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風五十九首(고풍59수)

李白

其一
大雅久不作(대아구부작)①
오랫동안 지어지지 않은 대아를

吾衰竟誰陳(오쇄경수진)②
내 늙으니 누가 짓겠는가?

王風委蔓草(왕풍위만초)③
왕풍도 덩굴풀에 묻혀졌고

戰國多荊榛(전국다형진)④
전국 때가 되니 가시나무만 우거졌도다!

龍虎相啖食(용호상담식)
용호상박 서로 뜯어먹다가

兵戈逮狂秦(병과체광진)
창칼은 미친 진나라를 거두었다.

正聲何微茫(정성하미망)
바른 소리는 그리도 희미하나

哀怨起騷人(애원기소인)⑤
슬픈 호소는 초사(楚辭)로 나왔다.

揚馬激頹波(양마격퇴파)⑥
양웅(揚雄)과 사마상여가 일으킨 격랑은

開流蕩無垠(개류탕무은)
새 물길을 열어서 표탕함이 끝이 없게 되었다.

廢興雖萬變(폐흥수만변)
패함과 흥함이 비록 만 번이 바뀌었고

憲章亦已淪(헌장역이륜)
문장의 법도도 이미 같이 허물어졌다.

自從建安來(자종건안래)
건안(建安) 시대 이래의 문장은

綺麗不足珍(기려부족진)
아름다움만으로는 보배라고 하기에는 족하지 않아

聖代復元古(성대복원고)
성군을 맞이하여 먼 옛날의 도를 일으키니

垂衣貴清真(수의귀청진)
옷자락을 늘어뜨리며 맑고 참된 글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群才屬休明(군재속휴명)
많은 인재들 태평성대에 살아

乘運共躍鱗(승운공약린)
시운을 함께 타고 비늘을 번쩍인다.

文質相炳煥(문질상병환)
문체와 질박함이 서로 빛나고

眾星羅秋旻(중성나추민)
뭇별들이 가을 하늘을 수놓았다.

我志在刪述(아지재산술)
내 뜻은 그것들을 바로잡아

垂輝映千春(수휘영천춘)
천고에 드리우고 싶은 광채다.

希聖如有立(희성여유립)
내 성인과 같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絕筆於獲麟(절필어획린)⑦
획린(獲麟)을 당해 절필하리라!

