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日夔府咏怀奉寄郑监李宾客一百韵 -1

(추일기부영회봉기정감이빈객일백운)

- 가을날 기부(夔府)에서 감회를 읊어 비서소감 정심(鄭審)과 태자빈객(太子賓客) 이지방(李之方)에게 부치는 백운(百韻) -

두보(杜甫 : 712-770)

비서소감(祕書少監)은 당나라 때의 관제로 경적(經籍)과 도서(圖書)를 관장하기 위해 비서성(秘書省)에 설치한 기구다. 종삼품(從三品) 비서감 1인, 종사품상(從四品上) 비서소감 2인, 종오품상(從五品上) 비서승 1인으로 구성되었다. 정심(鄭審)은 정확한 생몰연대는 불상이고 정주(鄭州) 형양(滎陽) 출신이다. 개원(開元) 초에 감찰어사와 자사(刺史)를 역임한 정요(鄭繇)의 아들이다. 개원 25년(서기 737)년에 감찰어사에 임명되었다가 시어사(侍禦史)로 옮겼다. 천보(天寶) 초에 사훈원외랑(司勳員外郎), 이부원외랑(吏部員外郎)과 이부랑중(吏部郎中) 등의 관직을 거쳤다. 천보 10년 서기 751년 간의대부가 되었다. 숙종(肅宗) 건원(乾元) 연간에 원주자사(袁州刺史)가 되었다. 대종(代宗) 대력(大曆) 3년인 서기 768년에 강릉소윤(江陵少尹)을 끝으로 그 후의 행적은 알 수 없다.

이지방(李之芳)

태어난 해는 알 수 없고 당대종(唐代宗) 3년인 768년에 죽었다. 본관은 지금의 감숙성 진안현(秦安縣)인 농서(隴西) 성기(成紀)이고 지금의 서안(西安)인 경조(京兆)다. 증조부는 당태종의 일곱째 아들 장왕(蔣王) 이운(李惲)이고 조부는 채국공(蔡國公) 이황(李煌)이며 아버지는 이승조(的(李承祖)는 좌무위장군과 채국공의 작위를 물려받았다. 이지방은 종실의 자제 자격으로 관직을 얻었다. 이후로 가부원외랑(駕部員外郎)、제주사마(齊州司馬)、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우사낭중(右司郎中)、공부시랑(工部侍郎)、황문시랑겸검남절도채방사(黃門侍郎兼劍南節度採訪使) 등의 직을 역임했다. 광덕(廣德) 원년인 서기 763년 좌산기상시겸어사대부(左散騎常侍兼御史大夫)의 직책을 갖고 토번에 사신으로 들어갔으나 2년 동안 억류 당했다가 돌아와 예부상서(禮部尙書)와 태자빈객(太子賓客)에 제수되었다. 대력(大曆) 3년인 서기 768년에 협주(峽州)에서 객사했다. 《신당서》와 《구당서》에 전(傳)이 있다. 시문에 능했고 두보와 친교가 깊었기 때문에 두보의 많은 작품에는 그에 대해 언급했다.

태자빈객(太子賓客)은 관명으로 당나라 때 처음 설치되었다. [官名。唐代始置，大唐顯慶元年正月，以左仆射兼太子少師於志寧爲太子太傅，侍中韓瑗、中書令來濟、禮部尚書許敬宗，並爲皇太子賓客，遂爲官員，定置四人。爲太子東宮屬官。掌調護侍從規諫等。凡太子有賓客之事，則爲上齒，蓋取象於四皓（東園公、綺裏季、夏黃公、角裏先生，漢高祖劉邦時期四位年老之人）。姿位閑重，其流不雜。宋、元、明因之，多以他官兼任。清不立太子，不設。《新唐書·百官志四上》：“太子賓客四人，正三品。掌侍從規諫，贊相禮儀，宴會則上齒。]

이 시는 대력(大曆) 2년(서력 768년) 두보가 기주(夔州)의 낭서(灢西)에 있을 때 오언배율(五言排律)의 형식의 시로 두보의 시중 가장 긴 작품이다. 원진(元稹)이 “포진하여 시작하고 끝맺고 성운을 배열한 것이 크게는 천언(千言)이다[鋪陳終始, 排比聲韻, 大惑千言]”라고 극찬한 작품으로 후대에 백운배율(百韻排律)의 효시가 되었다. 이 시는 크게 기주에서의 감회와 정심(鄭審)과 이지방(李之方)에게 부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정심과 이지방은 강릉(江陵)과 이릉(夷陵)에 있었는데 그들이 보낸 안부편지에 대한 답시로 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시는 단순한 답시나 기증시(寄贈詩)만은 아니며 시인의 처지와 평소의 관심사 및 일생의 지향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는 두보의 심혈작이다. 그래서 중간에 장안의 시사를 자세히 논하기도 하며 끝부분에서는 불교에 귀의할 뜻이 표출하기도 했다. 이 시에 대해 구조오(仇兆鼇)와 포기룡(浦起龍) 등 역대 주석가들은 10개의 단락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 시상(詩想)의 안배가 조리 있으면서 변화무쌍하여 두시장법(杜詩章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시의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은 단락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기주(夔州)에서의 영회(詠懷)

2. 기주의 풍경묘사

3. 기주에서의 심정과 일

4. 장안(長安)의 시사(時事)

5. 정심(鄭審)과 이지방(李之方) 두 사람에 대한 칭송

6. 고향 생각과 편지에 대한 감사

7. 낭서(瀼西) 생활의 구체적 묘사

8. 정심과 이지방 두 사람에 대한 권면(勸勉)

9. 출렵(出獵)과 만날 약속

10. 불교에의 귀의

【一】

絕塞烏蠻北(절새오만북)①

먼 변방 오만(烏蠻) 북쪽

孤城白帝邊(고성백제변)。

외로운 백제성 옆

飄零仍百裏(표령잉백리)

떠돌기는 다만 백리뿐인데

消渴已三年(소갈이삼년)。

소갈병은 이미 삼년이 되었다.

