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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1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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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회(遣懷) -회포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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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견회(遣懷)

- 회포를 풀다. -

두보(杜甫)

당 변주(卞州)는 천보 원년 진류군(陳留郡)으로 개칭되었다가 건원(乾元) 원년에 다시 변주로 바뀌었다. 치소(治所)는 지금의 하남 개봉시(開封市)에 있었으며, 이 곳은 양송(梁宋) 일대의 중심지였다. 일찍이 이곳에서 집안의 동생이 조모를 모시고 생활하였으므로 두보가 일찍부터 자주 오가던 곳이었다.

천보 3년(AD 744) 오월 두보의 계조모(繼祖母) 노씨가 진류군(陳留郡)의 집안 동생집에서 죽었다. 두보는 팔월에 언사(偃師)에 계조모를 안장했다. 두보가 이백을 다시 만난 때는 그해 팔월 이후인 듯하다. 당시 이백은 종조(從祖) 뻘 되는 진류채방대사(陳留采訪大使) 이언윤(李彦允)에게 가 있었다. 이양빙(李陽冰)의 『초당집서(草堂集序)』에 "천자는 이백을
머무르게 할 수 없음을 알고, 곧 하사금을 내려 돌아가게 하였다. 마침내 종조인 언윤에게로 갔다."는 기록을
참고로 하면, 이백은 낙양에서 두보와 헤어진 뒤에 바로 변주의 이언윤에게로 가서 몸을 의탁했음을 알 수 있다. 두보와 이백은 당시
양송(梁宋) 지역에서 떠돌고 있던
고적(高適)을 만나 함께 유람하였다. 양송 지역에서 이들이
만유(漫遊)하는 모습에 대하여는
두보가 훗날 나이 55세에 지난날을 회고하며 지은 『견희(遣憘)』와 『석유(昔遊)』에서 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서력 744년에 만나 양송지역을 함께 여행했던 세 사람의 나이는 이백 44세, 고적 38세, 두보 33세였고 이 시를 지은
해는 그 후 22년 후인 대력 원년인 서력 766년으로 두보 나이 55세였다. 이백과 고적 두 사람은 두보가 이 시를 짓기 전인 서력 762년과 765년에 각각 세상을 떠난 후였다.

其一

昔我遊宋中(석아유송중)

내가 옛날 송나라 땅을 노닐다가

惟梁孝王都(유양효왕도)

양효왕①의 도읍지를 들렸다.

名今陳留亞(명금진류아)

지금은 진류라고 하지만

劇則貝魏俱(거즉패위구)

패주(貝州)와 위주(魏州)를 관할한 대군으로써

邑中九萬家(읍중구만가)

읍내는 구만 호가 살았고

高棟照通衢(고동조통구)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은 누각이 있고

舟車半天下(주거반천하)

배와 거마는 천하의 반이 모인 곳이었다.

主客多歡娛(주객다환오)

주인과 객은 환락을 즐기는데

白刃讎不義(백인수불의)

흰 칼날은 불의를 복수하고,

黃金傾有無(황금경유무)

갖고 있던 황금은 모두 쏟아 붓으며

殺人紅塵里(살인홍진리)

홍진에서 사람을 죽이면②

報答在斯須(보담재사수)

곧바로 복수를 당했다.