①대아(大雅)：《시경(詩經)》은 풍(風), 아(雅), 송(頌)의 편제로 이루어 졌는데 풍은 서민들의 노래, 아는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구분되는데 소아는 귀족이나 사대부들의 노래, 대아는 왕실을 찬양하는 시가이며 송은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불렀다.
②오쇠(吾衰) : ‘내가 노쇠하다’라는 뜻으로 《논어·술이(述而)》편의 “공자왈 ‘심하구나, 내가 노쇠한 함이여!’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공자가 일구오논 옛 시의 정신이 이미 쇠퇴해졌으나 이백 자신도 이미 늙어 다시 살릴 수 없음을 한탄했다.
③왕풍(王風) : 주나라가 견융의 침략을 받아 지금의 관중 지방인 풍호(豐鎬)에서 천도한 낙양(洛陽) 지방에서 유행했던 노래 모음집이다.
④다형진(多荊榛) : 가시나무와 개암나무가 무성하다. 가시덤불이나 개암나무와 같은 잡목으로 뒤덮인 세상은 전란으로 인해 세상이 황폐해졌다는 뜻이다.
⑤소인(騷人) : 굴원(屈原)이나 송옥(宋玉) 등과 같은 초사의 작가들을 말한다. 정성(正聲)에 해당하는《시경》의 시풍이 소인에 의해서 초사(楚辭)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⑥양마(揚馬) : 서한의 대표적인 사부가(辭賦家) 양웅(揚雄)과 사마상여(司馬相如)를 지칭한다.
1. 양웅(揚雄) : 양웅(楊雄)이라고도 한다. 기원전 53년에 태어나서 18년에 죽은 서한의 사부가로 자는 자운(子雲)이며, 촉군(蜀郡) 성도(成都) 출신이다.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경사(京司)를 유람하여 문장으로 이름을 높였다. 한성제(漢成帝)가 사냥나가는 데 수행했다가 《감천부(甘泉賦)》, 《하동부(河東賦)》, 《우렵부(羽獵賦)》, 《장양부(長楊賦)》 등의 네 개의 부를 지어 올려 낭(郞)으로 임명되었다. 후에 양웅은 한나라의 정권을 찬탈한 왕망(王莽)을 위해 《극진미신(劇秦美新)》이라는 문장을 바쳐 권세에 야합하고 다시 유흠(劉歆)의 아들 유분(劉棻)의 사건에 연류되어 사형에 처해질뻔 했으나 왕망의 관용으로 대부에 다시 임명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사마상여의 사부(辭賦)를 흠모한 양운은 상여의 문체를 모방하여 12편의 부를 지었다. 그러나 만년에 이르러서는 부를 짓는 행위는 ‘벌레의 모양을 아름답게 새겨 넣은 짓[조충전각(雕蟲篆刻)]과 다름없다고 하면서 사내대장부라면 마땅히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선언한 후에 학문에는 전념했다.《역(易)》을 모방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했고 《논어(論語)》를 모방하여 《법언(法言)》을 지었다. 《한서(漢書)》권 87에 전(傳)이 있다.
2. 사마상여(司馬相如) : 서한의 문학가다. 자는 장경(長卿)이고 촉군(蜀郡) 성도(成都) 출신이다. 원래의 이름은 견자(犬子)였으나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재상 인상여(藺相如)를 흠모하여 이름을 상여로 바꾸었다. 사부(辭賦)에 능하여 한경제(漢景帝) 밑에서 무기상시(武騎常侍)를 지내다가 그만두고 양나라로 들어가 문학을 좋아했던 양효왕(梁孝王)을 유무(劉武)를 모셨다. 양효왕은 한경제의 동모제다. 그러나 양효왕이 기원전 144년에 죽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상여는 곤궁하게 살다가 임공(臨邛)으로 들어와 도정(都亭)이 되어 생계를 해결했다. 이때 우연한 기회에 만난 탁문군(卓文君)과 함께 몰래 성도로 도망쳐 살았다. 탁문군은 청상과부로 임공의 거상 탁왕손(卓王孫)의 딸이다. 이때 상여가 지은《자허부(子虛賦)》라는 문장이 한무제의 눈에 띄어 부름을 받고 황제를 모시는 낭(郞)이 되었다. 황제의 명을 받아 사자가 되어 서남(西南)으로 들어가 서남이(西南夷)를 평정했다. 그의 작품은 자허부 외에 《상림부上林賦》，《사마상여상서간렵(司馬相如上書諫獵)》，《장문부(長門賦)》,《봉구황(鳳求凰)》등의 문장과 시가 전해진다. 특히 《봉구황(鳳求凰)》은 금곡으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구애할 때 지금까지 애송되고 있다.
⑦획린(獲麟) : 공자가 편찬한 춘추는 춘추시대 때인 노은공(魯隱公) 식고(息姑) 원년 기원전 722년에 시작하여 노애공(魯哀公) 장(將) 39년 기원전481년에 끝나는 240년 간의 노나라 역사책이다. 노애공 치세 때 노나라에 기린이 나타났으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죽여 버리자 공자는 그것은 군주들이 무도하여 하늘의 뜻을 받들지 못한 것이라고 한탄하며 춘추를 끝냈다. 이를 획린(獲麟)이라고 한다. 공자는 2년 후인 기원전 479년에 죽었다.


其二

蟾蜍薄太清(섬서박태청)①
두꺼비 하늘을 가까이 하여

蝕此瑤臺月(식차요대월)②
요대의 달을 잡아먹는다.

圓光虧中天(원광휴중천)
둥근 광채 중천에서 기울더니

金魄遂淪沒(금백수윤몰)
달은 마침내 몰락하고

蝃蝀入紫微(체동입자미)
무지개는 자미궁으로 들어가자.

大明夷朝暉(대명이조휘)
밝은 해는 아침 광채를 잃었다.

浮雲隔兩曜(부운격양요)
흐르는 구름은 해와 달을 가로 막고

萬象昏陰霏(만상혼음비)
삼라만상은 어둠 속에서 흩날린다.

