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懷古跡五首(영회고적오수)

-고적을 회고하며 5수-

두보(杜甫)

《영회고적오수(詠懷古跡五首)》는 당나라의 가장 위대한 시인 두보가 당대종(唐代宗) 대력(大曆) 원년인 서기 766년에 지금의 중경시 봉절현(奉節縣）인 기주(夔州)에 머물 때 지은 연작시다. 이 다섯 수의 시는 각각 유신(庾信), 송옥(宋玉) 왕소군(王昭君), 유비(劉備), 제갈량(諸葛亮) 등의 장강 일대에 산재해 있는 고적을 살펴 그들이 역사적으로 이룩한 학문, 심성과 품성, 위대한 공적 등을 칭송하면서 원대한 포부를 그때까지 이루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이곳 저곳을 떠돌며 이루지 못한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 작품이다.

【其一】유신(諛信)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부궁진제)

동북에서 일어난 전란을 피해 떠돌아다니가

飄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서남의 천지간을 유랑한다.

三峽樓台淹日月(삼협루대엄일월)

삼협의 누대에서 몇 해를 보내고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오계의 옷을 입고 구름산에서 살았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갈호 오랑캐 임금 섬김은 끝내 무뢰하더니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시인은 때를 슬퍼해도 장차 돌아가지 못한다.

庾信平生最蕭瑟(유시녕생최수슬)

유신의 평생은 항상 쓸쓸했어도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무동강관)

만년의 시부는 강수의 관문을 흔들었다.

【其二】송옥(宋玉)

搖落深知宋玉悲(요락심지송옥비)

낙엽지니 송옥의 슬픔 충분히 알겠네.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풍류와 선비의 기상은 나의 스승이다.

悵望千秋一灑淚(창망천추일쇄루)

서글피 천년을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蕭條異代不同時(소조이대부동시)

쓸쓸하다는 그와는 서로 시대가 같지 않구나!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택공문조)

강산의 옛집에 헛된 작품만 남겼는데

雲雨荒台豈夢思(운우황대기몽사)

운우의 무도한 양대(陽臺) 어찌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

무엇보다 초나라 궁궐도 같이 사라졌으니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뱃사공이 가리키는 곳은 믿을 수 없다.

【其三】왕소군(王昭君)

群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형문으로 향하는 즐비한 산봉우리와 골짜기

生長明妃尚有村(생장명비상유촌)

명비가 자란 고을이 아직도 있다.

一去紫台連朔漠(일거자대연삭막)

한번 궁궐을 떠나니 사막에 이르러

獨留青塚向黃昏(독유청총향황혼)

오로지 청총만 남아 황혼을 맞이한다.

畫圖省識春風面(화도성식추눙면)

화공은 봄바람에 고운 얼굴 대충 그렸지만

環佩空歸夜月魂(환패공귀야월혼)

패옥 두른 채로 달밤에 혼은 헛되이 돌아온다.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천년 전의 비파소리 오랑캐 말로 지어졌는데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론)

원한이 곡조 속에 또렷하게 들린다.

【其四 】유비(劉備)

蜀主窺吳幸三峽(촉주규오행삼협)

오를 넘보다가 삼협으로 도망친 촉주

崩年亦在永安宮(붕뇬욕쟈용언궁)

죽었을 때는 영안궁에 있었다.

翠華想像空山裏(취화상상공산리)

상상컨대 화려한 깃발은 빈 산에 휘날리고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와룡사의 들판은 황폐한 궁궐터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옛 사당 소나무에는 학이 둥지 틀었다.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렵주촌옹)

명절이면 제사고기 마련하느라 사냥에 바쁜 노인들

武侯祠堂常鄰近(무후사당상인근)

제갈무후 사당이 항상 이웃해 있으니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군신은 한 몸이라 제사도 같이 지낸다.

【其五】제갈량(諸葛亮)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제갈양의 큰 이름 우주에 드리우고

宗臣遺像肅清高(종신유상숙청고)

사직지신의 초상화는 엄숙하고 청고하다.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천하삼분은 작은 계책에 불과하니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만고의 하늘구름에 깃털 한 개만 보인다.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이윤 강태공과 짝할 만한 무후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약정실소조)

지시가 이루어졌다면 소하와 조참이 무색했으리

運移漢祚終難複(운이한조종난복)

천명이 한나라에서 떠나 끝내 돌아오지 않아도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노)

북벌에 힘쓰다가 죽기로 각오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