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壯遊)

- 천하를 유람하다. -

두보(杜甫)

◇ 유후촌(劉後村)
「이 작품은 56운을 압운(押韻)했는데 오언고풍 가운데 가장 비장한 말이 많다. 비록 형경(荊卿)의 노래와 옹문(雍門)의 거문고 또는 고점리(高漸離)가 탔던 축의 음조와 절주도 이 작품의 진탕과 호방함만 못하다. 작품 안에 ‘양(揚)’자와 ‘낭(浪)’ 자 운을 겹쳐 사용했는데 의미가 각각 다르다.」

◇장약육(蔣弱六)
「마지막 부분의 언설이 대단히 처량하여 쇠삽(衰颯)함을 면치 못하는데 바로 이것이 열사가 만년에도 장대한 마음이 그치지 않은 것으로, 술이 불그스레 오를 때쯤이면 조조의 ‘장심은 그치지 않네[壯心不已]’를 읊조리면서 흥에 겨워 타구를 깨트리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제목이 오묘하니, 다만 전반부에만 해당한다. 어떤 이가 ‘전반부는 의미가 과장된 것을 면치 못하니, 이것은 문인의 큰소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요컨대 그 반대쪽 면목을 살펴서 피눈물이 열 말은 흐르는 것을 보아야 한다.」




往昔十四五(왕석십사오)
옛날 내 나이 열너댓 살에

出遊翰墨場(출유한묵장)
필묵의 숲에서 노닐었다.

斯文崔魏徒(사문최위도)
동문의 최상(崔尙)과 위계심(魏啓心)은

以我似班揚(이아사반양)
나를 반고와 양웅에 비견했다.

七齡思即壯(칠령사즉장)
열일곱에 멀리 유람을 다니면서

開口詠鳳凰(개구영봉황)
입을 열어 봉황을 노래했다.

九齡書大字(구령서대자)
열아홉에 지은 장편의 글은

有作成一囊(유작성일낭)
내 등보따리를 채우고

性豪業嗜酒(성호업기주)
성격은 호방하여 술을 즐겼고

嫉惡懷剛腸(질악회강장)
악을 미워하고 굳센 기상 품었다.

脫略小時輩(탈약소시배)
어리거나 동년배들에게서 벗어나

結交皆老蒼(결교개노창)
노옹들과 친교를 맺었다.

飲酣視八極(음감시팔극)
술에 취해 우주를 굽어보고

俗物都茫茫(속물도망망)
속물들은 모두 아득히 멀리했다.

東下姑蘇台(동하고소대)
동쪽으로 내려가 고소대를 들렸다가

已具浮海航(이구부해항)
이윽고 바다로 나갈 배를 준비했다.

到今有遺恨(도금유유한)
지금도 여한이 있는건

不得窮扶桑(부득궁부상)
해뜨는 부상에 못 가본 것

王謝風流遠(왕사풍류원)
왕융(王戎)과 사안의 풍류에는 한참 멀고

闔廬丘墓荒(합려구묘황)
묻힌 묘지 언덕은 황량하고

劍池石壁仄(검지석벽축)
검지의 석벽은 기울고

長洲荷芰香(장주하지향)
장주원의 연꽃들은 향기롭다.

嵯峨閶門北(차아창문북)
고소성 북쪽의 우뚝한 창문(閶門)이여

清廟映回塘(청묘영회당)
청초한 사당의 그림자 연못에 비친다.

每趨吳太伯(매추오태백)
매번 오태백을 따를 때면

撫事淚浪浪(무사루낭랑)
그때 생각에 눈물 줄줄 흐른다.

枕戈憶勾踐(침과억구천)
창을 베게 삼으니 구천이 생각나고

渡浙想秦皇(도절상진황)
절강을 건너니 진시황 생각난다.

蒸魚聞匕首(증어문비수)
생선찜 요리에 비수를 감추었고

除道哂要章(제도신요장)
태수 인끈에 길을 쓸었다.

越女天下白(월녀천하백)
월녀 서시는 천하에 제일 하얗고

鑒湖五月涼(감호오월량)
감호는 5월에도 서늘하다.

剡溪蘊秀異(섬계온수이)
골이 깊어 아름다운 섬계

欲罷不能忘(욕파불능망)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는다.

歸帆拂天姥(귀범불천모)
천모산을 휘도는 배를 타고 귀향해서

中歲貢舊鄉(중세공구향)
중년에 낙양에서 향시에 합격했다.

氣劘屈賈壘(기마굴가루)
기세는 굴원과 가의의 보루를 깍아내고

目短曹劉牆(목단조유장)
안목은 조식과 유정(劉楨)의 담장을 낮게 여겼다.

忤下考功第(오하고공제)
고공의 과거에 떨어지니

獨辭京尹堂(독사경윤당)
다만 경조윤의 관내를 떠났다.

放盪齊趙間(방탕제조간)
제와 조 땅 사이를 떠돌았는데

裘馬頗清狂(구마파청광)
갖옷에 말타서 자못 얽매임 없었다.

春歌叢台上(춘가총대상)
봄에는 총대에 올라 노래하고

冬獵青丘旁(동렵청구방)
겨울이면 청구 일대에서 사냥했다.

呼鷹皂櫪林(호응조역림)
조역림에서 매를 부르고

逐獸雲雪岡(축수운설강)
운설강에서 짐승을 쫓았다.

射飛曾縱鞚(사비증종공)
날짐승 맞추느라 말을 내달렸고

引臂落鶖鶬(인비낙추창)
활을 당겨 무수리를 떨어뜨렸다.