蕭蕭長門宮(소소장문궁)③
쓸쓸한 장문궁

昔是今已非(석시금이비)④
옛날에는 옳았어도 지금은 이미 그른 일

桂蠹花不實(계두화불실)
벌레먹은 계수나무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天霜下嚴威(천상하엄위)
가을날 서리는 맹위는 떨치는데

沈歎終永夕(심탄종영석)
깊은 탄식은 밤 내내 이어지고

感我涕沾衣(감아체점의)
눈물은 내 옷을 적시누나

주석
①섬여(蟾蜍) : 두꺼비다. 옛날 중국 신화에 예(羿)의 아내 항아(姮娥)가 불사약을 훔쳐먹고 달나라로 도망쳤으나 천제에게 죄를 얻어 두꺼비로 변해 살았다고 했다. 달이 이지러지는 이유는 두꺼비로 변한 항아가 달을 먹어서 였다고 생각했다.
②요대(瑤臺) : 옥(玉)으로 장식한 화려한 대(臺). 또는 중국 하(夏) 나라 걸왕(桀王)•은(殷) 나라 주왕(紂王)이 만든 대(臺)의 이름. 또는 구슬을 흩어 박아서 아름답게 꾸민 대각(臺閣).
③장문궁(長門宮) : 한무제 때 투기가 심했던 진황후(陳皇后)가 폐위된 후에 거처했던 궁궐이다. 진황후는 10여 년 동안 한무제의 총애를 받았지만 자식이 없었다. 후에 한무제의 총애를 받은 위자부(衛子夫)를 투기하여 해치려고 했음으로 황후의 자리에서 폐위도고 장문궁에 갇혀서 생을 마감했다.
④석시(昔是) : 당현종의 왕황후(王皇后)는 현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자식이 없었다. 이에 무비(武妃)가 현종의 총애를 받자 왕황후가 질투하여 무비를 참언했지만 사람들은 왕황후의 은덕과 인품을 헤아려 아무도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후 현종은 왕황후를 폐위시키려고 했으나 백성들과 신료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실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왕황후의 친정동생 왕수일(王守一)이 사술(詐術)로 자식을 구하려고 했다가 황제에게 발각되어 왕수일은 참수형에 처해지고 왕황후는 폐위되었다. 이태백은 옛날 한무제가 진황후를 폐위시킨 후에 장문궁에 가둔 일을 옳은 일이었지만 당현종의 무비에게 빠져 왕황후를 폐위시킨 일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다.

其三
秦皇掃六合(진황소육합)
진시황은 천하를 소재하고 여섯 나라를 합쳐

虎視何雄哉(호시하웅재)
호시탐탐 그 위엄 드높였다.

揮劍決浮雲(휘검결부운)①
검 휘둘러 구름장 그으니

諸侯盡西來(제후진서래)
제후들 모두 서쪽으로 와서 조현들였다.

明斷自天啟(명단자천계)
밝은 결단력은 하늘이 내렸고

大略駕群才(대략가군재)
큰 지략은 뭇 재사들을 부렸다.

收兵鑄金人(수금도금인)
병기를 걷어들여 금인을 만들었고

函谷正東開(함곡정동개)
함곡관은 동쪽으로 곧바로 열렸다.

銘功會稽嶺(명공회계령)
공덕비는 회계령에 세우고

騁望琅琊臺(빙망랑야대)②
낭야대를 바라보며 회포를 풀다가

刑徒七十萬(형도칠십만)
70만의 죄수들에게

起土驪山隈(기토려산외)
여산 기슭에서 흙무덤을 쌓게 했음에도

尚采不死藥(상채불사약)
여전히 불사약을 구하려고 했으니

茫然使心哀(망연사심애)
아득하다! 마음만 애처롭게 만든다.

連弩射海魚(연노사해어)③
쇠뇌로 바다고기 쏘았으니

長鯨正崔嵬(장경정최외)
긴 고래는 산처럼 우람하다.

額鼻象五嶽(액비상오악)
이마 코는 오악과 같고

揚波噴雲雷(양파분운뇌)
물결은 구름과 우레를 토해 낸다.

鬈鬣蔽青天(양파분운뇌)
수염은 청천을 가리는데

何由睹蓬萊(하유도봉래)
봉래산은 어디에 있을까?

徐市載秦女(서불재진녀)
진나라의 동녀를 태운 서불은

樓船幾時回(누선기시회)
배를 타고 언제나 돌아올까?

