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壕吏(석호리)

- 석호촌의 관리 -

杜甫

暮投石壕村(모투석호촌)

저녁이 되어 석호촌에 머물렀더니

有吏夜捉人(유리야촉인)

아전이 밤에 나와 사람 붙잡아가네

老翁逾牆走(노옹유장주)

노인은 담 넘어 도망치고

老婦出門迎(노부출문영)

할멈은 문을 열고 관리를 맞이하네

吏呼一何怒(이호일하노)

하전의 호통소리 어찌그리 화가 났고

婦啼一何苦(부제일하고)

할멈의 울음소리 어찌 그리 가슴아픈가!

聽婦前致詞(청부전치사)

하소연하는 소리 들어보니

三男鄴城戍(삼남업성수)

세 아들이 모두 업성의 수자리 나가

一男附書至(일남부서지)

한 아들이 편지로 전해온 소식

二男新戰死(이남신전사)

두 아들은 근자에 전사했다오.

存者且偷生(존자차투생)

산 사람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만

死者長已矣(사자장이의)！

죽은 자는 먼 길을 이미 떠났소

室中更無人(실중경무인)

집안에 병역 다시 보낼 사람 없어

惟有乳下孫(유유부하손)

젖먹이 손자애만 있을 뿐이오.

有孫母未去(유손모미거)

손자 있어 며느리가 갈 수 없지만

出入無完裙(출입무완군)

나들이 치마 한 벌 없는 신세요

老嫗力雖衰(노구력수쇠)

이 몸 늙어 기운이 없지만

請從吏夜歸(청종이야귀)

아전님 따라서 밤새워 가면

急應河陽役(급응하양역)

급한대로 하양의 싸움터에 당도해

猶得備晨炊(유득비신취)

새벽밥은 지을 수 있겠지요.

夜久語聲絕(야구어성절)

밤 깊어 말소리 끊어졌지만

如聞泣幽咽(여문읍유열)

흐느끼는 소리 귓가에 들려오는 듯

天明登前途(천명등전도)

날 밝아 길을 떠날 때

獨與老翁別(독여노옹별)

홀로 남은 할아범과 이별했다.

1. 석호(石壕)는 지금의 하남성 섬현(陝縣) 협석진(峽石鎭)의 한 촌락이다.

2. 업성(鄴城)은 지금의 하북성 자현(磁縣) 경내로 당나라 때는 상주(相州) 관할이었다.

3. 하양(河陽)은 지금의 하남성 맹현(孟縣) 경내다. 고대부터 낙양에서 황하를 건너는 나루터인 맹진(孟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양은 석호촌에거 120키로 되는 곳으로 관군이 안경서(安慶緖)의 반군을 막고있었다.

건원2년(759) 봄, 곽자의(郭子儀) 등의 아홉 절도사가 이끄는 60만 대군이 업성(鄴城)에서 사사명(史思明)의 반군과 싸워 대패했다. 이에 당나라 조정은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낙양이서부터 동관에 이르는 지역에서 강제로 백성들을 징집해 백성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 두보는 동관과 낙양을 지나 임지인 화주(華州)로 가다가 들린 석호촌의 참상을 보고 지은 시다. 이 시기에 한 여행 도중 보고 들은 전쟁의 참사를 주제로 지은 시를 삼리(三吏)와 삼별(三別)이라고 칭한다. 삼리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 세 편이고 삼별은 신혼별(新婚別), 노인별(老人別), 무가별(無家別) 등이다.

관군에게 징집 당해 종군한 세 아들 중 두 아들은 이미 전사하고, 과부가 된 며느리가 젖먹이 손자를 키우면서 변변한 나들이치마도 없이 곤궁하게 살고 있는 노 부부의 집에 관리가 들이닥쳤다. 이에 노인은 담 넘어 도망치고 할멈은 아전에게 잡혀 전장터의 군사들에게 취사를 위해 끌어갔다. 집안에 부자, 형제, 손자, 시어미와 며느리 모두가 당한 비참한 광경이다. 역시 미관말직이기는 했지만 관리의 신분으로 그와 같은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결코 미화하여 지나칠 수 없었던 두보는 있는 그대로의 참상을 “아전이 야밤에 사람을 잡아가네(有吏夜捉人)”라고 외친 것이다. 두보의 외침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지금도 그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두보는 평생을 살면서 변함없이 온 마음을 다해 시작의 기교와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시에 대한 명성은 단지 기교와 방법만으로 성취된 것이 아니다. 사실 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백성들의 질고와 우국우민에 대한 열성이다. 그런 진실 된 마음으로 인해 두보는 후세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