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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19 09:12:08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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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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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高(등고)
두보(杜甫)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세차게 바람 부는 날 하늘은 높고 원숭이 슬피 우는데
渚清沙白鳥飛回(저청사백조비회)
맑은 물 하얀 섬 위에 새들이 배회한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이 이어진 숲속의 낙엽 쓸쓸히 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아득한 장강의 물결은 도도하게 흐른다.
萬裏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리 타향에서 가을을 슬퍼하는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평생토록 병든 몸으로 대에 홀로 오르니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가난에 찌들어 서리같이 하얗게 된 살쩍 한 스럽고
潦倒新停濁酒杯(료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잔한 몸이 되어 이제는 탁주조차 못 마신다.
이 작품은 767년 대력(大曆) 2년에 나온 두보의 가장 유명한 칠언율시이다. 본래 「구일오수(九日五首)」중 하나였다. 시인이 중양절(重陽節)에 병든 몸을 이끌고 높은 곳에 올라 본 감회를 쓴 것으로, 이를 통해 자기 일생의 불행에 대한 감개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 전체에 비장미가 넘치고 있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중양절(重陽節)은 음력 9월 9일 날 지내는 명절로 액운을 막기 위해 주머니에 산수유를 넣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다. 9가 겹치는 9월 9월을 중구(重九)라고 하다가 9는 양의 수임으로 중양절이 되었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오균(吳均)이 지은 《속제해기(續齊諧記)》의 『구일등고조(九日登高條)』에 중양절 풍습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동진(東晉) 시대 환경(桓景)이란 사람이 비장방(費長房)을 따라 수년간 학문을 배웠다. 하루는 장방이 ‘9월 9일에 집안에 재앙이 있을 터이니 급히 집을 떠나야 한다.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붉은 조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 팔에 매고 높은 곳에 올라 국화를 마시게 하면 재앙을 멸한 것이다.’라고 했다. 환경이 그 말을 따라 온 집안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보니 기르던 닭, 개, 소, 양 등이 모두 폭사해있었다. 장방이 이를 듣고 동물들이 대신 죽어 액땜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9월에 등고음주(登高飮酒)하고 부인들이 수유 주머니를 차는 풍습은 이 일에서 시작되었다.」
두보는 자신의 비애를 묘사하면서도 기세를 잃지 않고 격동적 색채를 유지하고 있는 웅대한 자신의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언어가 정제되어 있고, 모든 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구가 자연스러워 두보의 율시 중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다. 그래서 양륜(楊倫)은 『두시경전(杜詩鏡銓)』에서 이 시를 두보의 칠언율시 중 최고라고 칭찬을 하였으며, 호응린(胡應麟)은 『시수(詩藪)』에서 한층 더 나아가 고금의 칠언율시 중 최고라고 평가하였다.
전반부 4구는 높은 곳에 올라 보고 들은 것을 쓴 것이다. 제1연은 기주를 둘러싸고 있는 특정한 환경을 대구를 사용해서 묘사해내고 있다. ‘풍급(風急)’ 2자를 사용해서 전체 연을 이끌고 있으며, 첫 구부터 만고에 절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주는 예전부터 원숭이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협곡 입구가 바람이 세기로 유명하였다. 보통 가을날은 하늘이 높고 공기가 상쾌한 것인데, 이곳은 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고, 시인이 이때에 높은 곳에 올라 협곡 속에서 들려오는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고 1구와 같이 표현해낸 것이다. 그러다 시인은 시선을 이동해 높은 곳에서 아래쪽 물가를 바라본 것이고, 그곳에는 맑은 물가의 새하얀 모래톱에 마치 바람을 맞이하는 하는 것처럼 날아서 돌아오고 있는 새들의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이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시키고 있다.
둘째 연에서는 기주 가을의 전형적인 특징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고개를 들어 아득히 먼 곳에서 가을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또 고개를 숙여 쉬지 않고 흐르고 있는 장강의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시인은 경물을 묘사한 것과 동시에 자신의 정회를 짙게 드러냈다. ‘무변(無邊)’·‘불진(不盡)’은 ‘소소(蕭蕭)’와 ‘곤곤(滾滾)’을 더욱 형상화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연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노년에 접어들어 웅대한 의지를 이루기 어렵게 된 것에 대한 시인의 슬픔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 연은 대구를 사용하여 침울하고 슬픈 감정을 드러냄으로 시인의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최고의 시구로 꼽고 있기도 하다.
앞의 두 연에서 가을의 경치를 주로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셋째 연에서야 비로소 ‘추(秋)’자가 나온다. ‘독등대(獨登臺)’는 시인이 높은 누각에 올라 먼 곳을 조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눈앞의 전경과 시인의 심정을 긴밀하게 연결해주고 있다. ‘상작객(常作客)’은 시인이 오랜 생활 유랑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백년(百年)’은 원래 유한한 인생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주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시인이 말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비추(悲秋)’는 시인의 침통함을 표현한 것이다. 가을이라고 해서 반드시 슬픈 것은 아니지만, 시인이 처량하고 광활한 가을 경치를 목도하고는 그 속에서 뜻하지 않게 늙고 병들어 타향에서 떠돌고 있는 자신의 신세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의 객지생활의 고통과 고독감이 강물에 떨어지는 낙엽과 잘 어우러져 정경교융(情景交融)의 경지를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시는 이 연에서 오랜 타향살이에서 고독감과 늙고 병든 자신에 대한 슬픔에다 인생의 만년에 느끼는 개탄을 더하여 시의를 더욱 깊게 해주고 있다.
마지막 연은 셋째 연을 이어 시인 자신의 생에서 겪은 고통과 나라의 상황에 대한 근심이 더해져 흰머리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거기에 병으로 인해 술까지 끊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비통함을 더해준다. 본래는 흥취가 흘러 넘쳐 누대에 올라 조망을 하려 하였지만, 지금은 비할 데 없는 슬픔만이 넘치고 있는 시인의 모순된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의 전반부는 경물을 묘사하고 후반부는 감정을 서술하여 작법상에서도 교차의 빼어남을 드러내었다. 첫째 연에서는 구체적 경물의 형태, 색, 소리를 눈에 보이듯이 그려내었다. 둘째 연에서는 전체 가을날의 분위기를 표현해서 독자가 상상을 통해 전체 정경을 그려내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연에서는 시인의 감정을 표현해내었는데, 종(시간)·횡(공간) 두 방면을 모두 묘사하여 타향에서 오랜 세월 나그네의 생활을 하고 있고 늙고 병들어 여생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드러냈다. 마지막 연에서는 백발이 늘어나고 병으로 인해 술까지 끊어야 하는 원인이 조국에 대한 걱정과 삶의 고통에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두보의 우국우민(憂國憂民)의 정신이 이 작품에서도 넘쳐나고 있다.
【끝】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중국문학, 2013. 11., 정호준, 박재우, 위키미디어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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