封丘县(봉구현)

高适

我本漁樵孟諸野(아본어초맹저야)

나는 본래 맹저의 어부에 나뭇꾼으로

一生自是悠悠者(일생자시유유자)

일생을 언제나 거칠 것 없이 유유자적 했다.

乍可狂歌草澤中(사가광가초택중)

미친 노래 부르며 초택에는 살 수 있었어도

寧堪作吏風塵下(영감작리풍진하)

내 어찌 세속에 얽매인 관리를 감당할 있겠는가?

只言小邑無所爲(지언소읍무소위)

단지 고을 작아 할 일이 없다는 말 마소

公門百事皆有期(공문백사개유기)

만사를 기한 두고 하는 곳이 관청인데

拜迎官長心欲碎(배영관장심욕쇄)

장관을 섬기자니 내 마음 찢어지고

鞭撻黎庶令人悲(편달여서영인비)

백성들을 채찍질하자니 비참한 일이로다.

歸來向家問妻子(귀래향가문처자)

집으로 돌아가 처에게 물었더니

舉家盡笑今如此(거가진소금여차)

온 집안 식구 나보고 어리석다 웃는다.

生事應須南畝田(생사응수남무전)

양지바른 곳에 밭떼기 나마 있어야 살 수 있는데

世情付與東流水(세정부여동류수)

세속을 따라 살아야겠다는 뜻도 물거품이 되었으니

夢想舊山安在哉(몽상구산안재재)

내 옛 고향 어디인가 꿈속에서도 그리지만

爲銜君命且遲回(위함군명차지회)

어명 받은 몸이라 돌아가는데 주저하게 된다.

乃知梅福徒爲爾(내지매복도위이)

옛날 매복이 벼슬 버린 까닭을 알았고※

轉憶陶潛歸去來(전억도잠귀거래)

도잠의 귀거래사가 새롭다.

※매복(梅福)

서한과 동한 교체기 때 활약했던 사람으로 서한 자는 자진(子真)이고 지금의 안휘성 수현(壽縣)인 구강군(九江郡) 수춘(寿春) 출생이다. 어렸을 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장안에 유학하여 상서(尚书)와 춘추곡량전(春秋谷梁傳)을 배웠다. 왕망이 서한왕조를 찬탈하자 관직을 버리고 지금의 강소성 오현으로 가서 몸을 피했다.

고적(高適)

당나라 때 시인으로 기원 706년에 태어나서 765년에 죽었다. 자는 달부(達夫)이고 지금의 하북성 경현(景縣)인 발해(渤海) 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여 20세 경에 장안으로 들어가 벼슬을 구하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양(梁)과 송(宋) 땅을 10여 년간에 유랑하며 빈한하게 지냈다. 그 기간 동안 고적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와 교우를 맺어 같이 수렵을 나가 시를 쓰며 소일했다. 그는 자기의 처지를 한탄하며 " 이리저리 애를 썼건만 성사된 것은 하나도 없고, 마흔이 넘었건만 밭갈이를 하는구려!(蹉跎勢月竟無成, 年過四十尙躬耕)"라고 읊었다. 또한 벼슬자리를 얻지 못하자 "총애하는 신하들에게는 모두 흰 구슬을 나누어주면서, 불쌍한 백성들은 임금의 얼굴조차 구경하기 힘들구나!(白璧皆言赐近臣, 布衣不得干明主)라고 하면서 집권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천보 8년, 기원 749년 그의 나이 44세 때 송주자사(宋州刺史) 장구고(張久皐)의 천거로 과거에 급제하고 봉구위(封丘尉)라는 벼슬에 제수 되었다. 봉구현(奉口縣)은 지금도 현존하는 지명으로 하남성 개봉시 북쪽 황하 북안의 고을이다. 그가 관직에 있으면서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장관을 섬기자니 내 마음 쓰라리고, 백성을 채찍질하자니 너무 불쌍하구나! (拜迎長官心慾碎, 鞭撻黎庶令人悲)"라고 읊으며 곧바로 사직하고 하서절도사(河西節度使) 가서한(歌舒翰)에게 몸을 의탁했다. 가서한은 그를 휘하의 막부서기(幕府書記)로 삼았다.