蘇侯據鞍喜(소후거안희)
소후는 안정에 앉아 즐거워했고

忽如擕葛強(홀여휴갈강)
문득 갈강을 데리고 다닌 듯했다.

快意八九年(쾌억팔구년)
팔구년을 경쾌하게 지내다가

西歸到鹹陽(서귀도함양)
서쪽으로 발길을 돌려 함양에 들어갔다.

許與必詞伯(허여필사백)
사귀었던 분은 문단의 종장이었고

賞遊實賢王(상유실현왕)
더불어 놀았던 분은 어진 왕후였다.

曳裾置醴地(예거치예지)
궁궐 술자리에 옷깃 이끌려

奏賦入明光(주부입명광)
광명전에서 부를 지어 바쳤다.

天子廢食召(천자폐식소)
천자는 식사도 않고 조서를 내리니

群公會軒裳(군공히헌상)
화려한 수레와 복식을 갖춘 여러 공들이 모여들었다.

脫身無所愛(탈신무소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와

痛飲信行藏(통음신행장)
실컷 마시고 운명에 맡겼다.

黑貂不免敝(흑초불며폐)
담비가족이 어찌 헤지지 않겠는가?

斑鬢兀稱觴(반빈올칭상)
반백으로 나이로 헌수를 받았다.

杜曲晚耆舊(두곡만기구)
만년을 지낸 두곡

四郊多白楊(사교다백양)
사방은 모두 백양나무 울창했다.

坐深鄉黨敬(좌심향당경)
향당의 어른들 나를 받드니

日覺死生忙(일각사생망)
날로 생사의 갈림길 다가온다.

朱門任傾奪(주문이경탈)
대가집의 권귀들은 수탈을 일삼고

赤族疊罹殃(적족첩이앙)
충신들을 해쳐 교대로 재앙에 걸렸다.

國馬竭粟豆(국마갈속두)
나라의 말들이 조와 콩을 말려버리고

官雞輸稻粱(관계수도량)
관가의 투계는 벼와 기장을 남기지 않았다.

擧隅見煩費(거우견번비)
이를 보면 낭비를 알 수 있으니

引古惜興亡(인고석흥망)
옛날의 흥망성쇠는에 안타까움이 있다.

河朔風塵起(하삭풍진기)
하삭에 병마의 풍진이 일어나니

岷山行幸長(민산행행장)
민산으로 멀리 몽진 떠났다.

兩宮各警蹕(양궁각경필)
두 임금 각기 길을 떠나

萬裏遙相望(만리요상망)
만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바라봤다.

崆峒殺氣黑(공동살기흑)
공동산의 살기는 시커멓게 드세고

少海旌旗黃(소해정기황)
숙종의 깃발은 노랗다.

禹功亦命子(우공역명자)
우임금 또한 아들에게 명하니

涿鹿親戎行(탁록친융행)
탁록에 몸소 싸우러 나갔다.

翠華擁英嶽(취화옹영악)
천자의 깃발은 오악을 감싸고

螭虎啖豺狼(이호담시라)
용과 호랑이 이리떼를 물어뜯는다.

爪牙一不中(과아일부중)
발톱과 이빨이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니

胡兵更陸梁(호병갱육량)
오랑캐 군사들은 더욱 날뛰었다.

大軍載草草(대군재초초)
대군이 허둥지둥 정신을 잃으니

凋瘵滿膏肓(조채만고황)
깊은 병이 고황에 이르렀다.

備員竊補袞(비원절보곤)
자리 받아 외람되어 천자를 보좌하게 되었으니

憂憤心飛颺(우분심비양)
근심스런 마음을 끝이 없었다.

上感九廟焚(상감구묘분)
위로는 구묘가 불태워지고

下憫萬民瘡(하민만민창)
아래로는 백성들이 시름했다.

斯時伏青蒲(사시복청포)
이때에 소장을 올리고

廷爭守禦床(정쟁수어상)
천자 앞에서 다투었다.

君辱敢愛死(군욕치애사)
임금 욕보이니 감히 죽음 아끼랴?

赫怒幸無傷(형노행무상)
진노를 샀으나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聖哲體仁恕(성철쳬인서)
성철한 천자가 인정을 베푸셔서

宇縣複小康(우현복소강)
천하가 조금 평안해 졌다.

哭廟灰燼中(곡묘회진중)
잿더미가 된 종묘에서 곡하고

鼻酸朝未央(비산조미앙)
미앙공에서 조회하니 콧등이 시큰했다.

小臣議論絕(소신의논절)
소신의 의견은 다시 올려지지 못하고

老病客殊方(노병객수방)
늙고 병들어 이역에서 떠 돌았다.

鬱鬱苦不展(울울고부전)
울분은 괴로워 풀어내지 못했고

羽翮困低昂(우핵곤저앙)
잠깐 날았다가 곧 내려 앉았다.

秋風動哀壑(추풍동애학)
가을바람은 슬프게 골짝을 울리고

碧蕙捐微芳(벽혜연미방)
푸른 혜초는 작은 꽃망울 떨구네

之推避賞從(지추피상종)
개자추는 주군의 상을 피해 도망쳤고

漁父濯滄浪(어부탁창랑)
어부는 창랑에서 노를 저었다.

榮華敵勳業(영화적훈업)
영화는 공적을 세워 누리지만

歲暮有嚴霜(세모유엄상)
세모의 서리는 매섭기만 하다.

吾觀鴟夷子(오관치이자)
내가 살펴보니 치이자피는

才格出尋常(재격출심상)
재주와 인품이 매우 뛰어났다.

群凶逆未定(군휴역미정)
나라는 아직 반란의 무리 평정하지 못했으니

側佇英俊翔(즉저영준상)
뛰어난 이가 나타나길 기다려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