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시인-이상은(李商隱)

당조 말의 유명한 신비시인 이상은은 기원 813년에 지금의 하남성 심양현(沁陽縣)에서 태어나서 858년에 죽었다.

그는 중국 문학사상 가장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시는 복잡하게 뒤얽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으며, 도처에 아름답고 기괴한 수수께끼를 남겨 도저히 그 해답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또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시의 형식과 기교를 신묘(神妙)하고 함축된 최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당나라 때의 탁월한 시인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후세에는 유독 대소이두(大小李杜) 즉 이백(李白), 이상은(李商隱), 그리고 두보(杜甫)와 두목(杜牧)만이 가장 추앙을 받고 있다. 이들 네 사람의 시풍은 각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백은 호방함에, 두보는 정교와 순수함으로, 두목은 격조 높은 품격으로, 이상은은 풍모와 재기로 문단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 역시 서로 다르다. 대체로 젊은이들은 쉽게 이상은을 받아들이고, 장년층은 두목을 좋아하며, 중년은 이백을 숭배하고, 노년층은 두보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이는 소이(小李) 즉 이상은이 지은 시는 그 아름답고 화려한 색채로 젊은이들의 이목을 즐겁게 하고, 소두(小杜) 즉 풍류와 함축미가 돋보이는 두목의 시는 장년층의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대이(大李) 즉 이백의 시풍은 장강이나 황하처럼 웅대하고 폭넓어서 중년층의 훌륭한 기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노두(老杜) 즉 두보의 시풍은 깊은 산 큰 골짜기처럼 무한한 것들이 잠재해 있어 심사숙고하고 묵상하는 노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인류 생명력의 발전은 각 단계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문학에서 얻은 느낌 역시 취미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이상은 시의 강렬한 빛은 바로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는 핵심적 요소이다. 이 밖에 그의 작품은 늘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이것 역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일종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17, 18세에서 20세 가량 되는 젊은이들은 생명력이 왕성하므로 강령한 빛과 색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인생의 여정이 이 무렴에 출발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일종의 몽롱하고 신비한 동경을 하기 쉽다. 이러한 빛과 색의 추구, 생명의 신비한 동경은 이상은의 시를 통해 아주 쉽게 만족을 얻게 된다.

이상은의 신비로운 경향은 중국 문학사상 유례없는 것으로, 복잡하게 무엇인지 모를 정체의 근원을 탐색하려면, 이 대시인의 삶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먄 한다.

이상은의 자는 의산(義山)이고 호는 옥계생(玉溪生)이다. 문학적 재능이 매우 뛰어나 19세에 이미 자신의 작품을 들고 당시 하양절도사(河陽節度使) 영호초(令狐楚)를 찾아가 만났다. 영호초는 절도사라는 고급관리이자 시인이었는데, 이상은의 작품을 보자 크게 탄복하여 그이 막부에 머물게 하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었다. 문정 2년 즉 기원 837년 그의 나이 24세 때 영호초의 후원으로 진사에 급제하고, 지금의 하남성 영보현(靈寶縣) 남쪽의 고을인 홍농(弘農)의 위(尉)로 발령받았다. 비록 지위가 낮은 지방관리였지만 정치적 포부는 커서, 그것을 기반으로 큰 뜻을 펼쳐보려고 뜨거운 열정을 바쳐 근무했다. 얼마 후에 하양절도사에 영호초의 후임으로 왕무원(王茂元)이란 사람이 부임했으나 그도 역시 이상은의 시재와 열정에 감복했다. 그는 황제에게 상소를 올려 이상은을 절도사 막부의 서기로 임명했다. 후에는 자기의 사위로 삼아 시어사(侍御史)로 추천하였다.

