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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두보(杜甫)
두보가 활동했던 시기 이전에 음주로 유명했던 8명의 명사들에 대해 익살스러운 감각으로 생동감있게 묘사했다.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①
하지장(賀知章)②은 말을 타면 배를 탄 듯 흔들리고
眼花落井水中眠(안화락정수중면)③
술취해 우물에 떨어져도 그냥 잔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투시조천)
여양왕(汝陽王)④은 술 세 말을 마시고서야 조회에 나가는데
道逢麴車口流涎(도봉국거구류탄)
길가에 누룩 실은 수레를 보고도 군침을 돋우며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봉지를 주천(酒泉)⑤으로 옮겨주지 않는 것을 한탄한다.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좌상 이적지(李適之)⑥는 하루 유흥비로 만전이나 탕진하면서
飲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큰 고래가 강물 들이키듯 술을 마시는데
銜杯樂聖稱避賢(함매악승칭피현)
잔을 들 때는 청주는 피하고 탁주만 마신다.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깔끔한 미소년 같은 용모의 최종지(崔宗之)⑦는
舉觴白眼望青天(거상백안망청천)
잔 들어 백안(白眼)⑧으로 푸른하늘을 바라보는데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교교(皎皎)한 자태는 바람을 마주 대하는 옥수(玉樹) 같다.
蘇晉長齋繡佛前(소진장제소불전)
소진(蘇晉)⑨은 장재수불(長齋繡佛)⑩하다가도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왕왕 취해서 참선을 중단했다.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투시백편)
이태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편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장안 시정의 술집에서 골아 떨어지면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⑪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스스로를 말하기를 술마시는 신선이라고 했다.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장욱⑫은 석 잔의 술을 마셔야 초서를 쓰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상투 벗고 맨머리로 왕공 앞에서 서서
揮毫落紙如雲煙(휘호락지여운연)
일필휘지로 종이에 붓을 휘두르면 구름과 안개가 인다.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투방탁연)
초수⑬는 닷 말 술을 마셔야 비로소 기운을 내서
高談闊論驚四筵(고담활논경사연)
고담의 웅변으로 만좌를 놀라게 한다.
주석
①하지장(賀知章)은 회계 영흥(永興) 출신으로 자는 계진(季眞)이다. 본성이 거리낌 없었는데 만년에는 더욱 방종하여 조금도 자신을 억제하지 않았다.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고 불렀다. 천보 3년(744년) 황제에게 상소를 올려 도사가 된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 술취한 몽롱한 상태에서 길을 가다가 우물에 떨어진 일이 당시 사람들에게 회자된 것 같다.
초서(草書)와 예서(隸書)에 뛰어났고, 매번 취할 때마다 문장을 짓되 그 붓이 끊이지 않고 이어나갔으나 모두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종이에는 수십자를 넘지 않아 호사가들은 이를 얻으면 보물로 여겨 전람(傳覽)하였다. 천보(天寶) 3년, 그는 신선세계의 궁궐을 떠도는 몽유병을 앓고 깨어나서는 황제에게 표를 올려 도사(道士)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집을 천추관(千秋觀)의 도교사원으로 짓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제가 허락하고 그에게 절강성 승현(嵊縣)에 있는 경호(鏡湖)의 섬계(剡溪)의 계곡 한 곳을 하사하여 그가 고기잡으며 노년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황제인 현종은 그에게 송별시까지 지어주었고 태자와 문무백관은 모두가 그에게 송별연을 열어주었다. 그는 86세까지 살았다.
이백이 장안에 들어와 그가 쓴 《촉도난(蜀道難)》을 보여주자 감동한 하지장은 이백을 시선(詩仙)이라고 칭하고 술집으로 데려가 황제가 하사한 금거북이를 주고 술과 바꿔 마셨다. 후에 하지장은 이백을 속세로 유배온 신선이라는 뜻의 적선(謫仙)이라고 칭했다. 하지장의 천거로 당현종은 이백은 한림학사에 제수했다.
②騎馬似乘船(기마사승선) : 말 위에서 술에 취해 흔들리는 하지장이 마치 배를 타고가는 사람이 물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과 같다는 표현이다. 하지장의 고향은 원래 수상교통이 발달한 회계(지금의 소흥(紹興))으로 ‘그곳 사람들은 말대신 배로 왕래하면서 산중 깊숙한 곳까지 이를 수 있는데 그들은 배를 수레로 노를 말처럼 부린다.’라고 했다.
