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①복랍(伏臘) : 복제(伏祭)와 납제(臘祭), 또는 복일과 납일로 널리 절일(節日)을 가리키기도 한다. 납제는 사냥해서 잡은 짐승을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다.
②조충(雕蟲) : 조충은 벌레 모양을 새긴다는 뜻에 조총소기는 벌레 모양이나 그리는 보잘 것 없는 작품이라고 자신을 낮추어 하는 말이다. 조충전각이라고도 한다.
※《두시상주(杜詩詳註)》
이 단락은 앞을 잇고 뒤를 일으켜서 전체 시의 과협(過峽)이 된다. ‘매욕(每欲)’ 이하 10구는 ‘두곡(杜曲)과 일단락을 이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를 마음 아파했다. ’공수(共誰) 이하 10구는 ‘정리(鄭李)’ 단락을 이으면서 알아주는 친구의 존재가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음을 기뻐하고 있다. ‘생애(生涯)’ 구는 근심이 자신에게 있고, ‘국보(國步)’ 구는 근심이 나라에 있으며 , ‘금침(衾枕)’과 ,‘지당(池塘)’ 구는 안부를 물을 집이 없음을 슬퍼한 것이다. ‘별리(別離)’ 구는 형제자매를 그리워한 것이고 ‘복렵(伏獵)’ 구는 조상을 생각한 것이다. ‘풍호(豐鎬), ’간전(澗瀍)‘은 생각이 장안과 낙양에 미친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노쇠한 것이 이와 같은데 자기도 또한 나아감에 게으르고 지금 전란 중에 강한(江漢)에 몸을 기탁하고 있으니 부질없이 조금함과 쓸쓸함을 중가시킬 뿐인데 dkeog이 두 분이 기억해주고 안부를 물으니 진실로 흔치 않은 옛친구 임을 말하고 있다.
※《독두심해》
’매욕(每欲)‘ 이하는 홀연히 자신의 이야기로 접어들어 문장의 흐름이 혼미해 보인다. 이 단락에서는 대체로 양경(兩京)의 가산이 여전히 궁박하고 황폐하여 돌아가기 어려워 한창 옛친구가 위문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정리(鄭李) 두 사람의 편지가 이르렀음을 거듭 말하고 있다. 위 단락과 홀연 멀어지다가 홀연 가까워지는 정취가 있다.
[七]
蔔羨君平杖(복선군평장)①
점치는 엄군평의 지팡이를 부러워하고
偷存子敬氈(투존자경전)。②
훔쳐가도 자경(子敬)의 담요는 남겼으며
囊虛把釵釧(낭허파차천)③
자루가 비었으니 비녀와 팔찌를 저당잡히고
米盡坼花鈿(미진탁화전)。
쌀이 떨어졌으니 꽃비녀를 뽑는다.
甘子陰涼葉(감자음량엽)
감귤나무는 잎이 그늘지고 시원하고
茅齋八九椽(모재팔구연)。
띠집은 서까래만 여덟아홉 개인데
陣圖沙北岸(진도사북안)④
팔진도(八陣圖)는 모래사장 북쪽 언덕에 있고
市暨瀼西巔(시기낭서전)。⑤
배를 대는 부두는 낭서의 꼭대기다.
羈絆心常折(기반심상절)
얽매인 삶에 마음은 항상 꺾이는데
棲遲病即痊(서지병즉전)。
느긋하게 지내니 병은 나으리라.
紫收岷嶺芋(자수민령우)⑥
민산의 붉은 토란을 수확하고
白種陸池蓮(백종율지련)。
육씨 연못에 흰 연꽃을 심는다.
色好梨勝頰(호색이승협)⑦
색깔 좋은 배는 미인의 뺨보다 탐스럽고
穰多栗過拳(양다율과권)。⑧
풍성하게 많은 밤은 주먹보다 크지만
敕廚唯一味(칙주유일미)
부엌에 일러 오직 한 가지 음식만 차리게 하고
求飽或三鱣(구포혹삼전)。⑨
가끔 전어 세 마리로 배를 채웠다.
兒去看魚笱(아거간어구)
아이가 가서 물고기 통발을 보고
朋來坐馬韉(인래좌마천)。
벗이 와서 말안장에 앉으니
縛柴門窄窄(박시문착착)
섶을 엮어 만든 사립문은 좁디좁고
通竹溜涓涓(통죽유연연)。
이어진 대나무 통으로 물이 흘렀다.
塹抵公畦棱(참저공휴릉)⑩
공전의 두둑까지 파서 땅을 일구었고
村依野廟壖(촌의야묘유)。
마을의 담벼락은 들판의 사당까지 이어지는데
缺籬將棘拒(결리장극거)
구멍 난 담은 가시나무로 막았고
倒石賴藤纏(도석뢰등전)。
무너진 돌은 등나라무에 걸려 있었다.
주석
① 엄군평(嚴君平) : 《두시상주》에 “군평은 성도(成都)에서 점을 쳐주고 생활했는데 백 전을 벌어 먹고살기에 족하면 곧 가게문을 닫고 주렴을 내리고 《노자(老子)》를 사람들에게 전수했다. 완선자(阮宣子)는 백 전을 지팡이 머리에 걸고 늘 걸어다니며 주점에 가서는 곧장 마음껏 마셨다. 엄군평은 한 대의 고사(高士)로 이름은 엄준(嚴遵)이고 완선자는 서진 왕조 때 대신을 지낸 원수(阮修)의 자다. 진류군(陈留郡) 울지현(尉氏县) 출신으로 완함(阮咸)의 조카이고 완함 역시 완적(阮籍)의 조카다. 완적과 완함은 죽림칠현으로 이름이 높다. 엄군평과 비교해서 자신은 돈 버는 재주가 없음을 의미한다. 《독두심해》에 인용한 왕적(王勣)의 시에 ”늘 점을 팔 필요는 없으나 지팡이 머리에 걸 정도의 돈은 벌어야지[不應長賣卜, 須得杖頭錢]!“라고 했다. 살펴보건데 지팡이 머리에 돈을 건 것은 본래 완선자의 일인데 당나라 사람들이 매번 엄군평 이야기에 옮겨 썼다.
