箜篌引(공후인)

왕창령(王昌齡)

자는 소백(少伯)이고 지금의 강소송 남경인 강령(江寧) 출신이다. 727년 진사에 급제하여 비서성 교서랑(秘書省校書郞)이 되었고, 734년 박학굉사(博學宏詞)의 시험에 합격하여 사수(汜水)의 위(尉)가 되었다. 사수는 지금의 하남성 성고현(成皐縣)이다. 그러나 복무태도가 불량하다고 소문이 나서 강령의 승(丞)으로 강등되었다가 용표(龍標:湖南省 黔陽)의 위(尉)로 좌천되었다. 왕강령이나 왕용표는 그의 임지의 이름에서 딴 호칭이다.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자사(刺史)인 여구효(閭丘曉)의 시기를 받아 살해되었다.

그의 시는 구성이 긴밀하고 착상이 청신하며, 특히 칠언절구에서 뛰어난 작품이 많다. 여인의 사랑의 비탄을 노래한 《장신추시(長信秋詩)》《규원(閨怨)》, 특히 변경의 풍물과 군인의 향수를 노래한《출새(出塞)》《종군기(從軍記)》가 유명하다. 시집《왕창령 전집》(5권)과 그의 저술로 전하여지는 시론서《시격(詩格)》《시중밀지(詩中密旨)》 각 1권이 남아 있다.

盧溪郡南夜泊舟(노계군남야박주)①

노계군 남쪽에 이르러 밤이 되어 정박하니

夜聞兩岸羌戎謳(야문양안강융구)

양쪽 강안에서 강융의 노래소리 들려온다.

其時月黑猿啾啾(기시월흑원추추)

이윽고 달이 사라지고 짹짹 우는 원숭이 소리

微雨沾衣令人愁(미우점의령인수)

옷을 적시는 보슬비가 사람 마음 울적하게 한다.

有一遷客登高樓(유일천객등고루)

폄적된 관리 배에 내려 고루에 올라

不言不寐彈箜篌(불언불매탄공후)

말없이 앉아 공후를 탄다.

彈作薊門桑葉秋(탄작계문상엽추)②

공후 소리 계문 밖의 뽕잎 늘어지고

風沙颯颯青塚頭(풍사삽삽청총두)③

모래바람은 청총의 꼭대기에 쏴쏴 불어온다.

將軍鐵驄汗血流(장군철총한혈류)④

피땀을 흘리는 철총마(鐵驄馬)를 탄 장군은

深入匈奴戰未休(심입흉노전미휴)

흉노 땅 깊숙이 쳐들어가 쉴 틈이 없는데

黃旗一點兵馬收(황기일점병마수)

노란색 깃발 한 번 휘둘러 병사와 군마를 거둔다.

亂殺胡人積如丘(난살호인적여구)

잡아 죽인 오랑캐 시체는 언덕을 이루고

瘡病驅來配邊州(창병구래배변주)

부상병과 병자는 변경으로 보낸다.

仍披漠北羔羊裘(잉피막북고양구)⑤

막북의 양가죽 외투를 몸에 걸치고

顏色饑枯掩面羞(안색기고엄면수)

굶주린 안색에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다.

眼眶淚滴深兩眸(안광루적심양모)

눈자위의 눈물방울은 눈동자에 깊이 어리고

思還本鄉食犛牛

고향으로 돌아가 얼룩말 기를 일 생각하니

欲語不得指咽喉(욕어부득지인후)

목이 메어 말을 못하고 목구멍만 가리킨다.

或有強壯能咿嚘(혹유강장능이우)

혹시나 배짱이 두둑하여 중얼중얼 말하는 이 있다 해도

意說被他邊將讎(의설피타변장수)

속마음 털어놓으면 상관에게 밉보인다.

五世屬藩漢主留(오세속번한주류)

오 대 동안 천자가 번국에 머물면서

碧毛氈帳河曲遊(벽모전장하곡유)

푸른 털의 휘장을 치고 물가에서 놀았다.

橐駝五萬部落稠(탁타오만부락조)

오 만 필의 낙타가 있는 부락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敕賜飛鳳金兜鍪(침사비봉금두무)

천자가 하사한 봉황이 새겨진 황금투구를 쓰고

爲君百戰如過籌(위군백전여과주)

군주를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에 나갔는데

靜掃陰山無鳥投(정소음산무조투)

새도 깃들지 않는 고요한 음산이다.