③眼花落井(안화락정) : 안화(眼花)는 만취한 사람의 눈에 어른거리는 환상을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 말이다. 즉 하지장이 술에 만취해 길을 가다가 우물에 빠졌으나 안에서 그대로 잠을 잤다는 일화에서 생긴 성어다
④여양왕(汝陽王) : 당현종의 형은 양황제(讓皇帝)이고 이진(李璡)은 양황제의 장자로 여양왕에 봉해졌다. 하지장, 저정회(猪廷誨) 등과 시와 술로 사귀면서 스스로를 양왕(釀王)이나 양부상서(釀部尙書)라고 칭했다.
⑤주천(酒泉) :《태평어람》에 “주천군이 성 밑에 금천(金泉)이라고 있는데 물맛이 술과 같았다. 그래서 주천(酒泉)이라고 불렀다.”라고 했다. 또 《습유기(拾遺記)》에 “강족(羌族)인 요복(姚馥)이 술을 즐겼다. 강족 출신의 그가 항상 술에 갈증난 것처럼 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갈강(渴羌)이라고 불렀다. 진무제 사마염이 그를 발탁하여 조가(朝歌)의 현령으로 임명했으나 부임을 거절하면서 자기 고향과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자 진무제는 그를 주천태수로 옮겨주었다.”라고 했다.
⑥이적지(李適之) : 무측천(武則天) 여의(如意) 3년인 서기 694년에 태어나서 당현종 천보(天寶) 6년인 서기 747년에 죽었다. 본명은 이창(李昌)이고 당태종의 증손자이고 당태종의 태자였다가 폐위된 이승건(李承建)의 손자다. 천보 원년인 742년 좌승상과 병부상서를 겸임했으나 후에 이임보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천보 4년에 해임되었다가 다시 이임보의 모함을 받아 의춘태수(宜春太守)로 폄직되었다. 다음 해인 천보 6년 이임보에 의해 자기와 친하게 지냈던 인사들이 대거 살해되자 음독자살했다.
《구당서》에 “이적지는 평소에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술을 접대하는 데 한 말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그가 이임보의 모함을 받아 파직되었을 때 그가 지은 시에 「탁주(濁酒)를 피하니 비로소 재상에서 파직되었고, 청주를 즐기게 되었으니 잔이나 들어야지. 문 앞의 객들에게 묻노니, 오늘 같은 날이 언제 다시오겠습니까?【避賢初罷相 樂聖且銜杯 爲問門前客 今朝幾個來】」라고 했다.
《삼국지·위지(魏志)》에 “술꾼은 청주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탁주를 현인(賢人)이라 부른다.”고 했다.
⑦최종지(崔宗之) : 당예종(唐睿宗 : 재위 711-712년) 때 재상을 지낸 최일용(崔日用)의 장자로 아버지의 제국공(齊國公)이라는 작위를 물려받았다. 풍체가 영준하고 말쑥했다. 그래서 그가 서있는 모습이 마치 바람을 맞고 있는 멋진 옥나무 같다고 해서 ‘옥수임풍(玉樹臨風)’이라는 말이 생겼다. 좌사랑중(左司郎中)를 거처 시어사(侍御史) 직에 있을 때 사건에 연루되어 금릉(金陵)으로 폄적되었으나 후에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이백과 술을 마시며 창화(唱和)를 할 때는 언제나 달이 떠있는 날 야밤에 배를 타고 채석기(采石磯)에서 금릉으로 가면서 술을 마셨다. 그의 작품은 모두 일실되고 150자로 된 《증이백(贈李白)》한 수만 전해진다.
⑧백안(白眼) : 서진(西晉) 때의 문인 완적(阮籍)이 가식적인 사람을 대할 때 눈동자의 흰자위를 치켜들고 노려보는 행위에서 유래한 말이다. 뜻이 맞는 사람은 정상적인 눈빛으로 대했는데 청안(淸眼)이라 했다.
⑨소진(蘇晉) : 진(晉)은 그의 자고 이름은 우(瑀)다. 옹주(雍州) 남전현(藍田縣) 출신으로 당고종(唐高宗) 상원(上元) 3년인 서기 676년에 태어나서 당현종(唐玄宗) 개원(開元) 22년인 서기 734년에 죽었다. 연주도독(兗州都督)을 지낸 부친 소향(蘇珦)의 하내군공(河內郡公)의 작위를 이어받았다.
진사에 합격하여 중서사인을 시작으로 여러 관직을 전전하면서 주로 황제의 칙명을 짓거나 받아적는 일을 맡았다. 사주자사(泗州刺史)에 임명하여 지방관으로 나갔다가 개원 14년 이부시랑(吏部侍郎)으로 임명되어 관료의 선발업무를 맡아 일을 훌륭하게 수행했음으로 사람들에게 신망이 있었다.《팔괘론(八卦論)》등의 다수의 유작이 있다.