② 자경(子敬) : 동진(東晉) 왕헌지(王獻之)의 자다. 왕희지의 서법을 전수 받은 왕희지의 7지다. 어느 날 밤, 도둑이 왕헌지의 집에 들어갔으나 너무 가난하여 훔쳐갈 물건이 없자 담요라도 걷어가려고 했다. ”그대가 가지고 가는 청전(靑氈)은 우리 집의 대대로 전해오는 물건이니 남겨두어라!“라고 하자 도둑이 놀라 달아났다고 했다. 이 구절은 두부의 집이 가난하여 좋은 물건이 없음을 말한다.
③ 낭허(囊虛)이하 2구절은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구절이다. ‘빈 자루의 낭허(囊虛)’ ‘비녀와 팔찌를 저당잡히는 파채천(把釵釧)’, ‘꽃머리 황금장식을 쪼갠다는 절화전(折花鈿)’ 등의 표현은 모두 그것들을 팔아 쌀이나 술로 바꾼다는 뜻이다.
④ 陣圖(진도) :《晉書(진서)·환온전(桓溫傳)》에 “처음에 제갈량이 어복포(魚服浦)의 모래밭에 팔진도(八陣圖)를 만들었다[初諸葛亮造八陣圖於魚腹脯平沙之上].”라는 기사가 있다.
⑤ 市曁(시기) : 배를 대는 부두다. 《原注(원주)》에 “삼협 사람들은 시정(市井)의 배 대는 곳을 ‘시기(市曁)’라 하고 장강의 물이 옆으로 산골짜기에 통하는 곳을 낭(灢)이라고 했다.”라는 기사가 있다.
⑥ 岷嶺芋(민령우) : 민산(岷山)의 토란이다. 민산은 중국 감숙성 남부에서 사천성 북서부까지 동남 방향으로 약 500키로미터 뻗어 있는 산맥으로 주봉 설보정(雪寶頂)은 사천성 송반현(松潘縣)에 있는데 해발 해발 5588m이다. 《두시상주》에 인용된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민산(岷山) 밑은 비옥한 평야로 땅 속에서 나는 토란은 마치 올빼미의 대갈통만큼이나 커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굶주리지 않는다고 했다.” 라는 기사가 있다. 라는 기사가 있다.
⑦ 色好梨勝頰(호색이승협) : 좌사(左思)의 촉도부(蜀都賦)에 “붉은 배가 윤기가 흐른다[紫梨津潤].”라고 했다. 자리(紫梨)는 신선들이 먹는 자주빛 배이고 진윤(津潤)은 과일이 탐스럽고 윤기나게 익은 모습이다.
⑧ 栗過拳(율과권) : 《서경잡기(西京雜記)》에 “역양(嶧陽)의 밤은 크기 주먹만 하다.”라는 기사가 있다. 양(穰)은 풍년이 들어 곡식이 꽉 들어찬 모습니다.
⑨ 三鱣(삼전) : 전(鱄)은 황어(黃魚)로 큰 물고기다. 鱄은 선(shan4)으로 선(鱓)과 같은 두렁허리이기도 한데 《후한서(後漢書)·양진전(楊震傳)》에 세 마리 두렁허리 이야기가 나온다. 양진은 박학다식했으나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황새 한 마리가 두렁허리 세 마리를 물고 강당 앞에 날아왔다. 도강(都講)이라는 사람이 그 물고기를 주어 가지고 와서 말했다.
「뱀과 드렁허리는 경대부가 입는 복식의 모습입니다. 세 마리라는 숫자는 삼공을 가리킵니다. 선생께서는 지금부터 출세하실 것입니다.」 후에 과연 양진은 삼공 중의 하나인 태위(太尉)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로 삼전은 공경의 지위에 오르는 길조의 전고로 쓰이게 되었다. 두보는 이것을 허기진 배나 채우는 것으로 다르게 사용했다.
⑩ 공휴릉(公畦稜)은 공전(公田)의 경계다.《두시상주》에 장뢰(張耒)는 “공휴(公畦)는 관아의 장원(莊園)이다” 라고 했다. 원주(原注)에는 “경사(京師)의 농민은 밭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기(畿)나 릉(稜)이라고 부른다”라고 했다.
※《두시상주(杜詩詳註)》
이 단락은 두 사람의 물음에 답하고 기주에 살면서 느꼈던 가을의 상황을 두루 서술했다. 정심과 이지방은 필시 거처와 음식에 대해서까지 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답한 말이 유독 상세하다. ‘복선(卜羨)’ 이하 4구는 기주의 음식에 대해 말했고, ‘감자(甘子)’ 이하 4구는 기주에서 거처했던 집에 대해서이다. ‘기반(羈絆)’ 이하 8구는 여전히 음식에 대해 거듭 말했고, ‘속이(俗異) 이하 8구는 여전히 살았던 집에 대해 거듭 말했다. 점치는 지팡이와 남겨둔 청전(靑氈) 이야기는 생활이 어려웠었다는 표현이고 비려는 저당잡히고 꽃머리장식을 쪼개는 것은 일용(日用)에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는 뜻이다. ’사북(沙北)‘과 ’낭서(瀼西)‘는 감귤나무 그늘에서 집을 지은 장소다. 마음이 꺾이고 병이 낫는다는 것은 편지에서 병을 물을 것데 대한 답이다. 자줏빛 토란을 헤아리는 것은 물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인과 이웃해 사는 것이 이미 위태로운 삶인데 말언치를 깔고 앉으니 또 궁색하여 사립문 안에서 오직 대나무 수로의 물만 있을 따름이다. 공전에 닿고 사당에 의지하였다는 것은 촌집의 바깥 정치이고, 기시나무로 막고 등나무에 얽혔다는 것은 촌집의 안 풍경이다.
《독두심해(讀杜深解)》
’복선(卜羨)‘의 한 단락은 낭서에서의 생활을 알려주고 있으며 구조오(仇兆鼇)는 편지에 대한 답사로 보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이미 앞 단락의 나를 기억하여 편지로 내 질병을 물었다는 구절과 서로 연관되어 의미가 있으면서도 또한 이 실제 서술을 다 공허한 운필이 되게한다. 이와 같으니 낭서가 비록 늙은 여생을 보낼만하나 ?끝내 적적함을 감당할 수 없음을 때닫게 된다. 떠나고자 하는 기미가 이미 여기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八]
借問頻朝謁(차문빈조알)
묻노니 빈번하게 입조하여 배알한다 해도
何如穩醉眠(하여은취면)。
술에 깊이 취해 조니 어찌하리오.