그러나 당시 당나라 조정은 두 파로 나뉘어, 한 파는 우승유(牛僧孺)를, 다른 한 파는 이덕유(李德裕)를 우두머리로 파당을 결성하고 서로 세력을 다투었다. 사람들은 이 것을 우이당쟁(牛李黨爭)이라 불렀다. 맨 처음 이상은을 알아보고 진사에 급제하게 해 준 영호초는 우당(牛黨)에 속해 있었고, 후에 이상은을 알아보고 자기의 사위까지 삼았던 왕무원은 이당(李黨)에 속해 있었다. 이상은 당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인에 불과했지만, 이 두 파벌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어 의심과 시기를 받게 되었다. 이어서 이상은의 후견인인 왕무원이 병으로 죽자 그는 관직을 잃고 장안으로 돌아갔으나 생활기반을 잃고 오랫동안 고달픈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 때 영호초의 아들 영호도(令狐　)가 득세하여 재상의 자리에 앉게 되자 이상이 여러번 찾아가 도움을 청했으나 영호는 옛날 이상은이 자기 부친의 은혜를 입고도 반대당에 속한 왕무원의 사위가 된 것을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하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상은은 마지막으로 영호도에게 면회를 신청했지만 만나주지 않자 크게 실망하여 시 한 수를 남기고 돌아갔다. 영호도는 그 중 ' 귀공자 관직 높아 말 타고 행차하니 동쪽 누각에 올라서도 엿 볼 수가 없구나!(郞君官重施行馬, 東閣無因許再窺)'라는 싯귀에 크게 감동하여 마음을 바꿔 그를 만나 태학박사의 자리에 앉도독 해 주었다.

이상은의 일생은 정치적으로 보아 별로 성공하지 못했으며, 애정 면에서도 많은 괴로움을 겪어 말 못할 비밀이 많았다. 때문에 그의 시는 늘 횡설수설하여 신비로운 색채를 띠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 송화양(宋華陽)이라는 여자 도사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헤어졌으며, 후에 궁녀 노비란(盧飛鸞)과 그녀의 여동생 노비봉(盧飛鳳)을 동시에 사랑하였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은 모두가 특이한 신분이었다. 수도를 해야하는 여자도사, 궁녀는 또한 황제에 속한 몸이라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연애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이상은은 그들의 신분에 상관없이 사랑했다. 만약 이러한 사랑이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속마음을 명확하지 않게 써서 일부러 연락을 치거나 생소한 이야기를 빌리고, 아니면 분명치 않은 구절을 써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덮어 버렸다. 어떤 경우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제목도 쓰지 않고 시의 처음 두 글자를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무제(無題)>라는 제목의 시가 많다. 예를 들어 무제란 제목의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만나기 어렵다만, 이별도 어렵구나!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동풍이 잠자니 백화가 시드누나.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봄누에 죽어야만 비단실을 뽑아내고

蠟炬成灰淚始乾(랍거성회루시건)

촛불도 재가 되어야 촛농이 마른다네.

曉鏡但愁雲　改(효경단수운빈개)

새벽녘에 거울 보면 수척해진 얼굴이요,

夜吟應覺月光寒(야음응각월광한)

야밤에 시 읊으면 달빛조차 느낄지라..

蓬萊此去無多路(봉래차거무다로)

봉래산 찾아가면 다시 올 길 막연하니

靑鳥殷勤爲探看(청조은근위탐간)

서왕모의 사자새여 소식 좀 전해다오

이 시는 이상은의 애정시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다. 자기의 사모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으며 촛불 눈물(蠟淚)로 사랑의 눈물을 비유하였다. 절망한 가운데서도 사랑은 비할 데 없는 강렬한 힘을 보여 주어 천애 일방으로 갈라진다고 하여도 한오라기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시는 봉건시대 사대부들의 은밀한 애정 생활을 전형적으로 표현하였다. 물론 시경이나 악부시 가운데 있는 애정시와 다르지만 염정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상은 이후로 시인들은 애정시의 제목으로 무제(無題)를 쓰기 시작하여, 연정에 관한 시를 모두 무제시(無題詩)라 부르게 되었다. 후인들의 무제시는 대개 이상은만큼 그렇게 함축적이고 신비스럽지는 못했다. 그래서 금(金)과 원(元)나라 시대의 시인 원호문(元好問)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이상은을 칭송했다.

望帝春心託杜鵑(망제춘심탁두견)

망제는 춘심을 소쩍새에 의탁하고!

佳人琴瑟思華年(가인금슬사화년))

가인의 금슬은 청춘을 생각게 한다.

詩家寵愛西崑好(시가총애서곤호)

시 짓는 이들 모두 서곤(西崑)만을 좋아하니

獨恨無人作鄭箋독한무인작정전

정현(鄭玄)처럼 주석 달 사람 없어 안타깝구나!