⑩장재수불(長齋繡佛) : 장재(長齋)는 장기간에 걸쳐 하는 참선이고, 수불(繡佛)은 불상이나 보살을 자수로 놓아 표현한 화상(畫像)이다. 육조시대의 5세기경부터 시작되어 초당 때에 이르러 화면이 큰 수불도 많이 만들어졌다. 소진은 참선에 심취하여 한번 시작하면 장기간에 걸쳐 행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술도 좋아해서 늘상 취해있었다. 그래서 참선과 음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왕왕 술 때문에 참선을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두보는 소진을 술에 취해 참선하다가 도망쳤다고 표현한 것이다.
⑪범전정(范傳正)의《이백신묘비(李白新墓碑)》에 “당현종이 백련지(白蓮池)에 배를 띄워 연회를 즐기는데 이백이 자리에 없었다. 황제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즐거운 마음이 되어 사람을 보내 이백을 불러 글을 지으라는 어명을 내렸다. 그러나 그때는 이백은 이미 잔뜩 취해 코를 골고 있었다. 이에 고장군(高將軍)에게 명을 내려 그를 부축하여 배에 실으라고 했다.”라는 기사가 있다.
《당재자전(唐才子傳)》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만취한 상태에서 황제 앞에서 조서를 초한하면서, 고력사(高力士)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기도록 했다. 이에 고력사는 이백에게 원한을 품고 이백이 쓴 청평조(淸平調)라는 시귀에 조비연(趙飛燕)을 언급한 저의는 양귀비의 말년을 저주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녀의 화를 돋구었다. 이 일로 인해 현종이 이백에게 벼슬을 내리려고 할 때마다 양귀비가 매번 이를 방해했다. 이에 현종에게 포의로 돌아가겠다고 청하여 궁중시인의 직에서 물러나온 이백은 천하를 유람하다가 화산(華山)에 오르기 위해 술에 취한 채로 나귀를 타고 현의 관청 앞을 지나게 되었다. 현령은 이백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귀에서 내리라고 하면서 말했다.
“너는 어떤 놈이기에 이렇듯 무례하기 구느냐?”
이백은 글을 써서 현령에게 보여주었다.
“ 일찍이 내가 취하여 토했을 때 황제가 수건으로 닦아주었고, 임금이 손수 내 국에 간을 맞추어줄 정도였으며, 양귀비가 나를 위해 벼루를 밫여 들고 있었으며, 고력사가 나를 위해 신을 벗겨 주었다. 천자가 어명으로 대궐 앞에서도 오히려 말을 타고 다녀도 된다고 허락했는데 이 화음현(華陰縣)의 현청 앞에서는 나귀조차 탈 수 없단 말인가?”
현령이 깜짝놀라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한림인 줄 몰라뵈었습니다.”
이백은 한참 웃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⑫장욱(張旭) : 무측천(武則天) 수공(垂拱) 원년인 서기 685년에 태어나서 당숙종 건원 2년인 서기 759년에 죽은 성당시기의 서법가다. 자는 백고(伯高) 혹은 계명(季明)이고 소주(蘇州) 오현(吳縣) 출신이다. 장욱은 초서(草書)에 능해 초성(草聖)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으나 항상 술에 취해 다녔음으로 광초(狂草)라고 불리기도 했다. 매번 술에 취한 채로 붓을 찾아 휘갈겨 썼는데, 붓끝이 변화가 오묘하고 심오하여 마치 귀신이 돕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당시 장욱의 초서, 이백의 시, 배민(裵旻)의 검무(劍舞) 등과 함께 삼절(三絶)이라고 했다.
장욱은 원래 하층민 집안의 출신으로 일찍이 고모부인 육언원(陸彦远)으로부터 서법을 배웠다. 그의 서법이 완성되자
오도자(吴道子)와 안진경(颜真卿) 등이 흠모하여 그의 서법을 물려받았다. 장년이 되어 그의 서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자 조정의 초빙인지 주위의 천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포의에서 벗어나 출사하여 상숙현(常熟縣)의 현위(縣尉)가 되었다. 후에 하급 직책을 전전하다가 향년 75세의 나이로 죽었다.
⑬초수(焦遂) : 자세한 사적은 전해지지 않는다. 입에서 심한 냄새가 나서 평소에는 말을 하지 않다가 다섯말을 술을 마시고 현하와 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원교(袁郊)의 《감택요(甘澤謠)》에서 “도연명의 후손인 도현(陶峴)이 개원 연간에 곤산(昆山)에 살았는데 세 척의 배를 만들어 유람을 다녔다. 그를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맹언심(孟彦深), 맹운경(孟雲卿), 포의인 초수(焦遂) 등이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산수간을 유람하곤 했다.”라는 기사가 있다. 대약 이적지와 같은 시기를 살았다고 여겨진다.
『음중팔선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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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1 08: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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