誰雲行不逮(수춘행불체)
누가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自覺坐能堅(자각좌능견)。
앉아서도 능히 견지할 수 있다고 깨닫는다.
霧雨銀章澀(무우은장삽)
안개비에 은인장은 녹이 슬었고
馨香粉署妍(향향분서연)。
향기를 풍기는 상서성(尙書省)은 아름답고
紫鸞無近遠(자란무근원)
붉은 란새는 멀거나 가까운 것을 개의치 않으나
黃雀任翩翾(황작임편현)。
참새는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퍼뜩이며 날뿐이다.
困學違從眾(곤학위종중)
가난에 찌든 학문이라 시류에 따르지 못했으니
明公各勉旃(명공각면전)
명석한 두 분은 각기 힘쓰시오.
聲華夾宸極(성화협신극)
화려한 명성은 북극성을 끼고 있어
早晚到星躔(조만도성전)。
조만간에 높은 별자리에 이를 겁니다.
懇諫留匡鼎(간간유광정)①
간절히 간언하면 광형을 머물게 하고
諸儒引服虔(제유인복건)。②
복건 같은 유생을 이끌어주시면
不逢輸鯁直(불봉수갱직)
곧고 강직한 충성을 바치기만 해도
會是正陶甄(회시정도견)。
틀림없이 정치는 바로 될 겁니다.
宵旰憂虞軫(소간우우진)④
황제는 아침저녁으로 노심초사하시고
黎元疾苦駢(여원질고변)。
백성들은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雲台終日畫(운대종일화)⑤
운대에서 오래도록 화상을 그리고 있지만
青簡爲誰編(청간위수편)。
청사는 누구를 기록하겠습니까?
주석
① 간간(懇諫) 이하 4구 : 정심과 이지방이 관정과 복건 같은 인재들을 추천하여 그 인재들이 충성을 다 바치면 정치가 바로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 인재에는 두보 자신도 포함되어 은근히 자신을 끌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또한 조정에서 관정과 복건 같은 이지방과 정심을 등용하고 이 두 사람이 충성을 다 바치면 정치가 바로 될 것이라는 뜻이다. 《구가집주두시(九家集注杜詩)》의 조차공(趙次公) 주에 “만약에 광정을 머물게 하고 복건을 이끌어주면 또한 그들의 강직한 충언을 사용하여 나아가게만 해도 마땅히 정치의 교화가 바로 될 따름이다.”라고 했다.
②광정(匡鼎) : 정(鼎)광형(匡衡)의 어릴 때의 자로 후에 치규(稚圭)로 바꿨다.
전한(前漢)의 대신으로 지금의 산동성 임기시(临沂市) 난릉현(蘭陵縣)인 동해군(東海郡) 승읍(承邑) 출신이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공부하기를 좋아했고, 고용살이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후창(後蒼)에게서『제시(齊詩)』를 배웠고, 문학에 능했으며 『시경(詩經)』에 정통했다. 한선제(漢宣帝) 때 사책갑과(射策甲科)에 합격하여 태상장고(太常掌故)를 시작으로 원제(元帝) 초에 낭중(郎中)이 되었고, 박사(博士)와 급사중(給事中)으로 옮겼다. 원제 건소(建昭) 3년(기원전 36) 승상(丞相)이 되어 낙안후(樂安侯)에 봉해졌다. 성제 건시(建始) 3년(기원전 30) 후국(侯國)의 전조(田租)를 과다하게 거둔 죄로 면직되어 서인(庶人)이 되었다. 육경(六經) 외에도 『논어』와 『효경』을 숭상했다. 특히 『시경』을 잘 해설했다.
가난한 가세로 인해 벽을 뚫어 새어나오는 빛으로 공부를 했다는 착벽구광(鑿壁求光), 혹은 , 천벽투광(穿壁偸光)이라는 전고의 주인공이다.
③복건(服虔) : 후한 때 활약한 관료출신의 학자이다. 하남성 형양(滎陽) 출신으로 초명은 중중(重) 또는 기(祇)이며 자는 자신(子愼)이다. 태학(太學)에 들어가 수업했다. 효렴(孝廉)으로 천거되어 구강태수(九江太守)를 지냈다. 고문 경학을 숭상하여 금문 경학자인 하휴(何休)의 설을 비판했다. 저서에 『춘추좌씨전해(春秋左氏傳解)』가 있는데, 동진(東晉) 때 그의 춘추좌씨학(春秋左氏學)이 학관(學官)에 세워졌으며, 남북조 시대에는 그의 주석(注釋)이 북방에 성행했으나 지금은 일실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④소간(宵旰) : 소의간식(宵衣旰食)의 줄임말이다. 날이 아직 밝지 않은 때에 일어나 옷을 입고 해가 진 뒤에야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황제가 정사에 매우 부지런함을 칭송하는 말이다. 우우진(憂虞軫)은 ’근심이 모이다‘ 혹은 ’근심이 많다‘라는 뜻이다.
⑤운대(雲臺) : 후한의 명제(明帝) 때 전대의 공신들을 추념하기 위해 등우(鄧禹) 등 28인의 장수들의 초상화를 남궁(南宮)의 운대에 그렸다. 후에운대는 공신이나 명장을 기념하는 장소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두시상주
이 단락은 두보 자신이 이미 벼슬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도울 것을 바라고 있다. 처음 10구는 두보가 자신의 이야기이고, 다음 10구는 정심과 이지방을 권면했다. 조회하여 알현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으니 또한 어찌 벼슬살이의 영화를 선망하겠는가? 그래서 참새처럼 낮개 날며 오직 옛 학문만을 알 뿐이니 난새처럼 높이 나는 것은 분명 현명한 두 사람에게 속할 것이다. 주학령의 주에 “두 사람은 마땅히 재상의 공업을 힘써 행하여 어진 선비를 끌어들이고 곧은 말을 올려 천하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황제는 밤낮으로 정사에 열심이지만 백성은 고통이 많으니 운대에 비록 공신들이 그려져 있으나 청사에 이름을 드리움 이는 두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이겠는가?”라고했다.
