赴洛道中作二首(부락도중작이수)

- 락양 부임길에 지은 시 두수 -

육기(陸机)

육기(陸機)는 중국 삼국시대 동오(東吳)의 현달(顯達)한 관리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조부 육손(陸遜)은 동오(東吳)의 승상(丞相)이었고, 부친 육항(陸抗)은 대사마(大司馬)를 지냈으며, 육기(陸機) 본인은 20세에 영아문장(領牙門將)을 세습하였다. 그러나 동오가 멸망하자 육기는 동생 육운(陸雲)과 더불어 향리에 칩거하며 학문에 힘썼다. 후에 서진(西晉)의 조정은 반강제적으로 재야(在野)의 인사들을 벼슬길로 나오게 했으므로 육기 형제 또한 어쩔 수 없이 서진(西晉)의 수도인 낙양(洛陽)으로 가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었음으로 고향을 떠나는 육기의 심정이 이토록 애달팠던 것이다.

육기(陸機)는 많은 기행시(紀行詩)를 남기고 있는데 모두 감정이 진지하고 조탁(彫琢)이 적어 예술적으로 높은 경지를 성취했다. 그 중에서 <赴洛道中作二首>는 고향을 떠나는 쓸쓸하고 슬픈 심정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작품으로 육기(陸機) 오언시(五言詩)의 대표작이다.

一

總轡登長路(총비등장로)

말고삐 잡고1) 먼 길에 올라

鳴咽辭密親(명열사밀친)

사랑하는 이들과 눈물로 이별한다.

借問子何之(차문자하지)

어디로 가려는가?물으니

世網嬰我身(세망영아신)

세상 그물2)에 이 몸이 걸려있어

永歎遵北渚(영탄준북저)

길게 탄식하며 북쪽 강가로 따라 가지만

遺思結南津(유사결남진)

이별의 그리움3)은 여전히 남쪽 나루4)에 매어 있다네.

行行遂已遠(행행수이원)

가고 또 가고멀어져 버리니

野途曠無人(야도광무인)

들판 길은 텅 비어사람이 없다.

山澤紛紆餘(산택분우여)

산과 연못은 어지럽게 구부러져 있고5)

林薄杳阡眠(임박향천면)

숲과 덤불6)은 우거져7) 아득하기만 하다.

虎嘯深谷底(호소심곡저)

호랑이는 깊은 계곡 아래에서 울부짖고

雞鳴高樹嶺(계명고수령)

꿩8)은 높은 나무 위에서 우누나.

哀風中夜流(애풍중야류)

슬픈 바람이 한 밤중에 부는데

孤獸更我前(고수갱아전)

외로운 짐승 한마리가내 앞을 지나간다9).

悲情觸物感(비정촉물감)

그 모습에슬픈 마음이 들어

沈思鬱纏綿(심사울전면)

깊은 그리움10)이 가슴 가득 감돈다11).

佇立望故鄕(저립망고향)

우두커니 서서 고향을 바라보다

顧影悽自憐(고영처자련)

그림자 쳐다보니저절로 슬퍼진다.

二

遠遊越山川(원유월산천)

멀리 가서산과 내를 넘노라니

山河脩且廣(산하수차광)

산과 내는 길고12)도 넓구나.

振策陟崇丘(진책척숭구)

채찍을 휘둘러13) 높은 언덕 오르고

案轡遵平莽(객비준평망)

고삐잡고14) 천천히 평지를 지난다.

夕息抱影寐(석식포영매)

저녁에는 그림자 안고15) 자고

朝徂銜思往(조조함사왕)

그리움 머금고 아침에 출발한다16).

頓轡倚嵩巖(돈비의숭암)

고삐를 당기어17) 높은 산에 올라서는

側聽悲風響(측청비풍향)

귀 기울여 슬픈 바람소리 듣는다.

淸露墜素輝(청로추소휘)

맑은 이슬은 밝은 빛18)을 내며 떨어지는데

明月一何朗(명월일하랑)

달은 어찌도 그리 밝은가?

撫枕不能寐(무침불능매)

베개 어루만지며잠들지 못해

振衣獨長想(진의독장상)

옷을 다시 걸치고 홀로 오래 생각한다.

미주

1) 總轡(총비) : 말고삐를 쥐고 가다.

2) 世網(세망) :세상이라는 그물. 곧 세속의 일을 의미한다.

3) 遺思(유사) :이별로 생긴 그리움.

4) 南津(남진) :남쪽 나루. 여기서는 이별의 장소를 지칭한 것임.

5) 紆餘(우여) :구불구불한 모양.

6) 薄(박) :덤불

7) 阡眠(천면) :우거지고 빽빽한 것을 표현 한 것임.

8) 雞(계) :야계(野鷄)인 꿩을 말한다.

9) 更(갱) :지나가다. 경(經)과 같은 뜻.

10) 沈思(침사) :깊은 생각.

11) 纏綿(전면) :감돌다. 맴돌다.

12) 脩(수) :길다는 뜻.

13) 振策(진책) :말채찍을 휘두르다.

14) 案轡(안비) :말고삐에 의지하다. 즉 말이 가는대로 맡겨두어 천천히 가 는 것을 말함.

15) 抱影(포영) :그림자를 끌어안다. 고독한 모습을 형용한 것임.

16) 朝徂(조조) :아침에 떠나다.

17) 頓轡(돈비) :고삐를 당기어 말을 세우다.

18) 素輝(소휘) :밝은 광채. 여기에서는 달 아래에서 빛나는 이슬의 광채를 가리킨다.