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

明朝曉至三峰路(명조요지삼봉로)①

다음날 아침 새벽에 삼봉로에 이르렀는데

百萬人家無一戶(백만인가무일호)

백만의 인가는 한 채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破落田園但有蒿(파락전원단유호)

파락한 전원은 다만 쑥덤불뿐이고

摧殘竹樹皆無主(최잔죽수개무주)

망가진 대나무 숲은 모두 주인이 없어

路旁試問金天神(로방시문금천신)②

길가에 앉아서 금천신에게 물었지만

金天無語愁於人(금천무어수어인)

말이 없는 금천신은 사람보다 더 슬퍼했습니다.

廟前古柏有殘孽(묘전고백유잔얼)

사당 앞의 마른 잣나무에는 이끼가 돋아

殿上金爐生暗塵(전상금로생암진)

전당의 화로에는 먼지만 쌓여있었습니다.

一從狂寇陷中國(일종광구함중국)

신이 말하기를 “광폭한 도적이 중원을 한 번 함락시킨 이후

天地晦冥風雨黑(천지회명풍우흑)

천지는 어둡고 비바람은 깜깜하게 되었다.

案前神水咒不成(안전신수주불성)

탁자 앞의 신수는 주문을 외어도 효험이 없고

壁上陰兵驅不得(벽상음병구부득)

담벼락 옆의 음병(陰兵)들도 부릴 수가 없다.

間日徒歆奠享恩(간일도흠전형은)

한가한 날에는 부질없이 공양의 은혜 입었지만

危時不助神通力(위시부조신통력)

위급한 때는 신통력으로 돕지 못한다.

我今愧恧拙爲神(아금괴육졸위신)

오늘 내가 변변치 못한 신이 된 것을 부끄러워하여

且向山中深避匿(차향산중심피익)

장차 화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숨으려고 한다.

寰中簫管不曾聞(환중소관부증문)③

기내(畿內)에는 퉁소와 피리 소리 들어본 적 없고

筵上犧牲無處覓(연상희생무처멱)

제사상 위에는 희생물을 볼 수 없구나!

旋教魔鬼傍鄉村(전교마귀방향촌)

이제는 가위귀신 시켜 마을마다 다니게 하여

誅剝生靈過朝夕(주박생령과조석)

생령들을 죽이고 괴롭혀 아침과 저녁을 지내고 있다.”

妾聞此語愁更愁(첩문차어수갱수)

금천신의 말을 들은 첩은 더욱 시름에 젖었습니다.

天遣時災非自由(천견시재비자유)

재앙을 내릴 때는 하늘도 어쩔 수 없어

神在山中猶避難(신재산중유피난)

신조차 산중으로 피난을 하거니와

何須責望東諸侯(하수책망동제후)

하필이면 동쪽의 제후들을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①三峰路(삼봉로)：삼봉은 화산(華山)을 말하며 삼봉로(三峰路)는 화산으로 가는 대로다.

②金天神(금천신)：화산의 산신이다.

③寰中(환중)：천자의 직할지. 즉 기내(畿內) 　　