※《독두심해》
’차문(借問)‘ 4구는 위를 이어서 버려졋음을 스스로 달게 여기는 말을 쓰고 있다. 아래 구들은 이에 한 구마다 사상이 전환되면서 기대하고 허여(許與)하는 말로 낙착되고 있다. 은장삽(銀章澀)은 자신과는 인연이 없는 말이다. ‘분서연(粉署妍)’은 저들의 의당 나아가야 하는 곳이다. ‘자란(紫鸞)’ 구는 저들이 높이 날아감을 비유했고, ‘황작(黃雀)’ 구는 깃들어 쉬고 있는 나를 가리킨다. ‘곤학(困學)’은 ‘작(雀)’을 이어 받고 ‘명공(明公)’은 ‘란(鸞)’을 이어 받는다. ‘성화(聲華)’ 등의 구절은 다 면려하는 말이나 여기서는 다만 축원한 말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본래 삼협 밖에 있기 때문에 아래 단락에서 마침내 출협하여 만나기를 도무한 본심과 이어지고 있다.
[九]
行路難何有(행로란하유)①
길가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만
招尋興已專(초심흥이전)。
불러주니 흥은 이미 높도다.
由來具飛楫(유래구비즙)
지금 나는 배도 준비했으니
暫擬控鳴弦(잠의공명현)。②
장차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몰아가련다.
身許雙峰寺(신허쌍봉사)③
몸은 이미 쌍봉사에 허락하고
門求七祖禪(문구칠조선)。④
칠조의 선문을 구하려는 마음으로자
落帆追宿昔(낙범추숙석)
돛울 내려 오래된 소원을 좇고
衣褐向真詮(의갈향진전)。
배옷을 입고 참된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安石名高晉(안석명고진)⑤
사안(謝安)의 이름은 진(晉)나라에서 높고
昭王客赴燕(소왕객부연)。⑥
연소왕의 객은 연나라로 달려가는데
途中非阮籍(도중비완적)⑦
도중에 길이 막힌 완적이 아니고
查上似張騫(사상사장건)。⑧
뗏목 위에 오른 장건과 흡사하다.
披豁雲寧在(피활운녕재)
헤치고 나갈 구름이야 없지만
淹留景不延(엄류경부연)。
경치에 빠져 머무를 시간을 지체할 수 없고
風期終破浪(풍기종파랑)
바람을 디라려 끝내 파도를 깨고 가겠으니
水怪莫飛涎(수괴막비타ㄴ)。
물속의 괴물은 침을 흘리지 말라!
他日辭神女(타일사신녀)⑨
훗날 무산의 신녀와 작별할 때
傷春怯杜鵑(상춘겁두견)。
봅을 슬퍼하는 두견새가 두렵고
淡交隨聚散(담교수취산)
이곳의 담담한 친구들이야 모였다가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澤國繞回旋(택국요회선)。⑩
수향 사이를 배 타고 돌며 두 분 사이를 왕래하리라!
주석
①행로난(行路難) :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노래한 악부구제(樂府舊題)다. 두 사람을 찾아가는 두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표현했다.
②공명현(控鳴弦) : 활시위를 당기다. 배를 화살처럼 빨리 몰아가고 싶다는 뜻이다(구가집주두시). 또한 배 타고 가면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활을 준비한 뜻으로 보기도 한다.(두시경전)
③쌍봉사(雙峯寺) : 두 군데에 있다. 한 곳은 지금의 호북성 황강시(黃岡市) 황매현(黃梅縣)의 기주(蘄州) 쌍봉산(雙峰山)의 동림사(東林寺)이고 다른 한 곳은 지금의 광동성(廣東省) 소관시(韶關市) 곡강현(曲江縣) 마패진(馬壩鎭)에 있는 조계(曹溪)의 보림사(寶林寺)이다.
④칠조선(七祖禪) : 선종(禪宗)의 7대 조사(祖師)다. 선정은 남종(南宗)과 북종(北宗)으로 갈라졌는데 남종은 달마(達摩), 혜가(慧可), 승찬(僧璨), 도신(道信), 홍인(弘忍), 혜능(惠能), 신회(神會)를 7조로 삼았다. 당시 두보가 방문하려는 쌍봉사에는 마조(馬祖)를 염두에 두고서 그의 스승인 회양(懷讓)을 7대조로 본 것 같다. 이에 7대조의 선문을 구한다는 것은 실제로 마조를 찾아가 만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독두심해(讀杜深解)》
《구당서(舊唐書)》에 달마(達摩)는 혜가(慧可)에게, 혜가는 찬(璨)에게, 찬은 도신(道信)에게, 도신은 홍인(弘忍)에게 전했다고 했다. 살피건대, 이는 중국 선종(禪宗)의 오조(五祖)다. 홍인(弘忍) 이후로 혜능(惠能)의 남종(南宗)과 신수(神秀)의 북종(北宗)으로 나뉘었다. 그들의 제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스승으로 육조(六祖)로 삼았다. 독고급(獨孤及)의 《삼조비(三祖碑)》에 “혜능은 은퇴하여 조계(曹溪)에서 여생을 보냈다. 신수는 보적(普寂)에게 전했는데 문도(門徒)가 만 명에 달했다.당시 조계의 돈오법문(頓悟法門)은 영남에서만 외롭게 행해졌는데 신수 사제는 양경(兩京)의 법주(法主) 세 황제의 스승으로 그 번영함과 적막함이 천양지차였다.”라고 했다. 《전겸익전(錢謙益箋)》레 “개원(開元) 말에 하택(荷澤)과 신회(神會)가 곧장 동도(東都)로 들어가 면전에서 북조(北朝)에 항거했다. 그러자 보적의 문하가 가득찼다가 다시 텅 비게 되었으며, 혜능의 종풍(宗風)이 크게 떨쳐졌다.”라고 했다. 살펴보건대 남종을 조종으로 하고 북종을 합사(合祠)하는 것은 이때부터 종문(宗門)의 변하지 않는 정론이 되었다. 다만 남종 중에도 또한 방사(旁祠)가 있고 정사(正祠)가 있다. 전겸익(錢謙益)의 말대로면 하택의이 남종의 7조가 된다. 지금 임제조(臨濟祖)의 계보를 고찰해보면 6조 혜능 이하로 남악(南岳) 회양(懷讓)이 일대조(一代祖)인데 그에게 7대조의 칭호가 붙어 있지는 않으나 실제로는 7대조이다. 회양은 천보 3년(744)에 입적했다. 그의 계승자가 곧 강서(江西)의 도일(道一)인데 속칭 마조(馬祖)로 남강(南康) 공공산(龔公山)에 거처하고 있었다. 산중의 사나운 짐승들이 순종하고 복종했으며 사방의 학자들이 운집했다. 이때가 바로 두부가 이 시를 지은 때다. 그리고 남걍은 곧 여산(廬山)이 있는 곳인데 그 아래에서 여산 향로봉(香爐峯)이 눈에 어린다는 구절은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그의 본래 스승인 회양을 추구하여 말한 것이기에 높여서 7조라고 했다. 7조를 구한다는 말은 곧 마조에게 귀의하겠다는 뜻이다. 하택은 6조(祖)의 뒤를 이은 계승자이나 양경(兩京)에서 주지를 했고 또한 강서 지바과는 무관하댜. 전겸익은 다만 그가 남쪽에서 떨치고 북쪽에서 항건한 공이 있다고 해서 오로지 그를 거론하고 있으니 어찌 정론이겠는가?