천보 14년 기원 755년에 안록산의 란이 일어났을 때 그는 좌습유(左拾遺)라는 벼슬을 제수 받고 관찰어사의 직책으로 동관을 지키던 가서한을 도왔다. 동관이 안록산의 반군에 의해 함락되자 그는 현종이 머물고 있던 곳으로 달려가 관군이 반군에게 패한 원인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현종이 고적의 견해를 인정하고 시어사(侍御史)로 승진하고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발탁되었다. 후에 현종의 아들 숙종이 반란을 진압하고 장안으로 돌아오자 고적은 회남(淮南)과 검남(劍南)의 절도사를 차례로 역임했으며 후에는 산기상시(散騎常侍)로 있다가 장안에서 병으로 죽었다.

고적은 가슴에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어 공명심이 강했으며 절개가 있는 시인이었다. 200여 수에 달하는 그의 시는 대부분 방랑생활을 할 때 창작한 것이다. 그가 젊었을 때 쓴 우수한 작품들의 주제가 사상적 내용이 비교적 풍부한 이유는 자기의 생활 경력과 체험에 기초하여 그 시애의 상활을 심각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는 《변새에서(塞上)》라는 시에서 변경의 군사 형세에 대하여 근심하고 공을 세워 보겠다는 염원을 피력하였따.《변경의 노래(塞下曲)》에서는 "만리 변역에서 죽을 결심으로 싸우면 틀림없이 공을 세울 그날이 오리라!(萬里不惜死, 一朝得成功)"라고 부르짖었다.

고적은 도연명(陶淵明)의 영향을 받아 일반 서민들을 괴롭히는 벼슬살이를 하려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어려운 생활을 영위했지만 성격이 호탕하고 낭만적이었다. 《동대와 작별하면서(別董大)》라는 시는 시인으로서의 호방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안사의 난 이후로 그의 관직이 높아짐에 따라 창작활동에 소흘하게 되어 만년에는 거의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가난하지만 유유자적하고 살다가 천보 8년(749)인 그의 나이 50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송주자사(宋州刺史) 장구고(張九皋)의 추천으로 유도과(有道科) 응시하여 합격했으나 종9품에 해당하는 미관말직인 봉구현의 위(尉)에 임명되었다. 고적은 마음속으로 큰 실망을 품게 되었다. 천보 11년, ‘백성들을 닥달하면서 장관에게는 굽실거려야 (鞭撻黎庶 拜迎官長)’하는 처지를 참지 못한 고적은 관직을 사직하고 장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해에 농우(隴右)로 들어가 하서절도사(河西節度使) 가서한(哥舒翰)의 막료가 되어 서기의 일을 맡았다. 안사(安史)의 란 후 회남절도사(淮南節度使)、팽주자사(彭州刺史)、촉주자사(蜀州刺史)、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 등의 외직을 전전했다. 관직은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로 올라 발해현후(封渤海縣侯)에 봉해졌음으로 사람들은 그를 고상시(高常侍)라고 칭했다.

　　이 시는 천보 8년 봉구현에 부임했을 때 쓴 작품으로 노년까지 오랫동안 시인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드러냈다. 현위(縣尉)는 종9품에 불과한 미관말직으로 도적을 잡거나 간교한 아전들을 규찰하는 일뿐이었다. 평소에 가슴에 품고 큰 뜻을 지니고 있던 재사로써 어찌 기꺼이 세속과 타협하여 일개 미관말직의 관리노릇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옛날 맹저의 어부나 초부로 유유자적하게 살았던 때를 회상하고 후회와 분노의 감정을 표현했다.

“ 어찌 감히 내가 세속에 얽매인 관리를 감당할 있겠는가?(寧堪作吏風塵下)”라는 말은 시인의 마음을 더 자세히 술회하는 말이다. 나이 20의 약관에 장안에 들어가 술회한《별위참군(別韋參軍)》의 “고개 들어 황궁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공경이 될 날을 센다(세举头望君门，屈指取公卿)”의 시구는 평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홍곡지지(懷鵠之志)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고적이 봉구현위의 관직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몸을 굽히고 뜻을 접어야만 했다. 또한 머리를 굽혀 장관에게 굽실거리며 농민들을 채찍질하는 직책은 고적으로써는 커다란 굴육으로써 어찌 마음이 찢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