雄劍鳴開匣(웅검명개갑)②

보검은 열린 갑에서 울고

群書滿系船(군서만계선)。

많은 책은 메어 있는 배에 가득한데

亂離心不展(란리심부전)

난리통에 마음을 펼치지 못하고

衰謝日蕭然(쇠사일소연)。

노쇠한 몸은 날로 쓸쓸하다.

筋力妻孥問(근력처노문)

근력이 어떠한지 처자식이 묻는데

菁華歲月遷(청화세월천)③

좋은 시절은 세월 따라 가버리고

登臨多物色(등림다물색)

높은 곳에 오르면 온갖 경물이 많아

陶冶賴詩篇(도야뢰시편)。④

시에 의지하여 마음을 달랜다.

주석

① 절새(絶塞)는 아득히 먼 변방이다. 오만(烏蠻)은 《독두심해(讀杜心解)》에 의하면 지금의 시주(施州), 유양(酉陽), 석주(石砫) 등의 땅은 모두 계동토사(溪洞土司)의 관할인데 바로 기주 남쪽에 있다.

②웅검(雄劍) : 시인의 마음에는 아직도 웅장한 마음이 남아 있음을 말한다. 유향(劉向)의《열사전(列士傳)》에 “초왕(楚王)의 부인이 항상 여름에 납량을 위해 쇠기둥을 안곤 했는데 마음에 느낀 바가 있더니 마침내 회임하여 쇠덩이를 하나 낳았다. 초왕이 막야(莫邪)에게 명하여 쇠막대를 주조하여 쌍검을 만들게 하자 3년 만에 자웅(雌雄) 두 검이 완성되었다. 후에 두 검이 떨어지려고 하자 상자 속에서 울더니 이내 자검은 오강(吳江) 속으로 가라앉고 웅검은 초성(楚城)으로 날아가 초왕의 보검이 되었다.”라는 기사가 있다.

③청화(菁華) : 초목의 봄빛 즉 좋은 시절

④도야(陶冶) : 시로써 마음을 다스려 좋은 성정을 기르다.

※《두시상주(杜詩詳注)》에 “시의 첫 단락에서는 기주(夔州)에서 감회를 읊은 까닭을 서술하고 있다. 위 6구에는 기주에서 나그네 생활이 이미 오래되어 시인은 이미 동쪽으로 떠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6구에서는 기주를 떠날 수 없어 애오라지 시에 의지하여 마음을 달랠 따름임을 말하고 있다. ‘절새(絶塞)’, ‘고성(孤城)’은 공히 기주(夔州)를 지칭한다. 공(公)이 운안(雲安)에서 이곳 기주에 이르기까지 130리이고, 영태(永泰) 원년(서기 765년)으로부터 이때까지는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시점이다. 검이 울고, 책이 가득한 배가 묶여 있다는 말은 장차 기주를 떠나려는 마음의 표현이다. 난리를 겪은 몸이 쉽게 노쇠한 신세를 한탄했다.

※《독두심해(讀杜深解)》

첫 2구는 기주성(蘷州城) 즉 백제성(白帝城)을 말하고 다음 2구는 기주에서 머물렀던 세월이다. 칼이 울고 배가 묶여 있다는 말은 삼협으로 내려가려는 문맥의 복선이다. ‘난리(亂離)’ 이후 4구는 근황을 개략했는데 난리로 길이 막히고 몸은 쇠하여 북쪽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이 실현될 수 없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마지막 ‘등림(登臨)’이나 ‘도야(陶冶)’ 등의 2구는 평소 시를 읊어 마음을 달래는 것을 빌려 이 시를 짓게 되었음을 이끌어 내면서 전체 작품을 총괄하여 일으키고 있다.

【二】

峽束滄江起(협속창강기)

협곡은 솟구치는 검푸른 강을 묶고

岩排古樹圓(석배석수원)。

바위가 둥글게 밀쳐내는 고목은

拂雲霾楚氣(불운매초기)

구름을 스치고 초 땅의 기운을 어둡게 하고

朝海蹴吳天(조해축오천)。①

바다에 조회하는 강물은 오 땅의 하늘을 차면서 흐른다.

煮井爲鹽速(저정위염속)

우물을 끓여 소금을 빨리 만들고

燒畬度地偏(소여도지편)。②

따비밭을 태울 때 편벽한 땅도 살피며

有時驚疊嶂(유시경첩장)

첩첩한 높은 산에 놀랄 때가 있을 뿐

何處覓平川(하처벽평천)。③

어디에서 평평한 땅을 찾을 수 있겠나?

鸂鶒雙雙舞(계칙쌍쌍무)④

뜸부기는 쌍쌍이 춤을 추고

獼猿壘壘懸(미원루루현)。

원숭이는 가지마다 매달려있는데

碧蘿長似帶(벽라장사대)

푸른 여라는 허리띠처럼 길고

錦石小如錢(금석소여전)。

비단처럼 고운 조약돌은 조그만 동전 같다.

春草何曾歇(춘초하증헐)

봄 풀이 어찌 시들겠는가?

寒花亦可憐(한화역가련)。

추운 계절에 핀 꽃도 사랑스럽다.

獵人吹戍火(렵인취수화)

사냥꾼은 수루에서 불을 쬐고

野店引山泉(야점인산천)。

들판의 상점은 산속의 물을 끌어다 쓴다.

주석

①조해(朝海) : 바다에 조회하다.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다. 조해(潮海)로 된 판본도 있다. 축오천(蹴吳天) : 강물이 출렁이며 오 땅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축(蹴)이 친(襯)으로 된 판본도 있다.