⑤안석(安石) : 동진(東晉)의 사안(謝安)의 자나 여기서는 사안에 비유해 정심을 가리킨다. 원주(原注)에 “정심은 고아하고 검수하여 사안의 풍모를 지녔다.”라고 했다.
⑥소왕(昭王) : 전국시대 때 연소왕(燕昭王)을 말한다. 현자를 갈구했던 소왕을 이지방에 비유했다. 원주(原注)에 “이지방은 왕실의 종친으로 연소왕과 같은 미덕이 있었다.”라고 했다.
⑦ 완적(阮籍) :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명으로 ‘도궁곡(途窮哭)’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완적이 마음이 내키면 수시로 혼자 수레를 몰아 험한 길을 달려가다가 길이 막히면 수레에서 내려 대성통곡하고 돌아왔다는 고사다. 이 구절은 두보가 배를 타고 길이 막힘이 없이 내려갈 것이라는 반대의 뜻으로 사용했다.
⑧ 장건(張騫) : 전한 때의 활약했던 사람으로 서역(西域)에 사신으로 가면서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았다. 후에 그가 뗏목을 타고 은하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생겼다. 이 구절은 배를 타고 가는 두보 자신을 뗏목을 타고 은하수로 올라갔다는 장건에 비유했다.
⑨ 신녀(神女) : 무산(巫山)의 신녀. 전설에 염제(炎帝)의 딸이 어려서 죽자 천제(天帝)가 가엽게 여겨 그녀를 무산의 비와 구름을 관장한 신으로 봉했다고 했다. 전국시대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堂賦)》에 초회왕(楚懷王)의 꿈에 무산의 신녀가 나타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 이야기가 있다.
⑩ 택국(澤國) : 소택이 많은 지방이라는 뜻으로 정심과 이지방이 거주하는 곳을 가리키나 택(澤)은 은택(恩澤)의 뜻으로 쌍관(雙關)의 의미도 있다.
※《두시상주》
이 단락은 삼협을 나와 정이(鄭李) 두 사람을 만나 선(禪)을 구하기 위해 쌍봉사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길을 가다의 행로(行路)’와 ‘두 분을 찾아 가다의 초심(招尋)’은 이 단락 전체의 대의다. ‘비즙(飛楫)’ 이하 2구는 ‘행로’를 이어받고 ‘신허(身許)’ 이하 4구는 ‘초심(招尋)’을 이어받으며 ‘안석(安石)’ 이하 4구는 두 사람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으로 또한 ‘초심’을 이어받는다. 또 ‘피불(披拂)’ 이하 4구는 장차 형문(荊門)으로 가려는 마음으로 ‘행로’를 이어받고 ‘타일(他日)’ 이하 4구는 기주(夔州)를 떠나 형문(荊門)에 머물려고 하는데 “행로와‘와 초심(招尋)을 결말 짓는다. ’공명현(控鳴弦)‘은 뜻밖의 내난에 대비하는 것이다. ’추숙석(追宿昔)‘은 애초의 소원을 완수하는 것이고, ’쌍봉(雙峯)‘, 칠조(七祖)’는 정통이 아닌 소승불고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심은 사안을 비유하니 두부가 곧 거의 명성이 높음을 앙모한 것이다. 이지방은 연소왕을 비유하니 두보가 곧 연나라의 빈객처럼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의지할 지주(地主)가 있으니 길이 막힘을 면할 수 있고, 뜬 배를 탈 수 있으니 뗏목을 타는 것과 유사함이 있다. 두보의《즉사(卽事)》에 “길이 궁한 완적은 어느 때에 술에서 끼리오?”라고 했고, 또한《추흥팔수》제2수에서 “사신의 명을 받들어 공연히 팔월의 뗏목을 따른다.”라고 했는데 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매년 팔월이면 흘러오는 빈 뗏목을 보고, 양식을 싣고 그것을 타고 십여 일간 갔더니 어떤 부인이 베를 짜고 한 남자가 소를 끌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나중에 엄군평(嚴君平)에게 들으니 그곳이 곧 은하수였다고 했다.” ‘雲寧在’, ‘景不延’은 기주를 급히 떠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淡交’는 담백한 성격의 기주 사람들과의 생활을 뜻하고, ‘回旋’은 정심과 이지방 사이를 왕복한다는 뜻이다.
※《독두심해》
‘자신을 불교에 허여(許與)한다.’, ‘선을 추구한다.’는 말은 먼저 이 시 편말(篇末)의 뜻을 이끌고 있다. 불교의 종문과 법석은 그 찾아가는 길이 바로 현문을 경유하기에 자연스럽게 곁들여 썼다. ‘사안석(謝安石)과 연소왕에 비유한 것은 그들이 찾아갈 만한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ㅇ’완적이 아니다‘, ’장건과 비슷하다.‘는 말은 찾아가리고 결심했다는 의미이다. ’피활(披豁) 이하의 구는 급히 나아가는 형상을 묘사했다. 이 단락은 四海絶隨肩(사해절수견)과 암암리에 대응한다. 시를 부치는 뜻은 여기에 이르러 이미 다했음이다.