주석

①양효왕(梁孝王) : 태어난 해는 확실하지 않고 기원전 141년에 죽은 서한의 제후왕 유무(劉武)의 시호다. 한문제(漢文帝)의 아들이고 한경제(漢景帝)의 동모제다. 문제 2년 기원전 178년 대왕(代王)에 봉해지고, 4년 회양왕(淮陽王)으로 개봉되었다. 12년 기원전 168년 양왕(梁王)으로 옮겼다. 경제(景帝) 3년 기원전 154년,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란이 발생하자, 그는 중앙군과 협력하여
란을 진압하여 큰공을 세워 경제의 깊은 신임을 받았다. 경제의 신임을 과신한 그는 출입 시 항상 황제와 함께 수레를 타고 다녔다. 공을 믿고 자만한
효왕은 봉국에 거대한 궁궐과 후원을 축조하고 널리 금전과 재물을 모아 양나라의 부고의 주옥과 보기는 한나라의 서울보다 더 많았다. 또한 천하의 명사들을
사방에서 불러들여 제인(齊人) 양승(羊勝), 공손궤(公孫詭), 추양(鄒陽) 등을 문하에 두었다. 후에 경제가 태자 율(栗)을 폐하자 태후는 효왕을 그 후계로 삼으려고 했으나 대신 원앙(袁盎) 등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 일로 원한을 품은
효왕은 공손궤 등과 모의하여 원앙 등을 포함한 10여 명의 대신을 자객을 보내 암살했다. 얼마 후에 일이 경제에게 발각되었으나 태후의 비호를 받아 죄를
추궁받지 않았다. 봉국에서 재위 35년 만에 죽었다. 《한서(漢書)》에 “양효왕이 축조한 수양(睢陽)의 궁궐은 북으로는
태산(泰山), 서쪽으로는 고양(高陽)에 이르러 40여 개의 성을 쌓고
여러 개의 대현을 포함했다.”라고 했다.

②《한서(漢書)․임협전(任俠傳)》: “곽해는 하내(河內) 사람으로 마음 속으로 잔인한 생각을 품고 비분강개하는 마음으로 친히 친구를 위해 원수를 갚아 주었다. 낙양 사람 극맹은
임협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그가 죽었을 때는 집에는 재산이 10금도 채 되지 않았다.” 백인과 황금 두 구절로 암암리에 곽해와 극맹 두 사람을 지칭하면서
양나라와 송나라에 임협이 집중되어 있음을 말했다. 《후한서(後漢書)·위랑전(魏朗傳)》에 “백주 대낮에 비수를
들고 달려가 현청이 있는 거리에서 원수를 찔러 원수를 갚았다.”라는 기사가 있다.

其二

憶與高李輩(억여고이배)

고적·이백 등이 생각난다.

論交入酒壚(논교입주로)①

우정을 논하고 술집으로 들어가던 일.

兩公壯藻思(양공장조사)

두 분은 문사가 웅장하셨고,

得我色敷腴(득아색부수)②

나를 만난 기쁨이 안색에 가득했지

氣酣登吹臺(기감등취대)③

술 취한 기운에 취대에 올라

懷古視平蕪(회고시평무)

너른 황무지 바라보고 회고에 젖었다.

芒碭雲一去(망탕운일거)④

망탕산의 구름은 한번 가 버리고,

雁騖空相呼(안무공상호)

기러기와 오리가 공연스레 서로 불렀다.

①로(壚) : 사방을
흙으로 에워싸고 가운데에 술항아리를 설치하여 술을 끓일 수 있게 만든 화덕이다. 통상적으로
술도가를 뜻한다.

②부수(敷腴) : 고악부(古樂府)에 “예쁜 부인이 손님을
맞이하는데 참으로 기뻐한 안색이었네[好婦出迎客，顏色正敷腴]”라고 했다. “부수(敷腴)”는 얼굴에 드러나는 기쁜 마음이라는 뜻이다.

③취대(吹臺) :《수경주(水經注)·진류풍속전(陳留風俗傳)》에 “ 이 고을에 창힐(蒼頡)과 사광(師曠)의 성(城)이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선들이 피리를 불며 노닐던 대가 있었다. 양효왕이 증축하고 이름을 취대라고 불렀다.”라고 했다. 또 양신(楊愼)은 “ 취대는 번대(繁臺)라고 했는데 원래 진평공(晉平公)의 악사(樂師) 사광이 연주했던 곳이다. 양효왕이 증축하고
취대라고 했다.”라고 했다.

④망탕(芒碭) : 《한서(漢書)》에 “한고조가 망탕산에
숨었는데 그가 거처하는 곳은 항상 구름이 떠 있었다.”라고 했다. 망탕산은 지금의 안휘성과 접경한 하남성 영성시(永城市) 북쪽의 황회평원상 구릉으로 해발 160미터가 최고봉이다.

