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一】
中巴之東巴東山(중파지동파동산)
중파의 동쪽 파동산

江水開辟流其間(강수개벽유기간)
산을 가른 그 사이를 장강은 흐른다.

白帝高爲三峽鎮(백제고위삼협진)
백제성은 높이 앉아 삼협을 아우르고

瞿塘險過百牢關(구당험과백뢰관)
험난한 구당협은 백뢰관을 지난다.


【其二】
白帝夔州各異城(백제기주각이성)
백제성과 기주성은 각기 다른 성채이고

蜀江楚峽混殊名(촉강초협혼수명)
촉강과 초협은 엉뚱한 이름으로 혼란스럽다.

英雄割據非天意(영웅할거비천의)
영웅들의 할거는 하늘의 뜻이 아니었고

霸主並吞在物情(패주병탄재물정)
이곳을 병탄한 패주는 민심을 따랐을 뿐이었다.


【其三】
群雄競起問前朝(군웅경기문전조)
전 왕조에서는 군웅들이 다투어서 일어났지만

王者無外見今朝(왕자무외견금조)
지금의 왕자는 천하를 한 집안으로 여긴다.

比訝漁陽結怨恨(비아어양결원한)
어양의 원한 맺었음을 지금도 의아해 하지만

元聽舜日舊簫韶(원청순일구소소)
본디 순임금 음악 소소를 함께 듣는 은총을 입었음이다.


【其四】
赤甲白鹽俱刺天(적갑백염구자천)
적갑산과 백염산은 모두 하늘을 찌르는데

閭閻繚繞接山巔(염염요요접산전)
여염집은 이어져 산꼭대기와 마주한다.

楓林橘樹丹青合(풍림귤수단청합)
단풍나무와 귤나무 숲은 단청에 어리고

複道重樓錦繡懸(복도중루금수현)
복도의 층층 누각에 비단 걸렸다.


【其五】
瀼東瀼西一萬家(낭동낭서일만가)
낭동과 낭서의 가옥 일만 호

江北江南春冬花(강북강남춘동화)
강북과 강남엔 봄과 겨울에 꽃이 핀다.

背飛鶴子遺瓊蕊(배비학자유경예)
뒤집어 나는 학은 아름다운 꽃을 떨어뜨리고

相趁鳧雛入蔣牙(상진부추입장아)
종종거리는 오래 새끼들은 즐풀 싹으로 들어간다.


【其六】
東屯稻畦一百頃(동돈도휴일백경)
동쪽 둔전의 논은 일백 경이고

北有澗水通青苗(북유간수통청묘)
북쪽 계곡물은 총묘파로 들어간다.

晴浴狎鷗分處處(청욕압구분처처)
갠 날 갈매기는 이곳저곳 자맥질하는데

雨隨神女下朝朝(우수진녀하조조)
비는 신녀 따라 아침마다 내린다.

【其七】
蜀麻吳鹽自古通(촉마오염자고통)
촉의 마와 오의 소금은 옛날부터 유명한데

萬斛之舟行若風(만곡지주행약풍)
만 섬을 실은 배가 바람처럼 내달리고

長年三老長歌裏(장년삼노장가리)
노년의 삼노들은 긴 노래를 부르면서

白晝攤錢高浪中(백주탄전고랑중)
대낮부터 높이 파도를 밑에서 투전을 한다.


【其八】
憶昔咸陽都市合(억석함양도시합)
함양의 화려한 시정에서 머물렀던 옛날

山水之圖張賣時(산수지도장매시)
산수의 그림을 펼쳐 놓고 팔았지

巫峽曾經寶屏見(무협증경보병견)
무협에서는 이미 늘어진 병풍을 보았는데

楚宮猶對碧峰疑(초궁유대벽봉의)
초궁은 아직도 푸른 봉우리 마주하고 있을까?

【其九】
武侯祠堂不可忘(무후사당불가망)
무후의 사당은 잊지 못하리니

中有松柏參天長(중유송백참천장)
뜰 안의 송백은 하늘까지 닿았네!

干戈滿地客愁破(간과만지객추파)
전쟁터 떠도는 나그네 근심도 멈추니

雲日如火炎天涼(운일여화염천량)
화염을 뿜어대는 해의 열기에도 날씨는 서늘하다.


【其十】
閬風玄圃與蓬壺(낭풍현포여봉호)
낭풍과 현포 그리고 봉호라는 선경이 있는데

中有高堂天下無(중유고당천하무)
그 중에서 이곳 고당은 천하에 둘도 없는 곳이다.

借問夔州壓何處(차문기주염하처)
묻노니 기주의 제일 명승은 어디인가?

峽門江腹擁城隅(협문강복옹성우)
강 가운데 협문이 성 모퉁이를 끼고 도는 곳이라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