[十]
本自依迦葉(본자의가엽)①
본래 가섭을 따르려고 했지만
何曾藉偓佺(하증자악전)。②
어찌 신선 악전의 신선술에 의지할 수 있겠는가?
爐峰生轉盼(로봉생전반)③
향로봉은 눈깜짝할 사이에 어리고
橘井尚高褰(귤정상고건)。④
마령산(馬嶺山) 위의 귤정은 여전히 높이 걸려있다.
東走窮歸鶴(동주궁귀학)⑤
학이 된 정령위(丁令威)가 돌아갔던 동쪽의 끝까지
南征盡跕鳶(남정진접연)。⑥
솔개가 독기로 떨어진 남쪽의 교지(交址)까지 가보고 싶고
晚聞多妙教(만문다묘교)
만년에 오묘한 불교의 가르침 많이 들어
卒踐塞前愆(졸천색전건)。
끝내는 실천하여 옛날의 잘못을 갚으리라!
顧凱丹青列(고개단청열)⑦
와관사의 고개지 그림은 아직 생생하게 걸려있고
頭陀琬琰鐫(두타완염전)。⑧
두타사의 비문은 아름다운 옥처럼 새겨져 있는데
眾香深黯黯(중향심암암)
사찰의 못 향기는 깊고 그윽하여
幾地肅芊芊(기지숙천천)。
곳곳이 엄숙하고 푸릇푸룻한 부처님의 땅이다.
勇猛爲心極(용맹위심극)
불도에의 용맹정진은 마음의 궁극적 목표로 삼으며
清羸任體孱(청잉임체잔)。
파리한 몸이야 쇠잔한 대로 내러벼두려는데
金篦空刮眼(금비공활안)⑨
대칼로 부질없이 눈의 막을 긁어 내고
鏡象未離銓(경상미이전)。
거울 속 형상에 집착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주석
① 迦葉(가섭) : 석가모니의 불법을 전승한 제자로 선종 제1대 조사다.
② 偓佺(악전) : 《列仙傳(열선전)》에 “악전은 槐山(괴산)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이었다. 솔잎을 먹으며 하늘을 날 수 있고 달리는 말을 쫓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주주(朱注)에 “이는 불교를 배우고 신선을 배우지 않겠다는 말이다. 백락천은 《답객설(答客說)》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내가 배운 것은 선술이 아니라 불문이라, 그대가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잘못 전할까 두렵다. 바다와 산은 내가 돌아갈 곳이 아니니, 돌아간다면 마땅히 도솔천일 것이네. [吾學空門非學仙, 恐君此說是虛傳。海山不是吾歸處，歸即應歸兜率天]』
③노봉(爐峰) : 노봉은 여산(廬山)의 향로봉(香爐峯)이다. 《구가집주두시》에”여산 동남쪽에 향로산이 있는데 외로운 봉우리가 우뚝 솟았고 떠다니는 구름 기운이 그 위를 덮고 있는데 그 기운이 왕성 것이 향 연기 같다.“라고 했다.
노봉(爐峰) 이하 4구는 삼협을 나가 여산과 호남은 물론, 동남쪽 끝까지 마음껏 떠돌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조오는 이를 모두 불교 유적지를 유람하기 위해서였다고 여겼다. 그러나 포기룡은 도교와 관련이 있는 귤정과 동남쪽 끝은 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보면 동주(東走) 2구는 ‘동쪽으로 학이 돌아왔던 곳까지 갈 수 있겠는가? 남쪽으로 솔개가 추락한 곳까지 갈 수 있겠는가?’ 라고 반어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④橘井(귤정) : 호남성 郴州(침주)의 마령산(馬嶺山) 위에 있었다는 우물이다.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에 소탐(蘇耽)이 득도하여 신선이 되어 떠나기 전에 그 모친에게 내년에 천하에 큰 역병이 들 것인데 뜰의 우물물과 처마 가의 귤나무’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듬해에 과연 역병이 들자 모친과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물과 귤잎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구가집주두시》의 조차공 주에” 역도원(酈道元)은 《열선전》에 근거하여 “소탐(蘇耽)은 침주 사람이니 귤정은 곧 침주에 있다.”라고 했다. 그 우물은 마령산 위에 있다.
⑤ 귀학(歸鶴) : 학이 되어 돌아온 곳. 전설에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되어 학으로 변해 고향 요동(遼東)으로 돌아왔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이 요동 지방을 가리킨다. 《구가집주두시》에 인용된 도연명의 《속수신기(續搜神記)》의 《丁公化鶴(정공화학)》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는 영허산(靈虛山)에서 선도(仙道)를 닦았다. 나중에 그는 학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성문 앞에 있는 화표(華表) 위에 머물렀다. 화표란 묘 앞에 세우는 석조물로 망주석 따위를 가리킨다. 어느 날 한 소년이 학을 보고는 활을 겨누어 쏘려고 하였다. 학은 날아 올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새가 있네, 새가 있네! 정령위라는 새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돌아왔다네. 성곽은 옛날과 다름없건만 사람들은 바뀌었네, 어찌 선도를 배우지 않아 무덤만 많아졌단 말인고?’ 말하고는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가 버렸다. 지금 요동에 사는 정씨(丁氏)들은 그들의 선조가 신선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이름을 알지 못한다. [丁令威，本遼東人，學道於靈虛山。後化鶴歸遼，集城門華表柱。時有少年，舉弓欲射之。鶴乃飛，徘徊空中而言曰：“有鳥有鳥丁令威，去家千年今始歸。城郭如故人民非，何不學仙塚壘壘。”遂高上衝天。今遼東諸丁雲其先世有升仙者，但不知名字耳.]』
⑥ 跕鳶(접연) : 장기(瘴氣)가 심하여 솔개도 날기 어려워 떨어지는 곳으로 남쪽 교지(交址) 일대를 가리킨다. 접(跕)은 추락하는 모양이다. 《후한서·마원전(馬援傳)》에 “마원이 교지를 공격했을 때 관속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낭박(浪泊)과 서리(西里) 사이에 있을 때 아래에는 빗물이고 위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독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고개 들어 보니 날아가던 솔개가 연이어 물속으로 떨어졌다.’라고 했다”
⑦ 고개(顧愷) 이하 2구 : 《구가집주두시》의 조차공 주에 “위의 구절은 절의 그림을 말하고 아래 구는 절 안의 비문을 말한다. 고개지가 일찍이 그린 와관사(瓦棺寺)의 유마힐상(維摩詰像)이 가장 유명하다. 두보는 사찰의 그림으로는 마땅히 고개지의 그림 같은 것을 구하여 보고 사찰의 비문으로는 왕건의 비문과 같은 것을 구하여 지으려고 했다.