②여(畬)는 따비밭 즉 화전으로 야산에 잡목을 불살라 일군 밭이다. 탁지편(度地偏)은 산이 높고 험하여 경지가 적은 곳이기 때문에 편벽한 곳의 조그마한 땅오 빠뜨리지 않고 측량한다는 뜻이다. 《두시상주》에서 인용한 《농서(農書)》에 “형초(荊楚) 지방에는 따비밭이 많은데 먼저 불을 놓아 산의 초목을 불사르고 [희로(熂爐)]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씨를 심으며, 3년이 지나 땅 기운이 고갈되면 다시 옆 산에 불을 놓았다. 희(熂)는 불로 초목을 태우는 행위이며, 로(爐)는 불로 산을 태우는 행위다. ”라고 했다. 두전(杜田)이 말하기를 “초나라 풍속에 잡목을 태워 씨앗을 심는 곳을 ‘여(畬)’라 한다. 우선 칼로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작여(斫畬)라 하고, 나무로 자루를 만들고 칼날을 굽은 안쪽으로 향하게 만든 칼을 여도(畬刀)라 한다.”라고 했다.

③평천(平川) : 평평한 들. 《두시상주(杜詩詳注)》에 “협곡 속에는 땅이 깊어 평평한 들이 없다[峽中地浚, 故無平川]”라고 했다.

④계칙(鸂鶒) : 자원왕(紫鴛鴦)이다. 원앙보다 크고 자주색을 띠고 물위에서 짝지어 떠다닌다.

※《두시상주》

이 단락은 기주의 풍경을 읊었다. ‘협속(峽束)’ 이하 4구는 산수를, ‘자정(煮井)’ 이하 4구는 지맥을, ‘계칙(鸂鶒)’ 이하 6구는 물산(物産)을, ‘엽인(獵人)’ 이하 2구는 인사를 기록했으니 모두가 ‘등림다물색(登臨多物色)’을 이어서 쓴 묘사로 ‘고목이 구름을 스치니 그 무성함이 초 땅의 기운을 어둡게 하고, 장강이 바다로 흘러가니 물결이 오 땅을 찬다.’라고 하여 이 구절의 기상이 일세를 웅장하게 덮는다. ‘자정(煮井)’ 이하 구절은 묘사가 기이하고 독창적이고 ‘첩장(疊嶂)’ 이하 구절은 그 묘사가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다. ‘계칙’ 이하 구절은 그윽하고 여유롭게 묘사했다. ‘취화(吹火)’와 ‘인천(引泉)’ 구는 의미심장하고 구절구절이 다 그림 같다.

【三】

喚起搔頭急(환기소두급)①

환기새 울음소리에 급히 머리를 긁적이고

扶行幾屐穿(부행기극천)。②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몇 켤레의 짚신이 구멍이 났을까?

兩京猶薄產(양경유박산)③

두 서울의 가산은 여전히 궁박하고

四海絕隨肩(사해절수견)。

사해의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어졌다.

幕府初交辟(막부초교벽)④

당초에 막부에서 나를 불러

郎官幸備員(낭관행비원)。⑤

다행히 낭관으로 충원되었다.

瓜時猶旅寓(과시유여우)⑥

임기가 끝나도 여전히 나그네 생활하다가

萍泛苦夤緣(평범고인연)。

부평초 같은 삶은 괴롭게 계속 이어졌다.

藥餌虛狼藉(약이허랑적)

약물은 부질없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秋風灑靜便(추풍쇄정편)。

가을바람이 부니 청정하여 편안해진다.

開襟驅瘴癘(개금구장려)，

옷깃을 풀어헤쳐 장기(瘴氣)를 몰아내고

明目掃雲煙(명목소운연)。

눈을 밝아져 구름과 안개도 쓸어버린다.

高宴諸侯禮(고연제후례)

제후의 예로 베푼 성대한 연회에

佳人上客前(가인상객전)。

가인은 상객들 앞에 자리했다.

哀箏傷老大(애쟁상노대)

슬픈 거문고소리에 늙은이는 마음이 아픈데

華屋豔神仙(화옥염신선)。⑦

화려한 집에는 아름다운 신선들뿐이었다.

南內開元曲(남내개원곡)⑧

흥경궁에서 울리던 개원시대 노래를

常時弟子傳(상시제자전)。⑨

당시의 이원제자(梨園弟子)가 전하고 있었는데

法歌聲變轉(법가성변전)⑨

법곡 소리가 가락을 바꾸니

滿座涕潺湲(만좌체잔원)。

온 좌중이 눈물을 줄줄 흘린다.

주석

①환기(喚起) : 새 이름이다. 새 울음소리가 나를 ‘불러 깨우다’는 쌍관(雙關)의 뜻도 있다. [쌍관법 (雙關法) : 한시(漢詩)에서, 상대되는 두 사물을 읊을 때, 위아래 구를 상대되는 글귀로 조응시켜 서로 짝을 이루게 하여 그것으로 한 편(篇) 또는 한 단(段)의 골자로 삼는 수사법.]새벽에 우는 새로 사람을 잠에서 불러 깨우기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소두(搔頭) : 머리를 긁다. 초조하고 근심하는 모습이다. 《두시상주(杜詩詳注)》가 인용한 북송(北宋)의 석혜홍(釋惠洪)이 지은 《냉재시화(冷齎詩話)》에 “환기(喚起)는 소리가 베짱이처럼 둥글게 구르고 맑은데 주로 봄날 새벽에 울기에 강남에서는 춘환(春喚)이라고 부른다. 또 한유의 시에 근거하여 환기를 새임으로 여겼다.”라고 했다. 《서경잡기(西京雜記)》에 “한무제가 이부인에게 들렀을 때 옥비녀를 취하여 머리를 긁었다.”라고 했다. 살펴보건대 이곳엣 환기 또는 쌍관으로 쓰였고 소두(搔頭) 역시 머리를 긁으며 머뭇거리는 뜻으로 빌려 썼다.

②부행(扶行) : 지팡이 즉 죽장(竹杖)이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다니다[부장이행(扶杖而行)]는 쌍관의 뜻으로 볼 수 있다. 기극천(幾屐穿) : 몇 켤레의 나막신에 구멍이 났던가? 몇 켤레의 신발을 떨어뜨렸던가?

