滿江紅

악비(岳飛)

북송 휘종(徽宗) 숭녕(崇寧) 2년인 서기 1103년에 태어나서 남송 고종(高宗) 소흥(紹興) 11년인 서기 1141년에 죽은 남송의 명장이다. 자는 붕거(鵬擧)이며 상주(相州) 탕음현(湯陰縣)의 가난한 농민 출신이지만 금(金)나라의 침략으로 북송(北宋)이 멸망할 무렵 의용군에 참전하여 전공을 쌓았다. 북송이 망하고 남송 때가 되자 무한(武漢)과 양양(襄陽)을 거점으로 호북(湖北) 일대를 영유하는 대군벌(大軍閥)이 되었다. 그의 군대는 악가군(岳家軍)이라는 정병(精兵)으로, 유광세(劉光世)·한세충(韓世忠)·장준(張俊) 등 군벌의 병력과 협력하여 금나라 군대의 침공을 회하(淮河), 진령(秦嶺) 선상에서 저지하는 전공을 올렸다. 당시 악비의 군대는 사기가 충천했고 금나라 군대는 점차 세력이 약화되어 갔다. 하지만 당시 남송 조정에서는 금나라와 화평론(和平論)을 주장하던 재상 진회(秦檜)가 연일 승전보를 알려오는 악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주전파(主戰派) 군벌과 주화파 관료들 사이에 분쟁이 지속되었고 1141년 금나라와 강화를 주장하였던 재상 진회는 군벌끼리의 불화를 틈타서 그들의 군대 지휘권을 박탈하고 중앙군으로 개편하였다. 이때 조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악비는 무고한 누명을 쓰고 투옥된 뒤 39세의 나이에 살해되었다. 진회가 죽은 후 혐의가 풀리고 명예가 회복되었으며, 구국(救國)의 영웅으로 악왕묘(岳王廟)에 배향되었다. 1914년 이후에는 관우(關羽)와 함께 무묘(武廟)에 합사(合祀)되었다. 문학과 경학에도 뛰어났으며, 저서에 《악충무왕집(岳忠武王集)》이 있다.

사회(寫懷)

-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쓰다 -

怒發沖冠(나발충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로 머리카락이 관을 뚫고

憑欄處(빙란처)

난간에 기대니

瀟瀟雨歇(소소우헐)。

세찬 비가 멎는다.

抬望眼(대망안)

고개들어 멀리 바라보며

仰天長嘯(앙천장소)

하늘을 우러러 긴 휘파람 불고나니

壯懷激烈(장회격렬)。

장엄한 감회가 용솟음 친다.

三十功名塵與土(삼십공명진여토)

삼십년 쌓은 공명 티끌처럼 변변찮고

八千裏路雲和月(팔천리로운화월)。

팔천리 원정길에 궂은 날 어두운 밤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莫等閑(막등한)

젊은 시절 동한히 생활하여

白了少年頭(백료소년두)

소년의 머리는 하얗게 변했다고

空悲切(공비절)。

공연스레 슬픔에 빠지지 말라!

靖康恥(정강치)

정강(靖康)의 치욕

猶未雪(유미설)

아직 설욕도 못했으니

臣子恨(신자한)

신하된 자의 한은

何時滅(하시멸)。

언제나 없어지려나?

駕長車(가장거)

기다란 수레를 몰아

踏破賀蘭山缺(답파하란산결)。

하란산이 닳아 없어지도록 짓밟으리

壯志饑餐胡虜肉(장지기찬호로육)

장렬한 내 마음 배고프면 오랑캐의 살을 배어 요기하고

笑談渴飲匈奴血(소담갈음흉노혈)。

담소하다 목마르면 흉노의 피를 마시리!

待從頭(대종두)

내가 다시 새롭게

收拾舊山河

옛날 강토를 수습하면

朝天闕(조천궐)。

궁궐에서 황제를 알현하리라!

登黃鶴樓有感(등황학루유감)

-황학루에 올라 감회를 쓰다 -

遙望中原(요망중원)

고개들어 중원을 바라보니

荒煙外(황연외)

누런 안개 너머

許多城郭(허다성곽)。

성곽이 무수하다.

想當年(상당년)

그 당시 생각난다

花遮柳護(화차류호)

나를 애워싸고 있었던 꽃과 버들

鳳樓龍閣(봉루용각)

봉황과 용 무니가 새겨진 누각

萬歲山前珠翠繞(만세산전주취요)

만세산 앞에는 주옥과 비취가 줄지어 달려있고

蓬壺殿裏笙歌作(봉호전리생가작)

봉호전 안에서 생황과 노래소리 끝없었다.

到而今(도이금)

그러나 지금은

鐵騎滿郊畿(철기만교기)

서울 근교에 철갑기병 가득하고

風塵惡(풍진악)。

버람에 날리는 먼지도 고약하다.

兵安在(병안재)

우리 군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膏鋒鍔(고봉악)

칼 끝에 고약을 바르고 있네.

民安在(민안재)

백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填溝壑(전구학)

도랑과 골짜기를 메우고 있네

歎江山如故(탄강산여고)

이 강산은 옛날 그대로인데

千村寥落(천촌요락)。

온 세상 마을은 모두 적막하기만 하니

何日請纓提銳旅(하일청영제예려)

언제나 북벌의 허락을 얻어 정예한 군대를 이끌게 되리

一鞭直渡清河洛(일편직도청하락)

채찍질 한번이면 곧바로 황하와 낙수를 건너련만

卻歸來再續漢陽遊(각귀래재속한양유)

퇴각하고 돌아와 한양유람 계속하고

騎黃鶴(기황학)。

황학이나 탔구나!

소중산(小重山)

昨夜寒蛩不住鳴(작야한공불주명)

차가운 어젯밤 쉬지 않고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에

驚回千裏夢(경회천리몽)

천리 밖에서 내달리다가 놀라 깨니

已三更(이삼경)。

밤은 깊이 이미 삼경이었다.

起來獨自繞階行(기래독자요계행)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섬돌 주변을 맴도니

人悄悄(인초초)

사람들은 잠들어 고요하고

簾外月朧明(염외월롱명)。

주렴 밖에 떠있는 달은 영롱했다.

白首爲功名(백수위공명)

공명을 세우려다 백발이 되었고

舊山松竹老(구산송죽로)

옛 산의 송죽은 늙어

阻歸程(조귀정)。

돌아갈 길은 막혀버렸다.

欲將心事付瑤琴(욕장심사부요금)

가슴 속의 심사를 거문고에 실으려고 해도

知音少(지음소)

내 마음 알아주는 이도 드물고

弦斷有誰聽(현단유수청)。

현도 끊어졌으니 누가 들어주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