　　 이상의 아홉 번째 단락은 24구로 여인이 그 이튿날도 계속해서 동쪽으로 길을 가면서 지나갔던 화음현(華陰縣)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길을 계속 걸었으나 도로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량하고 적막한 풍경뿐으로 주인을 잃은 대나무 숲은 망가져 폐허가 되었다. 화산의 산신령인 금천신을 모시고 있던 사당을 지나가다가 신전으로 들어가 묻자 산신령이 말하기를 나는 너희 인간들보다 더욱 고통스러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사당 앞의 마른 잣나무는 쓰러져 그루터기만 남아있고 전상 위의 청동 향료는 이미 향불이 꺼져 재만 가득했다. 황소의 농민군이 일어난 이래 하늘은 혼돈스럽고 땅은 어두워져 비바람도 어두워 졌다. 향로의 신수(神水)도 이미 신통력을 잃어 기도해봐야 영험이 없다. 벽에 그려져 있는 음병(陰兵)과 음장(陰將)들 역시 신통력이 없다. 평소에는 백성들의 바친 제사음식으로 공양을 받으니 지금 위난 시에는 신통력을 발휘하여 백성들을 돕지 못한다. 내가 신령의 노릇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니 마음속으로 진실로 부끄러울 뿐이라 단지 산골 깊은 곳으로 달아나 몸을 피하고 싶다. 지금 나의 사당 안에는 악기소리 들리지 않고 사람들이 세 가지 희생물도 보이지 않아 먹을 것도 없다. 다른 방법이 없어 마귀들을 마을로 보내 몇몇 남녀들을 죽여 소일하고 있다. 산신의 말을 들은 여인의 마음은 더욱 걱정되어 원래 하늘이 재난을 내릴 때는 신이거나 인간이거나 재앙을 내릴 때는 하늘도 어쩔 수 없어 신조차 산중으로 피난을 하거니와 동쪽의 수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있는 장군들을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이 단락은 시인이 금천친의 입을 빌려 동관 이동의 절도사들을 풍자했다. 그들은보유한 군사들로 황소군에게는 대항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부하군사들을 이용하여 백성들을 학대하고 해쳤다. 관군의 횡포는 마치 신통력을 잃어버린 금천신이 수하의 귀신들을 부려 백성들을 해치는 경우와 같다고 말했다. 동쪽 방면의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회남절도사(淮南節度使) 고병(高駢)의 작전 실패로 회하(淮河)를 건넌 황소군이 북상하여 곧바로 서경(西京)으로 곧바로 쳐들어올 수 있었다. 즉 동쪽의 제후란 고병을 지칭힌다.

十

前年又出楊震關(전년우출양진관)

전년에 다시 앙진관을 빠져나와

舉頭雲際見荊山(거두운제견형산)

머리를 들어 구름 사이로 형산을 보았습니다.

如從地府到人間(여종지부도인간)

마치 지옥에서 인간 세상에 나온 듯

頓覺時清天地閑(돈각시청천지한)

부지 간에 하늘을 맑고 땅은 한가롭게 느껴졌습니다.

陝州主帥忠且貞(섬주주수충차정)

섬주의 장군은 충직하고 또한 곧아서

不動幹戈惟守城(부동간과유수성)

방패와 창도 쓰지 않고 다만 성을 지켰습니다.

蒲津主帥能戢兵(포진주수능집병)

포진의 장군은 능히 군사를 잘 거두어

千里晏然無戈聲(천리안연무과성)

천리에 걸쳐 창칼 소리 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朝攜寶貨無人問(조휴보화무인문)

아침에는 보화를 지니고 다녀도 묻는 사람 없고

暮插金釵惟獨行(모삽금차유독행)

저녁에는 금비녀를 꽂은 채 홀로 다닙니다.

이상의 열 번째 단락은 10구로 여인이 동관을 나와 낙양으로 들어가는 길에 경험한 일을 그렸다. 양진관(楊震關)은 즉 동관(潼關)이다. 양진(楊震)은 동한 때의 대학자로써 화음현(華陰縣) 사람으로 관서(關西)의 공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다. 여인이 동관을 나가 형산을 바라보며 괵주(虢州)의 경계에 이르렀다. 그때 갑자기 하늘과 땅이 맑고 한가로운 모습으로 자신이 변해 마치 지옥에서 탈출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섬주군(陝州軍) 대장은 괵섬관찰사(虢陝觀察使) 왕중영(王重盈)을 말하고 포진군(浦津軍) 대장은 하중절도사(河中節度使) 왕중영(王重榮)이었다. 두 사람은 형제간으로 황소의 농민군을 동관에서 격파하고 조정에 첩보를 올려 군정을 보기하기를 ‘ 이미 적도가 물러갔으나 군사를 내어 공격하지 않고 성을 굳게 지켜 스스로를 지켰다.’고 했다. 시인은 여인의 입을 빌려 관군의 수장들을 충성스럽고 올곧을 뿐만 아니라 군사를 잘 거두어 창칼을 움직이지도 않고 능히 성을 지킬 수 있어 천리의 땅에 병기소리 나지 않게 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인의 눈에는 태평스러운 세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보화를 지니고 다녀도 저녁에는 금비녀를 꽂은 채 홀로 다녀도 아무도 강제로 뺏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十一

明朝又過新安東(명조우과신안동)

이튿날 아침 또 신안을 지나는데

路上乞漿逢一翁(노상걸장봉일옹)

노상에서 걸식하는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蒼蒼面帶苔蘚色(창창면대태선색)

희끗희끗한 머리에 얼굴에는 이끼색 띄었고

隱隱身藏蓬荻中(은은신장봉적중)

은밀히 몸은 갈대숲 속에 숨겼습니다.

