鐵石心(호민철석심)
호족들의 마음은 바위와 같이 견고하여

可憐饑欲死(가련기욕사)
불쌍하게도 기아에 굶주려 죽고 싶은데

那更病相侵(나경병상침)
설상가상으로 몸에 병까지 드니

到處聞愁歎(도처문수탄)
도처에는 수심어린 한탄이 들리고

傷時淚滿襟(상시누만금)
마음 상해 흘린 눈물이 소매를 적신다.


其五
杵臼成虛設(저구성허설)
쌀 찧는 절구를 괜시리 가져다 놓고

蛛絲網釜鬵(주사망부심)
큰 솥, 작은 솥은 거미줄처럼 촘촘히 걸려있는데

啼饑食草木(제기식초목)
굶주림에 통곡하면서 초목을 삼킨다.

嘯聚斫山林
한 떼는 무리를 지어 산중으로 들어가 나무를 벤다.

人語無生意(인어무생의)
사람들이 장사를 하지 말라는 말은

鳥啼空好音(조제공호음)
하늘을 나는 새가 울어대는 아름다운 소리일 뿐이다.

休言穀價貴(휴언곡가귀)
곡식 값만 비싸다고 말하지 말라

菜亦貴如金(채역귀여금)
채소 값 역시 금값이다.


其六
去歲未爲歉(거세미위렴)
해가 지났어도 흉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今年始是凶(금년시시흉)
금년에도 역시 흉년이 시작되는구나!

穀高三倍價(곡사삼배가)
곡식 값은 3배로 뛰어

人到十分窮(인도십분궁)
사람들은 거의 굶어죽기 직전이라

險淅矛頭菜(험석모두채)
위태하기가 창끝으로 쌀을 씻고 칼집으로 나물을 뜯는 형국이다.

愁聞飯後鍾(수문반후종)
취사를 끝내고 치는 종소리 마음은 더욱 서러운데

新來慰心處(신래위심처)
허망한 마음을 달래 줄 한 줄기 소식

隴麥早芃芃(농맥조봉봉)。
농서의 보리가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