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琴瑟)

이상은(李商隱)

錦瑟無端五十弦(금슬무단오십현) :

아름다운 비파 줄이 까닭 없이 오십 줄인가

一弦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현 하나 발 하나에 꽃다운 시절 생각한다.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장주는 아침 꿈에서 호랑나비 미혹했고

望帝春心托杜鵑(망제춘심탁두견)

초나라 망제는 애달픈 춘심을 두견에 부치었다.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푸른 바다에 달빛 밝으니 흘리는 눈물이 진주 되고

藍田日暖玉生煙(람전일난옥생연)

남전 땅 날 더우면 옥돌에서 연기 피어올랐다.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이러한 마음들 세월 기다려 추억이 될 수 있었지만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다만 당시에는 이것들로 너무 마음 아팠었다.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 만물은 일체(一體)이며, 그 무차별 평등의 상태를 천균(天均)이라 하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생사(生死)도 하나이며 꿈과 현실의 구별도 없다. 이와 같은 망아(忘我)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수양의 극치라고 하였다. <장자>의 내편(內篇) 7편 중의 제2편을 살펴보면 세상 모든 종류의 진위시비(眞僞是非)를 가리는 논쟁을 모두 상대적인 것으로 보고, 잡론(雜論)을 한결같이 하나로 귀속시킴을 말하며, 이를 통해 장자 사상의 전모를 엿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현상(現象)은 모두 연관성을 지닌 하나의 전체(全體)이며, 인간의 희로애락도 진군(眞君: 天地(천지)의 主宰者(주재자))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 하였다.

이 시는 이상은의 대표작으로 상징적 언어가 많고 고사의 인용도 잦아 내용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우선 비파 현의 숫자가 결혼 당시 이상은과 아내 왕씨의 나이를 합한 것과 같다는 점에서 시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도망시(悼亡詩)로 볼 수 있다. 또 만년에 생애를 회상하면서 과거의 비애를 감개무량한 어조로 썼기 때문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자상시(自傷詩)로도 볼 수 있다.

‘오십현’은 비분의 상징으로 인생의 양상을 함축하고 있으며, 현을 퉁길 때마다 화려했던 과거가 떠오르니 ‘사화년(思華年)’은 곧 시인의 비극적인 인생을 상징하는 시 전체의 주제어라 하겠다. 다음 3구는《장자·제물론(齊物論)》의 고사로 인생무상과 시인의 정치적 좌절을 드러냈고, 4구도 망제(望帝)의 고사를 빌려 생동하는 계절인 봄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비애를 강조했다. 따라서 ‘춘심(春心)’은 기약할 수 없는 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시다. 5구는 ‘창해월명(滄海月明)과 ’교인읍주(鮫人泣珠)‘에 관한 전설로 신선한 맛을 자아냈다. 창해에 밝은 달이 뜨면 진주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에서 그 진주의 모양은 눈물의 이미지로 부각되며, 이는 곧 시인의 일생이 비극적이었음을 상징한다. 이어 옥과 연기를 연계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창출하고 마지막 연에서 미래라는 불확정한 시간대를 희망으로 승화시키려고 했지만 이 역시 생각에 그칠 뿐이다. 이러한 모순은 시인을 과거에 대한 번민과 고뇌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 시는 고사와 상상력을 종횡무진 발휘한 상징시로써 초현실적인 면모가 강하다.

[민음사간 김원중 역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