但見三泉下(단견삼천하)
다만 보이느니 삼천(三泉) 아래의

金棺葬寒灰(금관장한회)
금관에 담긴 차거운 재 뿐인 것을

주석
①결부운(決浮雲) : ‘뜬 구름을 자르다’라는 뜻으로《장자·설검(說劍)》이 출전으로 ‘천자의 검은 사방에 가로막은 것이 없으며, 뜬구름도 자르고 땅의 벼리를 잘라서 천하의 제후들이 복종시킬 수 있다’고 했다.
②낭야대(琅琊臺) : 지금의 산동성 제성현(諸城縣) 경내의 남동쪽 낭야산에 있는 누각이다. 진시황은 낭야산에 올라 3개월을 머물었으며, 백성 3만 호를 낭야산 밑으로 이주시키고 부세와 요역을 12년 간 면제해 주었다. 그리고 산 위에 비석을 세워 진나라의 덕을 기리는 글을 새겼다.
③연노(連弩) : 쇠뇌의 일종으로 여러 개의 화살을 잇달아 쏠 수 있는 병기다. 진시황이 서불(徐市)에게 3천 명의 동남동녀를 주어 함께 동해로 보내 불사약을 찾으라고 했지만 서불을 돌아오지 않았다. 진나라에 머물던 방술사들은 진시황에게 책임을 추궁당해 목숨을 잃을까를 두려워하여 바다에 있는 큰 물고기가 있어 서불이 돌아오지 못한다고 고했다. 이에 진시황은 쇠뇌가 장착된 배를 바다로 나아가 지부산(之罘山) 앞바다에서 발견한 큰 물고기를 쏘아서 죽였다.

其四
鳳飛九千仞(비봉구천인)
봉황은 구천의 하늘 높이 날고

五章備彩珍(오장비채진)
오색 비단과 보배를 갖추었다.

銜書且虛歸(함서차허귀)
국난을 경계할 뜻을 품었었지만

空入周與秦(공입주여진)
주와 진의 관중 땅으로 헛되이 떠난다.

橫絕曆四海(횡절역사해)
사해를 누비고 다녔어도

所居未得鄰(소거목득린)
함께 할 이웃을 얻지 못했다.

吾營紫河車(오영자하거)①
나는 자하거를 만들어

千載落風塵(천재락풍진)
천년의 풍진을 떨쳐버리려니

藥物秘海嶽(약물비해악)
약초는 바닷가 절벽에 감추어 두고

采鉛青溪濱(애연청계빈)
맑은 시내에서 연단을 캐내리라!

時登大樓山(시등대루산)
때때로 대루산에 올라

舉首望仙真(거수망선진)
고개 들어 신선세계를 구경하면서

羽駕滅去影(우가멸거영)
새를 몰아 그림자를 떨쳐버리고

飆車絕回輪(표거절해륜)
바람 실은 수레에 올라 바퀴 흔적 끊어버리리!

尚恐丹液遲(상공단액지)
오히려 단액이 더디 만들어질까 걱정하여

志願不及申(지원불급신)
뜻을 미처 떨치지 못한다.

徒霜鏡中發(도상경중발)
서리가 거울 속 머리카락에 내려서

羞彼鶴上人(수피학상인)
학을 올라탄 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니

桃李何處開(도리하처개)
도리화는 어디서 피는가?

此花非我春(차화비아춘)
꽃이 펴도 나에게는 봄이 안 왔으니

唯應清都境(유응청도경)
오직 천상에 닿아

長與韓眾親(장여한중친) ②
한중과 더불어 길게 이야기하리.

①자하거(紫河車) : 방사들이 만든 자주색의 선단(仙丹)으로 먹으면 불로장생한다고 했다.
②한중(韓衆) : 한종(韓終)이라고도 한다. 동진의 도가 갈홍(葛洪)이 지은《포박자(抱朴子)》에 ‘한종이 창포를 30년 간 복용하자 몸에서 털이 나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글을 만언을 봐도 모두 외웠고 겨울에 옷을 벗어도 추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其五
太白何蒼蒼(태백하창창)①
태백산은 어찌 그리 울창하고

星辰上森列(성신상삼열)
뭇 별들은 어찌 그리 빽빽한가?

去天三百里(거천삼백리)
하늘과는 삼백 리뿐이지만

邈爾與世絕(막이여세절)
속세로 가는 길은 아득히 끊어졌다.

中有綠發翁(중유록발옹)
산중에는 녹색 머리 노인 사는데

披雲臥松雪(피운와송설)
구름을 이불삼고 노송의 백설을 깔고 누웠다.

不笑亦不語(불소역불어)
웃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冥棲在岩穴(명서재암혈)
암굴 속에 깊이 숨어산다.

我來逢真人(아래봉진인)
내 찾아가 신선을 뵙고

長跪問寶訣(장궤문보결)
길게 무릎을 꿇고 비결을 물으니

粲然啟玉齒(찬연개옥치)
은빛처럼 빛나는 옥치를 드러내며

授以煉藥說(수이연약설)
선단을 만드는 비법을 설명한다.