問翁本是何鄉曲(문옹본시하향곡)

내가 묻기를 “ 노인께서는 고향이 어디신가요?”

底事寒天霜露宿(저사한천상로숙)①

무슨 일로 이 추운 날에 노숙을 하시나요?

老翁暫起欲陳詞(노옹잠기욕진사)

노인이 갈대숲을 나오며 말을 하려고 하는데

却坐支頤仰天哭(각좌지이앙천곡)②

물러나 앉아 턱을 괴고 하늘을 보고 곡을 했습니다.

鄉園本貫東畿縣(향원본관동기현)③

고향은 원래 동쪽의 기현인데

歲歲耕桑臨近甸(세세경상임근전)

대대로 교외에 농사를 짓고 뽕나무를 쳤다오.

歲種良田二百廛(세종량전이백전)

매년 좋은 전답 이백 전(廛)④에 종자를 뿌리고

年輸戶稅三千萬(연수호세삼천만)

해마다 내는 호세(戶稅)는 삼천만 전이었다오.

小姑慣織褐絁袍(소고관직갈시포)

막내딸은 갈포로 도포를 잘 만들었고

中婦能炊紅黍飯(중부능취홍서반)

가운데 며느리는 기장밥을 잘 지었다오.

千間倉兮萬斯箱(천간창혜만사상)

천 채의 창고에 만 개의 곳간은

黃巢過後猶殘半(황소과후유잔반)

황소가 지나간 후에는 그래도 반은 남았소.

自從洛下屯師旅(자종락하둔사려)

낙하에서 온 군대가 주둔하기 시작하고부터는

日夜巡兵入村塢(일야순병입촌오)

밤낮으로 순찰병이 촌락으로 들어와

匣中秋水拔青蛇(압중추수발청사)

칼집 속에서 싸늘한 청사검 뽑아들고는

旗下高風吹白虎(기하고풍취백호)

백호기를 바람에 높이 휘날리며

入門下馬若旋風(입문하마약선풍)

회오리바람처럼 대문을 들어서서 말에서 내리더니

罄室頃囊如卷土(경실경낭여권토)

방을 비우고 부대를 뒤집어 한줌의 흙덩어리만 남았다오.

家財既盡骨肉離(가재기진골육리)

가산은 없어지고 골육은 유민이 되어 뿔뿔이 흩어져

今日垂年一身苦(금일수년일신고)⑤

그 후로 지금까지 늙은 몸에는 고난만 남았다오

一身苦兮何足嗟(일신고혜하족차)

이 한 몸 고생이야 그렇다치고

山中更有千萬家(산중갱유천만가)

아직도 산중에는 천가, 만가가 있어

朝饑山草尋篷子(조기산초심봉자)

아침에는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산나물과 쑥을 찾고

夜宿霜中臥獲花(야숙상중화획화)

저녁에는 찬이슬 갈대꽃에 몸을 눕힌다오.

①底事(저사)：어떤 일. 무엇 때문인가? 의문사

②却坐(각좌)：물러가다.

③東畿(동기)：수도인 장안성 주위에 설치했던 지방관아. 회(懷), 정(鄭), 여(汝), 섬(陝) 등의 4주를 동기라고 하고 동기관찰사를 두어 4주를 관할하게 했다.

④전(廛) : 1전은 100무(畝)고 당나라 때 1무는 580㎡로 200전의 전답은 350만 평에 해당한다.

⑤垂年(수년)：정확한 의미는 확실하지 않으나 대략 수노(垂老)의 뜻으로 본다.