③양경(兩京) : 장안(長安)과 낙양(洛陽)이다. 두보의 옛집은 장안의 두곡(杜曲)과 낙양의 언사(偃師) 두 곳에 있었다.

④막부(幕府) : 성도(成都)의 절도사 엄무(嚴武)의 막부를 말한다. 교벽(交辟) : 서로 천거하다. 벽(辟)은 삼공(三公) 이하의 사람이 재야의 현자를 초빙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엄무가 두보를 초빙한 것을 가리킨다.

⑤낭관(郎官) : 엄무의 추천으로 두보의 관직이 절도참모겸검교공부원외랑(節度參謀兼檢校工部員外郞)이 된 것을 말한다. 두보가 낭관이 된 것은 비원(備員)이다. 비(備)는 숫자만 채우고 있을 따름이다라는 뜻으로 일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⑥과시(瓜時) : 오이가 익을 때. 임기가 만료됨을 의미한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의 노장공(魯莊公) 7년(기원전 687년) “제양공(齊襄公)이 대부 연칭(連稱)과 관지보(管至父)에게 규구(葵丘)에 주둔하면서 수자리를 명하면서 ‘내년에 오이가 다시 익을 때가 되면 교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오이가 익을 때가 되었으나 교대를 해주지 않자 연칭과 관지보는 난을 일으켜 제양공을 시해하고 양공의 사촌동생 무지(無知)를 제나라 군주로 세웠다.”라는 기사가 있다.

⑦화옥(華屋) : 백무림(柏茂林)이 연회를 연 곳이다. 원주(原注)에 “ 도독 백중승(柏中丞)이 화옥에서 연회를 열고 이원제자 이선노(李仙奴)의 노래를 들었다.”라고 했다.

⑧남내(南內) : 섬서성 서안시(西安市) 비림구(碑林区)에 소재한 흥경궁(興慶宮)의 별칭으로 당현종(唐玄宗)이 황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곳이다. 현종이 황제에 오르자 대규모로 증축확장하여 태극궁(太極宮), 대명궁(大明宮)과 함께 장안성 내의 삼대내(三大內) 즉 3대 궁궐의 하나가 되었다.

⑨법가(法歌) : 고대 악곡으로 불교의 법회(法會)에 쓰였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다. 서역 각국의 음악과 한족의 청상락(淸商樂)이 서로 융합하여 수당대의 법곡이 되었다.

⑩제자(弟子) : 《당회요(唐會要)》에 “개원(開元) 2년 (715년) 주상이 이원(梨園)에서 직접 법곡(法曲)을 가르쳤는데 배운 사람들을 황제의 이원제자라고 불렀다.

※《두시상주(杜詩詳注)》

이 단락은 기주(夔州)에 있을 때의 정사(情事)를 읊고 있다. ’‘환기(喚起)’, ‘부행(扶行)’은 곧 두보 자신의 쇠약해진 모습을 의미한다. 모두 곤궁한 생활로 영락한 처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 2구는 아래를 이끄는 단서가 된다. ‘양경(兩京)’ 이하 4구는 기주에서 나그네살이 하는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과시(瓜時)’ 이하 6구는 병든 중에 마주친 경물로 괴로움 속에 즐거운 뜻이 있다. ‘고연(高宴)’ 이하 8구는 여행 중에 느낀 감회로 즐거움 속에 슬픈 생각이 있다. 마음이 괴롭기 때문에 머리를 긁고 길이 험하기에 신발이 떨어진 것이다. ‘박산(薄産)’의 구는 전원이 오래도록 황폐한 것이다. ‘수견(隨肩)’ 구는 나날이 죽어가는 옛 친구를 가리킨다. ‘막부(幕府)’ 2구는 추천해서 이끌어준 엄무(嚴武)에 대한 회상이며 ‘여우(旅寓)’ 2구는 앞의 ‘표령(飄零)’에 호응한다. ‘약이(藥餌)’ 2구는 앞서 소갈병에 호응한다. ‘개금(開襟)’과 ‘명목(明目)’ 구는 위의 가을바람을 이어받는다. ‘고연(高宴)’ 4구는 변화된 절도사 진영을 의미한다. ‘남내(南內)’ 4구는 당현종(唐玄宗)의 일락(逸樂)을 느낀 것이다.

《독두심해(讀杜深解)》

‘환기(喚起)’와 ‘부행(扶行)’은 기주의 경물을 이어서 자신에게 연결하고 있다. ‘양경(兩京)’의 가산이 여전히 궁박하다는 것은 북쪽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뒤 단락의 복선이고, 사해의 친구들과 끊어졌다는 것은 뒤의 두 사람에게 나아가고자 하는 단락의 복선인데 여기서는 나그네 생활하는 것을 이끄는 단서가 된다. ‘막부(幕府)’ 4구는 촉 땅에서 기주로 이주한 이유다. ‘약이(藥餌)’ 4구는 가을 경치를 곁들여 이끌어내고 있다. ‘고연(高宴)’ 4구는 ‘허필(虛筆)’ 아래 4구를 이끌고 있다. ‘남내(南內)’ 4구는 본래는 기주에서 접한 연회를 거듭 말한 것인데 연회장의 옛 이원제자(梨園弟子)를 빌려 장안 이야기로 넘어간 것이다.

[四]

吊影夔州僻(조영기주벽)①

궁벽한 기주에서 그림자를 위문하며 지내니

回腸杜曲煎(회장두곡전)。②

두곡을 생각하면 꼬인 창자가 타는 듯하다.

即今龍廄水(즉금용구수)③

지금 장안의 원마문의 위수(渭水) 강물은

莫帶犬戎膻(막대견융단)。

견융의 누린내를 띠지 않았을까?

耿賈扶王室(경가부왕실)④

경엄과 가복 같은 장수가 왕실을 돕고

蕭曹拱禦筵(소조공어연)。⑤

소하와 조참 같은 신하가 황제를 호위하여

乘威滅蜂蠆(승위멸봉채)

위세를 타고 벌과 전갈 같은 놈들을 격멸하고

戮力效鷹鸇(륙력효응전)，

힘을 합쳐 송골매의 충정을 바쳤다.