⑧ 두타(頭陀) : 범어(梵語) Dhuta의 음역으로 스님을 일컫는 불교의 용어인데 여기서는 두타사(頭陀寺)를 가리킨다. 남북조의 송(宋)나라 대명(大命) 5년(457)에 선사 혜종(惠宗)이 영주(郢州)의 동쪽 교외에 세운 후에 자사(刺史) 채흥종(蔡興宗)이 탑당(塔堂)을 짓고 절 이름을 두타사로 삼았다. 완염(琬琰)은 아름다운 옥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왕건(王巾)이 쓴 ‘두타사비문’으로 《문선(文選)》에 수록되어 지금까지 전한다. 이 비문에는 두타사의 창건 과정과 불교의 교리를 주로 설파하고 있는 그 문사(文辭)가 매우 화려하다.
《두시경전》에 “《성씨영현록(姓氏英賢錄)》에 ‘왕건(王巾)의 자는 간서(簡栖)이며 두타사 비문을 지었는데 문사가 아름다워 세상의 중시를 받았다. 비석은 익주(益州)에 있다. 《곤학기문(困學紀聞)》에서는 王屮이라 했는데 왕철이라고 읽는다. 세속에서 부르는 왕건(王巾)은 잘못이다. 고개지의 그림과 왕건의 비문은 모두 동쪽으로 가서 유람할 대상임을 상상한 것이다.
⑨ 금비(金篦) : 눈병을 치료하는 대칼이다. 《두시상주》에 인용된 황학(黃鶴) 주(注)에 “《법원주림(法苑珠林)》에 ’후주(後周)의 중원이 그 조부가 실명하자 경을 읽고 등을 밝혔다. 꿈에 한 노인이 대칼로 조부를 치료하자 3일 뒤에 과연 병이 나왔다.‘라고 했다.”《열반경》에 ’눈먼 사람이 눈을 치료하기 위해 양의(良醫)에게 나아가면 곧 대칼로 그 눈의 막을 긁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라는 기사가 있다.
※《두시상주》
이 마지막 단란에서는 ”門求七祖禪(문구칠조선)“의 뜻을 거듭 서술하며 詠懷(영회)의 뜻을 종결하고 있다. ‘迦葉(가섭)’과 ‘악전(偓佺)’ 구는 신선을 추구하는 것이 불교에 귀의함만 못하다는 뜻이다. ‘爐峰(노봉)’ 이하 4구는 부처의 땅을 두루 유람하겠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만문(晚聞)’ 이하 6구는 불교의 이치에 정진하고 참배하겠다는 뜻이다. ‘勇猛(용맹)’ 이하 4구는 현상을 굴복시켜 공으로 돌아가길 기약한 다짐이다.
※《독두심해》
뒤는 곧 끝내 뜻을 얻지 못했음을 혼자 마음 아파하는 여파다. 대체로 ‘자신을 불교에 허여(許與)한다’와 ‘선을 추구한다.’에 대해 펼쳐 말했다. ‘가섭’이 주필이고 ‘악전’은 배필이다. ‘노봉’은 가고자 하는 禪門(선문)이라서 ‘눈돌리는 사이에 어린다’라고 했고, ‘귤정’은 가고자 하지 않는 仙家(선가)라 ‘여전히 높이 열려 있다’고 하니 나와는 상관없음을 의미한다. ‘東走(동주)’와 南征(남정) 구는 망령된 길이라 다 틀렸다는 말이다. ‘만문(晩門)’과 ‘졸천(卒踐)’ 구는 깊이 믿어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고개(顧愷)’ 이하 4구는 부처님의 땅을 배열한 것이다. ‘용맹(勇猛)’ 이하 2구는 두보 자신의 마음을 정한 것이다. 마지막 단락을 구조오는 형상을 거두어들여서 공(空)으로 돌아가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눈앞의 신세와 교유가 이로부터 일제히 사라지제 되었다.
※《독두심해》
오래도록 기주(夔州)에서 머물다가 공연히 경사(京師)를 생각하고, 정심과 이지방이 삼협 밖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마침 돌아가는 길이 막혀 곤궁해진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노닐 것을 생각했다. 비록 저들이 조정에 오르기를 축원하고 있으나 도리어 찾아가서 방문할 약속을 하고 있으며, 불교에 늙은 몸을 귀의하는 것으로 이생의 귀숙처(歸宿處)로 삼고 있다. 이것이 전체 작품의 큰 뜻이다. 첫 번째 단락은 기주에 있으면서 감회를 읊는 큰 뜻을 거느리고 있는데 전체 시의 총괄적 서두다. 2단은 기주의 풍토와 경물을 널리 서술하고 있다. 3단은 기주에 온 이유와 기주에서 사는 대체적 상황으로 옮겨갔는데 아직 낭서(瀼西)의 이야기에는 이르지 않았으니 이는 무대에서 형세를 너그럽게 하는 수법이다. 4단은 생각이 장안에서 난리를 겪고 다스림을 도모하는 일에 이르고 있으니 이것은 호탕하게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5단에서야 비로소 정심과 이지방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것은 허필(虛筆)로 한걸음 접근한 것이다. 6단에서는 또한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을 삽입하고 있는데 급한 문맥을 이완시켜 받는 기법이다. 7단에서는 현재 낭서에서의 적막한 상황으로 이어지는데 앞의 기주의 경물에 비하여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서 뒤의 삼협을 나가고자 하는 뜻에 대하여 미리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다. 8단에서는 다시 두 사람의 공명 등을 기대하고 바라는 이야기로 전환하여 찾아가 방문하고자 하는 뜻과 도리어 멀어지고 있으니 이것은 합치고자 하여 짐짓 헤어지는 수법이다. 9단에서야 바야흐로 삼협을 나가 찾아가고자 하는 뜻에 부합하니 곧 이 시의 본지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선(禪)을 추구하는 것으로 귀결을 삼고 있어 결국 이유를 들어 도피하는 수법에 속하니 이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것이 전체 작품의 대체적 형국이다.