　　 제11단 14운 28구는 여인이 신안현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노인은 자기가 당한 재난을 말하기를 황소군에게 약탈당한 백성들이 후에 재차 관군에게 해를 입었다고 했다. 여인이 신안의 동쪽 교외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났는데 파리한 몰골로 갈대숲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가 노인에게 어디에서 왔냐며 무엇 때문에 이 추운 날에 갈대 덤불 속에서 노속을 하냐고 물었다. 노인이 옛날 일을 생각하다고 곧바로 땅에 주저앉더니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하늘을 쳐다보며 목 놓아 울었다. 한참 울기를 마친 노인이 말했다. ‘ 나는 원래 이곳 사람인데 예전에는 좋은 전답 200전(廛)을 농사지어 매년 세금만 3천만 전을 낸 부호였다. 작은 딸은 갈포를 도포를 잘 만들었고 가운데 며느리는 기장밥을 잘 지었다. 집의 양식창고는 천 채의 창고에 만 개의 곳간이 있었다. 황소가 지나간 후에도 그래도 반은 남았었다. 낙하에서 온 군대가 주둔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밤낮으로 순찰병이 촌락으로 들어와 칼집 속에서 싸늘한 청사검 뽑아들고는 백호기를 바람에 높이 휘날리며 회오리바람처럼 대문을 들어서서 말에서 내리더니 방을 비우고 부대를 뒤집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골육은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이 한 몸 고생이야 그렇다치고 아직도 산중에는 천가, 만가가 있어 아침에는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산나물과 쑥을 찾고 저녁에는 찬이슬 맞은 갈대꽃을 이불로 노숙하고 지낸다.

　　 이 단원에 나오는 숫자는 모두 과장되었다. 나진옥(羅振玉)은 “ 연수호세참천만(年輸戶稅三千萬)”을 “삼십만(三十萬)”으로 교정했다. 。《통전(通典)》에 의하면 당대의 호구세는 한 가구당 매년 10문(文)이었다. 즉 매년 3천만 전의 세금은 3백 만 호의 호구세에 해당하는 돈으로 이 숫자는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30만 전으로 교정한 것이다. 실제로 당대의 호구세 제도는 빈부의 격차에 의해 매 장정에 부과되는 인두세에 해당했다. 상호(上戶)는 부농으로 한 사람의 장정당 10문 씩으로 예를 들어 한 농가에 3명의 장정이 살면 매년 30문 씩 바쳤다. 다시 말하면 동기(東畿)의 한 개 현의 호구는 3만 호를 약간 웃도는 정도로 모두 합쳐봐야 100만 전에 미달했음으로 3천만 전은 터무니 없는 숫자이고 또한 한 사람의 지주에게 30만 전의 세금도 역시 많은 것이다. 노인이 소유했던 양전(良田) 200전의 경우도 지금이 단위로 말하면 100만 평에 해당하는 농지로 역시 과장된 숫자로 보인다. 만일 그 노인이 100만 평의 농지를 소유한 대지주였다면 골육은 헤어져 유랑민이 되고 자신은 갈대밭에서 노숙을 하는 처지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十二　　

妾聞此老傷心語(첩문차노상심어)

첩은 이 노인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듣고

竟日闌幹淚如雨(경일란간루여우)①

종일토록 목을 놓아 눈물을 비오듯이 흘리며 울었습니다.

出門惟見亂梟鳴(출문유견란효명)

문을 나서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지럽게 울고 있는 올빼미뿐

更欲東奔何處所(갱욕동분하처소)

다시 동쪽으로 가려 했으나 갈 데가 있겠습니까?

仍聞汴路②舟車絕(랭문변로주거절)

여전히 개봉으로 가는 길은 배도 거마도 끊겼다했고

又道彭門自相殺(우도팽문자상살)③

또한 팽성에서는 서로 살육전을 벌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野色徒銷戰士魂(야색주소전사혼)

들판에는 헛되이 죽은 전사들의 넋이 흩어져있고

河津半是冤人血(하진반시원인혈)

나루터에는 태반이 죄 없이 죽은 사람들의 피였습니다.

適聞有客金陵至(적문유객금릉지)

그때 마침 금릉에 온 나그네가 있어 들으니

見

說④江南風景異(견설강남풍경이)

강남의 풍경은 이곳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自從大寇犯中原(자종대구범중원)

큰 도적들이 중원을 범한 이후에도

戎馬不曾生四鄙(융마부증생사비)⑤

전쟁은 사방으로 퍼지지 않았소.

誅鋤竊盜若神功(성호고호교금탕)

도둑과 강도를 죽이고 없앤 일이 마치 귀신의 솜씨인듯

惠愛生靈如赤子(혜애생령여적자)

백성들을 흡사 갓난아이를 사랑하듯 했소.