舊物森猶在(구물삼유재)，

옛날의 문물은 엄연히 그대로 있건만

凶徒惡未悛(흉도악미준)。

흉악한 무리들은 여전히 뉘우치지 않아

國須行戰伐(국수행전벌)，

나라는 어쩔 수 없이 전벌을 해야 하는데

人憶止戈鋋(인억지과연)，

사람들은 전쟁을 멈출 것만 생각한다.

奴仆何知禮(노복하지례)⑥

종놈이 어찌 예를 알겠는가?

恩榮錯與權(은영차여권)。⑦

은총으로 권력을 잘못 나누어주어

胡星一彗孛(호성일혜패)⑧

오랑캐의 별이 한 번 혜성이 되니

黔首遂拘攣(검수수구련)。

백성들은 마침내 마수에 걸려들었다.

哀痛絲綸切(애통사륜절)⑨

애통 절실한 조서는

煩苛法令蠲(번가법령견)。

가혹한 법령을 제거해 밝게 해주었다.

業成陳始王(업성진시왕)，

공업이 이루어져 왕정 시작할 때를 이야기하고

兆喜出於畋(조희출어전)。

기쁜 징조는 사냥할 때 나타났다.

宮禁經綸密(궁금경륜밀)⑩

궁궐에서는 경영이 엄밀하고

台階翊戴全(태계익대전)。⑪

고대의 계단에서는 보좌가 온전했다.

熊羆載呂望(웅파재여망)⑫

곰 대신 태공망을 싣고 오니

鴻雁美周宣(홍안미주선)。⑬

《홍안(鴻雁)》시로 주선왕(周宣王)을 찬미했다.

주석

①조영(弔影) : 그림자에게 조문하다 혹은 그림자와 서로 위문하다. 고독하고 적막함을 비유하다.

②두곡(杜曲) : 지금의 섬서성 서안시 두곡가도(杜曲街道)로 당나라 때 두씨 집성촌으로 두보의 고택이 있던 곳이다.

③용구(龍廐) : 천자의 마구간이다. 장안의 원마문(苑馬門)으로 두보의 자주(自注)에 “서경 용구문은 원마문이다. 위수가 원문(苑門) 안으로 흘렀다. [西京龙廐门 苑马门也, 渭水流苑门内]”라고 했다. 《두시상주(杜詩詳注)》가 인용한 통감(通鑑)주(注)에 “ 당나라 금원(禁苑) 남문은 곧장 궁성의 현무문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북으로 위수를 베고 있고 원내에 비룡(飛龍), 상린(祥麟), 봉원(鳳苑) 등 여섯 군데의 천자 전용 마굿간이 있었다.”라고 했다.

즉금(卽今) 이하 2구 : 《구가집주두시(九家集注杜詩)》가 인용한 《조차공주(趙次公注)》에 “두보가 기주(夔州)에 머무르고 있을 때 중원의 소식을 몰랐기 때문에 근심하고 의심하여 지금 용구문(龍廐門) 가의 물이 개나 양 같은 오랑캐들에 의해 비린내나고 더럽혀지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④경가(耿賈) : 후한의 광무제(廣武帝)가 신임했던 장수 경엄(耿弇)과 가복(賈復)을 말한다. 여기서는 당나라를 지탱하고 있던 여러 장수들을 지칭한다.

⑤소조(蕭曹) : 한고조 유방의 창업공신 소하(蕭何)와 조참(曹參)을 말한다. 여기서는 이광필(李光弼)이나 곽자의(郭子儀) 같은 당시의 공신들을 비유했다. 《두시상주》에 인용된 《한서(漢書)·병길전(丙吉傳)》의 찬(贊)에 한고조의 개국에 소하와 조참의 공이 으뜸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이를 빌려 이광필이나 곽자의 같은 여러 무장들을 비유했다.

⑥노복(奴僕) : 당대종(唐代宗) 때의 환관 정원진(程元振)을 지칭한다. 안록산을 가리킨다는 구설은 틀리다.

정원진(程元振) : 태어난 해는 알 수 없고 당 광덕(廣德) 2년인 서기 764년에 죽은 당 대종 때의 환관이다. 지금의 섬서성 삼원현(三原縣)인 옹주(雍州) 삼원현(三原縣) 출신이다. 스스로 거세하고 궁궐에 들어가 내시성(內侍省)의 환관이 되었다. 환관 이보국(李輔國)과 힘을 합쳐 대종(代宗)을 옹립했다. 그 공으로 우감문위장군(右监门卫将军)과 지내시성(知内侍省)에 임명되었다. 후에 진군대장군(镇军大将军)、우감문위대장군(右监门卫大将军)으로 승직하고 보선후(保宣侯)의 작위를 받아 금군(禁軍)의 통령이 되어 군권을 장악하고 이어서 표기대장군(骠骑大将军)이 되고 빈국공(邠国公)에 봉해졌다. 보응원년 원년인 서기 762년 이보국과 권력을 다투다가 원수부 행군사마가 되고 자객을 보내 이보국을 살해했다. 광덕(廣德) 2년인 서기 764년 정변을 획책하다가 어사대부 왕승(王升)에게 발각되어 지금의 사천성 기강현(綦江县)인 진주(溱州)로 유배형에 처해져 도중에 원한을 품고 있던 사람에게 살해되었다.

⑦착여권(錯與權) : 잘못 권력을 나누어주다. 대종(代宗)이 미천한 출신의 정원진(程元振)같은 환관에게 지나치게 은총을 베풀어 대권을 나누어준 것을 말한다.

⑧호성(胡星) : 묘성(卯星)으로 호인(胡人)을 의미한다. 혜패(彗孛) : 혜성(彗星)과 패성(孛星)으로 옛날 사람들은 이 별들의 출현을 재난의 징조로 여겼다. 안록산과 사사명이 반란을 일으킨 곳이 호(胡) 땅임을 의미한다.