銘骨傳其語(명골전기어)
그의 말을 전하려 뼈에 새기자

竦身已電滅(송신이전멸)
홀연히 번개처럼 모습이 사라졌다.

仰望不可及(앙망불가급)
앙모하여 원해도 따를 수 없고

蒼然五情熱(창연오정열)
갑자기 오정이 끓어오르니

吾將營丹砂(오장영단사)
나는 장차 단사를 지어 먹고

永與世人別(영여세인별)
영원히 세상 사람들과 이별하리

주석
①태백(太白) : 지금의 섬서성 주지현(周至縣)에 있는 해발 3700여 미터의 산으로 진령산맥(秦嶺山脈)의 주봉이다. 사시사철 산봉우리에 눈이 쌓여 있어 태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其六
代馬不思越(대마불사월)
대(代)에서 태어난 말은 월나라를 그리워하지 않고

越禽不戀燕(월금불연연)
월 지방의 새는 연(燕) 땅을 사랑하지 않는다.

情性有所習(정성유소습)
성정은 습관이고

土風固其然(토풍고기연)
풍속은 원래부터 전해져 내래온 것들이다.

昔別雁門關(석별안문관)
옛날 안문관①에서 이별하고

今戍龍庭前(금수용정전)
오늘 수자리 나와 흉노의 용정②을 지키네

驚沙亂海日(경사란해일)
놀란 모래바람 바다와 태양을 어지럽히고

飛雪迷胡天(비설미호천)
흩날리는 눈보라는 오랑캐 하늘을 가린다.

蟣虱生虎蟣(기슬생호기)
서캐는 다시 호기를 낳고

心魂逐旌旃(심혼축정전)
마음만은 한결같이 군기를 따르네

苦戰功不賞(고전공불상)
힘써 싸워 공을 세워도 상을 받지 못하니

忠誠難可宣(충성난가선)
충성심을 알리기에는 너무 어렵다.

誰憐李飛將(수린이비장)
누가 비장군③을 측은히 여기랴?

白首沒三邊(백수몰삼변)。
흰머리가 되어 변경에서 목숨을 잃었지.


주석
①안문관(雁門關) : 현 산서성 대현(代縣)에 있는 만리장성을 지키는 요새지다. 북방 이민족과의 전쟁이 빈번했던 지역이다.
②용정(龍庭) : 흉노족이 5월에 모여서 조상이나 천지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흉노왕의 궁정으로 사용했던 이동식 파오를 설치했던 곳이다.
③이비장(李飛將) : 한(漢)나라 때의 장군 이광(李廣)을 말한다. 이광의 용맹을 두려워한 흉노족이 비장(飛將)이라고 불렀다. 평생을 전장터를 누비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한경제와 한무제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결했다. 변방에서 외적을 물리쳤으나 전공을 인정받지 못했던 장수를 비유해서 사용했다.



其七

客有鶴上仙(객유학상선)
학을 타고 객이 되어 날아든 신선

飛飛淩太清(비비능태청)
하늘 높이 빙빙 맴돌더니

揚言碧雲里(양언벽운리)
푸른 구름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여

自道安期名(자도안기명)①
자기의 이름은 안기생이라고 했다.

兩兩白玉童(양양백옥동)
한 쌍의 벽옥을 찬 두 동자를 시켜

雙吹紫鸞笙(쌍취자란생)
자색 빛나는 아름다운 생황을 불게 하더니

飄然下倒影(표연하도영)
표연히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

倏忽無留形(숙홀모유형)
갑자기 종적도 없었으나

遺我金光草(유아금광초)
나에게 남긴 금광초

服之四體輕(복지사체경)
복용하니 사체가 가벼워져

將隨赤松去(장수적송거)
내 장차 적송자를 따라가서

對博坐蓬瀛(대부좌봉영)
봉래산과 영주산에서 바둑을 두면서

願餐金光草(원찬금광초)
원컨대 금광초를 음식으로 삼아

壽與天齊傾(수여천제경)
하늘과 함께 노년을 함께하리라!