家藏鐵券特承優(가장철권특승우)

가보로 간직한 철권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고

黃金千斤不稱求(황금천근불칭구)

청하지도 않은 황금 천금도 받았다.

九族分離作楚囚(구족분리작초수)

구족은 헤어져 초나라의 포로가 되었고

深溪寂寞弦苦幽(심계적막현고유)

심심산골의 개울은 적막하여 음악소리 괴롭다.

草木悲感聲颼飀(초목비감성수류)

초목도 비감하여 구슬피 우는데

仆本東山爲國憂(복본동산위국우)

나의 고향 동산이 나라의 걱정거리 되었다.

明光殿前論九疇(명광전전론구주)

명광전 앞에서 천하의 구주를 논하고

簏讀兵書盡冥搜(록독병서진명수)

병서를 읽으며 남몰래 작전을 세운다.

爲君掌上施權謀(위군장상시권모)

임금을 위해 손바닥 위에서 권모를 베풀고

洞曉山川無與儔(동효산천무여주)。

산천을 훤히 알아 더불어 짝할 이 없다.

紫宸詔發遠懷柔(자신조발원회유)

자신전에서 조서를 내려 먼 곳도 회유하니

搖筆飛霜如奪鉤(요필비상여탈구)

서릿발처럼 날린 글씨 갈고리 같아

鬼神不得知其由(귀신부득지기유)

귀신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憐愛蒼生比蚍蜉(린애창생비비부)

가련한 백성들 하루살이 신세이다.

朔河屯兵須漸抽(삭하둔병수점추)

삭하의 주둔병 점차로 빼어

盡遣降來拜禦溝(진견항래배어구)

모두 내려보내 임금께 절을 올리게 한다.

便令海內休戈矛(편령해내휴과모)

세상의 전쟁을 그치게만 할 수 있다면

何用班超定遠侯(하용반초정원후)⑥

어찌하여 반초를 정원후로 봉했겠는가?

史臣書之得已不(사신서지득이불)

사신은 이것을 썼는가 안썼는가?

주석

①노계군(盧溪郡) : 지금의 강서성 평향현(萍鄕縣) 동쪽의 고을이다.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에 “ 강서표주부(江西表州府) 평양현 초시진(草市鎭)의 동쪽 20리는 노계진(盧溪鎭)이니, 노계수(盧溪水)에 임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노계는 배가 다니고 조그만 성읍이 있어 현이 되었다.”라고 했다.

②계문(薊門) : 북경 덕승문(德勝門) 서북쪽에 있는 지명이다. 전국시대 연나라의 고지(故址)다. 지금의 토성관(土城關)에 있었다.

③청총(靑塚) : 푸른 무덤이라는 뜻이지만 한나라 때 궁녀 왕소군(王昭君)의 무덤을 말한다. 왕소군은 한나라가 북쪽의 흉노와 화친하기 위해 흉노의 선우에게 시집보내졌다. 흉노의 땅에서 살면서 고향을 잊지 못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무덤에 묻혔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푸른 풀이 났기 때문에 청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후에 충절과 절개를 상징하는 고사로 역새의 많은 문인들에 의해 시로 읊어졌다.

④철총마한혈(鐵驄馬汗血) : 《한서·무제기(武帝紀)》에 “장군 이광리(李廣利)가 대완(大宛)의 왕 머리를 베고 한혈마(汗血馬)를 얻어오자 황제가 직접 서극천마가(西極天千馬里歌馬)를 지어 불렀다.”라는 기사가 있다. 이광리가 汗血馬를 타고 흉노와 용감히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⑤고양구(羔羊裘) :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누명을 쓰고 19년 동안 억류되었으나 결코 지조를 꺾지 않고 귀환한 소무(蘇武)의 일을 말한다. 소무목양(蘇武牧羊)이라고 한다.

⑥정원후(定遠侯) : 후한 때 서역을 정벌하고 그곳의 도호(都護)가 된 반초의 봉호다. 반표(班彪)의 아들이고 《한서(漢書)》를 쓴 반고(班固)의 아두다. 어려서 남의 글을 쓰조고 받은 돈으로 모친을 봉양하다가 홀연히 붓을 던지고 군대에 들어갔다. 후한의 명제(漢明帝) 때 서역에 사신으로 가서 서역 50여 국이 모두 조공을 바치도록 만들었다. 황제가 조서를 내려 서역도호로 삼고 정원후에 봉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