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서행(繅絲行)
- 명주실 뽑기 -
범성대(范成大)
북송이 망한 정강(靖康) 원년인 서기 1126년에 출생하여 남송 광종(光宗) 소희(紹熙) 4년인 서기 1193년에 죽은 남송의 관료 출신의 전원시인이다.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인 평강부(平江府) 오현(吳縣) 출신으로 자는 치능(治能)이고 호는 차산거사(此山居士)였다가 만년에 석호거사(石湖居士)로 바꾸어 불렀다. 소흥(紹興) 24년인 서기 1154년 그의 나이 28세에 진사에 급제하고 남송의 정치를 쇄신하려고 노력하다가 건도(乾道) 4년인 1168년 금나라에 사자로 들어가 당당한 자세로 남송 정권의 위신을 세워 관료들과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다. 순희 9년 서기 1182년 62세의 나이로 참지정사(參知政事)의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석호(石湖)에 은거했다. 유집으로는《석호집(石湖集)》《攬轡錄(남비록)》《吳船錄(오선록)》《吳郡志(오군지)》《桂海虞衡志(계해우형지)》등이 있다.
범성대는 애국자로 백성들의 질고에 항상 가슴 아파했다. 강서시파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백거이 등 시인들의 사실주의적 전통을 계승하여 지배계급의 잔혹한 수탈과 농민들의 고통을 작품에 반영했다. 《소사행》은 소흥 24년에 과거를 보기 위해 항주(杭州)로 가는 도중에 보리가 익어가는 초여름의 농촌 풍경을 묘사한 시가다. 서두에는 평화로운 농촌생활을 구가한 작품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두 구절은 가난에 찌든 농민들의 생활상을 폭로하고 위정자들의 무능과 탐욕을 비판했다.
小麥青青大麥黃(소맥청청대맥황)
밀은 푸릇푸릇하고 보리는 누런데
原頭目出天色涼(원두목출천색량)
들머리에 해 뜨자 하늘 색 처량하다.
姑婦相呼有忙事(고부상호유망사)
고부가 서로 불러가며 일하기가 바쁜데
舍後煮繭門前香(사후저견문전향)
집 뒤뜰에서 나는 누에고치 삶은 향기
繅車嘈嘈似風雨(소거조조사풍우)
물레 소리 덜컹덜컹 비바람 소리 같다.
繭厚絲長無斷縷(견후사장무단루)
고치 두텁고 실은 길어 끊긴 가닥 없는데
今年那暇織絹著(금년나가직견저)
금년에도 어찌 한가롭게 비단을 짤 것인가?
明日西門賣絲去(명일서문매사거)
내일 서문으로 실을 팔러 가야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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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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