其三　　

先帝正好武(선제정호무)

전의 황제는 참으로 전쟁을 좋아해서

寰海未凋枯(환해미조고)

천하는 아직 쇠락하기 전이었다.

猛將收西域(맹장수서역)

맹장은 서역을 평정했고

長戟破林胡(장극파임호)

장극으로 임호를 격파했다.

百萬攻一城(백만공일성)

백만대군으로 성 하나를 공략했고

獻捷不雲輸(헌첩불운후)

승리만을 고하고 패전은 말하지 않았다.

組練棄如泥(조련기여니)

정예병은 흙더미처럼 무너지니

尺土負百夫(척토부백부)

한 치 땅을 뺐기 위해 백 명의 병사가 희생되었다.

其四

拓境功未已(척경공미이)

이렇듯 변경 개척을 미쳐 끝나기도 전에

元和辭大罏(원화사대로)

원화의 기운은 사라져 전란에 휘말렸다.

亂離朋友盡(란리붕우진)

난리 통에 친구들은 모두 없어지고

合遝歲月徂(합묘세월조)

세월은 겹쳐서 흘러가는데

吾衰將焉托(오쇠장언탁)

나는 장차 누구에게 몸을 맡기나?

存歿再嗚呼(존몰재명호)

살고 죽음이여, 다시 울며 부르짖는다.

蕭條益堪愧(소조익감괴)

쓸쓸히 더욱 부끄러움을 이기며,

獨在天一隅(독재천일우)

홀로 하늘 한 끝에 남아 있다.

乘黃已去矣(승황이거의)

명마는 이미 죽었고,

凡馬徒區區(범마도구구)

둔마만이 괜스레 구구할 뿐이라.

不複見顏鮑(불복견안포)

다시 안연지와 포조 같은 이 없어

系舟臥荊巫(계주와형무)

배를 매고는 형주 무협에 누웠다.

臨餐吐更食(임찬토갱식)

식사를 대하여 토해 다시 먹이나니,

常恐違撫孤(상공위무고)

늘 걱정하기는 후손을 돌보는 일 못할까 하는 것이라.

其五

愁眼看霜露(수안간상로)

근심스런 눈길로 서리와 이슬을 보니

寒城菊自花(한성국자화)

차가운 성에 국화는 스스로 꽃을 피웠다.

天風隨斷柳(천풍수단류)

바람은 떨어진 버들잎을 따르고

客淚墜靑茄(객루추청가)

손님의 눈물은 맑은 호드기 소리에 떨어진다.

水靜樓陰直(수정루음직)

고요한 물속에 곧게 비치는 성루의 그림자

山昏塞日斜(산혼색일사)

어둠이 내리는 산속의 성채에 떨어지는 태양.

夜來歸鳥盡(야래귀조진)

저녁이 되어 뭇새들은 돌아갔는데

啼殺後棲鴉(체쇄후서아)

둥지에 돌아가지 못하고 까악까악 울어대는 까마귀.

이 『견회(遣懷)』시는 천보(天寶) 4년 두보가 이백·고적과 함께 양송(梁宋) 지간을 만유(漫遊)하던 당시의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두보는 먼저 송 지역의 도시의 번영과 풍습의 호사를 서술하고 있다. 송주(宋州)는 변주(卞州)와 마찬가지로 모두 광제거(廣濟渠)의 옆에 있었으므로
수륙 교통이 아주 편리 하였다. 그래서 ‘舟車半天下’라고 말했다. 송주(宋州)는 인구가 조밀하였고, 건축물들이 웅장하였으며, 부호들의 생활은 화려하고 사치했므며, 유협(游俠)의 풍상이 성행하던 곳이었다. 여기서 서술하고 있는
대상이 비록 송주(宋州)이기는 하지만, ‘名今陳留亞’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변주(卞州), 즉 양(梁) 지역의 상황도 크게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 네 구는 도시의 웅장함을 묘사했고, 다음 네 구는 사람들과
건축물의 많고 성대함을 묘사했다. 또 다음 네 구는 임협(任俠)을 중시하는 풍습을 서술했하고 계속해서 고적·이백과 함께 노닐던 흥취를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