①안기생(安期生) : 유향(劉向)의 《열선전(列仙傳)》에「안기생은 동해에 살면서 약을 팔아 생활했다. 동쪽을 순수하던 진시황이 안기생을 불러 3일 밤낮을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에게 금과 옥을 하사했다. 그러나 안기생은 아무 것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붉은 색의 옥신발 한 켤레를 남기고 떠나면서 ‘몇 년 후에 봉래산으로 나를 찾으러 오시오’라고 했다.」라는 기사기 있다.

（此詩另有一作
五鶴西北來(오학서북래)
서쪽 하늘에서 날아든 다섯 마리 학

飛飛淩太清(비비능태청)
하늘 높이 빙빙 맴돈다. 。

仙人綠雲上(선인록운상)
푸른 옷의 신선 구름 위에서 나타나

自道安期名(자도안기명)
자기의 이름은 安其生①이라고 말하고

两两白玉童(양양백옥동)
한 쌍의 벽옥을 찬 두 동자를 시켜

雙吹紫鸞笙(쌍취자란생)
자색 빛나는 아름다운 생황을 불게 하더니

去影忽不見(거영홀불견)
갑자기 신선들은 사라져 버리고

回風送天聲(회풍송천성)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하늘의 소리 섞여있다.

我欲一問之(아욕일문지)
내 몇 마디 물어보려고 기다렸으나

飄然若流星(표연약유성)
그들은 이미 유성과 같이 사라졌다.

願餐金光草(원찬금광초)
나는 진실로 불로초와 선단을 얻어

壽與天齊傾(수여천제경)
하늘과 함께 노년을 함께하리라!



其八
鹹陽二三月(함양이삼월)
함양 땅 이월과 삼월
宮柳黃金枝(궁류황금지)
궁궐의 버드나무 황금빛 가지 늘어졌다.

綠幘誰家子(록책수가자)
푸른 머리띠 두른 자 뉘 집 자식인가?

賣珠輕薄兒(매주경박아)
구슬 파는 한량이라네!

日暮醉酒歸(일모취주귀)
날 저물어 술취해 돌아오려니

白馬驕且馳(백마교차치)
백마는 교만하게 치닫는구나!

意氣人所仰(의기인소앙)
나의 의기는 사람들의 우르러움을 받으니

冶遊方及時(야유방급시)
바야흐로 놀기에 좋은 시절이다.

子雲不曉事(자운불효사)
양자운은 세상일을 몰라

晚獻長楊辭(만헌장양사)
늦게나마 장양사를 바쳤도다

賦達身已老(부달신이노)
그의 노래가 천자에게 전해졌을 때는 몸은 이미 늙어

草玄鬢若絲(초현빈약사)
태현경을 초하니 귀밑머리는 이미 흰 실이 다 되었다.

投閣良可歎(투각양가탄)
누각에 떨어지니 정말로 탄식할만하니

但爲此輩嗤(단위차배치)
한갓 한량들의 웃음거리만 되었다.


其九
莊周夢胡蝶(장주몽호접)
장자가 나비 꿈을 꾸었나?

胡蝶爲莊周(호접위장주)
나비가 장자가 되었나?

一體更變易(일체갱변이)
한 몸도 변하기를 반복하니

萬事良悠悠(만사량유유)
만사는 더욱 유유하리라!

乃知蓬萊水(내지봉래수)
이내 깨달았네, 봉래산의 흐르는 물이

複作清淺流(복작청천류)
또다시 맑은 개울물이 되었음을!

青門種瓜人(청문종과인)
청문 밖의 참외 심던 사람

舊日東陵侯(구일동릉후)
옛날엔 동릉후 소평이었다지

富貴故如此(부귀고여차)
부귀란 본래 이런 것인데

營營何所求(영영하소구)
바삐 뛰어 무엇을 얻으리오!


其十
齊有倜儻生(제유척당생)
제나라의 호탕한 인재로는

魯連特高妙(노련특고묘)
노중련이 특히 뛰어났다.

明月出海底(명월출해저)
명월이 바닷 속에서 솟구쳐 올라

一朝開光曜(일조개광요)
아침의 찬란한 빛을 비추듯

卻秦振英聲(극진진영성)
평원군을 도와 진을 물리치고 명성을 떨치니

後世仰末照(후세앙말조)
후세 사람들은 그의 후광을 우러른다.

意輕千金贈(의경천금증)
천금의 포상도 가벼이 마다하고

顧向平原笑(고향평원소)
평원군을 보고 웃을 뿐이네

吾亦澹蕩人(오역담탕인)
나 역시 맑고 호탕한 사람

拂衣可同調(불의가동조)
다 떨치고 그와 같이 살고자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