즉 <杜于春心>이나 <佳人琴瑟>은 모두 이상은의 아름다운 시구로, 후대의 송나라 시인들은 그를 대가로 모시며, 서곤시파(西崑詩派)를 결성, 세인의 많은 사랑을 받았따. 그러나 시의 숨은 뜻이 너무도 어려워 한나라 시대의 정현이 경전에 주를 달아 그 뜻을 명확히 밝혀 놓은 것처럼 그 시에 상세한 주석을 붙일 사람이 없었음을 유감스러워하는 말이다.

비록 원호문은 정현 같은 인물이 이상의 시에 주를 달지 못하는 상황을 개탄했지만, 오늘날 학자들은 비교와 교감이라는 방법으로 몇가지 사실을 밝혀 냈다. 예를 들면 여도사와의 연정은 주로 청녀(靑女), 소아(素娥)등의 신선 고사를 통해 암시했으며, 인물 배경은 옥루(玉樓), 요대(瑤臺) 등과 같은 전설 속 신선 세계로 사원을 대신 칭하였고, 궁중 비빈(妃嬪)들의 이야기는 '양왕(襄王)의 꿈', '송옥다정(宋玉多情)' '한수투향(韓壽偸香 : 진(晉)나라 때 한수라는 사람의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사공(司空) 가충(賈充)의 땅 오(午)가 그를 흠모하여 서역의 위한 향(香)을 훔쳐 주었다가 그녀의 부친 가충(賈充)에게 발각되어 결국은 한수의 아내가 되었다는 고사)' 등 옛 낭만적인 고사로 은유를 했고, 인물 배경에 있어서는 고대 옥황사제의 궁궐로 당시 구중궁궐에 대신했다고 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그의 시를 음미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唐詩)의 발전은 이상은의 출현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명나라 시대의 시인 고병(高棅)은 <당시품휘(唐詩品彙)>라는 책에서 당시(唐詩)는 그 발생부터 초당(初唐), 성당(盛唐), 중당(中唐), 만당(晩唐)의 네 시기로 구분했다. 고병의 구분에 따르면 초당 은 당이 개국하고 나서 100년 간의 시기를 말하며, 당시(唐詩)의 준비 기간이자 맹아(萌芽)의 단계이다. 그때 당시의 격률(格律)은 아직 시험 단계였으며, 이론적으로는 아직 통일된 체계가 없었다. 중요한 문학 현상으로 진자앙(陳子昻), 위징(魏徵) 등이 나타나 복고를 제창하고 그 이름으로 당나라 시기의 시풍을 개혁하고 천박한 제(齊)와 양(梁) 두 나라의 궁체시(宮體詩)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당시의 시단을 좌지우지 했던 상관의(上官儀) 등은가볍과 심미주의적인 시풍을 유지하면서 애써 복고파들의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이 시대 대부분 시인들은 전 시대가 남겨 놓은 시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그것을 개혁하려는 사람이 적었다. 왕발(王勃),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麟), 낙빈왕(駱賓王) 네 사람의 시인을 칭하는 초당사걸(初唐四傑)과 송지문(宋之問), 심전기(沈佺期) 등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개혁파 시인이다.

성당(盛唐) 시기는 현종(玄宗)의 치세인 개원(開元 : 기원 713-741년)과 천보(天寶 : 기원 742-752년) 연간의 40년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이때에 이르러 당시는 성숙의 단계에 도달해 시의 형식과 격률은 이미 고정된 형태를 갖추었고, 시론도 이미 통일된 고급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대시인 이백, 두보와 왕유(王維) 등은 의욕에 넘쳐 많은 창작물을 내놓았다. 이 세 사람은 각기 도가(道家), 유가(儒家), 불교 사랑을 대표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각기 다른 각도에서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여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였다. 즉 이 시기는 당시의 성숙기이자 황금시대였다.

중당에 대해 고병은 대종의 대력(大歷) 초년(766년)에서 헌종 원화(元和) 말년(820년) 까지를 포함한 대략 5-60년 동안의 기간으로 구분했다. 이 시기 이백, 두보와 왕유는 이미 모두 고전적인 인물이 되었고, 두보로 대표되는 유가 사상에 입각해 강력히 표현된 사회 정신이 크게 진일보하였다. 이에 따라 시의 묘사와 내용의 영역도 넓게 개척되었다. 대표적인 시인으로서는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稹), 가도(賈島), 이하(李賀) 등을 들 수 있다

<출전 이야기 중국문학사-일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