원진(元稹)은 ”포진(鋪陳)하여 시작하고 끝맺고 성운을 배열한 것이 크게는 천언(千言)이고 그 다음도 수백 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으뜸으로 추앙하고 감복한 작품이다. 하지만 내가 보는 이 시의 포국(布局)과 기법의 묘는 홀로 갔다가 홀로 오고, 문득 떨어지는 듯하면서 문득 합쳐져, 사람으로 하여금 헤아릴 수 없게 하는 데 있다. 이를테면 작품 첫머리의 몇 마디 말이 층층으로 복선을 깔고 있으니 이것은 십면에서 매복한 것이다. 잔치에서 노래를 들음으로 인하여 장안의 일로 넘어가고 밝은 군주가 현자를 생각하는 것을 빌려 정심과 이지방을 언급하고 있으니 이것은 한신(韓信)이 진창(陳倉)을 몰래 건너가는 형국이다. 현자를 생각하는 것으로 정심과 이지방을 언급하다가 도리어 그들의 시재만 이야기하며 공명을 억누르고, 이미 정심과 이지방의 시재를 이야기 하다가 홀연히 자신의 북쪽 고향 생각으로 이어지며, 두 사람을 끊어버리고 있으니 이것은 장량(張良)이 잔도를 불태워 끊은 것이다. 편지의 물음에 답하는 말로써 낭서에서의 가난한 상활을 자세히 서술하여, 실해야 할 곳을 다 허하게 하고, 조정에 오를 것을 권면하는 말로써 찾아가 방문하고 싶은 본심을 넌지시 보여, 이어야 할 곳을 도리어 끊고 있으니 이것은 한신이 쓴 임진(臨晉)의 의병(疑兵)이다. 곧장 출협을 분명히 말하는 곳에 이른 이후에도 기주 이야기 같다가 형문(荊門) 이야기 같기도 하며, 자신 이야기 같다가 정심과 이지방 이야기 같기도 하여, 일제히 합쳐지고 있으니 이것은 제후가 다 모인 것이다. 출협하여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선(禪)을 추구하는 것을 끼워넣고 있는데 그 실질은 다만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인해 작품 끝의 이야기의 근거를 아울러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주된 뜻은 도리어 전적으로 친구를 찾아가는 데 있으니 이것은 유방(劉邦)이 운몽(雲夢)에서 위장(僞裝) 유람한 것이다. 결미(結尾) 같은 데서는 눈의 막을 긁고 집착을 떠나는 것에 귀결되어 앞의 먼지 그림자 같은 일이 모두 공으로 되어버리니 이것은 바로 새가 죽자 활을 감추는 것이다.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병사를 잘 쓰는 것은 더욱이 장수를 잘 거느리는 데 달려있음을 아는 것이니 천고에 오직 사마천만이 이러한 필력이 있었다. 두보는 대구를 이루고 격률에 맞아야 하는 배율로써 그와 더불어 길을 나누어 말을 달리고 있으니 또한 경이롭지 않은가? 후대 백거이의 《代書詩一百韻寄微之(대서시일백운기미지)》같은 시도 어찌 유창하고 아름답지 않겠는가만, 이 시는 처음에 같은 벼슬을 한 것을 서술하고 중간에서는 좌천된 이야기를 하다가 끝에서는 그리운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두보의 시에 비하면 단순한 두포대(頭布袋)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즉 원진이 평한 것도 또한 자기들 무리의 시를 말한 것일 뿐 두보의 심오한 경지는 아직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원호문(元好問)의《논시절구(論詩絶句)》에 있는 다음 평은 적절하다. “짝 맞춰 늘어놓은 것도 다만 하나의 길일 뿐이니, 울타리가 이와 같으면 또한 변변치 않구나. 두보는 본래 여러 성과 바꿀만한 옥 같은 작품이 있지만, 원진은 옥같이 생간 돌만 아니 어찌하랴![排比鋪張特一途, 藩籬如此亦區區. 少陵自有連城璧, 爭奈微之識碔砆.]”
《두시상주》
시제의 영회(詠懷)와 기우(寄友)는 손님과 주인이라는 두 가지 주제다. 이 시는 혹 나누어지고 혹 합쳐지는데 열고 닫고 변화하며 섞이고 거리낌이 없는 기이함을 극도로 추구하면서 규률로 조정하고 있어 도리어 구성이 완정(完整)하다. 다른 판본에는 단락을 나눔에 구수(句數)의 다과(多寡)가 고르지 않으니 어지러운 실처럼 다스리기가 어렵다. 지금 10단락으로 나누는데 매 단락마다 각각 시상을 일으키고 멈추는 곳과 이어받고 전환하는 곳이 있으며 자연스럽게 위치하여 털끝만큼의 섞임도 용납하지 않으니 이는 독자의 자세한 완상(玩詳)에 달려 있을 따름이다. 시의 형식에 근체가 생기자 고시의 뜻이 쇠하여졌다. 근체에서 배율이 있는데 고시에서 더욱 멀리 떨어졌다. 당나라 시인의 배율을 고찰해보면 처음에는 오직 6운 좌우였을 뿐이었다. 장편배율은 두보에게서 시작되어 많게는 100운에 이르렀으니 실로 후대 사람들의 남상(濫觴)이 되었다.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 문집에서 왕왕 연이어 보이는데 많음을 자랑하고 화려함을 다투는 수준을 면하지 못하여 기운이 느슨하고 맥이 이완되었다. 이 시는 전아하고 공교하며 빼어나다. 재주와 학식이 뛰어난 데다가 대오가 삼엄하며 장법은 더욱 정밀하다. 짧은 시는 끊기는 곳에서 돌연히 이어지는 방법을 많이 쓰지만 장편 배율체는 반드시 구도지법(鉤挑之法)을 사용해야 한다. 매 단락의 나가는 곳에서 윗 문장을 돌아보는 것을 구(鉤)라하고 아래 문장을 끌어 일으키는 것을 도(挑)라 하는데 반드시 층층으로 이어지면서도 각기 닫혀 합쳐지고 조응함이 있어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산만하고 이어지지 않는다. 이 시를 완상해보면 단락을 따라 구가 당기고 도가 끌고 있어 모두 작법의 교묘함을 보여준다.
2023-07-23 14: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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