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병(兼幷)

왕안석(王安石)

三代子百姓(삼대자백성)
하상주(夏商周) 삼대에는 백성들을 자식 같이 여기고

公私無異財(공사무이재)
공과 사의 재산이 다르지 않았다.

人主擅操柄(인주천조병)
군주가 대권을 장악했으나

如天持鬥魁(여천지투괴)
마치 북극성의 북두칠성을 쥐고 있는 것 같다.

賦予皆自我(부여개자아)
거두고 베풀고는 모두 군주에게서 나왔으니

兼並乃奸回(겸병내간회)
겸병은 곧 간악한 짓이 되었다.

奸回法有誅(간회법유주)
간악한 자들은 법으로 다스렸으니

勢亦無自來(세역무자래)
겸병의 형세는 일어날 수 없었다.

後世始倒持(후세시도지)
후세에 비로소 형세가 거꾸로 되어

黔首遂難裁(검수수난재)
마침내 백성들에게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秦王不知此(진왕부지차)
진시황은 이러한 이치도 알지 못하고

更築懷清台(편축회청대)
더욱 회청대만 죽조했다

禮義日已偷(예의일이투)
예의는 날마다 무너져 가고

聖經久堙埃(성경구인의)
성인의 경전 먼지에 쌓인지 오래 되었다.

法尚有存者(법상유존자)
옛 법도 아직 남아있는 것 있어

欲言時所咍(욕언시소해)
말하려 하면 지금 사람들 비웃기만 하고

俗吏不知方(속리부지방)
치국의 방도를 모르는 속된 관리는

掊克乃爲材(부극내위재)
마구 거둬들이는 것을 재주 있다 여기고

俗儒不知變(속유부지변)
변통을 모르는 속된 유학자는

兼並可無摧(겸병가무최)
겸병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利孔至百出(이공지백출)
이익이 생기는 구멍은 백 가지나 되어

小人私闔開(소인사합개)
소인배들은 사사로이 맊았다 텄다 한다.

有司與之爭(유사여지쟁)
관리조차 그들과 이익을 다투니

民愈可憐哉(민유가련재)
백성들만 가련하다.



황우(皇祐) 5년(1053) 왕안석이 서주통판(舒州通判)으로 재직시 지은 시다. 시에서 삼대에 법으로 겸병을 제제한 것을 근거로 송왕조가 겸병을 허용하고, 관리, 상인, 권세가가 서로 이익을 취하려 다투고 인민의 고통이 날로 시해지는 사회현실을 조성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겸병 억제를 반대하는 정치적 주장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 시의 전투적인 주제는 후에 그가 단행하는 변법의 이론적 근거를 말해 이후 신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맹렬히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30대 초반 서주통판을 지내던 왕안석은 당시 송나라의 보수관료층, 학자들, 겸병을 옹오하는 권세가들을 싸잡아 비판했다는 사실은 그의 높은 이상과 의기를 말해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훗날 시행할 신법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이 얼마나 거셀 것인가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왕안석은 이와 같은 시를 통해 송나라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