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유(少年遊)①

소식(蘇軾)

黃之僑人郭氏(황지교인곽씨)②

황지에 사는 객인 곽씨는

每歲正月迎紫姑神(매세정월영자고신)③

매년 정월에 자고신(紫姑神)을 맞이하는데

以箕為腹(이기위복)

키로 신의 배를 만들고

箸為口(저위구)

젓가락으로 입을 만들어 귀신의 형상을 만들어주면

畫灰盤中為詩(화회반중위시)

쟁반에 담긴 재 위에 글을 써서 시를 짓는데

敏捷立成(민첩입성)

매우 민첩해서 즉석에서 완성했다.

餘往觀之(여왕관지)

내가 가서 구경했더니

神請餘作少年遊(신청여작소년유)

신이 나에게 《소년유》를 지으라고 청했음으로

乃以此戲之(내이차희지)

이에 재미로 답했다.

玉肌鉛粉傲秋霜(옥기연분오추상)

가을 서리도 겁내지 않은 옥같이 새하얀 살결에 분 바른 모습에

准擬鳳呼凰(준의봉호황)

암봉황을 부르는 숫봉황이 분명한데

伶倫不見(영윤불견)

영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清香未吐(청향미토)

곡식의 그윽한 향기 아직 나기 전이라

且糠秕吹揚(처겅바취이)

또 겨와 쭉쟁이 까불어 날리는 구나!

到處成雙君獨只(도처성쌍독지)

도처에 쌍쌍인데 그대 혼자만이

空無數(공무수)

수도 없고 공연한 수많은

爛文章(난문장)

아름다운 시를 짓는구나!

一點香檀(일점향단)

향내 나는 박달나무 가지 한 개로

誰能借箸(수능차저)

누가 능히 젓가락 삼아 천하정세를 논할 수 있었을까?

無複似張良(무복사장량)

장량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①《소년유(少年遊)》는 사패(詞牌)의 한 곡명으로 안수(晏殊)가 《주옥사(珠玉詞)》에 처음 사용했다. 또《소년유령(少年遊令)》、《소난간(小闌幹)》、《옥랍매지(玉臘梅枝)》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안수의 시구 중에서 ‘長似少年時(오래도록 소년 시절 같구나!)’라는 구절에서 제목을 취했다. 쌍조(雙調) 50자에 전단 다섯 구는 삼평운(三平韵)이고 후단 다섯 구는 양평운(兩平韻)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소동파의 《少年游·润州作代人寄远》과 강기(姜夔)의 词《少年游·戏平甫》등이 있다.

②僑人郭氏(교인곽씨)：이름은 遘(구)고 자는 흥종(興宗)이다 산서성 분양(汾陽) 출선으로 황주로 이주해서 살았기 때문에 교인(僑人)이라고 했다.

③紫姑神(자고신)：자고(子姑)、갱삼고량(坑三姑娘) 등의 이름도 있는데 전설에 나오는 변소의 신이다. 수양(壽陽)의 이경(李景)의 첩이 되었으나 본처의 질투를 받아 늘상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다가 정월 15일 한을 품고 죽고 말았다. 사람들이 그 날이 되면 그녀의 모습의 인형을 만들어 변소나 돼지우리에 세워 영접했다. 남조 이래 자고신으로 모셔 사람의 길흉이나 선악을 점치는 귀신으로 모셨다.

蘇軾《子姑神記》相關記載

원풍(元豐) 3년① 정월 초하루 날에 나는 경사에서 황주(黃州)로 출발하여 2월에 군의 관아에 당도했다. 다음 해에 진사 반병(潘丙)이 나에게 말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 있습니다. 공께서 예전에 어명을 받아 이곳으로 폄적당하ᅟᅧᆻ을 때 이곳 황주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방 출신으로 이곳으로 이사와서 사는 곽씨(郭氏)라는 사람의 집에 신이 강림하여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고 또 시부를 잘지었습니다. 그 귀신이 말하기를 ‘소공이 곧 이곳에 당도할 텐데 내가 그분을 뵙지 못하겠구나!’라고 했습니다. 이윽고 공께서 이곳에 당도하시자 그 신도 그날로 사라졌습니다.」

해가 바뀌어 다음 해 정월에 반병이 찾아와 다시 말했다.

「그 귀신이 다시 곽씨 집에 강림했습니다.」

내가 반병과 함께 곽씨 집으로 가서 보니 귀신의 모양은 키를 세워 초목으로 입혀 옷을 입혀 부인으로 만들고 손가락에는 젓가락을 쥐어 주어 두 동자가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 귀신이 젓가락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첩은 수양(壽陽 : 현 안휘성 수현(壽縣)) 사람입니다. 성은 하씨(何氏), 이름은 미(媚)，자는 여경(麗卿)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하고 글을 지을 줄 알았는데 후에 악인(樂人)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당나라 수공(垂拱 : 685-688) 연간에 수양자사(壽陽刺史)가 저의 지아비를 죽이고 저를 첩으로 삼아 그의 독서를 돕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처가 저에게 질투를 심하게 해서 저를 변소에서 죽였습니다. 첩은 죽어서도 감히 하소연할 데가 없었는데 다행히 천제의 사자가 보시고 제가 당한 억울한 일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소첩에게 인간세상의 일을 맡게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자고신(子姑神)이란 그 종류가 매우 많지만 소첩처럼 영험한 귀신은 없습니다. 소공께서 잠시 머무르시면 소첩아 공을 위해 시를 짓고 춤을 추어 공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시를 수십 편을 지었는데 즉석에서 재빨리 완성하고 모두가 그 뜻이 오묘했는데 중간에는 조소하는 뜻이 섞여 있었다. 신선과 귀신과 부처가 변화하는 이치에 대해 물었더니 그 대답이 사람으로써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좌중에 있던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도조양주(道調梁州)》라는 시를 노래하자 신이 일어나 절귀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이윽고 곡이 끝나자 신이 나에게 재배하고 청했다.

「공께서는 시문으로 천하에 이름이 높으십니다. 죄송하지만 얼마의 종이를 아까워하시지 마시고 저를 위해 시 한 수를 지어 세상사람들에게 첩의 한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리에게 겁탈당하고 다시 표독한 그의 부인에게 살해당한 하씨의 원한이 대단히 깊고 크다 것을 알았으나 결국은 자사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도 그것이 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타향사람이 그의 평생을 어떻게 해서 알게 되었으나 끝내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남의 비밀스러운 일이나 길흉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글을 읽는 사람이 세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치용스러운 일이기도 해서 그 일을 알리는 것도 또한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개략적이나마 기록으로 남긴다.

①원풍(元豐) 3년 : 서기 1080년 북송 송신종(宋神宗 : 재위 ) 조욱(趙頊)의 연호다.

[소년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