亭以雨名(형이우명)
정자의 이름에 우(雨) 자를 넣은 이유는

志喜也(지희야)
그 기쁨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古者有喜(고자유희)
옛날 사람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는

卽以名物(즉이명물)
기쁜 일로 이름을 지어

示不忘也(시불망야)
그 일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周公得禾(주공득화)
주공은 벼이삭을 얻었을 때

以名其書(이명기서)
《가화편(嘉禾篇)》을 지으셨고

漢武得鼎(한무득정)
한무제께서는 정(鼎)을 얻으시자

以名其年(이명기년)
연호를 원정(元鼎)으로 고치셨으며

叔孫勝敵(숙손승적)
노나라의 숙손은 적군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以名其子(이명기자)
죽인 장수의 이름을 따서
자기의 아들 이름으로 삼아

其喜之(기희지)
그것을 기뻐하였다.

大小不齊(대소부제)
기쁨의 크고 작음은 다 같지 않지만

其示不忘一也(기시불망일야)
기쁨을 잊지 않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다.

予之扶風之明年(예지부풍지명년)
내가 부풍현(扶風縣)에 온 이듬해에

始治官舍(시치관사)
관사를 수리하기 시작하고

爲亭於堂之北(위정어당지북)
공관의 북쪽에 정자를 하나 지었다.

以鑿池其南(이착지기남)
그 남쪽에는 연못을 파고

引流種樹(인류종수)
냇물을 끌어들이고 주위에 나무를 심어

以爲休息之所(이위휴식지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삼았다.

是勢之春(시세지춘)
때는 봄철이라

雨麥於岐山之陽(우맥어기산지양)
기산의 남쪽에 보리 씨앗을 뿌리고

其占爲有年(기점위유년)
점을 쳤더니 좋은 해가 되리라고 했다.

旣而彌月不雨(기이미월불우)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비가 내리지 않아

民方以爲雨(민방이위우)
백성들의 근심이 태산 같았다.

越三月(월삼월)
다음 달 삼월

乙卯乃雨(을묘내우)
을묘일이 되자 비가 내리고

甲子又雨(갑자우우)
갑자일에 다시 비가 내렸지만

民爲以未足(민위이미족)
백성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丁卯大雨(정묘대우)
정묘일이 되자 드디어 큰비가 내려

三日乃止(삼일내지)
삼일이 되도록 멈추지 않았다.

官吏相與慶於庭(관리상여경어정)
관리들은 공관의 뜰에 모여 서로 축하하고

商賈相與歌於市(상고상여가어시)
장사꾼들은 시정에서 모여 노래를 불렀으며

農夫相與抃於野(농부상여변어야)
농부들은 들판에서 손뼉을 치며 기뻐하였다.

憂者以樂(우자이락)
근심 있는 자들은 잊고 즐거워했고

病者以愈(병자이유)
병자들은 그 기쁨으로 병이 나았다.

而吾亭適成(이오정적성)
내가 짓던 정자는 그때 완성이 되어

於是擧酒於亭上(어시거주어정상)
때문에 술을 정자에 내와

以屬客而告之曰(이속객이고지왈)
손님들에게 권하며 말했다.

五日不雨何乎(오일불우하호)
닷새 동안 더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소?

曰五日不雨則無麥(왈오일불오즉무맥)
닷새 동안 더 비가 오지 않았다면
보리를 수확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오!

十日不雨可乎(십일불우가호)
만일 열흘 동안 더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소?

曰十日不雨則無禾(왈십일불우즉무화)
열흘 동안 더 비가 오지 않았다면
벼를 수확하지 못했을 것이오.

無麥無禾(무맥무화)
보리와 벼를 수확할 수 없었다면

歲且荐飢(세차천기)
흉년이 거듭되어 기근이 들었을 것이며

獄訟繁興(옥송번흥)
인심이 흉흉해져 송사가 빈번해지고

而盜賊玆熾(이도적자치)
도둑떼가 사방에서 일어났을 것이오.

則吾與二三者(즉오여이삼자)
그랬다면 내가 몇몇의 손님들과 같이

雖欲優遊以樂於此亭(수욕우유이락어차정)
이 정자에 모여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놀 수 있는 것을

其可得耶(그가득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今天不遺斯民(금천불유사민)
이제 하늘이 백성들을 버리지 않으시어

始旱而賜之以雨(시한이사지이우)
처음에는 가뭄을 주었지만 이내 비를 내리셔서

使吾與二三子(사오여이삼자)
나와 몇몇의 손님들로 하여금

得相與優遊(득상여우유)
한가한 마음으로 서로 어울려

而樂於此亭者(이락어차정자)
이 정자에서 즐기게 하시니

皆雨之賜也(개우지사야)
이것은 모두가 비가 베풀어 준 덕택이다.

其又可忘耶(기우가망야)
내가 어찌 그것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旣以名亭(기이명정)
그래서 정자의 이름을 짓고

又從而歌之曰(우종이가지왈)
그에 따라 노래를 지어 불렀다.

使天而雨珠(사천이우주)
하늘이 구슬을 비 대신 내린다 한들

寒者不得以爲襦(한자부득이위수)
추위에 떠는 자들에게 옷이 될 수 있겠는가?

使天而雨玉(사천이우옥)
하늘이 비 대신 옥을 내린다 한들

飢者不得以爲粟(기자부득이위속)
배를 곯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一雨三日(일우삼일)
비가 오기 시작해서
삼 일 동안 계속 내리게 한 것은

伊誰之力(이수지력)
도대체 누구의 힘인가?

民曰太守(민왈태수)
백성들이 말하기를
‘선정을 베푼 태수의 덕분이라!’

太守不有(태수불유)
태수는 그렇지 않다고 하며

歸之天子(귀지천자)
모두 천자의 덕분이라고 한다.

天子曰不然(천자왈불연)
천자가 사양하시며

歸之造物(귀지조물)
조물주에게 돌리시니

造物不自以爲功(조물부자이위공)
조물주는 스스로의 공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歸之太空(귀지태공)
태공(太空)에 돌린다.

太空冥冥(태공명명)
태공은 아득히 높고 그윽하여

不可得而名(불가득이명)
이름지어 부를 수 없는 것이다.

吾以名吾亭(오이명오정)
내가 이로서 정자의 이름을
희우정(喜雨亭)이라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