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시인의 나이 47세 때인 인종 경력(慶曆) 8년(1048) 가을에 지은 작품이다. 당시 매요신은 회하의 수몰지역을 지나치다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을 목격했다. 황폐하기 짝이 없는 농촌의 정경과 농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묘사한 시다. 민국 때 활약했던 문인 진연(陈衍)은 그의 저서 《송시정화록(宋詩精華錄)》에서 “ 빈궁한 작은 촌락을 묘사할 때는 그림으로도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는데, 끝구절은 완곡하면서도 풍자가 풍부하다. ”라고 호평했다. 작자는 황량하고 피폐한 작은 마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암담한 처지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절대왕조시대에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이나 당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인민들의 생활상에 극도로 절망한 매요신의 마음 상태의 발로이다.
9. 견선인(牽船人)
- 배 끄는 인부들 -
沙洲折腳雁(사주절각안)
모래섬에 다리 부러진 기러기
疑人鋪翅行(의인포시행)
사람 두려워 날개 펴고 걸어간다.
奈何暮雨來(나하모우래)
저녁 비 내리니 어찌할까?
復值寒風生(복치한풍생)
찬바람까지 불어닥친다.
濕毛染泥滓(흡모염니재)
젖은 날개에 진흙 찌꺼기 묻어있고
縮頸無鳴聲(숙경무명성)
고개 움추려 울음소리 없다.
爾輩正若此(이배정약차)
그대들 아무리 이렇다 해도
猶勝被堅兵(유승피견병)
징집된 병사들보다는 한결 낫다네
작자는 배 끄는 사람의 모습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모래톱의 다리 부러진 기러기의 모습을 그려 묘사 대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도출해 냈다. 마지막에 전절(轉折)을 가하여 배끄는 사람의 비참한 상황이 그래도 전쟁에 끌려나가 적군의 무기에 의해 찔려 죽는 군인보다는 낫다고 말하여 생활고와 병역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10. 촌호(村豪)
- 토호의 위세 -
日击收田鼓(일격수전고)
날마다 가을걷이 북소리 울리더니
时称大有年(시칭대유년)
사람들은 대풍이라고 이야기 한다.
烂倾新酿酒(란경신양주)
새로 빚은 술을 실컷 들이키고
饱载下江船(포재하강선)
곡식 가득 실은 배타고 내려간다.
女髻银钗满(여계은채만)
쪽진머리 은비녀 가득 꽂고
童袍毳氎鲜(동포취첩선)
아이들 옷은 산뜻산 가는 모직이니
里胥休借问(이서휴차문)
아전들이야 물을 것 없고
不信有官权(불신유관권)
관권이 있다고 믿기지 않네
지배계층인 악덕 지주의 문란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폭로하면서 지방관리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횡포를 비판했다.
11. 잡흥(雜興)
主人有十客(주인유십객)
주인과 열 명의 손님
共食一鼎珍(공식일정진)
함께 한 솥의 음식을 먹었다.
一客不得食(일객부득식)
손님 한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없자
覆鼎傷衆賓(복정상중빈)
솥을 엎어 여러 손님 상하게 했다.
雖云九客沮(수운구객저)
아홉 손님이 막는다고 했지만
未足一客嗔(미족일객진)
성내는 한 손님보다 못했다.
古有弒君者(고유시군자)
옛날 임금을 시해한 자가 있었는데
羊羹爲不均(양갱위불균)
양고기국을 고르게 나누어주지 못해서였다.
莫以天下士(막이천하사)
천하의 선비들을
而比首陽人(이비수양인)
수양산의 백이와 숙제에 비하지 말라.
경력(慶曆) 4년(1044) 3월 소순흠(蘇舜欽)은 범중엄(范仲淹)의 천거에 의해 집현교리(集賢校理)에 임명되어 진주원(進奏院)의 일을 주관했다. 당시 경사의 각 부처에서는 연례적으로 춘제와 추제 때 각기 폐품을 팔아 연회비용에 충당하고 있었다. 그해 가을 소순흠도 관례에 따라 진주원에 보관되어 있는 철 지난 문서를 폐지로 팔아 연회를 준비했다. 이때 태자 중승(中丞) 이정(李定)이 연회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소순흠은 그가 사귈만한 위인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거절했다. 이정은 앙심을 품고 보소파 대신들에게 암합(暗合)하는 한편 그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중상모략했다. 이것을 빌미로 어사중승 왕공진(王拱辰) 등을 필두로 한 보수파 대신들은 소순흠의 장인으로 재상 직에 있었던 두연(杜衍)과 개혁파의 영수 범중엄에게 타격을 가하여 혁신파의 세력을 꺾기 위해 소순흠을 탄핵했다. 결국 그해 11월 소순흠은 ‘감주자도(監主自盜)’라는 죄목으로 파직당하고 연회에 참석했던 동료들 역시 모두 폄적(貶謫)되고 말았다. 이에 매요신은 정의는 소순흠에게 있다고 여겨 이 시를 지어 당시의 정치적 갈등과 대답으로 인해 빚어내는 사대부들의 탐욕스러운 면모를 폭로 풍자했다.
12. 도거(淘渠)
- 도랑물을 치우다. -
開春溝(개춘구)
봄에 막힌 도랑의 물길을 뚫는다고
畎春泥(견춘니)
밭도랑의 진흙을
五步掘一塹(오보굴일참)
다섯 발자국에 물둥덩이 하나 씩을 파놓으니
當途如壞堤(당도여괴제)
길을 막아 마치 망가진 제방 같다.
車無行轍馬無蹊(차무행철마무혜)
수레바퀴 자리 말발굽 자리 모두 없어지고
遮截門戶雞犬迷(차절문호계견미)
집집마다 문을 막아 닭과 개길도 없어졌다.
屈曲措足高復低(굴곡조족고복저)
굴곡 심해 디디면 높다가 낮아져서
芒鞋苔滑雨淒淒(망혜태활우처처)
비라도 부슬거리면 짚신은이끼 밟듯 미끄럽고
老翁夜行無子攜(노옹야행무자휴)
자식 부축 없으면 노인네는 밤길 걷지 못하고
眼昏失腳非有擠(안혼실각비유제)
날이 어두우면 밀치지 않아도 넘어진다.
明日尋者爾瘦妻(명일심자이수처)
날 밝아 찾는 사람 그의 늙은 아내라!
手提幼女哭嘶嘶(수제유녀곡시시)
손에 어린 딸 잡고 훌쩍이며 운다.
金吾司街務欲齊(금오사가무욕제)
왕의 호위무관 거리를 정연케 한다지만
不管人死獸顛啼(불관인사수전체)
사람이 죽건 짐승이 넘어져 울건 관계하지 않는다.
도랑의 물길을 뚫는다고 백성들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파해쳐서 지나다니는 백성들 풀편케 하고 또 그로 인해 백성들 사고가 빈발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관리들의 무사안일하고 비능률적인 처사에 분노해서 지은 시다.
2020-02-07 18: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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