⑨사륜(絲綸) : 왕의 말은 처음에는 가늘고 미세하기가 실[사(絲)]과 같으나 그것아 나와서 밖에서 행해질 때는 점점 커져 굵은 실[륜(綸)]과 같다는 뜻으로 출전은 《예기(禮記)·치의(緇衣)》의 ‘王言如絲(왕언여사), 其出如綸(기출여륜)’ 로 후에 제왕의 詔書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ehldTek. 여기서는 영태(永泰) 원년(765)에 대종이 자신을 책망한 조서다.

⑩궁금(宮禁) : 황제가 거처하는 궁중은 금위(禁衛)가 삼엄하게 지키기 때문에 함부로 출입이 불가하여 궁금이라고 불렀다. 경륜(經綸) : 나라의 일을 경영하고 처리하다.

⑪태계(台階) : 태계(泰階)다. 《한서(漢書)·동방삭전(東方朔傳)》에 “태계육부(泰階六符)를 말씀드리고 천변을 살펴본 바 잘못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願陳《泰階六符》以觀天變 不可不省]”라는 기사가 있다. 응소(應召)의 주에 “ 태계(泰階)는 하늘의 세 개의 계단에 상계(上階)는 천자를, 중계(中階)는 제후공경(齊侯公卿), 하계(下階)는 사(士)와 서민(庶民)을 위한 계단이다. ”라는 기사가 있다.

⑫웅비(熊羆) : 주문왕이 강태공 여상(呂尙)을 얻어 주나라가 천하를 차지한 일의 전고다. 곽자의를 여상에 비유했다.

《두시상주》에 인용된 홍매(洪邁)의 《용재수필(容齋隨筆)·사기(史記)》에 “서백(西伯)이 사냥을 나가 강태공을 만났는데 그 점괘에 용도 아니고 이무기도 아니며 호랑이도 아니고 말곰도 아니었다.”라고 기대되어 있는데 최인(崔因)은 《달지(達旨)》에서 《사기(史記)》를 인용하면서 “곰도 아니고 말곰도 아니다.”라고 했다.

⑬《홍안(鴻雁)》: 《시경(詩經)》《소아(小雅)》의 편명이다. 백성을 안정시켜 모이게 한 주선왕(周宣王)을 찬미한 시다. 후에 이 시는 제왕을 찬미하는 전고가 되었다. 대종을 주선왕에 비유했다.

※《두시상주(杜詩詳註)》

이 단락은 장안의 시사(時事)를 회상했다. 기주(夔州) 구는 위를 받고 두곡(杜曲) 구는 아래를 이끈다. 용구(龍廐)의 물에 비린내가 난다는 말은 토번(土蕃)이 경사(京師)를 함락시킨 일을 의미한다. 경가(耿賈) 이후 4구는 감숙성 영무(靈武)에서 당현종의 제위를 물려 받은 숙종이 새로 임용한 장군과 재상을 묘사했다. 구물(舊物) 4구는 그 당시 반군의 장수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했다. 노복(奴僕) 4구는 모든 화란(禍亂)의 원인은 당대종이 총애한 환관 정원진(程元振)이라고 표현했다. 애통(哀痛) 이하의 구는 대종이 경사로 돌아온 일을 가리키고 구물(舊物) 구는 황제의 경성이 예전과 같음을 말했다. 흉도(凶徒) 이하의 구는 부장(副將) 이회옥(李懷玉)이 절도사인 후희일(侯希逸)을 쫓아낸 일이나 복고회은(僕固懷恩)이 토번을 유인한 일을 가리킨다. 왕도준(王道俊)의 《박의(博議)》에 “공은 대종이 하북지방으로 가서 그들의 죄를 묻지 못하고 다만 전쟁을 그치게 했다는 명성을 사모하여 키웠다고 본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반드시 진벌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전쟁을 멈출 것만 생각한다.’고 했으니 대첼 그것을 슬퍼했다.”라고 했다. 노원창(盧元昌)의 주에 “정원진(程元振)은 노복(奴僕)인데도 잘못 대권을 주어서 장수와 병사의 마음이 해이해지는 데 이르렀고 외부의 오랑캐가 쳐들어와서 백성이 고통스럽게 되었다. 예전에 안녹산을 노복으로 여긴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주학령(朱鶴齡) 주에 “《구당서(舊唐書)》본기에 영태(永泰) 원년 (765) 정월에 황제가 조칙을 내려 자신을 책망했고 영태 2년 11월에 크게 사면을 행하고 연호를 고쳤으며 십무세일법(十畝稅一法)을 정지시켰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이른바 애통한 조서가 절실하고 가혹한 법령을 제거했다”고 했다. 전겸익(錢謙益)의 전(箋)에 “시왕(始王)은 대종이 처음 정치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어전(於畋)’은 문왕이 사냥을 나간 것으로 대종이 섬주(陝州)로 행차한 것을 비유한다. ‘궁금(宮禁)’ 2구는 ‘진시왕(陳始王)을 이어서 임금 자신에서부터 여러 신하에게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웅비(熊羆)’ 2구는 ‘출어전(出於畋)을 이어서 대신(大臣)에서부터 군주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고 있다. ’웅비(熊羆)‘는 아마 곽자의(郭子儀)가리킨 듯하다.

※《독두심해(讀杜深解)》

‘조영(吊影)’, ‘회장(回腸)’ 구는 전환이 자유롭다. 이하에서는 장안의 일을 서술하고 있는데 옛 주석처럼 구절마다 어떤 일이라며 가리며 실증할 필요는 없다. 대체적으로 오랜 난리를 평정하기 어려워 병사들은 교만하고 백성은 고통스러우니 임금이 마땅히 치세를 바라고 현자를 구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약간 풍자적인 말을 기탁했으면서 도 도리어 송찬체(頌讚體)이기에 정심과 이지방에 대한 언급으로 넘어가는 원이 된다.

