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後逢村叟(난후봉촌수)

- 난리를 겪은 촌로의 비참한
생활 -

經亂衰翁居破村(경란쇄옹거파촌)

난리를 겪은 노쇠한 늙은이가 파괴된 촌락에 사는데 　　

村中何事不傷魂(촌중하사불상혼) 　　

마을 안에서 어떤 일인들 넋을 나가게 하지 않았겠는가?

因供寨木無桑柘(인공채목무상자)

성채에 나무를 베서 바치다보니 집뽕나무 산뽕나무 모두 없어지고

爲點鄉兵絕子孫(위점향병절자손)

고을의 젊은이들 병정으로 끌려가 자손 끊어지게 생겼다. 　　

還似平寧征賦稅(환사평녕정부세)

그래도 평화롭던 시절처럼 세금을 다시 걷어 들이지만 　　

未嘗州縣略安存(미상주현략안존)

주현에서는 불쌍한 백성들 돌보는 일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至今雞犬皆星散(지금계견개성산)

지금은 닭과 개도 모두 흩어져 없어지고

日落前山獨倚門(일락전산독의문)

해지는 앞산을 바라보며 홀로 문에 기대어 멍하니 서있다.

수많은 전란을 겪은 노인이 란 중에 파괴되어 거의 폐허가 된 마을에 살면서 부딪치는 일마다 가슴 아픈 일 뿐이다. 군대 막사를 세우기 위해 마을의 산뽕나무나 집뽕나무 모두 베어져 나갔고, 마을의
젊은이들 향토병을 조직할 때 모두 끌려 나가 백사장의 원귀가 되어 마을의 자손이 끊겨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관청은 백성들이 부담하기에 벅찬 세금을
태평무사한 때에 내던 액수로 부과한다. 그런 중세가 이 마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다른 주현에 과거
전례가 없을 정도로 백성들을 착취하고 있다. 지금은 닭이나 개도 밤하늘의 별이 흩어지듯이 어디론가 모두
가버리고 남아 있는 노인만이 사립문에 기대어 외로이 해저무는 모습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두순학(杜荀鶴 : 約846-約906）

자는 언지(彥之)이고 스스로 구화산인(九華山人)이라고 칭했다. 지주(池州) 척태(石埭 : 지금의
안휘성 石臺) 출신이다. 한미한 집안 출신인 그는 중년에
들어서야 진사에 합격했으나 오랜 시간 동안 관직을 못 받아 이내 고향으로 돌아와 한가하게 지냈다. 일찍이
주온(朱溫) 즉 주전충(朱全忠)에 대해 시를 지어 칭송했다. 후에 당나라를 전복하고 후량(後梁)을 세운 주온 밑에서 한림학사(翰林學士)，지제고(知制誥) 등의
관직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