城濠固護教金湯(성호고호교금탕)⑥

성채와 해자는 견고하여 금성탕지와 같았고

賦稅如雲送軍壘(부세여운송군루)

부세는 구름처럼 군영에 보내졌소

奈何四海盡滔滔(나하사해진도도)

어찌 사해는 모두 흉맹한 파도처럼 어지러운데

湛然一境平如砥(담연일경평여저)

평안히 그 한 곳만 숫돌처럼 평안했는가요?

避難徒爲闕下人(피난도위궐하인)

피난하는 일 개 서울사람이

懷安却羨江南鬼(회안각선강남귀)

안녕함이 그리워 강남의 귀신을 부러워했습니다.

願君舉棹東複東(원군거도동복동)

원컨대 그대는 노를 들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저어

詠此長歌獻相公(영차장가헌상공)

이 기나긴 노래를 상공에게 전해주소서.

①闌幹(란간)：종횡(縱橫)과 통한다.

②汴路(변로)：개봉(開封)으로 가는 길

③彭門(팽문)：팽성(彭城)으로 지금의 서주(徐州)다.

④見說(견설)：“견(見)”자는 “피(被)”자를 뜻한다. 즉 견설은 피고지(被告知)의 뜻。

⑤四鄙(사비)：사교(四郊)。

⑥金湯(금탕)：금성탕지(金城湯池)의 준말로 견고한 성채를 뜻한다. 금성(金은 청동의 담장과 철로 된 성벽이고 탕지(湯池)는 펄펄 끓는 물로 가득찬 해자다.

　　 이상의 12단은 22구로 시의 대단원을 끝맺고 있다. 시인은 여인의 입을 빌려 시를 지은 동기를 밝히고 있다. 노인이 겪은 참담한 이야기를 들은 여인은 하늘을 보고 곡을 하고 눈물을 비오듯이 흘렸다. 성문을 나서자 들리는 소리라고는 올빼미 우는 소리고 인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다시 동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개봉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는 소리로 들리고 팽성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는 내란이 일어났다는 소문도 들렸다. 들판이나 강변에는 모두 시체로 덮여있었다. 그때 마침 금릉에서 왔다는 사람이 말하기를 강남의 정황은 이곳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황소군이 중원을 침범했으나 강남은 여전히 태평스럽고 사방에는 병거와 병장기 소리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도적을 진압할 수 있는 신력을 지니고 있는 강남을 지키는 장수는 백성들을 마치 자기의 자식과 같이 사랑했다고 했다. 또한 그곳의 성들은 금성탕지와 같아 도적들의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았다. 각처에서 군영으로 보내온 부세도 넘쳐흘렀다. 사방팔방이 모두 홍수가 나서 세차게 흐르고 있음에도 유독 강남 한쪽의 땅만은 숫돌쳐럼 평탄했다. 나는 경성 사람으로 현재 난을 피해 도망쳐 타향에 살고 있다. 안전한 삶을 갈망하여 강남의 귀신을 부러워한다. 나는 당신이 빨리빨리 노를 저어 동쪽으로 가서 나의 이 긴 시를 강남의 상공에게 전해주기 바란다.

　　전반부는 황소군이 장안에서 물러간 후 낙양과 개봉 일대의 혼란상을 서술했고 후반부는 장강 남쪽이 지켜낸 평화를 찬양했다. 시는 상공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상공은 진해군절도사(鎮海軍節度使) 겸 동평장사(同平章事)였던 주보(周寶)를 지칭한다. 주보는 윤주(潤州; 지금의 鎮江)에 주둔하면서 강남이 적도로부터 침범을 당하지 않고 평화를 지켜냈다. 위장이 장안을 나와 낙양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강남으로 들어가 이 시를 주보에게 바치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주보를 거명하며 이 시를 끝맺었다.

　　 이 시는 비록 황소군의 강간과 방화 및 살인을 주로 언급했지만 그러나 노인의 입을 통해 관군의 만행도 황소 못지않게 비난했다. <북몽쇄언(北夢瑣言)에 < 이 시는 “정부창고의 비단과 보물은 불에 타서 잿더리로 변하고 경성의 거리의 발걸음에 채이는 것은 공경의 해골들이로다!”의 두 문구는 공경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이 싯귀로 인해 공경들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한 위장은 이 시를 보전할 수 없어 비밀리에 간직한 결과 1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