[五]

側聽中興主(측청중흥주)①

귀 기울여 중흥의 군주에 대해 듣고

長吟不世賢(장음부세현)。②

길게 불세출의 현인들을 읊는다.

音徽一柱數(음휘일주수)，

편지는 일주관에서 자주 오고

道裏下牢千(도리하뢰천)。

거리는 하뢰관까지 천리다.

鄭李光時論(정리광시론)，

정감(鄭監)과 이빈객(李賓客)께서는 지금의 여론에서 빛나고

文章並我先(문장병아선)。

문장은 모두 나보다 뛰어나며

陰何尚清省(음하상청성)③

음갱과 하손처럼 청신하고 간명함을 숭상하고

沈宋欻聯翩(심송훌연편)。④

심전기와 송지문과 문득 연이어 날아간다.

律比昆侖竹(율비곤륜죽)⑤

음률의 세밀함은 곤륜의 대나무 같고

音知燥濕弦(음지조습현)。

소리를 구분함에 현의 마르고 습함도 알고 있으니

風流俱善價(풍류구선가)⑦

문채의 풍류는 모두 좋은 값을 받을만 하고

愜當久忘筌(협당구망전)。

말의 이치는 마땅하여 오래도록 언전(言筌)을 잊었다.

置驛常如此(치역상여차)⑦

항상 역을 설치하여 손님을 맞은 정당시(鄭當時)처럼 행했고

登龍蓋有焉(등륭개유언)。⑧

아마도 이응의 등룡문이 여기에 있을 것이니

雖雲隔禮數(수운격예수)

비록 예의와 법수가 다른 신분이지만，

不敢墜周旋(불감추주선)。

감히 교제를 끊을 수 없었다.

高視收人表(고시수인표)，

높은 안목으로 인재를 거둬들이고

虛心味道玄(허심미도현)。

허정한 마음으로 현모한 도를 즐기니

馬來皆汗血(마래개한혈)，

찾아오는 말은 모두 한혈마이고

鶴唳必青田(학루필청전)。⑨

우는 학은 필시 청전(靑田)의 것이다.

羽翼商山起(우익상산기)⑩

태자를 돕는 이들은 상산에서 일어났고

蓬萊漢閣連(봉래한각연)。⑪

비서소감의 봉래각은 한 대의 국각에 이어졌으며

管寧紗帽淨(관녕사모정)⑫

관녕의 오사모는 깨끗하고

江令錦袍鮮(강령금포선)。⑬

강총의 금포는 선명하다.

東郡時題壁(동군시제벽)，

동군에서 때때로 벽에 시를 쓰고

南湖日扣舷(남호일구현)

남호에서 날마다 뱃전을 두드렸으며

遠遊淩絕境(원유능절경)，

멀리 노닐어 지극히 아름다운 곳에 이르고

佳句染華箋(가구염화전)。

아름다운 시구로 고운 종이를 물들였다.

주석

①측청(廁廳) : 몸을 기울여 듣다. 존경을 표시하다. 중흥주(中興主) : 중흥의 군주로 당대종(唐代宗)을 가리킨다.

②불세현(不世賢) : 불세출의 현인으로 정심(鄭審)과 이지방(李之方)을 가리킨다.

③음하(陰何) : 음갱(陰鏗)과 하손(何遜)이다. 두 사람은 남조(南朝) 때 유명한 시인으로 두보가 평소 존경했던 인물이다. 정심과 이지방을 비유했다.

④심송(沈宋) : 초당 시기 율시(律詩)의 격률(格律)을 완성시킨 심전기(沈佺期)와 송지문(宋之問)을 가리킨다.

⑤곤륜죽(崑崙竹) : 곤륜산의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한서·율력지(律曆志)》에 ”황제(黃帝)가 영륜(伶倫)을 시켜 대하(大夏)의 서쪽, 곤륜산의 북쪽에 가게 하여 해곡(嶰谷)의 대나무를 취하여 두 마디 사이를 잘라 불러 황종(黃鍾)의 궁(宮)으로 삼았다.

⑥조습현(燥濕弦) : 마르고 습한 현(弦) 혹은 현의 마르고 습한 정도를 뜻한다.《한시외전(韓詩外傳)》에 “대저 때에는 마르고 습함이 있고 현에는 느슨하고 팽팽해짐이 있어 음률을 조정하는데 이를 기록할 수는 없다.[夫時有燥濕, 絃有緩急, 徽指推移, 不可記也]”라고 했다.

⑦선가(善價) : 고가(高價), 좋은 가격으로 두 사람의 문장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자한(子罕)》에 “자공(子貢)이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을 경우, 이것을 궤 속에 넣어 감추어 두시겠습니까? 좋은 값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자다.”라고 했다.

⑧등룡(登龍) : 등용문(登龍門)이다. 후한(後漢) 때 이응(李膺)을 접견하고 그의 인정을 받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이지방이 인재를 잘 대우했음을 의미한다. 구가지집두시에 “이응은 유독 풍도와 의기가 있어 병성이 절로 높았다. 선비로 그의 접견과 인정을 받는 것을 이름하여 용문에 올랐다고 했다.

⑨청전(青田) : 절강성 청전현(淸田縣) 서북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학(鶴)으로 유명한 이 산은 학을 유며아여 청전학(淸田鶴)이라고 하는데 전설에 신선이 기르던 학이라고 했다. 여기서 학은 고결하고 재주 있는 선비를 비유했다.

⑩우익(羽翼) : 진나라가 망하고 이어진 초한전쟁 때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이 전란을 피해 상산(商山)에 은거한 은사들로 당시 80세가 넘는 노인이었다. 그들은 수염과 눈썹이 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 불렀다. 후에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창건한 한고조 유방이 태자 유영(劉盈)이 심약하여 기업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척부인 소생 유여의(劉如意)룰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 유영의 친모 여태후가 장량(張良)의 계책을 써서 상산사호를 불러 태자를 보좌하게 했다. 어느 날 태자의 뒤를 따르던 상산사호를 발견한 고조는 척부인을 향해 태자 유영이 날개가 이미 자라 높이 날고 있기 때문에 자기로써는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하고 태자를 바꾸려는 마음을 멈추었다. 우익이성(羽翼已成)의 전고다. 이지방이 태자빈객(太子賓客)의 벼슬을 살았음으로 상산사호에 비유했다.

⑪蓬萊漢閣連(봉래한각연) : 봉래각이 한나라의 궁각(宮閣)과 이어지다. 비서소감인 정심의 근무처를 말한다. 《구가집주두시(九家集注杜詩)》의 조차공(趙次公) 주에 “이 구절은 정심(鄭審)을 말한다. 정심은 비서감이었기에 봉래하는 글자를 사용했다. 《후한서(後漢書)》에 학자들은 ‘동관(東觀)’을 일러 노씨장실(老氏藏室), 도가봉래산(道家蓬萊山)이라고 했다. 당대(唐代)에 비서감은 도서와 비기(祕記)를 담당한 한대(漢代)의 동관이다. 두보는 뒤에《寄題鄭監湖上亭(기제정감호상정) 제목의 시에서 또 이르길 ‘잠시 봉래각에서 주춤하더니 끝내 강해(江海)의 사람이 되었다. 이 구절에서 비서감이 되었ㄷ는 것은 곧 봉래산에 있다는 것인데 그 땅이 한 대의 궁각과 서로 이어졌다는 것은 모두가 궁궐 안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했다. ‘동관(東觀)’은 후한(後漢) 왕조 때 모든 서적을 모아 두었던 서고로 이름난 선비들을 이곳에 모아 저술토록 했기 때문에 학자들이 이 동관을 노씨장서실(老氏藏書室 : 노자의 장서각)이나 도가봉래산(道家蓬萊山)에 비유했다.《후한서(後漢書)》에 “유학의 방 자리를 중하게 여겨 우상(右庠)에 성하게 두시고, 도가의 산을 본떠서 동관을 활짝 열였다[重儒室之席 蔚置於右庠 法道家之山 盛開於東觀]”라고 했다. 상(庠)은 중국 고대의 교육기관으로 500가를 기준으로 세운 학교다. 귀족들인 국인은 우상(右庠) 혹은 상상(上庠), 서민들은 좌상 혹은 하상(下上)이라고 했다.

⑫管寧(관녕) : 삼국시대 위(魏)나라 사람으로 학문이 깊었다.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와 명제(明帝) 조예가 벼슬을 내렸으나 다 사양하며 받지 않았고 집에서 늘 오사모(烏紗帽)를 쓰고 있ㅇㅆ다고 한다. 여기서는 세상을 피한 관영으로 이미 물러난 정심을 비유했다.

⑬강령(江令) : 남조 진(陳)나라 사람인 강총(江總)이 진후주(陳後主)의 총애를 받아 벼슬이 상서령(尙書令)에 이르렀기 때문에 강령(江令)이라 불리게 되었다. 태자빈객이었던 이지방과 비유했다. 《두시상주(杜詩詳註)》에 인용된 《강총집(江總集)·산수납포부서(山水衲袍賦序)》에 “황태자가 나라를 감독하고 남은 여가에 공손하게 연회를 마치며 납포를 하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라고 했다. 부(賦)에 이르기를 “재봉한 곳에는 수많은 골짜기가 몸을 둘렀고, 바느질한 곳에는 수천 개의 바위가 눈을 비추네. 무늬와 색채는 빛나는 것 같고 향기는 난초 국화와 같다고 했으니 도포의 선명함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江總集山水衲袍賦序雲皇儲監國餘辰 劳谦终宴，有令以纳袍降赐,賦雲 裁縫則萬壑縈體 垺符采於雕煥 並芬芳於蘭菊. 袍之鮮麗可知]”라고 했다.

※《두시상주(杜詩詳註)》

정심과 이지방 두 사람을 칭송한 단락이다. 측청(側廳) 구는 위를 이어받고 장음(長吟) 구는 아래를 이끈다. ‘편지가 잦다’는 말은 정심의 편지가 자주 이른 것이다. ‘거리가 천리다.’라는 말은 이지방의 거처가 멀지 않은 것이다. ‘정리(鄭李)’ 8구는 두 사람의 시재(詩才)를 칭찬했고 ‘치역(置驛)’ 8구는 두 사람의 우의(友誼)를 칭송했다. ‘우익(羽翼)’ 8구는 두 사람의 벼슬살이 치적을 칭송했다. 형주(荊州)에서는 일주관(一柱觀)이 있고 협주(峽州)에는 하뢰관(下牢關)이 있다. ‘치역(値域)’은 정심에 해당하고 ‘등룡(登龍)’은 이지방이 해당한다. ‘주선(周旋)’은 공이 더불어 왕래하길 원한다는 뜻이다. ‘수인표(收人表)’는 그들이 선비를 아꼈다는 말이고 ‘미도현(味道玄)’은 그들이 도를 좋아했음을 의미한다. ‘마래(馬來)’와 ‘학려(鶴唳)’ 구는 인재들이 즐거이 귀의했음을 비유했다. 조차공은 “이지방이 태자빈객이라서 상산사호(商山四皓)의 일을 썼고 정심은 비서소감이랏 봉래각(蓬萊閣)에 가깝다. 정심은 이미 관직에서 물러나서 은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녕사모(管寧紗帽)’에 비하고 있고, 이지방은 조정에 벼슬을 하고 있기에 ‘강령금포(江令錦袍)’에 비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주학령의 주에 “이릉군(夷陵郡)은 夔州의 동쪽에 있기 때문에 동군(東郡)이라고 했고 남호(南湖)는 정심이 머무는 정자다.”라고 했다. 전겸익의 전에 “동군, 남호는 두 사람이 하는 일이 없을 탄식하고, 그들이 어진데도 등용되지 못한 것을 아쉬어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